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1.
1985년 이른 봄, 복학해서 4학년 1학기가 막 시작되었는데 체육관 지하에 있는 스킨스쿠버다이빙클럽 동아리방으로 학교 직원이 와서 당장 학생과로 오라는 호출을 받았는데, 클럽에서 제일 선배였고 다이빙 원정을 갈 때마다 학생과를 찾아가서 단 돈 몇 푼이라도 원정비 지원을 받았기에 제가 갔습니다.
그렇게 학생과에 가서 학생과장님 소개로 학교 7년 선배(저는 물리학과, 선배는 화학과)라는 분을 만났는데, 그 당시 한 해외여행사 대표이자 대한카누연맹의 이사 직함을 갖고 계신 분이었죠.
그 분의 능란한 프레젠테이션 솜씨도 있었지만 그 프레젠테이션에 매료되어 저는 다들 취업이다 대학원 진학이다 정신없는 4학년 신분임에도 1학기 내내 주말에 카약을 배우고 여름방학 두 달 간 목포에서 부산까지 카약을 타고 남해안 일대를 여행하며 섬의 경치와 문화를 탐방하는 탐사대의 대원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카약을 타고 있고, 매년 남해안 바다를 카약을 타고 여행하고 있고, Kayaking이 직업이 되었습니다.
Life is timing!
회상 2.
2008년 봄, 강호동의 1박2일이라는 인기 TV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찾아와서는 카약으로 급류를 타보고 싶다고 하길래, 당시 내린천에 물이 제법 있었던 터라 하답에서 원대교까지 1인승 터키(인플래터블 카약)로 투어를 했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는지, 그런대로 탈만 했는지 이후에 한 번 더 와서 타보고는 다음에는 2인승으로 촬영하고 싶다고 하길래 정말 1박 2일 출연자들이 탈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앳되 보이던 나영석 PD도 직접 더키를 타고 투어를 했는데 두 번 모두 스탭들 중에서 혼자만 메추리 급류에서 뒤집어져서 지금도 기억을 합니다.
한 달 뒤, 저희 캠프에 1박2일 멤버들이 직접 와서 더키를 타고 다락구미에서 메추리급류까지 도전하는 날이 되었는데, 고사리 일대에 인제군 주민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도로까지 점거하는 바람에 교통경찰이 차량운행통제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더랬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는데도 촬영은 잘 끝나고, 8월에 TV에 1박2일 멤버들이 더키를 타고 급류에서 레이스를 벌어는 장면이 방영되자 회사에 더키를 타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더키라는 단어보다는 카약이나 그냥 1박2일 그 배를 타보겠다는 말만 했습니다.
그 해 가을 내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 백 명이 더키로 내린천을 타고 여행하는 경험을 했고, 마침내 사람들 입에 카약이란 단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TV예능의 영향력은 참 대단합니다.
딜리버런스 신드롬( Deliverance Syndrome)
2인승 카누로 강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1972년 作 서바이벌 서스펜스 영화 딜리버런스(Deliverance)가 있습니다.
연기력 좋은 배우 존 보이트와 버트 레이놀즈가 출연하기도 해서 오스카상 후보에도 올랐던 아주 유명한 영화인데 저는 비디오를 빌려다 봤었습니다.
댐 건설로 수몰이 될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를 흐르는 가상의 강을 휴가를 내서 카누로 여행하려는 4명의 친구들이 겪게 되는 스토리인데, 실제로 차투가 강( Tallulah River)과 차투가 강(Chattooga River)이 합류되어 탈룰라 강이 되고 한참 더 내려가면 하트웰 호수(Hartwell Lake)가 있기는 하는데, 영화 촬영은 탈룰라 협곡(Tallulah River Gorge)에서 일부, 대부분은 차투가 강(Chattooga River)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되자 많은 사람들이 마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차투가 강에 도전했는데, 3년 만에 무려 19명이나 익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주민들이 유명한 강을 정복할 준비가 부족한 패들러들을 일컬어 붙인 말이 딜리버런스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픽션인데도 영화가 사람들에게 주는 영감이 크긴 큰가 봅니다.
아마 여러분도 분명 어디선가 카약이란 것을 보았을테니 카약(카누)이란 것을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예전에는 신문, 잡지였을 것이고, TV, 영화,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이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했을거라고 봅니다.
흔하진 않겠지만 친구나 직장 동료, 가족 같은 주변인들의 자랑이나 권유도 동기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Kayaking이지만, 그럼에도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동기를 받아서 Kayaking에 도전합니다.
갑갑한 갯바위 낚시나 돈이 많이 드는 Boat Fishing에 비하면 정말 적은 비용으로 보트 낚시를 즐길 수 있는 Kayak Fishing은 예외로 보더라도, 누가 봐도 위험하게 보이는 급류(witewater)나 바다(sea)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이 있었을텐데, 각자 나름대로는 정말 많은 고민도 했겠지만 멋진 상상과 야무진 꿈들도 함께 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고민과 걱정들을 압도했을테니까요.
오늘 이야기에 대한 저의 의도는 이렇습니다.
- Kayaking은 사람들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할만한 야외 활동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탐험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Kayaking은 아예 관심 밖이다.
- 그래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Kayaking에 도전하지만 남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Kayaking을 하다가 몸을 다치거나 마음을 다쳐서 Kayaking을 포기한다. 돈 때문이라면 애시당초 도전도 하지 않았을테니 돈 때문에 포기했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
- 그렇다면 결국 딱 두 가지 해결 과제가 남은 셈이다. 몸을 다치지 않게 타고, 마음을 다치지 않으면서 타는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이 두 가지 해결 과제를 어떻게 풀겠습니까?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 말고 아주 간단하며 쉬운 방법을 얼마든지 쉽게 찾아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정말 문제는 우리 모두가 아주 간단하고 쉬운 해결 방법을 잘 알면서도 대체 웬일인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궂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이상한 논리나 생각, 충동적이고 절제되지 못한, 누가보더라도 非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이 대부분 앞서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예를 말씀드리면 어쩌면 충격을 받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Kayaking이라는 야외 활동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 그래서 배우고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몸을 다친다. 큰 코 다치는 것이다.
- 자기가 내린 결론과 생각에 부합되지 Kayaking에 관한 조언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고 정말 쉽게 무시한다. 애초에 조언이 아닌 동의를 원했던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 Kayaking Community(공동체)에 대한 존경과 예의가 없고, Club 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낮다. 너무 이기적이라서 늘상 자기가 했던 방식으로 대하려고 한다. 그것들이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보일 때도 많다.
-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서둘러 쫓는다. 한마디로 기다릴 줄 모른다는 것이다. 군중이 많으면 잘 기다리면서도 적으면 돌변한다고나 할까?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 행동할 때도 많다.
제목을 '카약을 타게 된 동기를 잘 살려야'라고 붙였습니다.
여러분이 카약을 타게 된 동기가 어떻든, 여러분이 상상하고 꿈꿨던 Kayaking은 현실에서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이 그렇듯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살려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며, 그걸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며,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실거라고 봅니다.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것 다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살랑살랑 해변가 투어를 목적으로 시작했는데,.....민물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5년도 모든 카약커들이 사고없이 평안한 투어가 되기를 기원하며, 3월에 뵙겠습니당~^^
2016년 아들 태워줄 더키 조종술 배우러 송강 갔다가 이거 하면 재미있다는 송강 말씀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이 이어질것만 같은 또다른 재미들이 능선들처럼 펼쳐져 있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