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리 류이치, 일본 기자의 <르포 트럼프 왕국: 어째서 트럼프인가>를 읽었다.
사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에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본 기자의 시각으로 현지인들을 인터뷰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미국에서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듣고싶었다고나 할까.
지금까진 전통적으로 민주당원이었던 블루칼라 노동자들 혹은 백인 중산층들이 대거 트럼프를 찍은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이 책에서 그들이 직접 말하는 이유는:
1. 민주당, 그 중에서도 특히 힐러리는 더 이상 중산층의 편이 아닌 그녀 자체가 기득권층이다.
이 사실이 흥미로웠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도 공화당은 보수를 대변하고 민주당은 진보를 대변하는걸로 생각했는데
현지 유권자들 생각에 샌더슨은 개혁적 인물이지만, 힐러리는 더 이상 진보를 대변하는 인물이 아닌
그녀 자체가 이미 기득권에 물들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진보적 인물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던 오바마 정권 역시
현지 중산층의 눈으로 볼때는 자신들은 돌보지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가져다 하층민만 돌보는 정권으로 바라보고 있다.
2. 미국이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닌, 이민자들의 나라가 되가는 것이 끔찍하다.
영어 다음으로 미국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스페인어인데, 지역에 따라선 영어보다 더 우세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처음부터 다민족 국가로 출발한 미국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미국의 중심이라 여겼던 화이트 중산층은 자신들이 이민자들에게 밀려 계층 몰락이 일어나고 있다고 여긴다.
3. 미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손해만 본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진건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손해만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세다.
사실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축보다 소비를 앞세우는 미국 가정들의 소비성향에 기인한 이유도 큰데, 정작 미국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히 사람은 누구나 보고싶은것만 보는 것 같다.
그러므로 미국의 중산층들은 어제의 영광을 되찻기 위한 간절함에
어메리카 퍼스트, 를 외치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정작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 경제를 예전 위치로 되돌려 놓을지에 대한 사실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건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단순히 미국 제일주의를 외쳐주는 것만으로도 백인 중산층들에겐 충분히 어필이 가능하다. 확실히 정치는 이성적 논리로 작동하기보단 다분히 감각적 충동에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올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여
가능한 연임까지를 노리는 트럼프로서는 이들의 목마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속 밀고 나갈것이다.
그리고 이 선상에서 트럼프의 언행을 살펴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 않고 그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종잡을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아주 철저히).
1) 한반도 분쟁에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분쟁을 해결하는 업적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게 아니면 전쟁을 해서라도 이 지역에서 미국이 힘의 우위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하던 트럼프다.
만약 평화적으로 크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자국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좋다는 생각이다.
2)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여 자국민의 위축된 감성을 충분히 건드려준다.
미국이 가장 저어하는 것은 냉전시대가 끝난 후, 또 다른 패권국가의 출현이다.
아직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미국과 동등한 입장은 아니다.
그러니 85년 일본 경제를 누른것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국 경제가 더 커지기 전 견제는 해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로인해, 자국의 유권자들에게 어핋할 수도 있고.
결국 트럼프가 지향하는 것은 단 하나
자국의 백인 중산층에게 계속 어필하여 선거에서 다시금 승리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필요하다면 평화협정도 맺을 것이고, 반대로 군사적 위협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엔 한 개인으로서나 국가적인 철학이나 신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트럼프의 말이 오락가락하는 이유이다.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위한 필요에의해 좌우될 뿐이기에.
그리고 이것이 냉전시대와는 달라진 국제정세의 역학이다.
냉전시대만 해도 그래도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커다란 사상적 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현재의 국제정세는 전혀 다르다. 미국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자국 이익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평화 협정을 맺기도 하고, 무역 전쟁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차 거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화로 흘러간다.
아직은 미국이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아주 느린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완전히 유사한 힘으로 중국이 미국에게 맞서기까지는 중국내 경제문제나 사회적 문제가 많은것 또한 사실이지만, 사실 미국내 경제, 사회 문제도 만만치 않다. 어떤 한가지 시나리오를 절대적으로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심지어 북한이 탈중국화하여 보다 미국에 가까워져도 놀랍지 않다.
그 와중에 한반도에선 북한이 중국으로부터는 한걸음 멀어지고, 미국과는 수교를 이루고 한걸음 가까워지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일반 시민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우리가 현재 상상하는 이상의 의외의 결과가 발표될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신자본주의를 한꺼풀 벗겨내고, 보다 공동체 지향적인 복지국가를 이룰수있을까?
개헌안을 살펴보면, 진보 정권이 지향하는 바는 매우 뚜렷하다.
우리도 북유럽처럼 공동체 지향적인 복지국가로 큰 흐름을 전환하고자 한다.
미국 못지않게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는 우리 또한 어떤 길이든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건 맞다.
중산층이 붕괴되기 전에 가능한 빨리 전환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한국다운 정치 체제는 무엇이며, 경제 체제는 무엇일까...?
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대다수 국민들이 지향하는 바로 흘러갈 것이다.
우리는 과연 개인의 욕망을 조금씩 양보하여 공동체적 사회를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한국 사회는 그동안 산적한 많은 문제들이 다양한 곳에서 터져나오며
다시금 치열한 토론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는 결코 한번에 방향을 틀어 직선 거리로 달려가진 않는다.
그러므로 우린 아직 한참을 혼란의 시대를 지나쳐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결국 역사라는 큰 흐름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향하는 거대한 덩어리적 흐름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나 스스로와 묻고 답하고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토론도 하면 좋겠다.
이 과정에서 나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지치지 말고
끝없이 토론을 이어가는 나 그리고 우리가 되길 바란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토론을 이어가며 합의점을 찾아갈 때
그 때 비로소 사회는 더 건강히 다양한 의견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장기적으론 결코 좋은 지도자는 아닌 것 같다.
한때 잠시 미국인의 감성적 울분은 달래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절대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을테니 말이다.
많은 나라들이 핵을 보유한 현대 사회에선
역시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내가 살 길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