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붉은 여왕이란 제목의 출처는 루이스 캐럴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으로 쓴 《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에서 나온 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여성적이고 동화작가가 연상이 되는 루이스 캐럴이 본격적인 문학자가 아니고 수학자였다는 것이고 보면 어쩐지 예사롭지 아니한 느낌이다. 루이스 캐럴도 본명이 아니고 필명인데 본명은 찰스 도지슨( 1832년 1월 27일~1898년 1월 14일 )이다.
그의 작품인 《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는 잘 알려졌지만 역시 그가 쓴 시리즈 책인 붉은 여왕이 나오는《 거울의 나라 앨리스 》는 생각 보다는 우리에게 낯설다. 아직 번역이 되지 아니했던지 아니면 번역이 되었더라도 일반인에게 많이 소개되지 아니한 편이다. 본인도 처음에는 이 작품의 존재를 잘몰랐었기 때문에 붉은 여왕이란 말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온 것으로 막연하게 착각을 하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이라 볼 수가 있는 《 거울의 나라 앨리스 》는 읽어 보지 아니했지만 그 내용은 단순한 상상력이 풍부한 동화로 그치지 아니하고 생각 보다도 수준이 높아 수학적인 문제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이 거울의 나라 앨리스에서 주인공인 앨리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환상체험을 하는 것인데 서양 장기판( 체스 )의 붉은 여왕에게 손목을 붙들려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한참을 달렸는데 왜 여전히 같은 나무 밑을 달리고 있어 왜 그렇냐고 묻자 붉은 여왕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 너희 동네는 느린 동네로구나. 여기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단다. 네가 어딘가에 다다르고 싶으면 적어도 두 배로 빨리 달려야 한단다.“
이것이 붉은 여왕이 나온 출처이다. 《 붉은 여왕 가설 》이라 부르는 것은 현재 쓰는 글에서는 과학에서 진화를 얘기하는데 쓰이고 있다. 유래는 리들리가 맨 먼저 인용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미국 시카고 대학의 진화생물학자였던 리 밴 베일런 Leigh Van Valen( 1935~2010 )이 1973년 제시한 《 붉은 여왕 가설 》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이후에 흔히 인용되게 이르렀다. 해양 화석을 연구하던 그는 종의 멸종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종이 환경에 적응했더라도 결코 방심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다른 종들도 역시 그 환경에 곧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는 진화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국 뒤쳐져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동화의 거울의 나라 엘리스에서 나오는데로 움직이는 체스 위에 앞으로 전진前進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신세에 비유하여 붉은 여왕의 가설이란 제목을 붙였던 것이다.
판타지한 동화에서 빌려온 이 용어는 훗날 멸종, 공진화, 성性선택 등 진화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는 가장 탁월한 핵심어로 자리 잡는다. 베일런은 또한 20종의 화석 포유류 신종을 기재했는데 전부 《 반지의 제왕 》으로 잘 알려진 톨킨의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하니 과학계에서 약간의 별종이었음이 틀림이 없고 그의 명명命名은 그야말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에서 나온 뛰어나고 재치가 있는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witpo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 )
1832년 1월 27일~1898년 1월 14일
영국 성공회 사제의 아들로 태어난 루이스 캐럴의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즈슨이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지 칼리지에 진학해 수학, 신학, 문학을 공부했다. 이후 성직자의 자격을 얻었음에도 내성적인 성격과 말더듬이 때문에 평생 설교 교단에 서지 않고 대신 수학교수로 강단에 섰었다. 행동상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속에서는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고 환상이 가득하다고 하니 확실히 사람과 그가 만든 작품은 동일하지 아니한 것 같다.
근대 아동문학 확립자라고도 일컬어지는 루이스 캐럴은 또한 수학적 아이디어를 문학 작품에 접목하였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는 동음이의어를 갖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기발랄함을 엿볼 수 있고 이 작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아니한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는 그의 특기인 수학적 상황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본문의 제목인 붉은 여왕의 문제가 바로 그렇다.
철학자 들뢰즈가 그의 작품을 대상으로 사상을 전개한 적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포스더모더니즘 하면 중남미의 문학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루이스 캐럴이 선구일지도 모르겠다. 또 잘 알려지지 아니한 사실로 시집詩集도 있다. 《 스나크의 사냥 》 《 실비와 브루노 》 등이 그것이다. 그의 소설이나 시는 현대의 초현실주의 문학과 부조리문학의 선구자로 간주되고 있고 넌센스 문학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가보다도 다양한 곳에서 소질을 보인 그는 사진의 전문가였고 팜플렛을 처음으로 만든 인물이었다고 한다.
첫댓글 witpo님, 감사합니다.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전혀 몰랐던 세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