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의 『칠층산』 심화 강해] 제5강:
그리스도와의 연합, 참된 자아(True Self)의 발견
부제: 내가 죽고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는 관상(Contemplation)의 정상에 오르라
본문 말씀: 갈라디아서 2장 20절, 요한복음 3장 30절, 골로새서 3장 3절 (개역개정)
참고 텍스트: Thomas Merton, 『The Seven Storey Mountain』 (에필로그: 관상의 산맥, 그리고 참된 자유)
1. 서론: 영적 등반의 역설, '없어짐'을 향한 도약
세상의 등산은 산 정상에 올라 자신의 깃발을 꽂고 이름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칠층산(연옥의 산)의 등반은 정반대의 역설을 가집니다. 그 산의 꼭대기에 오르면, 나의 깃발도, 나의 이름도, 심지어 '나'라는 존재 자체도 흔적 없이 사라져야 합니다.
우리가 평생을 바쳐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대한 종교적 업적을 성취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자아(Ego)'라는 끔찍한 우상을 완벽하게 해체하기 위함입니다.
참된 관상(Contemplation)은 눈을 감고 신비한 환상을 보는 황홀경 따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완벽한 사랑과 뜻 앞에 나의 얄팍한 의지를 남김없이 굴복시킴으로써, 창조주와 피조물이 십자가의 피를 통해 하나로 용접(Welding)되는 가장 치열한 존재론적 연합입니다. 강단은 자아를 살찌우는 모든 거짓된 종교를 도륙하고, 완벽한 죽음을 통한 생명의 부활만을 선포해야 합니다!
2. 본론: 신학적 해체와 참된 자아의 부활
첫째, 비워짐(Kenosis)의 법칙과 자아의 소멸 (요한복음 3:30)
내가 하나님을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나를 완전히 소유하시도록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3장 30절의 서늘한 자기 해체의 선언을 보십시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I must decrease)!" 이것은 겸손을 가장한 도덕적 수사가 아닙니다. 존재의 절대적 소멸 명령입니다. 거짓 자아가 만들어낸 나의 계획, 나의 야망, 심지어 영적으로 훌륭해지고 싶다는 나의 거룩한 탐욕마저도 십자가의 제단 위에서 재가 되어야 합니다.
내 영혼의 공간에서 '나'라는 존재의 부피가 완벽하게 제로(0)가 될 때, 비로소 무한하신 하나님이 그 진공 상태를 맹렬하게 채우고 들어오십니다. 성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무언가를 해내는(Doing)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무능해지고 철저하게 없어지는(Nothingness) 능력입니다.
둘째, 세상에 대하여 감추어진 참된 자아 (골로새서 3:3)
거짓 자아가 죽은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창조 전부터 하나님 안에 숨겨져 있던 '진짜 나'를 대면하게 됩니다.
골로새서 3장 3절의 가장 신비하고도 압도적인 실존을 보십시오.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
우리의 생명, 우리의 참된 자아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박수갈채나 통장 잔고, 직위의 명패 속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완벽하게 감추어져(Hidden)" 있습니다.
마귀가 아무리 우리의 육신을 치고 환경을 짓밟아도, 결코 우리의 영혼을 파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참된 자아는 세상의 권세가 결코 닿을 수 없는 성삼위 하나님의 절대적 품속에 안전하게 이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당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노합니까? 그것은 아직 당신이 세상 속에 당신의 생명을 두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의 진짜 자아는 십자가 너머, 영원의 보좌 우편에 있습니다!
셋째, 기독론적 연합의 최종 완성: 관상의 정점 (갈라디아서 2:20)
칠층산의 최종 결론이자, 우주적 교회가 도달해야 할 영적 성숙의 궁극적인 꼭대기입니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의 맹렬한 십자가 연합의 선포를 보십시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이것이 관상(Contemplation)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토머스 머튼이라는 개체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습니다. 이제 제 안에서 호흡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내 의지와 하나님의 의지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상태. 내가 이웃을 사랑할 때 그것은 나의 얄팍한 동정심이 아니라 내 안의 그리스도가 당신의 심장으로 이웃을 사랑하시는 우주적 사건이 됩니다.
이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의 완성입니다. 종교적인 껍데기를 쓰고 사는 것을 멈추십시오. 당신의 전 존재가 그리스도의 생명력에 완벽하게 집어삼켜지는 이 압도적인 연합 속으로 투신하십시오!
3. 결론: 일상 속에 수도원을 건축하고 세상으로 진격하라
영적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 땅의 모든 강단과 성도 여러분!
저 토머스 머튼은 수도원의 담장 안에서 이 진리를 깨달았지만, 진정한 영성의 무대는 이 담장 밖, 여러분이 발 딛고 숨 쉬는 그 치열한 일상과 직장과 가정입니다. 이 마지막 지성적 명제로 여러분의 전 존재를 무장하십시오!
거짓 자아의 영구적 장례식: 세상의 인정과 성취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끈질긴 시도에 영구적인 사형을 집행하라. 십자가 아래서 완벽하게 실패하고 소멸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철저히 부서질 때, 당신 안의 그리스도께서 맹렬하게 부활하실 것이다.
하나님 안에 감추어진 정체성의 확립: 세상이 규정하는 나의 가치를 도끼로 찍어내라. 나의 진짜 생명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안에 감추어진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있음을 선포하고, 세상의 조롱과 찬사에 완벽한 '무감각(Detachment)'을 획득하라.
거룩한 육화(Incarnation)의 돌격: 산꼭대기의 관상에 머물지 말라! 내 안에 살아 숨 쉬시는 그리스도의 심장을 달고, 가장 타락하고 고통받는 세상의 한복판으로 다시 내려가라. 당신의 직장과 일상을 '내면의 수도원'으로 재건하고, 당신의 삶 전체를 세상을 살리는 피 묻은 제물로 맹렬하게 던져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