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에세이 - 스스로의 한계를 허물다!
정예리
나는 나를 온전히 알까? 나는 얼마 전까지 내가 날 잘 이해하고 있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본뜬 틀을 만들어서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거기에 맞춰보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틀에 엇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것보단 남들에게 조신하게 보이는 것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간디학교에 입학 후 점점 내가 그 틀에 항상 맞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면, 밥을 느리게 먹는 내가 밥을 빨리 먹었을 때 ‘난 느리게 먹는 아이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삼킨 것을 후회하거나, 음악을 좋아하지만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건 못하는 내가 버스킹으로 노래를 부를 때, 행복하고 뿌듯했지만 한 구석으론 점점 내가 아는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두려웠다. 점점 내가 커져서 틀의 굴레가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소심해서 화를 못 내는 내가 갑자기 짜증이 올라와 화를 내면 순간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러한 혼란한 상황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항상 넓게 이해해주는 주은이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시간에 털어놓았다. 그러고 나서 깨달은 것은 내가 항상 같을 수만은 없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조그만 화상을 입은 후로 불이나 뜨거운 물엔 손도 못 댔지만, 간디집밥 수업을 들으며 끓이고, 졸이고, 찌고 아주 다 했다. 이렇게 한 번만 해도 되는데..
스스로 만든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간단한 것 같다.
입학 초에는 6학년 때 친구들과의 안 좋은 기억이 자꾸 떠올라 내 발목을 잡았다. 밤에도 침대에 누워 불을 끄면 슬프고, 그때 그 관계를 유지한 것에 후회가 물 밀려오듯 몰려왔다. 그래서 많이 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다 상담 신청 후, 조언을 많이 받았다.
이미 일어난 일에 잡혀 있지 않기, 건강한 후회하기. 여기서 건강한 후회란 문제를 파악하고 방안을 찾아 일이 해결된 그 이후의 자책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것들은 모두 소희샘께 내가 겪은 일을 조곤조곤 설명하며 스스로 깨달은 것들이다. 오로지 우울에만 이목이 집중돼있던 나도 그 근본적 이유를 다시 내게 되새기게 된 것이다. 나처럼 어떠한 사건으로 생긴 감정에 빠져있기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꼭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는 다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법을 배운 것이다.
나는 후회가 많았고, 어느 날 30만원을 주고 산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주일 내내 그 생각만 하고, 머리를 자르고 1주일 뒤 긴 머리로 돌아가고 싶어 3주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그러나 나는 ‘건강한 후회’라는 말이 떠올랐고 후회를 멈췄다.
처음엔 옷을 중고장터에 팔고, 머리카락은 붙임머리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그런데 그때, 꿀벌님께서 지구시를 할 때의 내용이 생각났다. 바로 ‘리폼’ 이었다! 어릴 때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던 나는 여러 영상을 보거나 아니면 혼자서 옷을 자르고 꿰메고 물들이며 놀곤 했다. 마침 수업을 어떤 걸 들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재봉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수업 선택 고민도 해결, 옷 고민도 해결! 일석이조 아닌가. 아무튼 어릴 때 그 기억이 떠오르자 추억으로 마음이 따뜻해졌고, 재밌는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팔은 어떻게 자르지?(옷) 프린팅은 무슨 색으로 덧칠하고 기장은 몇 센티 줄일까? 같은 생각 말이다. 머리카락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쩔 수 없다지만 과잉 후회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많이 성장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샛별네 기숙사에 있는 11기 논문집 중 ‘좋아헤어’를 읽고 머리를 빨리 기르는 법을 알아냈다. 그중 가장 효과를 볼 것같이 생긴 것은 ‘패스트샴푸’ 였고, 그 후 친환경 패스트샴푸를 열심히 찾아 현재 사용하는 중이다. 축구는 절대 못 한다고 단정 지었던 것, 불은 안된다고 막았던 것, 빨리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모두 내가 스스로 만든 벽이었다. 간디집밥, 여축,버스킹, 글간디, 생활의 달인 그리고 모든 수업 들이 내게 준 것들은, 내가 그 벽을 넘을 수 있게 해준 고맙고, 뜻 깊은 배움인 것 같다.
이번 학기에 내가 알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보자면 나는 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문제가 생기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해결방안을 찾으면 된다는 것, 그리고 혼자서 하기에 어렵다면 주위엔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과 선배들, 선생님이 계시니 용기있게 도움을 청해보자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