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회 106차 산행] ♣ 도봉산 신선대-도봉 주능선 산행 (1)
▶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 [산행코스] - 도봉산매표소→ 도봉서원기점→ 천축사→ 마당바위→ 신선대 정상→ 암봉(점심)→ 도봉주능선→ 오봉갈림길→ 우이암사거리→ 보문능선→ 464고지→ 도봉사→ 매표소
* [프롤로그] — 선선한 바람결,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
☆… 지난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말 많은 세상은 더욱 치열했다. 그 중에 가장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은 여전히 정치였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녹(祿)을 받고 나랏일을 책임 맡은 사람들이 국민보다 자기의 욕심을 앞세워 처신하니 세상이 온전할 리가 없다. 국정이 올바르게 시행되는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대국적으로는 국익을 위하여 기여해야할 그들이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물어뜯고 싸우기만 일삼으니 한심하다. 작금의 야당의 내분(內紛)도 결국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제 욕심챙기는 싸움에 다름 아니다. 이제 우리는 공자(孔子)의 정명(正名) 사상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치(政治)에서 ‘정(政)’자의 근원은 ‘정(正)’이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君君臣臣 父父子子]… 정치인부터 제 이름에 맞게 모든 일을 ‘바르게’ 처결해 나간다면 다른 사람들도 제 이름 값을 할 것이며 세상은 참으로 살맛이 날 것이다.
☆… 이제, 백로(白露)가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더위에 지친 몸을 조금은 추스릴 수가 있는 시기가 되었다. 아, 가을이다. 그 여름의 폭염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때가 되면 조용히 물러가는 법이다. 우주 자연의 원리가 그런 것이다. 시간(時間)이란 하늘이 내린,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우주적 흐름이다. 사실 곡절 많은 인간사도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 추석(秋夕)도 보름을 앞두고 있으니, 그저 순리(順理)에 따라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 일이다. 오늘 우리는 도봉산을 찾아 심신의 가다듬으며 넉넉하고 따뜻한 계절의 정취를 누리고자 한다.
☆… 문명(文明)의 이름으로 사는 우리들은 물질적으로 많은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기실 마음은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문명의 본질이 ‘경쟁(競爭)’과 ‘속도(速度)’이기 때문이다. 늘 앞서야 하고 이겨야 하고 많이 가져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의 풍경이다. 그러니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사실 산다는 것은 ‘나’와 ‘너’가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런데 ‘나만’ 생각하다 보면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결국 너는 철저한 타인이거나 심지어 적수가 되기도 하니, 나는 저절로 고립된 존재가 된다. 다른 사람은 경쟁의 대상이니 심하게 이야기하면 적대의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모두 여기에 있다. 욕심이다. 실존적 고독과 정신의 빈곤 속에서 풍요로운 생존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왜곡된 문명에 길이 아주 잘 들여져 있는 것 같다. 이제 물질 지상의 문명 생활에 아픈 성찰을 가할 때가 왔다. 생명의 근원은 자연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자연을 자꾸 배반하고 살고 있다.
* [9월의 산행] — 도봉산, 신선한 기운이 감도는 초가을
☆… 오늘은 우리 산악회 106차 산행일이다. 오늘의 산행지는 도봉산(道峰山)이다. 오전 10시 도봉산역에 대원들이 집결했다. 호산아 오상수 회장을 비롯하여 정용호 부회장, 채홍철 총무, 이근무·김명식 동문 그리고 뒤늦게 곽덕용 사무국장이 합류했다. 그리고 특별히 세 분의 여성대원이 참석했다. 간밤에 비가 뿌리고 나서, 아침의 날씨는 맑았다. 직사광선을 적당히 차단해주는 엷은 구름이 하늘을 비질을 하고 있는 초가을, 밝고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바람이 쾌적하다. 긴 여름, 혹독한 더위를 지나온 대원들의 모습은 모두 건강해 보여서 좋다. 오늘은 마침 벌초를 하는 집안일로 많은 대원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 [천축사(天竺寺)의 풍경] — 만장봉 아래 자리한 청정도량
☆… 도봉산탐방센터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도봉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산길이다. 산 들머리에 있는 광륜사 앞을 지나고 나면 산을 오르는 길은 곳곳에 여러 갈래로 나 있지만 우리는 도봉서원 터에서 천축사(天竺寺)를 거쳐 마당바위를 경유하여 자운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잡았다. ‘천축사(天竺寺)’는 망월사(望月寺)와 함께 도봉산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도봉산 만장봉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천축사는 하늘을 떠받치듯 솟아있는 만장봉(萬丈峰)을 배경으로, 장대한 노송과 울창한 수림 속에 안겨 있는 청정도량(淸淨道場)이다.
☆… 원래 서기 673년(신라 문무와 13년)에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이곳에서 수도하면서 옥천암이라는 암자를 세웠고, 1398년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이곳에 백일기도를 드린 후 왕위에 올랐다고 하여 절을 새롭게 고치고 천축사(天竺寺)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뒤에 수차례 중창을 했다. 이곳 ‘천축사비로자나삼신불도’와 ‘천축사비로자나삼신괘불도’는 우리나라 유형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다.
☆… 천축사에 올라가 입구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했다. 정용호 부회장이 곤지암 봉현장에서 직접 따서 쪄온 밤을 내놓아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연전에 나누어준 ‘돌밤’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도봉산 천축사는 노송의 수림에 싸인 대웅전과 그 뒤에 솟은 만장봉(萬丈峰)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그것을 배경으로 하여 대원들이 포즈를 잡았다. ‘천축(天竺)’은 인도(印度)의 옛 이름이다. 신라시대 혜초(慧超) 스님이 부처님의 행적을 좇아 인도의 5개의 천축국(天竺國)을 순례하고 남긴 책이『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아닌가. 그러므로 천축사는 부처님이 탄생하고 성불한 나라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우리가 ‘서방정토(西方淨土)’라고 하는 곳이 현세적으로 말하면, 바로 천축국이다. 기독교의 예루살렘 성지(聖地)처럼.
* [마당바위의 풍경] — 시야가 탁 트인 휴식처
☆… 낮 12시 10분, ‘마당방위’에 올라섰다. 도봉산은 전체적으로 보면 장엄하고 험난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그래서 그 경관이 수려하고 암봉과 고목 거송들이 어우러져 요소요소에 절경이 많다. 마당바위는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 너럭바위로 , 배구경기장만한 암반이 남쪽을 향하여 열려 있다. 앞이 탁 틔어 서울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도봉산의 주능선이 우이암 쪽으로 뻗어가는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길을 오고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명소이다. 우리도 잠시 머물며 쉬었다.
☆… 이제 본격적인 오름길에 접어들었다. 도봉산은 바위산이다. 자운봉(紫雲峰)으로 올라가는 길도 온통 바위투성이의 길이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오늘 참석한 여성대원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두어 달 동안 산에 오르지 않았더니 많이 힘들다’고 했다. 후미에서 그들을 수습하여 산을 올랐다. 산에서는 서두르는 것은 금물이다. 자기의 컨디션에 맞추어 한 걸음 한 걸음 고도를 높여야 한다. 좀 뒤떨어져 가더라도 그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 [신선대 오르는 길목] — 경사가 급한 바윗길을 오르며
☆… 자운봉(紫雲峰) 방향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산길 중간에 너른 공간의 쉼터가 있다. 지금을 금지되어 있지만, 도봉산에서 바위를 타며 야영을 할 때의 숙영지(宿營地)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쉼터로 애용된다. 주변에 하늘 높이 솟은 장대한 소나무들이 가히 일품이다. 다시 산을 오른다. 여기서부터 신선대 고개까지는 아주 경사가 급하다. 속도가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 무리하지 않게 속도와 보폭을 조절하여 걷는다.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어가는 산행이지만 꾸준히 땀을 흘리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드디어 막바지 나무테크의 긴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며 올려다보니, 선행한 우리 대원들이 신선대 위에서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한다. 나무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오른쪽에 거대한 자운봉의 앞을 가로막고, 왼쪽에는 신선대 암봉이 하늘로 솟아있다.
* [신선대(神仙臺) 정상] — 가파른 바위 철봉을 잡고 오르다
☆… 고갯마루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신선대 암봉을 향하여 올라갔다. 신선대는 고갯마루에서 50m 가량을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거기에는 손잡이 쇠파이프[鋼管]가 시설되어 있어 안전하게 올라갈 수가 있다. 그래도 위험한 구간이라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12시 55분 드디어 신선대 정상에 올라섰다. 모든 대원들과 조우했다. 이곳은 도봉산에서 일반 등산객을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암봉이다. 좁은 산봉에 늘 사람들로 복잡하다.
* [신선대 위에서의 조망] — 산이 산을 업고 달리고
☆… 신선대(神仙臺)는 도봉산-북한산 전체의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신선대의 바로 건너편에 자운봉이 거대한 몸체로 버티고 있고 그 앞쪽으로 만장봉, 선인봉이 연해 있다. 자운봉(740m), 만장봉(715,7m), 선인봉(693.1m)은 도봉산의 위용을 과시하는 3대 거봉이다. 전문산악인들이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암봉들이다. 오늘은 청명한 날씨이므로 시계가 아주 좋다. 남으로 눈을 돌리면 가까운 곳에 뜀바위와 칼바위능선이 포진하고 있고 그 뒤로 도봉산 능선이 남으로 내달리면서 멀리 능선 위에 뾰족이 올라온 입석이 우이암(牛耳巖)이다. 그리고 멀리 북한산(北漢山)의 산세가 아주 장관이다. 인수봉(810.5m), 백운대(836.5m), 망경대(799.5m)의 삼각산을 위시하여 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보현봉(714m)-문수봉(727m)-용암봉(680m)의 산봉까지 눈에 잡힌다. 한북정맥이 한강을 향하여 내닫고 있는 것이다. 산이 산을 업고 달리는 형상이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햇살을 받은 은빛 한강이 남북으로 걸쳐져 있는데 일산과 그 건너 김포 지역의 풍경은 물론 서해까지 시야에 잡힌다.
☆…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수락산과 불암산이 선명하게 다가오고, 동남쪽 열린 공간으로 상계동, 우이동 등 서울의 시가지가 조망되고, 그 뒤로 면목동의 용마산, 강남의 청계산, 관악산, 성남의 남한산성 그리고 멀리 하남의 검단산과 덕소의 예봉산까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신선대 자체도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아름답다. 신선대에서는 장엄한 산세와 광활하게 펼쳐진 사방의 전경을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대원들은 여러 위치에서 포즈를 잡았다.
* [점심식사] — 신선대 맞은 편의 암봉에서
☆… 오후 1시 20분, 신선대 북쪽의 암봉에 오붓한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암봉의 반석이었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더운 가슴을 씻어 내렸다.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음식들, 한 자리에 모여 앉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산행 출발을 늦게 한 곽덕용 국장이 친구와 함께 뒤늦게 도착했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