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아서"
이시형 옮김,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의미치료의 창시자이자, 역설적 의도라는 치료기법을 만들어낸 빅터 프랭클의 저서 중에서 일부분을 옮겨봤습니다.
옮겨놓은 부분은 이 훌륭한 책의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옮겨봅니다.
항상성 이론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긴장은 무조건 피해야 할 것이 아니며, 마음의 평화, 즉 영혼의 평화는 무조건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긴장, 의미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같은 종류이 긴장은 인간 존재에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긴장은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긴장이다.
로고테라피의 동기 이론에 대해 토론할 때, 나는 쾌락에 대한 직접적인 집착이 결국 그것을 좌절시키고 만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사람이 쾌락에 목표를 두면 둘수록 그 사람은 더욱 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로고테라피에서 이런 과잉 의도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로고테라피에서 과잉 반사hyper-reflection라고 부르는 것이다. 과잉 반사란 지나친 주의집중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집단적 과잉 반사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문화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관찰하려고 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기를 캐기 위해 자신을 분석하고, 그 밑에 깔려 있는 무의식적인 정신역학의 견지에서 그것을 해석하려고 한다. 조지아 대학의 에디트 바이스코프-요엘슨(Edith Weisskopf-joelson) 교수는 미국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에 대한 해석과 자아실현이 지고의 가치를 지닌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다른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풍토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심하게 훼손된 과거가 운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은 실제로 무능한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자발성과 활동성이 방해를 받게 된다. 지네에 얽힌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어느 날 지네가 적으로부터 발을 움직일 때 어떤 순서로 움직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네가 그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자 전혀 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굶어 죽었다. 지네가 파멸을 초래하는 과잉 반응 때문에 죽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로고테라피에서는 이런 과잉 반응을 반응 억제를 통해 중화시킨다. 이런 테크닉이 적용되는 영역 중의 하나가 불감증이든 발기부전이든 성적인 문제로 생기는 신경증의 경우이다. 성적인 행위나 경험은 그것을 주의의 대상이나 의도의 목표로 삼으면 삼을수록 위축되게 되어 있다. 발기부전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를 보면 성행위를 자신에게 부과된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발기부전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자세하게 다룬 바 있다. 로고테라피의 테크닉은 환자의 성행위에 따라 붙는 이런 요구적인 성격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발전해 왔다. 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신경증에 대한 로고테라피의 테크닉은 로고테라피 이론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반응 억제가 성적인 신경증을 위한 로고테라피 치료의 본질적인 요소라면 역설의도는 강박 관념과 공포증 환자를 위한 단기간의 치료에 적합한 치료법이다.
역설의도는 환자가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을 하도록 하거나 혹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도록 북돋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테크닉이 치료 방법으로 얼마나 유용한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예기불안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런 예기불안 때문에 환자는 어떤 일에 대해서 그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안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환자가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을 일어나도록 하는 경향이 있으며, 예기불안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징후가 공포증을 불러 일으키고, 공포증이 다시 그런 징후를 유발한다. 이런 징후가 반복되면서 공포증은 더욱 심해진다. 환자가 누에고치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치료에 역설 의도를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환자가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일을 환자가 하도록 하거나 혹은 그런 일이 또 일어나기를 바라도록 하면 환자의 의도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병적인 공포가 역설적인 소망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예기불안이라는 항해에 바람이 빠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안 그 자체가 공포의 목표가 될 경우, 즉 환자 스스로가 '공포에 대한 공포'라고 말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환자는 그것이 실신이든 협심증의 발작이든 혹은 뇌일혈이든 상관없이 그 공포에 잠재되어 있는 결과를 두려워한다. 로고테라피의 가르침에 의하면 공포로부터의 도피는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사례 1.
나는 그 학생에게 달력을 펴 놓고, 발표가 있는 주마다 그 밑에 큰 글씨로 '불안'이라고 써 넣으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에게 불안한 주를 미리 계획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하고 나서 그는 훨신 편안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제는 불안 그 자체 때문에 괴로울 뿐이지 불안에 대한 불안 때문에 괴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례 2.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어제는 심장 발작이 두 번 일어 났어. 지금은 이른 아침이니까 오늘은 세 번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얘기하십시오. 스스로 멋진 발작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첫댓글 그래. 그래. 괜찮아 괜찮아. 그러면 어때...... 토닥 토닥.. 힘내자..^^
많은 공감을 해요 도피하려고 하는노력이 저를더 힘들게 만들어요 한번 불안해보자 마음먹는게 덜 힘들어요
글들이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밑에 사례글을 보며 종합적으로 이해가 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아... 이책 진짜 명작인데.. 저도 매일매일 이거 읽으면서 힘내고 있어요 ㅋㅋ
다 잘될꺼야 항상웃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