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도 자주꽃을 피우고 땅에 바짝 엎드려 있던 계집애, 잊었구나, 했더니 아직 살아 있었구나, 너 이 나라 남쪽 바다 牛島 기슭에.
서향瑞香
- 花敵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
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
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이 있어서
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그리움
그의 투명한 성에 피어 있는
성에 같은
하늘꽃자리.
백매白梅
얼마나 먼길을 밤 도와 달려왔을까
겨우내 꽃잎 한 장 가슴에 품고
꿈꾸며 쓰러지며 달려왔을까
눈빛 고운 그 사람 등불 밝히려.
소심素心
꽃문 열고 길 떠나는 우리 님에게
마지막 단장 한 번 더하고 가라
하늘도 눈물 모아 바래고 바래
지상에 흩뿌리는 슬픔이구나, 넌.
虛虛空空
바래고 바랜 서해바다 염전이로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앙금의 벌판
갈길없는 배 한 척만 막막히 저무는
허이옇게 귀밑머리 쓸쓸한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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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전의 시집『투명한 슬픔』에서 짧은 시 몇 편을 찾아 보았다.
다시 읽어 보면 길이가 짧기만 할 뿐 내용이 벌것 아니라는 자괴지심이 든다.
이것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봄이 왔지만 중국대륙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시커멓게 하늘을 덮고 있다.
내 마음의 하늘에도 황사가 걷히길 기원해 본다.
- 洪 海 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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