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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고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심상치 않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외면한 채 장난을 치거나 교실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때로는 교실을 나가버리는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실에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도 학생들의 이같은 ‘돌출행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이뤄졌을 뿐 지금처럼 광범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2년 사이 이같은‘교실 붕괴’가 확산되면서 가장 당황하는 사람은
일선 교사들이다.
어떤 교사는 갈수록 자신감이 사라지고 직업에 대한 회의까지 생겨 학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교사의 78.6%가 ‘교실붕괴’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단체들이‘교실붕괴’를 주제로 세미나를 잇따라 열고 있으나
아직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루하고 따분해서”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업방식이 구태의연하고 교과과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알고 싶은 분야는 날로 다양해지는데 현실 교육은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이같은 교육제도와 구조의 경직성만이 교실붕괴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교실붕괴’의 특징 중 하나가 교실 내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을
‘왕따’로 따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릇된 사회 병리현상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퍼져 있음을 본다.
10대를 겨냥한 감각적이고 향락적인 대중문화와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상혼도 학생들에게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빼앗고 있다.
교실붕괴란 교사가 학생을 휘어잡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이후 강도 높은 교육개혁 정책을 펴면서 교실붕괴가 두드러진 점을
고려할 때 교육당국이 교사들을 지나치게 개혁대상으로 몰아 교사의 사기와
권위를 떨어뜨려 교실붕괴를 부채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아울러 젊은 학부모의 자녀 과보호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있어
보다 시각을 넓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교실붕괴 현상은 하루빨리 치유되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는 금물이다.
시기를 놓쳤다가는 자칫 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방향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학부모를 포함한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10/28/99/동아 -
* 대학교는 흡연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학생들은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늘 숨어서 피우던 담배도 당당히 즐기게 된다.
학생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고, 캠퍼스는 담배연기와
꽁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쉬는 시간이면 복도와 화장실은 온통 담배연기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교수님께서 들어오셔도 개의치 않고 연기만 뿜어대는 학생도 있다.
대학에 들어와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백해무익한 담배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성인답게 예절을 갖춘 흡연을 해야 하며, 특히 실내에서는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할 것이다.
(한충희 21·충북대학교 체육학과) -조선/10/29/99 -
* 학교 / 미국의 홈스쿨
'눈높이 홈스쿨' 기쁨 2배 - 보람 2배
50명 중 한명 꼴 부모가 직접 지도 '성취도' 높아... "학비, 왕따 걱정 없어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사는 조사야는 올해 여덟살.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나이인 그는 학교에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멜빌의 소설 ‘백경’을 독파하고 요즘은 잉카와 아스텍문명에 푹 빠져 있을 정도로 지적 수준이 높다.
조사야에겐 집이 곧 학교다. 선생님은 엄마 캐이시 케이스(34)와 아빠 데이비드 케이스(37). 한 기독교 기관의 국제봉사프로그램(Truro Inter-national Program and Services) 책임자인 데이비드는 부인과 교대로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조사야 등 세 자녀를 직접 교육시키고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안좋은 말을 쓰거나 문제있는 행동을 해도 바로잡아 주지 못하잖아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에 대해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또 한가지, 조사야는 네살 때부터 글을 배워 책읽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학교 진도를 따라가다 보면 따분해 하고 책읽는 취미마저 잃게 될까봐 홈스쿨을 시작했습니다.”
- 스스로 시간관리 자녀들도 만족
부모와 함께 짠 주간 학습계획표에 따라 스스로 시간관리를 하며 공부하는 조사야는 ‘그만의 학교’에 대해 썩 만족하는 눈치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갈 수 있고, 괴롭힘이나 놀림을 안당해도 되잖아요. 공부 과목 중에선 엄마 아빠한테서 우리 가족의 역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가장 재미있어요.”
워싱턴DC 근교 폴스처치에 사는 성진(7) 성권(6) 두 형제는 ‘Faith Christian Academy’에 다닌다. 전교생이 두 명인 이 홈스쿨의 교장은 엔지니어 겸 전도사로 일하는 아빠 차태광씨, 교사는 엄마 변수경씨(34). 학교 이름은 엄마의 미국 이름 ‘Faith’(믿음이란 뜻)에서 따왔다. 열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온 변수경씨는 약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지난해 초부터 홈스쿨을 시작했다. 한국 교민 중에는 보기 드문 홈스쿨 가정이다.
“큰애가 킨더가든(초등학교 입학전 과정) 다닐 때 아침 7시30분에 나가 오후 3시가 되어야 오는 거예요. 집에 오면 숙제하고 그 다음엔 나가서 친구들이랑 뛰어놀기 바쁘고, 내 둥지에서 이 여섯살짜리 아이를 벌써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린애를 학교에 내던져 버린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부모로서 자식에게 영향을 미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어요. 안되겠다 싶어 홈스쿨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1년 좀 넘었는데 아이들도 아주 좋아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됐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가족간의 유대가 두터워지고 더욱 화목해지는 것 같아요.”
- 학교 총격사건으로 관심 급증
이렇게 홈스쿨을 하는 학생수는 현재 미국에 약 150만명 이상. 이는 미국 초중고생의 2%를 웃도는 수치다. 최소한 학생 50명 중 한명은 홈스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가정교육연구소는 홈스쿨을 하는 숫자가 매년 약 15%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작년과 올해 연이은 학교총격사건이 전 미국에 충격을 주면서 홈스쿨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홈스쿨의 이러한 증가 추세는 학교교육에 문제를 느낀 젊은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대안 찾기에 나선 결과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학교교육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심지어 학교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들마저도 자신의 자녀들만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을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워싱턴DC의 한 중학교 교사인 디나 파월(42·산업기술 담당)도 그런 케이스. 자신의 딸 레이첼(15)과 아들 크리스토퍼(14)가 어렸을 때는 사립학교에 보냈었다. 그러나 교사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학비가 너무 벅차(두 남매 합쳐 당시 연간 약 6000달러) 포기하고 91년부터 지금까지 8년 넘게 홈스쿨을 해오고 있다.
홈스쿨을 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다 보니 이들을 위한 커리큘럼이나 교재들이 다양하게 개발돼 있어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 홈스쿨을 하는 학생들은 월반을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정규학교에 다니는 동급생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게 여러 가지 연구 결과 드러나고 있다. 지난 98년 루드너 박사(매일랜드주립대)가 2만여명의 홈스쿨 학생과 일반 학생의 시험성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홈스쿨 학생의 70~80%가 상위권에 들어 있어 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 학생들보다도 학업성적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입학시 플러스요인으로
미국에서는 홈스쿨로 고교과정을 마쳐도 대학 진학에 별 지장이 없다. 홈스쿨 출신 중 하버드 예일 등 소위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학생들이 많다. 홈스쿨 학생을 위한 대학진학 가이드북(제목: And What About College?)을 저술한 캐피 코헨은 “대학측이 신입생을 뽑을 때 가장 신경쓰는 대목이 학생집단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홈스쿨을 했다는 것은 대학 입학시 마이너스요인이 아니라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나의 두 남매도 홈스쿨을 했는데 아들 제프는 공군사관학교에, 딸 타마라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가을학기부터는 홈스쿨 학생들을 위한 최초의 대학이 문을 열 예정. 지난 9월 초부터 버지니아주 퍼셀빌에서는 홈스쿨 가족의 법률-권익단체인 HSLDA(HomeSchool Legal Defense Association) 주도로 패트릭 헨리대학 건립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또래들과 어울릴 기회 따로 마련
홈스쿨에 대해 일반인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아무래도 또래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어 대인관계나 사회성 형성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홈스쿨을 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다양한 그룹활동의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애쓴다. 우선 각 지역마다 홈스쿨가정의 모임이 조직돼 있어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함께 모여 공동수업(Cooperation Class)을 한다. 과학이나 역사, 라틴어 등 학부모 혼자 가르치기 힘든 과목을 중심으로 전문교사를 초빙하거나 학부모 중 이를 전공한 사람이 교사로 나서 수업을 진행한다. 공동수업이 끝난 뒤에는 함께 어울려 공을 차고 한달에 한번 정도 소풍을 가기도 한다. 홈스쿨 학생들끼리 울타리 없는 학교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홈스쿨 학생들은 유스클럽이나 봉사활동, 스포츠 등 다양한 과외활동에 참가해 단체생활의 경험을 쌓는다.
홈스쿨에 대한 법적인 제약은 거의 없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부모들에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 홈스쿨을 하려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누리는 자유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자녀들의 공부를 돌보아 주고 가르쳐 주려면 부모 또한 같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경제적인 희생도 만만치 않다. 부모 중 어느 한 사람은(또는 교대로) 자신의 직업과 자아실현의 기회마저 유예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맞벌이를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다수 서민층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홈스쿨이다.
그래도 상당수 가정에서는 그런 재정적 타격을 감수하고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자녀교육을 위해 홈스쿨을 택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자녀사랑의 표현인 셈이다.(강영진/ 워싱턴 통신원)
-10/29/99/동아 -
* 학부모가 교실서 여교사 폭행
수업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담임교사에게서 꾸지람을 들은 한 초등학생의 부모가 교실로 찾아가 여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의 모초등학교 6학년 담임 A(46·여)교사는 수업중에 계속 뒤를 돌아보며 잡담하는 B(12)군에게 『교실 뒤편에 서 있으라』고 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앞으로 불러내 회초리를 들었다.
그러나 회초리를 피하다 머리를 빗맞은 B군이 『뒤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선생님의 자유지만 안 나가는 것은 내 자유』라며 대들었다. 이에 화가 난 A교사가 B군을 복도로 끌고나가 심하게 꾸짖자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B군은 집에 전화를 걸었다. B군의 어머니 C(40)씨는 곧바로 학교로 찾아와 다짜고짜 『전학을 보내겠다』며 아들의 책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흥분한 A교사는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응수했고, 이에 발끈한 C씨는 30여명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A교사의 빰을 두차례 때린 뒤 아들을 데려갔다. 결국 C씨는 다시 아들을 교실로 데려와 소란을 피운데 대해 사과했으나, A교사는 이튿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폭행사실을 신고했다.
28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된 C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버지없이 키운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담임선생님이 벌을 주면서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했다는 걸 듣고 참을 수 없어 순간적으로 저지른 행동이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교사는
『B군이 평소에도 말을 잘 듣지 않고 버릇이 없어 따끔하게 꾸지람을 한 것일 뿐,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교육심포지엄
- 문제아는 근대교육의 산물 - 기조발제
“교사와 학생 모두 `학급붕괴'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겨레신문사와 서울특별시교육청, 연세대 청년문화센터가 함께 마련한 `왜 지금 우리는 청소년을 이야기하는가-청소년과 근대성'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심포지엄에는 500여명의 교사와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이 모여 `무엇이 우리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폴 윌리스 영국 울프햅튼대 교수의 기조발제 등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영국의 근대화과정에서 학교는 세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다. 먼저 이튼이나 하워드 같은 유명 사립학교는 연간 8만파운드가 있어야 다닐 수 있다. 노동자 자녀들과 섞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 귀족들이 민간 사립학교를 세워 자신들의 아이를 격리시킨 것이다.
이와 달리 공장지역에서 살아남고 취업을 위해 내 자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이 만든 학교가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이다. 귀족들도 동의했다.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한군데 모아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째로 독일의 철강생산 능력이 영국을 앞지르면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학교도 생겨났다.
노조와 노동당의 업적이 있다면 무상 의무교육을 모든 아이들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 70년대부터 출신계급에 상관없이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자녀들은 정작 이것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를 속이고 공부를 즐기지 않았다. 한국에서 말하는 교육붕괴 현상인 셈이다.
근대화 시기에 생겨난 학교의 위기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서 시작됐다. 길거리에 침을 뱉고 교사들에게 거친 언어로 도전하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사나이들'(lads)이라고 불렀다. 문제아들이다. 이들은 학교에 저항하면서, 교사의 말에 순응하는 아이들을 `얌전이들'(earoles)이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사나이들은 자기들의 패션을 만들었다. 또 교문 밖에 늘어서 줄담배를 피우며 교사들을 골탕먹였다. 웃는 문화도 만들었다. 기강을 세우며 통제하는 교사들에게 `웃는 모습'으로 저항했다.
사나이들 또는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는 합리적으로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밑바닥을 이루는 다수의 개인들은 집단적인 문화를 통해 반항하며 대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교육을 통해 모두 교수가 되는 게 아니다. 극소수만이 상류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교육을 통해 모두 신분상승이 되면 계급이 없어질 것 아닌가? 학교교육을 기회라고 보는 것은 엘리트들의 시각이다.
학교는 자발적으로 가야 하는 곳이다. 영국의 아이들은 `학교는 감옥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학교에서 스스로를 돕는 자조(자치)문화가 죽어버린 게 문제다. 설사 반사회적인 것이더라도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이제 귀기울여야 한다.
교육에 대한 담론이 `대량실업'을 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쟁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경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컴퓨터 기술자가 되는 건 아닌 것처럼 미래의 유망한 직업을 우리 자녀 모두가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원하는 개성과 자기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 예컨대 아이들은 음악에서 문제의 해결을 찾는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 이런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루한 작업을 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냉소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전지구적 자본주의화로 몸살을 앓는 요즘 청소년 문제는 결국 `사나이들'처럼 하위집단이 보여주는 문화를 누구의 안경을 끼고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 신자유주의 교육관도 학급붕괴 원인" - 주제토론
청소년 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의 화두는 자연히 `무너지는 학교'로 모아졌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청소년들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수업을 재미없게 하면 떠들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배려하자”고 주장했다.
탈학교실천연대의 이한(서울대 법대)군은 “45% 가량의 학생들은 자유의지에 맡기면 학교를 안다니겠다는 입장”이라며 “학교무용론과 학력 인플레이션을 혼동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학교에서 학력게임을 계속하는 한 졸업장을 따려는 아이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그에 따른 저항도 심해질 것”이라며 “사회 안에 개방적인 학교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학교붕괴를 `흔들리는 교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김광하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예전부터 있어온 아이들의 반항이 요즘들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신자유주의 교육관에 따라 경제논리가 교육현장에 찾아든 데 이유가 있다”며 “정년단축과 연금부족으로 교실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면서 교원의 사기가 떨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간 <우리교육>의 박복선 편집장은 “학급붕괴란 용어가 퍼지면서 보수적인 기득권 세력은 그 책임을 새 정부의 `교육개혁'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현장에서 나오는 구체적 수치나 연구분석을 먼저 한 뒤 그 틀에서 냉정하게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청소년 문제는 `소비나 생산'의 논법이나 `일탈'이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며 “청소년 문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보다는 동아시아 청소년들의 공통된 화두인 이들 두가지 관점에서 동아시아의 공동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학의 벤야민 페라소비치 교수(문화인류학)는
“청소년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30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길어진 청소년기의 특징인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 말했다.
첸콴싱 대만 청화대 교수도
“자신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가 방향을 못잡고
있는 것이 문제다,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인권과 시민권을 돌려주고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공간을 되돌려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최윤진 중앙대 교수는
“소규모 학교,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학교를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의
장으로 바꿔야 한다. 학교를 폐기처분하고 바깥에서 별도의 공간을 찾기보다는
학교를 바꾸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 참석자들로부터 도움말을 요청받은 폴 윌리스 교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국의 교사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며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고 해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또 학교가 감옥 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교실을 배움의 장소만이 아니라 놀이터나 삶터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교육열은 정치 사회적 현상 - 주제발표
◇ 우에노 도시야(동경 와꼬대 교수) =
일본에서 청소년 문제는 늘 `도덕적 공황'과 함께 논의된다. 원조교제나 이지메, 부모폭행, 친구살인 등 청소년 범죄가 그것이다. 이는 모두 산업화과정에서 나타난 대중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이를 죽인 뒤 아이의 머리를 교문에 걸어놓은 소년이 있었는데, 그는 놀랍게도 14살이었다. 일본에서 만화영화 등 청소년 대상 문화산업은 모두 이 14살을 대상으로 삼는다.
일본에선 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공동체를 이루는 `부족'이 청소년들에게 빠르게 퍼지고 있다. 폭주족이나 만화족, 테크노족 등 신인류라 불리는 이 부족들은 10대들을 사로잡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일본은 차별화된 것을 허용하지 않는, 표면적으로 동질화된 사회다. 이것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차이점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부족과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의견을 공유하면서 새 문화를 만들어내고, 자신들만의 공간과 네트워크를 만든다.
학교는 늘 그런 하위문화를 통제하려고만 했다. 교사는 학생들을 순응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정보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사이버상에서 교류가 늘면서 이런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문화적인 전환점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 김동춘(성공회대 교수·사회학)=한국에서의 과잉교육열은 정치·사회학적 현상이었다. 봉건지주계급이 사라진 뒤 사회적 지위를 획득해 정치적 지배계급으로 올라가는 관문이 교육이었다. 일류대학 간판을 획득하는 것이 살아가는 중요 방편이 됐다.
그러나 이제 대학졸업장은 더이상 계층상승의 통로 기능을 상실했다. 교육이 기회획득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공부 잘해서 출세하라'는 이데올로기가 붕괴된 것이다. 분단냉전체계를 유지하는 순종적인 아이로 키워내기 위한 학교 교육체계도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공부에 흥미를 잃고 말썽을 피우는 비행청소년이 늘어나는 것을 사회구조와 관련시켜 보지 못하고 개인 혹은 가족의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
◇ 조혜정(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압축적인 근대화를 경험한 한국에서 청소년을 얘기할 때마다 왜 `제복입은 아이'를 떠올리는가? 근대화를 거치며 가부장적인 그늘 아래 있던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얻었다. 자신들의 새로운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때 학교를 다닌 30~40대 이상 어른들은 지금도 `학교는 좋다'라는 신화에 빠져있어 학교개혁을 하기 어렵다.
학생과 비학생이라는 이분법이 좋은 아이와 나쁜 아이라는 이분법으로 나간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학생을 묶어두려 하고, 문화부는 학생을 데리고 나오려 하는 국가의 정책혼선도 청소년들을 힘들게 한다. 청소년을 주인공이 아니라 동원의 대상, 구제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에 대해 나를 내버려두라는 식의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제 자구의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다양한 아이들이 생기고 있다.
그들이 자기들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을 이제 도와야 한다.
청소년이란 존재들이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10/31/99/hani -
* 학교 / 교사 67% “학교 인성교육 부진”
학교교육의 붕괴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과 생활지도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의 일탈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전국의 초중고 교사 2천150명을 대상으로 학생생활지도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저 그렇다」(43.2%)나 「그렇지 못하다」(24.1%)는 부정적인 대답이 67.3%를 차지한 반면 「잘 이뤄지고 있다」는 32.7%에 그쳤다.
「인성교육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한 교사는 실업고(37.3%)와 일반고(36.1%), 중학교(24.6%), 초등학교(14.4%)의 순으로 많아 고학년일수록 높았다.
상담교사 배치와 상담실 운영 현황에 대한 조사에서는 초등학교의 경우 상담교사 배치율이 전체의 0.5%, 상담실 설치율이 4.2%에 불과, 전문 상담여건이 거의 전무했다.
또 교사들은 학생들이 고민을 의논하는 상대로 주로 친구(69.2%)와 부모(15.6%)를 택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교사와 주로 상담한다」(5.5%)는 대답은 「학생 스스로 해결한다」(6.4%)는 대답보다도 적어 교사가 전혀 학생들의 상담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학생생활지도와 상담활동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교사들은 57.9%가
「업무과다로 인한 기회 부족」을 들었고 「교사들의 전문성 부족」(13.8%),
「학부모의 무관심과 비협조」(9.7%)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총 정책연구소의 이명균 연구원은 『학생 생활지도를 개선하고 나아가 교실붕괴를 막기위해서는 생활지도를 위한 여건 조성과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상호간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11/1/99/경향 -
* 학교는 무너지고 있는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길에 나섭니다. 이때 어른들은 “그래, 잘 다녀와라”하고 응대합니다. 각별히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쉬어 가면서 공부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할 겁니다. 우리네 학부모는 아침마다 ‘아이가 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고 믿는 편이지요. 학교가 배움터이니 그게 당연한 생각이겠지만 실제 다수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딴 짓을 하거나 책상 위에 엎드려 잠만 자고 있다면 어찌하시렵니까.
▼ 촛사건뷰토 "쿨쿨"▼
‘열심히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소수의 아이들, 여기저기서 하품하는 소리, 첫시간부터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 몰래 오가는 쪽지….’
현직 교사가 오늘의 학교 현실을 기록한 책자의 한 대목입니다. 초등학교 신입생 교실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아니라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나 선생이 지겹다’며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교사는 교사대로 ‘아이들이 무섭다’고 항변하지요. 이래저래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런 실상이 바깥 세상에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지요.
우리 학교 교육의 문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주입식 교육이다 해서 누구나 한마디씩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교육 당국도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육개혁에 골몰하고 있지요.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학교교육의 붕괴 현상은 입시제도를 바꾸고 교육비 예산을 증액한다고 해서 정상으로 복원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요즘 아이들이 학교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교육 동기상의 위기라고 할까요, 학교 교육에 영 재미를 못느끼고 있지요. 왜 굳이 학교에 가야 하는지, 왜 국어나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확인하지 못하고 학교 탈출을 꿈꾸며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왜 공부 안하느냐’고 다그쳐봐야 공염불이기 십상이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성적 부진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학생들이 분명 줄어들 것이라는 거죠.
▼'호랑이선생님'옛말▼
저간에는 학교 교육이 우격다짐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그 힘마저 잃고 있지요. 어느 면 종이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기실 ‘호랑이 선생님’이란 표현도 이미 옛말이 되었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썰렁한’ 어른들을 상대하려고 안 합니다.
대신 소비대중문화가 내뿜는 현란한 빛을 부나비처럼 쫓아갑니다. 거기서 새로운 우상을 발견하고 충성하지만 그것도 순간일 뿐 공허감은 그대로 누적되게 마련이지요. 따지고 보면 아이들도 매우 당혹스런 처지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학교의 붕괴는 어른들의 무능력을 반영합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기를 능력이 없다는 말도 되죠. 배움이 갖는 의미와 재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일방적인 군대식 교육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아이들 편에서 먼저 거부하는 형국입니다. 다음 세대의 참교육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강조한 우리 사회가 이제 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지요.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라고 합니다. 지식과 정보가 삶의 질과 문화의 수준을 좌우하는 시대라는 거죠. 정부도 교육에 21세기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보기에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한데 교육개혁의 중심이 대학에 쏠리다 보니 청소년 교육 현장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정작 지식기반 사회의 ‘기반’은 청소년 교육을 통해 다져지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지금 북녁의 아이들은 ‘영양실조 세대’라고 불립니다. 성장기에 집단적으로 겪은 영양실조는 남북 이질화를 촉진하는 변수가 되리라는 진단도 있지요. 지금 남녁의 아이들은 학교교육의 붕괴를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교육실조 세대’라고 부름직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미래는 있는가. 과연 새로운 교육의 활로가 열릴 터인가.
이 물음은 새 천년을 앞두고 어른들이 먼저 풀어내야 할 공적 의제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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