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 (立夏)
박순심
겨우내 바짝 마른 몸을 흔들던 바람이
어느새 눅진한 습기를 머금고
창틀의 먼지를 닦아내는 오후,
꽃잎이 진 자리마다
누가 몰래 잉크를 엎질러 놓았나
연두는 어느덧 제 이름을 버리고
짙푸른 초록의 성(城)을 쌓아 올린다
보리 이삭은 제 몸 안의 수염을 밀어 올리며
햇살을 정성껏 빗질하고
나무들은 이제 막 도착한 여름의 서신을
잎사귀마다 촘촘히 받아 적느라 분주하다
아직은 반소매 아래 닿는 공기가 낯설어
살포시 소름이 돋아나는 시간,
그늘은 깊어지고
그림자의 보폭은 조금 더 무거워졌으니
이제 봄의 마지막 인사를
저무는 노을의 뒷모습에 실어 보내고
뜨거워질 당신의 계절을 향해
맨발로 한 걸음 내디뎌 보는 것이다
첫댓글 졸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뜨거워질 우리들의 문학 사랑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