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고 사시나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스님, 요즘 뭐 먹고 사시오?”하는
질문을 자주 듣곤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토굴에는 공양주 하시는 분이 안 계시니
진각이 공양을 뭘 해서 먹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 많았죠.
요즘은 뭐 먹고 사냐고 묻는 사람들이 안 계십니다.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할 일도 없는 세상이 된 겁니다.
지천에 마트요, 지천에 식당이 있으니
굳이 뭐 해서 먹고 있냐고 묻는 이가 없는 거죠.
한 달 전에 김 처사님이 한 달 묵었다 가셨는데
그 때, 한 동안 못 들어 보던 단어가 나오는 겁니다.
“‘스님, 요즘은 누가 스님, 뭐 먹고 사나요?’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계십니까?”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 들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독 수행하시는 토굴승에게는 먹거리가 궁금하지만
요즘은 누가 먹거리에 고민을 안 해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안 계신 것은 시대의 흐름인가 봅니다.
이 글을 읽고 게신 불자님들께서도
모르긴 몰라도 공양해 주시는 분도 안 계시는데
때는 잘 챙겨 먹으며, 대충 한 끼 때우는 것은 아닐지.
진짜 궁금하실 겁니다.
요즘이야 봄 채소거리가 채전에 있으니
상추 뜯고, 고추 따고, 고수 뜯고, 방풍 잎 따면
된장에 쌈 싸 먹고 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궁금들 하실 겁니다.
설거지도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궁금증은 모르고 염불이나 잘하고 있는지?
기도는 잘 하고 있는지? 그런 문제만이 궁금하실 겁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진짜 뭘 해서 먹지?’하고
갑자기 궁금증이 송송 솟아날지도 모르겠죠.
다른 토굴스님들께서는
‘어떻게 식생활을 해결 하실까?’에 갑자기 궁금해지시겠죠.
‘설마 풀만 먹고 살겠어?’
‘대체 무엇을 먹고 살까?’
그런 궁금증은 당연히 솟구칠겁니다.
김 처사님은 거기에 시원한 한 방을 답을 날리죠.
“스님이 요리사인걸 모르니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할 겁니다.”
혼자 사는 분들 아마 거의 비슷한 고민이실 겁니다.
가정이나 토굴승이나 때 식사 때우는 것도
어쩌면 같은 고민거리일 겁니다.
오늘은 뭘 먹지?
시켜서 먹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 때를 시켜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 먹으려니 고민이죠.
진각이는 그런 고민을 해 보진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불자님들이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택배로 많이 보내 주시기도 했지만
요즘은 산문 밖에 나가면 보이는 게 마트요,
식당이니 먹거리로 고민은 안 하실 겁니다.
승은 한 끼도 거르지 않습니다.
매 끼를 손수 챙겨 먹습니다.
예전(아프기 전)에는 겁 없이 살았었습니다.
때 거르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오죽하면 요즘 시대에 영양실조가 무슨 말이 되냐고
의사에게 핀잔을 듣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식생활 습관이나,
모든 생활은 틀에 박힌 듯이
하루, 매 시간이 짜여있는 일정에 따라
거의 백골3사단 수색대 시절보다도 더 철저히 움직입니다.
기도하고, 글 쓰고, 운동하고, 식사 챙겨 먹고,
그 모든 과정들이 몸에 베이기까지
많은 시간을 재활에 투자했고
그 투자가 재활에 성공을 한 것이고
지금은 자주 내 어깨를 내가 툭툭 치면서
잘 참고 이겨내 주어 진짜 고맙다고 응원하곤 합니다.
부처님께 올릴 공양을 준비하면서
2컵의 쌀을 씻어 공양지었다가 사시기도 끝나고서
점심 공양하고 저녁과 다음 날 아침 먹고 나면
또 사시마지를 해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그러니까
하루에 한 번 쌀을 씻고 3번에 나누어 먹는거죠.
인스턴트는 종종 먹는 라면 말고는
거의 직접 조리하고 만들어서 국, 찌개 반찬
모두가 직접하여 만들어 먹으니,
모든 것을 수행으로 생각하면서 지냅니다.
수행에는 빈틈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을
병마와 싸우고서야 그것이 곧 수행이라는 것을 안 겁니다.
나와의 수행에 틈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내가 이겨 낸 재활로 인한 보람인 것이라 여깁니다.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입니다.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면 몸부터 시작해서 주변 까지가 엉망이 됩니다.
이것은 병마와 싸우고 나서야 깨달은 것입니다.
지금 누워 계신다면 앉으십시오.
지금 앉아 계시면 빨리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움직이시면 됩니다.
움직이시면 밥맛도 나고
그래야 정신도 건강도 좋아지고,
그래야 모든 일에 의욕이 솟습니다.
승이 직접 겪은 살아있는 법문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4년 06월 15일 오전 05:50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雲月野人 진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