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하푸탈레 중심에서 3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아디샴 수도원을 다녀왔다. 갈 때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수도원 길로 갈라졌고 올 때는 철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든 철로든 하푸탈레 근방은 그냥 아무데나 찍어도 그림엽서가 나올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지은 지 80년 쯤 되었다는 수도원 건물과 정원 역시 예뻤다.
주말에만 개방한다는 수도원은 입장료가 100 루피고 망고 원액과 몇 가지 잼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입장권에 붙은 소개글의
상당 부분을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변명(해명?)에 할애하고 있었다. 우리 숙소의 방명록에는 주스와 잼이 엄청나게 맛이
좋았다는 소개글이 있었지만, 우리 경험으로는 비싼 값에 비하여 그다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딸기잼을 구입한 김작가는
한국에서보다 돈을 더 주고 샀는데 맛이 없다며 절레절레. 많이 산 건 아니니까 ㅎㅎ
여행기를 통해서 스리랑카 사람들이 사진 찍는 (찍히는) 걸 아주 좋아한다고 들었지만 그 동안에 만난 사람들 중에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 사람은 아담스피크 내려올 때 만난 사람 한 명 뿐이었다. 물론 '포토'를 외치며 달려들었었던 차밭 아줌마들은 돈이 목적일테니 열외. 그런데 수도원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정말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댓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즐거워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으리라.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한 두 마디 인사와 웃는 얼굴만으로도 같은 종족으로서의 공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이런 것이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나는 적극적으로 낯선 사람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거지? ㅎㅎㅎ 원래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
돌아오는 길은 기차가 멈춘 철로길을 택했다. 기차가 다닐 때에도 이 철로는 철로 가에 사는 현지인들의 보행 통로이자 관광객들의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 철길을 따라 슬슬 걷다 보니 어느덧 하푸탈레 역이 나온다. 멈춰 있는 기차에 올라서 3등칸도 구경해 보고, 역사에 들어가 언제쯤 기차가 다닐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확실히는 모른다며 1월 5일 정도엔 복구되지 않을까 짐작한다는 얘기만 들음) 예쁜 아이들 만나 사진도 찍고..... 즐거운 하루.
김작가는 철로길이 너무 좋았다며 내일 이달가시나 역까지 걸어갔다 올 생각이라 했고, 우리 부부는 일찍 일어나서 립튼싯(Lipton's Seat. 이 근처에 대규모 차농장을 일군 립튼 경이 손님을 접대할 때나 사업을 구상할 때 올라가서 차밭을 내려다 보곤 했다는 봉우리. 스리랑카 여행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힌다.)을 올라가기로 했다.
첫댓글 망고잼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던 것을 집에 와서 열어 먹어보니 맛이 색다르다. 라벨을 확인해 보니 잼이 아니고 처트니 Chutney라고 되어 있다. 처트니는 잼과 비슷한 식으로 만들지만 향신료가 들어간다는 점과 덜 졸인다는 점에서 잼과 구별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