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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란 꽃 이름은 아마도 한자말인 봉선화(鳳仙花)에서 온 것 같다. 꽃모양 생김새가 봉황처럼 닮았대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마도 그 보다는 꽃씨주머니에 달려있는 모양이 긴 꼬리처럼 생긴 것 때문일 것이다. 뜨거운 여름 장독대 주변이나 길옆에서 잘도 크는 꽃이다. 줄기가 붉으면, 꽃도 붉으니 우리와는 퍽이나 낯익은 꽃이다. 어린 계집애들이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는데 즐겨 쓰던 꽃, 붉은 꽃을 따다 돌멩이위에다 직찧어서, 소금과 백반이나 시영줄기와 함께 버무려서는 손톱마다 붙이고 아주까리 같은 연한 잎으로 감싼 다음 실로 칭칭 묶고는 더운 여름밤을 조심스럽게 자고나면 어느새 손톱은 예쁜 주황빛으로 변해있다. 열 손가락에 붉은 물을 들인 손가락을 서로 자랑하며 여름을 보낸다. 흔히들 말하기를 '눈에 불을 켠다'는 표현 이외에 '열손가락에 불을 켠다'는 말도 자주 쓴다. 손가락에 불을 켠다는 말이 아마도 손가락에다 봉숭아물을 들인대서 나온 것인 것 같다. 사실 중국의 풍속에는 봉숭아물들인 손이 캄캄한 저승길을 밝히는 등불노릇을 한다고 믿고 있으니, 그런 유래가 우리에게까지도 전해진 것은 아닌지.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봉선화란 말 이외에 지갑화(指甲花)라고도 불리운다. 지갑은 손톱을 뜻한다. 영어에서는 물봉숭아를 touch-me-not라고 한다. 잘 여물은 봉숭아열매는 살짝 건드리기만 하여도 툭 터져서 까만 씨들은 멀리 튀어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또르르 말리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자꾸 건드려 본다. 알싸한 모깃불 향기에 여름밤하늘 별 헤아리다 잠이 든 어린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봉숭아물들인 손들은 등불이 되어 꿈나라 길들을 밝게 비춰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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