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치료와 관리
척추(脊椎)는 경추(頸椎)ㆍ흉추(胸椎)ㆍ요추(腰椎)ㆍ미추(尾椎) 등 33개의 뼈와 뼈 사이를 잇는 23개 추간판(디스크), 신경, 혈관, 근육, 인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척추는 목과 허리는 앞으로 볼록하고, 등과 골반은 뒤로 굽은 모양으로 원만한 S자가 연달아 있는 구조이다. 디스크는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해 외부충격을 완충시켜주는 말랑말랑한 젤리같은 수핵을 지칭한다.
신경(神經)은 척추 뼈 사이의 빈 공간에 위치하며 뇌(腦)와 연결돼 있어 신체 장기의 감각, 운동을 조절한다. 이에 척추질환에 의해 신경이 눌리면 하지(下肢)통증, 감각이상, 마비 등이 생긴다. 근육은 척추를 지지하고 보호하며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인대(靭帶)는 탄력성이 있는 섬유로 만들어져 있으며, 척추 뼈 사이에 위치해 척추가 서로 제자리에 잘 붙어 있도록 잡아준다.
우리나라 사람의 약 80%는 한 번쯤 허리 통증을 경험한다. 일상생활에서 허리를 삐끗했거나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생기는 요통(腰痛)은 찜질을 하거나 자세를 올바르게 교정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디스크가 진행돼 생기는 요통인 경우에는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디스크는 척추를 구성하는 뼈와 뼈 사이에서 외부로부터 우리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추간판(椎間板)이 외상 등에 의해 수핵을 감싸고 있는 섬유질에 균열이 생겨 이 틈으로 수핵이 빠져 나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허리디스크 중에서도 인체의 무게중심과 중력을 가장 많이 받는 요추(腰椎) 4번과 5번에서 허리디스크 증상이 빈번히 나타난다.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특별한 힘을 가하지 않아도 허리가 계속 아프다 ▲찜질을 하거나 파스를 붙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통증이 허리, 엉덩이, 다리 방향 순으로 옮겨간다 ▲허리와 다리의 힘이 빠진다 ▲다리를 절룩거린다 ▲배에 힘을 주기 힘들어 대소변을 보기 어렵다 등이 있다. 다리를 절룩거리는 것은 디스크가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눌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며, 배에 힘을 주기 힘든 것은 디스크가 배변 및 배뇨 신경을 눌었을 때 생기는 증상이다.
만약 허리디스크라 의심되면 가정에서 간단히 진단을 해볼 수 있다. 즉, 똑바로 눕고 무릎을 편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리를 들어올렸을 경우 통증이 느껴지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 흔히 허리디스크 환자의 경우 다리를 조금만 들어올려도 허리, 다리 등에 통증을 호소한다.
목ㆍ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은 정형외과(整形外科)ㆍ신경외과(神經外科)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수술 치료와 보존적 요법으로 진료한다. 우리나라에서 척추질환은 진료의 수준과 시술 건수 등에서 척추전문(脊椎專門)병원이 대학(大學)병원을 리드하고 있다. 대개 척추환자 가운데 약3-5%만이 수술(手術)로 치료를 받고, 나머지는 비(非)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한다. 대부분의 척추질환은 약물요법,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경피적 척추 유합술, 미세 현미경 디스크 제거 수술, 풍선 성형술 등 가장 적합한 수술을 시행한다. 한편 대표적인 비수술적 요법에는 염증 등이 있는 부위에 주사기로 약물을 투입하여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신경치료술(신경차단술), 국소마취를 한 뒤 꼬리뼈 부위를 0.5cm 가량 절개한 후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로 밀어 넣어 시술하는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 등이 있다. 신경치료 외에 통증클리닉과 물리치료 등으로 비수술적 요법을 병행한다.
척추질환은 유전적인 영향은 매우 낮은 편이고,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척추질환은 치료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척추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 앉아 있을 때, 걷거나 서 있을 때, 누워 있을 때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 휴식, 금연 등을 실천해야 한다.
앉았을 때 발이 허공에 떠 있으면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허리에 부담이 간다. 따라서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대고 앉았을 때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아야 한다.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는 것을 피하고, 의자는 팔걸이가 있어야 앉은 자세의 좌우 균형을 맞추기가 좋다. 오랫동안 앉아서 일 할 때는 목디스크가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목의 받침점이 흉추 상부와 머리가 수직이 되게 한다.
서 있을 때는 어깨 넓이로 다리를 벌리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장시간 서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30분마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1분 정도를 하며, 또한 허리 돌리기를 한다. 걸을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전방 15도 정도에 시선을 두는 것이 좋다. 걸을 때 땅을 보면서 허리가 구부정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자세는 금물이다.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으면 체중이 신발 앞쪽으로 이동해 무릎은 원래보다 튀어나오고 허리는 뒤로 젖혀지는 자세가 된다. 이러한 자세가 반복되면 허리통증과 척추후만증이 발생할 수 있다.
누워 잘 때 베개가 높으면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에 무리를 주어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베개는 낮아야 한다. 베개 모양은 뒷목이 닿는 부분이 조금 높고 뒷머리 중양이 낮은 것이 좋다. 낮은 베개를 무릎 아래에 받치고 자는 것도 좋다. 엎드려 자는 것은 피해야 하며, 옆으로 누웠을 때는 베개로 목을 받쳐 척추 전체의 높이를 맞춰 주어야 한다. 누워서 팔베개를 하지 않도록 한다.
매일 적당한 휴식으로 척추의 긴장을 풀어 주도록 하며, 굽이 높은 구두는 피하도록 한다. 비만(肥滿)도 척추에 부담을 주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흡연(吸煙)으로 인해 만성적인 기침을 하면 복부 내 압력이 가해져 디스크에 압박을 준다. 또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척추 주변의 혈액 공급을 방해하므로 금연(禁煙)해야 한다.
척추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이며, 매일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이 걸을 때 척추 주변에 있는 수많은 근육을 사용하므로 근육이 강화된다. 걷기 운동은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경보(競步) 수준으로 양팔을 흔들면서 걸어야 척추 주변의 근육이 탄탄해진다.
또한 딱딱한 바닥에 담요를 깔고 ‘스트레칭’을 매일 30분 정도 꾸준히 하도록 한다.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으로 윗몸일으키기는 상체를 25-30도 정도 올리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고 복근(腹筋)과 허리근육이 탄탄해지는 효과가 있다. 바닥에 누운 뒤 손은 깍지를 껴서 무릎을 잡은 후 복부 쪽으로 당긴다. 무릎을 당길 때 허리 근육과 복근이 자극을 받아 강화된다. 허리근육운동은 체중으로 인한 압박을 분산시켜 허리를 바로 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여 허리의 유연성을 길러줘야 한다.
척추 질환이나 척추 수술경험이 있는 사람은 걷기와 스트레칭으로 척추 근육을 강화시킨 후 등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척추에 좋지 않은 운동에는 역도, 볼링, 테니스, 윈드서핑과 같이 척추에 하중(荷重)을 증가시키고 한쪽으로만 몸을 쓰는 운동은 피하도록 한다. 기계체조, 마루운동, 브레이크댄스 등 지속적으로 근육에 긴장감을 주는 운동도 척추에 좋지 않다.
척추 보조기(補助器) 착용은 통증이 심한 초기 급성기에는 증세를 완화하고 수술 후에는 회복을 도와준다. 그러나 장시간 착용하면 오히려 요추(腰椎) 주변 근육의 약화를 초래하여 요통을 만성화시킬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보조기는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착용기간을 결정해야 한다.
골다공증(骨多孔症)으로 척추가 약해진 노년층은 척추압박골절(骨折)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단백질, 칼슘, 인 등 뼈를 만드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의 경우 식물성단백질이 풍부한 콩도 효과가 좋다. 콩제품 중 두부에는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