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금상, 은상은 청풍명월정격시조문학회원이 아닌 외부 응모자의 작품에서 선정했습니다.
대상
공동 쓰레기통 / 최선주
종류를 안 가리고 주는 것 다 먹는데
입으론 분리수거 양심을 버리는 일
가로등 희미한 불빛 그도 울고 있는 것
선명한 글씨 아래 그림도 또렷한데
티 없이 맑은 눈의 습관을 키우는 일
한줄기 휘도는 바람 그도 알고 스친다
금상
월류정에 머물던 달밤 / 한휘준
무릉(武陵)이 어디냐고 여기서 묻지 마라
옥계수 목을 놓아 깊은 밤 울음 우니
월류봉 달빛에 취해 은어 떼들 춤춘다
복사꽃 일엽편주 강물에 흘러가고
휘영청 보름달도 운해(雲海)를 흐르다가
하룻밤 월류정 위에 머무르길 청했다
숨차게 흘러가던 여울물 우조가락
그때는 기쁨이고 흥겹던 시간 자락
이제는 깊게 팬 상처 눈물 담긴 강 언덕
시조창 아우르던 계면조 느린 가락
끊기듯 이어지며 솔향기 품은바람
적막 속 달빛 머문 밤 아픔만이 남았네
물안개 번져 오른 절벽 위 월류정(月留亭)에
달빛이 탄주하는 무현금 들려오면
청산은 여덟 폭 병풍 월류야경 (月留夜景) 펼친다
* 월류봉 월류정-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정자
은상
냄비 / 박종흡
열불에 들끓어도 피눈물 참아내고
가쁜 숨 잦아들면 속 배알 다 내 주네
남는 건
검게 그을린
멍울 시린 정인 걸
그 누가 저것처럼 뜨거워 보았을까
불길도 마다 않는 살신(殺身)의 소신공양
애간장
녹아내리는
울 엄마의 냉가슴
---------
늘봄작가상, 정혜작가상, 연담작가상은 청풍명월정격시조문학회원의 응모작품 가운데서 선정했습니다.
늘봄작가상
시조의 맛 / 안효겸
삼장에 깃든 풍류 육 구에 북을 울려
함축된 음보마다 나래를 펴는 비유
심금을 울린 파동이 상징으로 남는다
내공이 우려내는 알싸한 시향들이
중후한 품격으로 시절을 풍자 할 때
촉촉한 단비가 되어 우리 얼을 적신다
정혜작가상
인생 / 이순정
주어진 나날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활기찬 모습으로 기쁘게 맞이한다
조급히 먼저 핀 꽃이 서둘러서 가는 법
피어난 꽃송이들 향기를 감싸주면
여름이 남기고 간 가을을 얼싸안고
노을이 물들어 가듯 눈부시게 지는 삶
연담작가상
들꽃들의 향연 / 최정희
비바람 눈보라에 속 울음 참아내며
눈길이 못 미쳐도 언제나 환한 미소
너와 나 울타리 없어 더 빛나는 그대여.
꽃 속에 살짝 숨어 네 마음 살펴본다
반가움 숨겨두고 아쉬움 뒤로하고
오늘도 힘을 내라고 미소 짓는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