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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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7 00:26
34집 원고 ㅡ 정지연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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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움직이는 책장
신남역 가파른 에스컬레이터
잠시 휴식하다
사람들이 몰려오면 바쁘게 굴러 간다
일렬로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꼭 움직이는 책장 같다.
촘촘히 꽂혀 있는 책들
그 속에 내 발걸음이 쓴 책도 함께 꽂혀있다.
길게 경사진 책들은 자신만의 슬픔에 대해
계단식으로 저술하고 있는지
나도 한 페이지의 일상에 몸이 끼워져
읽어 줄 사람도 없이 넘겨진다.
모두 무심하지만
꼭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한 문장이고 싶다
2)개망초 트럭
아침이면 묵정밭 달리는 개망초 트럭
하얗게 잘 영근 꽃망울을
나비 시장이나 벌 아파트에 내다 팔았다
식구가 하늘인 줄 알았던 울엄마
푸른 담요에 단잠 자는 어린 아들 위해
비린 손으로 하루를 지치고 나면 겨우
햇살 한 줄기 입금시켰다
개망초의 순결한 꽃말 때문일까
여기저기 주문에 바빴다
노란 꽃술도 택배에 실어 보냈다
겨울비 내리면
개망초 트럭은 논두렁에 주저앉아 있었다
해진 타이어 바꿔야할지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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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집 원고 ㅡ 정지연/ 정지연
꽃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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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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