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소>의 모든 음식에는 셰프의 손길이 닿아있다. 빵부터 디저트까지 외부에서 납품받는 음식은 하나도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건면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기에<스파소>는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생면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고 셰프는 “요리에 나만의 철학을 담는 것은 셰프의 영원한 과제”라고 말한다. 요리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지 못하면 그 요리는 그저 수많은 카피 중 하나일 뿐이다. 비싼 접시위에 그럴듯하게 꾸미기만 해서는 파인다이닝이라 할 수 없다. 섬세하고 우아한 플레이팅 속에 견고한 가치를 담은 고 셰프의 요리는 진정한 ‘외유내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스파소>의 건강 식재료
01 | 루꼴라(Rucola)
대표적인 지중해 채소 루꼴라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특히 자주 쓰인다. 루꼴라 잎은 물결 모양과 둥근 모양 두 가지 형태로 자란다. 주로 샐러드나 피자, 파스타, 샌드위치로 활용하며 쌉쌀하고 톡 쏘는 매운 향이 있어 치즈나 육류요리의 느끼함을 줄여준다. 클레오파트라가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즐겨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정효과와 최면효과가 있어 중세시대에는 최음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루꼴라에 함유된 이소티오시아네이트와 설포라판같은 생리 활성물질은 난소, 유방, 전립선, 자궁경부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베타카로틴 등 플라보노이드는 노화를 방지한다.
02 | 소 위장(Tripe)
이탈리아에서도 소 위장을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요리가 소의 첫 번째 위를 토마토 소스에 푹 끓인 트리빠Trippa라는 스튜 요리다. 소의 위장은 전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데 맑은 국을 끓이기도 하고 차갑게 식혀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첫 번째 위(Blanket tripe), 두 번째 위(Honeycomb tripe), 세 번째 위(Book Tripe)를 주로 쓰며 이물질이 없도록 잘 씻은 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2~3시간 끓여 사용한다. 소의 위는 지방질이 거의 없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03 | 생면 파스타(Fresh Pasta)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건면파스타를, 북부에서는 생면파스타를 주로 먹는다. 생면파스타는 제면 후 신선한 상태로 먹기 때문에 방부제 같은 보존료가 첨가되지 않은 웰빙 식재료다. 또한 건면파스타보다 칼로리가 적고 탄수화물 함량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존기간이 짧고 ‘알덴테(씹는 맛이 살아있게끔 설익힌 상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은 건면파스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식감이다.
고환희 셰프가 소개하는 이탈리안 요리
01 | 피자 베르데(Pizza Verde)
나폴리식 피자는 특히 도우를 중요하게 치는데, 고르니초네(Cornicione)라고 불리는 피자의 테두리 부분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고환희 셰프는 완벽한 도우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도우만 연구했다.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테두리 부분은 겉은 바삭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하고 촉촉하다. 그린샐러드를 토핑으로 얹고 썬드라이토마토로 포인트를 줬다. 파르메산 치즈를 듬뿍 갈아 올려 완성한다.
02 | 크리스피 스캘럽(Crispy Scallops)
살아있는 가리비 관자를 팬 프라이해 크리스피한 식감을 살린 요리다. 올리브, 토마토, 루꼴라 등 이탈리아에서 많이 쓰이는 재료를 활용한다. 여기에 한식재료인 쪽파와 녹두싹을 더했다. 알싸한 맛과 아삭아삭한 식감뿐 아니라 원기를 회복하고 현대인의 간을 해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상큼한 레몬 드레싱으로 맛을 내고 파르메산 치즈를 살짝 갈아 올려 완성한다.
03 | 라구소스 파파르델레(Ragu Sauce Pappardelle)
라구소스는 다진 고기를 듬뿍 넣고 끓여내는 토마토소스다. 채소 반, 고기 반 비율로 뭉근하게 끓여내 강된장만큼 뻑뻑하고 풍미가 진하다. 무거운 소스에는 가는 면보다는 파파르델레처럼 넓적한 면이 잘 어울린다. 고환희 셰프는 개군 한우 1++등급을 사용해 양기 가득한 보양식 개념의 라구소스를 만들었다. 직접 반죽해 만드는 생면 파스타는 쫄깃하고 차지다.
04 | 소곱창 스튜(Trippa)
이탈리아 내장 요리인 트리빠는 토스카나 지방의 서민요리다. 피렌체 거리에는 소곱창 스튜로 곱창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노점을 흔히 볼 수 있다. 소 내장뿐 아니라 돼지 내장으로도 만든다. 추운 겨울날이면 보양식으로 먹곤 했던 서민 음식이기도 하다.
<스파소>에서는 한우 양곱창을 육수에 3시간 이상 저온 조리한 뒤 토마토소스와 함께 오븐에서 익혔다. 쫄깃쫄깃하게 먹는 우리나라 곱창전골과는 달리 장시간 삶아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토마토는 누린내를 없애주고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해 소곱창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허브를 넣은 토마토소스는 조리하면서 신맛이 줄고 곱창의 구수한 맛이 더해져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05 | 뿌리 채소와 루꼴라 주스(Root Vegetables And Arugula Juice)
식사 맨 처음에 내어주는 한입거리 음식이다. 사이즈는 앙증맞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다.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모양새로 손님을 환영하면서 식사에 앞서 시각으로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뿌리채소인 비트와 연근은 한번 데친뒤 살짝 그릴링해서 유자소스에 무쳤다. 고 셰프는 “뿌리채소를 먹음으로써 땅의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꼴라는 녹즙으로 만들어 쌉쌀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깨워준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를 씻어내는 효능이 있다. 루꼴라 주스를 반 정도 담은 뒤 루꼴라 폼을 얹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