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잘 쉬고 온 아이들, 월요일 아침부터 에너지가 그 어느때보다 넘칩니다. 초등 3,4,5학년 아이들의 에너지는 장난기와 비례할때가 많습니다.^^ 리듬활동 시간, 영어로 숫자세기를 하러 강당으로 나가는 순서가 되자, 갑자기 아이들이 힘을 합쳐 교실문을 닫고는 문을 못열게 버팁니다. 덕분에(?) 진샘은 강당으로 나가지 못하셨습니다. 힘으로 하면 못나갈것도 없지만 진샘이 아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놀이를 받아주신 것이지요. 자기들끼리 영어로 150까지 세고 의기양양 교실로 들어옵니다. 매일 반복되는,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리듬활동이 가끔씩 아이들의 이런 돌발적인 반응으로 재미가 더 해질때가 있습니다. 참 귀여운 개구장이들이지요.^^
월요일 1교시에는 텃밭활동을 합니다. 무와 배추와 상추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마침 옥상에 올라오신 양샘이 초등텃밭을 둘러보다가 배추를 보고는 거의 기적같다고 하십니다. 배추는 벌레가 잘먹어서 약을 치지않고 키우기가 아주 어려운 작물이라고 합니다. 배추벌레 천연살충제를 만들어 뿌려준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무도 점점 굵어지고 잎도 싱싱합니다. 아이들은 텃밭에 올라올때마다 무가 얼마나 큰지 뽑아서 확인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아이들이 그렇게나 원하니, 진샘이 무를 하나 뽑아서 먹어보자고 하십니다. 가장 큰 무를 하나골라 쑥 뽑았습니다. "와~~ 크다!!"며 신나하던 아이들이 막상 씻어서 잘라주니 맵다고 눈꼽만큼 먹어보고는 다들 손사래를 칩니다. 좀 더 자라게 두었어야 했나 싶네요. 무청은 말려서 시레기를 만들예정입니다.
2교시 주기집중 다문화 시간, 오늘은 진샘이 복사해준 백지세계지도에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나라를 찾아서 색으로 표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각 나라가 세계 전체에서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특히 어떤 대륙에 속하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아갑니다. 나라별 크기도 색을 칠하면서 알게되고 비교도 하게 됩니다. 오늘 작업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오후에는 낙동강변까지 걸으며 무르익은 가을과 만났습니다. 대천천에 갈대와 억새가 어른키보다도 훨씬 크게 자랐네요.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법을 진샘이 알려주셨습니다. 대천천과 낙동강변 가을풍경이 참 멋집니다. 낙동강변에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나무오르기 놀이를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놉니다. 내심,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나무랄까 염려를 했는데,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자기들도 어릴때 나무에 올라가서 많이 놀았다고... 진샘은 한술 더 떠서 아이들과 함께 나무 위에 오두막을 짓고, 낙동강에 배를 만들어 띄우고 싶다고 하십니다. 학교가 그럴 수 있는 환경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3시30분부터 청소시간이라 3시면 다시 학교로 출발해야합니다. 진샘이 이제 돌아가자고 하니,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음약해진 진샘이, 그럼 청소는 내일 더 열심히 하기로 하고 오늘 청소는 패쓰하자고 허락을 하시네요. 덕분에 20분을 더 놀았습니다. 나무에 올라 놀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땅으로 내려와 뭔가를 만듭니다. 물어보니 새 둥지를 만든다고 하네요. 낙엽과 나뭇가지를 모아 바닥에 커다란 원모양의 둥지를 만듭니다. 멀리까지 가서 자연재료들을 모아옵니다. 엄청 열심입니다. 그러더니 완성된 둥지에 자기들이 들어가 앉아 놉니다. 만드는 과정부터 그 안에 쏙 들어가 앉아 노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치 멋진 행위미술을 보는 듯 했습니다. 무엇이 아이들을 저토록 아름답고 평화롭고 신나는 일을 찾아 즐기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저 신비롭게 바라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