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8) 다주택자 특혜정책과 1주택자 우대정책은 소유권중심 주택정책이 낳은 쌍둥이, 그 결과 불안정과 투기, 약탈이 핵심가치인 사회를 만들어.
현 정부가 주택정책에서 제일 많이 내세우는 말이 ‘투기근절, 실수요자’ 보호이다. 투기근절은 1주택을 보유하면서 더 많은 주택을 매입하는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실수요자보호는 1주택자, 즉 자가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뜻이다.
다주택자들이 여러 채를 매입함으로써, 1주택자들이 집을 구입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은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부르고, 1주택자를 보호받을 선량한 시민으로 호명한다.
이런 말을 여러 번 언론을 통해 들으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정부당국자나 정치인들도 계속 이런 말을 되풀이하는데, 계속 들으면 항변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로 들린다.
그런데, 대한민국 역대정부와 정치권은 하는 말과는 반대로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대립으로 보지 않고, 한 부모 밑에 태어난 쌍둥이처럼, 똑 같이 그들을 대상으로 우대를 넘어 특혜정책을 펴왔다.
가장 현명하고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내 집을 가진 것이라는 것은 재테크 상식1호가 된지 오래다. 1주택자가 되면 청약을 통해 새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음으로써 로또청약이 되고, 집을 보유하는 기간 세금(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은 너무 낮고, 집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는 2년 상 보유거주하면 사실상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또 집이 낡아 개발하면, 층수를 더 높게, 건축면적을 더 많이 짓게 하여, 지대이익을 보장해준다.
다주택자는 어떤가? 다주택자는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세금 (취득,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준다.
정부와 정치권이 왜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대해 그 동안 특혜정책을 펴왔는가?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집값이 계속 올라야, 민간건설사들이 집을 신축해서 이익이 남고, 그래서 내수경기가 돌아가고, 금융권의 여유자금도 대출을 하고, 경제성장을 해야 정부도 세금을 걷어 나라살림을 운영할 수 있다.
집값이 올라야 사람들이 집을 산다. 집 값이 떨어지면 집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주기적으로 물건(주택)은 넘쳐나는데, 물건(주택)을 구입 할 구매력이 없을 때가 있다. 주기적으로 공황이 반복된다. 1997년 IMF 가 그렇고, 2008년 세계 금융공황이 그렇다. 이러한 (금융)공황상황에서는 금융권이 대출을 회수하기 때문에, 시중이나 가계에 돈이 없게 되고 물건(주택)을 보유하거나 공급하는 이들도 돈에 쪼들리게 되면서 가격이 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경기가 내수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 왔을까? 주택가격이 떨어져 주택을 구입하지 않으려고 않는다. 특히 무주택자 중에서 구매력을 갖춘 이들도 큰 비중의 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구입에 보수적이 된다.
이때 정부는 기존 주택가격이 전 방위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고 경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설경기, 주택경기 부양정책을 편다. 주식시장처럼 저점에서 주택을 구입하려고 기다리는 유주택자들에게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신호를 보낸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청약자격을 유주택자로 확대하고, 신규주택매입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대출규제를 완화한다. 그러면 유주택자들이 주택구입에 나서서 다주택자가 되고 언론은 주택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다. 다주택자들이 1주택자들의 집값 하락을 막은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데, 정부가 이러한 다주택자 특혜정책을 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집값이 떨어지는 데 건설사들은 집을 짓지 않아 집 공급부족이 나타나고, 구매력이 있는 이들도 집을 구입하지 않고 임대로 있게 된다. 전세가격이 오른다. 전세난이 온다.
그래서 정부 주택정책이 평상시에는 1주택자 우대정책을 통해 구매력 있는 1주택자들이 주택구입에 나서도록 했고 , 불황에는 다주택자 특혜정책을 펴서 전세난 및 주택가격 하락을 막고 주택경기활성화를 통해 불황을 인위적으로 타개해왔다.
정부와 정치권의 1주택자 우대, 다주택자 특혜정책은 소유권에 기반한 주택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이 우대, 특혜대열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누리는 우대 특혜를 허리에 짐으로 지고 힘겹게 한 걸음 한걸음을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듯이, 부의 격차는 일정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즉 주택구매력이 없는 이들이 있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면 정부의 주택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주택구매력이 있는 이들에게, 주택 가진 이들에게, 다주택자들에게 주택가격의 이익을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주택을 갖고 싶어도 구매력이 없는 이들을 주택정책의 주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후자는 배제하고 전자를 중심에 둔 정책을 펴왔다. 우리 사회의 주요정당, 관료, 산업계, 금융권, 언론, 지자체가 소유권에 기반 한 주택정책으로 이익을 보고 그 지속을 원한다.
이렇게 사회의 기득권세력이 강고한데, 소유권기반 주택정책이 쉽게 바뀌겠는가? 그리고 1주택자와 다주택자 중에 지대이익을 보는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대통령선거 입후보자 토론회에서도 후보자들이 스스럼없이 내 집 마련을 쉽게 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내 집 마련, 자가 보유 우대를 넘어 특혜를 해주겠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에는 내 집 마련을 못할 형편의 사람이 상당히 많다. 대통령후보자들에게는 그들은 정책대상이 아니다. 소유기반 주택정책은 정치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처럼 강고하게 보인다.
그런데 소유권 기반 주택 정책에 맹점이 있다. 집값을 계속 올리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금융대출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융공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즉 가격이 올랐다가 떨어지길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는 뜻이다.
또 집값 이익을 얻을 수 만 있다면, 살만한 집도 허물고 짓고, 더 넓고 더 높고 더 쾌적한 주택이 돈이 된다면 이러한 주택을 짓는다. 자원을 재활용해야 하고 과잉생산을 줄여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가 가져오는 기후위기를 예방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새 주택공급이 개인문제가 아닌 지구의 문제가 되는 시대이다.
주택소유권에 기반 한 주택정책은 그 동안 집값을 수십 년 동안 인위적으로 올려 와서, 주택가격이 노동소득으로 감당하는 범위를 넘겼다. 금융대출에 기반 한 지대이익이 중심이 되는 사회의 핵심 가치는 불안정이고 투기이고 약탈이다. 불안정과 투기 그리고 약탈이 중심가치인 사회는 지속하기 어렵고 끝없이 인간사회를 해체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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