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연극제 기획초청작 극단 창세의 백석현 작·연출 <살아남은 자들>을 보고
공연명 살아남은 자들
공연단체 극단 창세
작·연출 백석현
공연기간 4월18일~21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일시 4월20일 오후8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13 서울연극제 기획초청작, 극단 창세의 백석현 작·연출의 <살아남은 자들>을 관람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노숙자 칩거지(蟄居地)에 사교집단 같은 곡마단이 방문하면서 노숙자가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연극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빈부격차가 현저한 나라일수록 노숙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노숙자 수는 350만 명에 이르고, 일본은 5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서울역과 영등포 역 주변에 칩거하는 노숙자가 3000명에 가까워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여러 종교단체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무대는 중간의 검은 막 양쪽으로 천정부터 바닥까지 종이 상자 곽을 잔뜩 부착시킨 벽이 객석의 시야를 압도한다. 벽 가까이 침구와 식기, 교통 통행차단 플라스틱 원추형 표지물, 밧줄, 접는 사다리, 이불보따리 등과 그 밖에 노숙자 생활용품이 빈 플라스틱 막걸리 병과 함께 널려있고, 남녀 노숙자들의 거동이 보인다. 노숙자 중에는 부부도 있고, 외톨이도 있고, 딸과 함께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가끔 팬터마임이기는 하지만,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하는 남성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노숙자가 합류하기도 한다. 장면이 바뀌면 중간 막과 함께 상자 곽 벽이 천정으로 올라가고, 무대 후면에서 사교집단(邪敎集團)의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백색착의(白色着衣)와 구척장신(九尺長身)의 목발거인이 붉은 의상의 일행과 등장해, 마치 서커스 단원처럼 노숙자에게 각종 기예(技藝)를 펼쳐 보인다. 그들 중에는 꽹과리를 두드리며 경을 읊듯 오케스트라 박스에 다리를 내리고 소리를 하는 남성과 거문고 연주를 하는 남성, 그리고 태권도를 예술적으로 펼쳐 보이는 여성단원 등이 등장해 객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백색착의의 장신단장의 지휘에 따른 행동을 보인다. 노숙자의 생활과 서커스단원의 볼거리 제공이 반복되면서 노숙자들은 한 명 한 명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재능 하나하나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서투르면 되풀이 해 재주를 익히기를 계속하고, 대단원에서 서커스단원 대신 노숙자들만의 재주만으로 객석에 볼거리를 제공해 갈채를 받는 장면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작가 겸 연출은 극적 플롯 대신 퍼포먼스를 통해 노숙자 문제와 그 해결책을 이 연극을 통해 제시하고, 수많은 장면변화마다 극에 어울리는 음악이 절묘하게 흘러나와 기억에 남는다.
김경동, 김미림, 김성모, 김선호, 김자영, 김찬미, 권소랑, 권오승, 나승재, 문성주, 박민경, 신동길, 신민재, 신은지, 안 훈, 윤덕웅, 윤미정, 장우용, 정재은, 정해연, 하솔림, 황위재, 한재용, 윤석기 등이 출연해 각자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기획총괄/음향디자인 김민경, 연출부 하연숙·조용완·명지수, 기획부 오지선, 조명디자인 성미림, 의상디자인 김정향, 작곡 미셸K, 편곡 안요셉, 미디편곡 이호성, 사진/영상 황규백, 디자인 유 정, 분장 장진영·김애리, 진행 김혜영·임주미, 무대감독 조민기, 미술 김보라, 움직임지도 김선권, 화술지도 김혜진, 오퍼레이터 허남중·박제선 등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돋보인 극단 창세의 백석현 작/연출의 <살아남은 자들>을 문제작이라 걸작연극이라 평하겠다.
4월20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