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부의 대도시 오악사카(Oaxaca)
<1> 인디오 전통이 살아있는 오악사카
멕시코시티 남동쪽 520km 지점에 있는 인구 80만의 오악사카(와하카)는 멕시코 전통이 잘 보존된 도시로, 인근의 몬테알반(Monte Alban), 미뜰라(Mitla), 야굴(Yagul), 낄라판(Guilapan) 등의 유적을 돌아볼 수 있는 거점(據點) 도시이다.
오악사카행 버스도 따스께냐(Tasquena)에서 출발하기에 따스코에서 돌아오면서 미리 표를 구입했다가 아침 일찍 지하철로 따스께냐역에 도착하여 오악사카행 고속(ADO)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속버스로 7시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70페소(2만 7천 원)이다.
멕시코의 버스체계는 가장 고급인 별 5개의 고속(ADO)버스가 있는데 직행이고, 그보다 70% 정도 저렴한 일반버스와 정원 12명 정도의 작은 미니버스도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대신 중간에 사람을 태우고 내리며, 난방시설도 없고 의자도 불편하다.
아도(ADO) 버스는 출발 20분 전쯤, 게이트를 여는데 공항에서 하듯 짐 검사는 물론 몸수색도 철저히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급 고속버스 수준으로 좌석도 안락하고 에어컨은 물론, 영화도 보여준다.
나는 장거리 여행만 비싼 아도 버스를 이용하였고, 2시간 이내의 가까운 거리는 모두 저렴한 버스를 이용하였고, 가급적 현지인들과 접촉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하였다.
오악사카에 도착한 날이 2월 12일 오후였는데 아침 기온은 24도, 한낮 30도로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이며 다소 더운 느낌이다. 버스 종점이 도시 변두리인 듯 다운타운에 있는 오악사카 성당까지 택시로 이동했는데 50페소가 나온다.
<2> 오악사카(Oaxaca) 대성당
성당 앞 광장 / 오악사카 대성당
오악사카 성당(Catedral de Oaxaca)은 1535년에 처음 건축되었는데 현재의 건물은 1773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며, 18세기 바로크 건축물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꽤 넓은 성당 앞 광장은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혼잡하였는데 재미있는 것은 인디오들의 길거리 좌판과 아울러 오색 풍선을 수십 개씩 들고 다니며 파는 행상인이 많은 모습이 이채롭다. 또 성당 앞에는 상당히 규모가 큰 노천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차와 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는 모습이다.
성당 바로 앞 골목에 있는 아담한 장미호텔(La Rosas)에 짐을 풀었는데 1박에 480페소(40불 정도)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루피노 박물관(Rufino Tamayo Museo de Arte Prehispanico de Mexico)을 보러 갔다.
루피노 타마요가 20여 년간 수집하였다는 유물들은 스페인 침공 이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유물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마야 특유의 풍만한 여인상, 자포텍(Zapotec) 인디오 고유의 긴 코 등 눈길을 끄는 유물이 많다.
저녁식사는 성당 앞 노천카페에서 66페소짜리 생선요리를 시켰는데 양도 많고 맛있다. 다음날은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과 와하카 박물관(Museo Regional de Oaxaca)을 관람하려 아침 일찍 서둘렀다.
<3>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당
산토도밍고 성당 / 아름다운 천정화(Baroque Vision of Heaven)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은 1550년 건축을 시작하여 100년간 건축을 계속하였다는데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이 건축에 참여하였다고 하며, 특히 천장화는 바로크 시대의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Baroque Vision of Heaven).
오악사카에는 크고 작은 성당들도 많은데, 이 산토도밍고 성당이 가장 인기가 많아서 결혼식도 주로 이곳에서 올린다고 한다. 마침 내가 도착한 아침 7시, 마침 미사가 있어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모시며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였다.
이 성당의 바로 옆에 오악사카 박물관(Museo Regional de Oaxaca)이 있다.
이곳에는 사포텍(Zapotec) 인디오의 유적지인 몬테알반 7호 고분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금은 보석류가 전시되고 있었는데 사포텍 인디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4> 솔레다드(Soledad) 성당
솔레다드 성당 / 솔레다드 성녀 / 성녀 초상화
다음은 솔레다드 교회(Basilica de la Soledad)을 보러 갔는데 이곳은 오악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가톨릭 성당으로 오악사카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성처녀(Virgin of Oaxaca)를 모시고 있다.
스페인어 솔레다드(Soledad)는 영어로 고독(Solitude:솔리츄드)이라는 뜻이니 ‘고독의 성녀’라는 뜻이겠다. 그녀는 본명이 마리아 솔레다드 토레스 아코스타(Maria Soledad Torres Acosta)였고 세례 때에 엠마누엘라(Emmanuela)라는 세례명을 받았으며, 35년 동안 수녀회의 지도자로서 봉사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1887년에 사망하였는데 1950년에 시복(諡福)되었고, 1970년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로, 이곳에 모셔졌던 성처녀는 진주로 장식된 옷과 은과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통째로 도난당하였다고 한다.
얼마 후 언덕 밑 바위 위에 앉아 있는 당나귀의 등에 실려 있는 상자에서 성처녀의 머리와 손이 발견되었는데 당나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고, 또 아무리 하여도 당나귀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 자리에 성처녀가 발현하고...
그 자리에 성당을 지었고(1682~1690) 성처녀가 발현하였던 12월 18일에 대축제가 열리는데 와하카는 물론 이 지역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가장 큰 축제라고 한다.
북부지역이 ‘과달루페 성모’라면 이곳은 ‘솔레다드 성녀’라고 할 만큼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다고 한다.
교회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있는 성녀를 모시고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바로크스타일의 외관과 현란한 천정화, 아기자기한 내부 장식이 눈길을 끈다.
이 솔레다드의 성녀를 Our Lady of Solitude(고독의 성녀) 혹은 Patron Saint of Oaxaca(오악사카의 수호성인)으로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