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나타난 손실 회피
나와 리처드 세일러, 잭 네치는 밴쿠버에 함께 머무는 동안, 경제 거래의 공정성을 연구하게 되었다.
관심 있는 주제이기도 했지만, 매주 새로운 설문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와 기회가 함께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의 수산해양부는 토론토에서 전문직 실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보수를 주고 전화 설문을 맡겼다.
이 일을 맡은 대규모 설문팀은 매일 밤 일했고, 계속 활동하려면 새로운 설문이 끊임없이 필요했다.
우리는 매주 설문을 네 갈래 유형으로 만든다는 데 동의했다.
질문 종류는 구애받지 않았는데, 유일한 제한이라면
설문지에 적어도 한 번은 어류를 언급해, 수산 해양부와의 연관성을 유지해야 했다.
이 작업은 여러 달 지속되엇고, 우리는 걸신들린 듯 자료를 수집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상인, 고용주, 지주의 행동에서 어떤 점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연구했다.
사실,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부당함을 향한 비난이 이익 추구를 제한하는가였다,
연구 결과는 그랬다. 그리고 대중이 기업의 행위 중에 용인되는 것과 용인되지 않는 것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도덕규범은 손실과 이익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때 기준 임금, 가격, 임차료 등이 준거점이 되는데,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자기 옧을 가질 자격을 인정하는 기준이다.
기업이 준거점이 되는 거래보다 과도한 손실을 고객이나 노동자에게 강요한다면,
기업 역시 자기 몫을 가질 자격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한 부당하다.
아래 예를 보자,
어느 철물점이 그동안 눈삽을 15달러에 팔았다. 그런데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친 다음 날 아침에
가격을 20달러로 올렸다. 이 행위는 다음 중 어디에 해당하는 지 평가하라.
지극히 공정하다 / 그럴 수 있다 / 부당하다 / 매우 부당하다.
이 철물점은 수요가 높아지자 가격을 올렸고, 이는 표준 경제 모델을 다른 적절한 행위였다.
그러나 설문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82퍼센트가 철물점의 행위를 '바당하다' 또는 '매우 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눈보라가 치기 전의 가격을 준거점으로 보았고,
오른 가격을 철물점이 손님에게 강요한 손실로 보았다.
철물점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손님에게 손실을 강요했다.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공정성이라는 기본 규칙은
시장의 힘을 악용해 타인에게 손실을 강요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았다.
아래 예는 다른 맥락에서 이 규칙을 잘 설명해준다.
(1984년에 수집한 자료라 오늘날의 달러 가치로 바꾸러면 약 100퍼센트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
작은 복사 가게에 직원이 한 명 있는데, 6개월 일했고 시간당 9달러를 받느다.
장사는 꾸준히 잘됐다. 그런던 중 근처 공장이 문을 닫자 실업자가 많아져다.
이제 다른 작은 가게들이 믿을 만한 사람을 시간당 7달러에 고용했고,
이들은 9달러를 받는 직원과 일하는 수준이 비슷했다.
그러자 복사 가게 주인은 직원의 임금을 7달러로 내린다.
응답자는 이때도 부정적이어서, 83퍼센트가 '부당하다' 또는 '매우 부당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약간 바꾸면 고용주의 의무에 대한 본질이 명확해진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서 장사가 잘되는 가게라는 상황은 똑같다.
현재 직원이 더나자 가게 주인은 새 직원에게 시간당 7달러를 주기로 결정한다..
이 상황에서는 상당수(73퍼센트)가 이 행위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용주가 시간당 9달러를 지급할 도덕적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자기 몫을 챙길 자격은 그때그째 다른다.
시장 여건상 임금 삭감이 타당할지언정 현재 노동자는 기존 임금을 그대로 받을 권리가 있다.
반면에 대체된 노동자는 이전 노동자의 준거 임금을 그대로 받을 자격은 없으며,
따라서 고용주는 부당하다고 낙인찍힐 위험 없이 임금을 덜 줄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자기 몫을 챙길 자격은 현재의 이윤을 유지하는 것이다.
손실을 볼 위험에 직면하면 손실을 타인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
응답자의 절대 다수는 회사가 이윤이 감소할 때는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규칙이 회사의 자격 그리고 회사와 관련 있는 개인들의 자격을 따로 보는
이중 잣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회사도 손실의 우험을 느끼면 이기적으로 행동힐 수 있다.
사람들은 회사가 손실의 일부를 떠안으리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손실은 남에게 떠넘겨도 무방하다.
회사가 이윤을 높이거나 이윤 감소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규정하는 규칙은 따로 있었다.
공정성 규칙은 생산비가 낮아졌을 때 회사더러 그 횡재를 고객이나 노동자와 나누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 설문 응답자들은 이윤이 높아졌을때 그것을 나누는 회사를 더 좋아했고,
그런 행위를 더욱 공정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누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를 부당하다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오직 회사가 힘을 이용해 노동자나 고객과 맺은 비공식 계약을 깼을 때,
그리고 이윤을 늘리려고 타인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때만 분개했다.
경제 공정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과제는 이상적인 행동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용납할 만한 행동과 비난과 벌을 자초하는 행동을 구분하는 경계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연구 보고서를〈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American Econmic Review)〉에 제출할 때
사람들의 반응을 낙관하지 않았다.
우리 논문은 당시 많은 경제학자가 지혜로 여기던 생각, 즉 경제행위는 자기 이익에 지배되고,
공정성에 대한 관심은 대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우리는 설문 조사에서 나온 증거에 의존했고, 경제학자들은 대개 그런 설문 조사를 중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잡지 편집자가 우리 논문을 두 명의 경제학자에게 보내 평가를 요구했고,
그들은 그런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 편집자가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우호적인 사람이었다.)
편집자의 조치는 적절했다.
우리 논문은 자주 인용되고, 논문의 결론은 시간의 검증을 통과했다.
좀 더 최근에 나온 연구도 준거점에 의존하는 공정성 관찰을 지지했고,
공정성에 대한 관심은 경제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우리가 추측은 했으나 증명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공정성 규칙을 위반하는 고용주는 생산성 감소로 벌을 받고,
부당한 가격정책을 펴는 상인은 판매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사람들이 광고 전단을 보면서, 최근에 비싸게 산 물건을
같은 판매자가 지금은 더 싸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후에 그 판매자에게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15펴센트 줄었는데, 고객 한 명당 평균 90달러 손실이었다.
고객은 더 낮은 가격을 준거점으로 인지하고,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산 자신이 손해를 밨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소실은 광고 전단에 서 낮은 가격을 보고 물건을 더 많이 사서 얻은 이익보다 훨씬 커 보였다.
부당한 손실의 피해자가 보복할 수 있는 위치 있다면, 부당하게 손실을 입힌 행위는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실험 결과, 사람들은 부당한 행위를 목격하면
그 일이 자신과 관련 없더라도 해당 행위를 처벌하는 데 곧잘 동참했다.
신경경제학자(경제학에 뇌 연구를 접목한 학자)들은, 자기 공명영상(MRI) 기계로,
자기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부당하게 행동한 사람을 처벌하는 데 개입한 사람의 뇌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타적 처벌을 할 때면 뇌의 '쾌락 중추'활동이 활발해졌다.
사회질서와 공정 규칙을 준수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포상을 받는 셈이다.
이타적 처벌은 사회를 하나로 뭉치게하는 접착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뇌가 관대함을 포상할 때는 비열한 행위를 처벌할 때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
여기서 다시 함 번, 손실과 이익의 뚜렷한 비대칭성을 볼 수 있다.
손실 회피와 자기 몫을 챙길 자격의 영향력은 금전적 거래의 영역을 훨씬 넘어선다.
법학자들은 그것이 법과 사법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을 재빨리 간파했다.
데이비드 코언(David Cohen)과 잭 네치는 법적 판단에서
실제 손실과 놓친 이익이 명확히 구분되는 예를 많이 발견했다.
예를 들어 어떤 상인의 물건이 운송 중에 분실되었다면 실제로 발생한 비용은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이익을 보상받기는 어렵다.
실질적 소유자가 결국 법적 소유권도 있다는 친숙한 규칙은 준거점의 도의적인 면을 인정하는 규칙이다.
최근 토론에서, 에얄 자미르(Eyal Zamir)는 법률에서 손실 회복과 놓친 이익 보상을 구분하는 것은
그들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비대칭인 탓에 정당화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폈다.
손실을 입은 사람은 단지 이익을 얻지 못한 사람보다 상실감이 크다면,
법의 보호도 더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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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과 관련한 말들
"이 개혁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개혁으로 손해를 볼 사람은
이익을 볼 사람보다 더 열심히 싸울 테니까"
"양측은 서로 상대의 양보가 덜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물론 둘 다 틀렸다.
그것은 손실의 비대칭성에서 생긴 오해일 뿐이다."
"파이가 더 커지면 재협상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손실을 나누는게 아니라 이익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 부근 임대료가 올랐는데도 우리 건물 입주자들은 임대료 인상을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 조건을 그대로 유지할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
"우리 고객은 가격 급등에 분개하지 않는다. 원가 상승을 일기 때문이다.
내가 이윤을 남길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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