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재다 / 박설희
브래지어 사러 왔는데 치수를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눈대중으로 얼추 비슷한 치수의 것을 들고 성큼 일어선다
양팔을 들게 하고 브래지어로 내 가슴 치수를 잰다 나도 모르는 내 가슴의 치수를 잰다 줄었다 늘었다 어떨 땐 콩알만 했다 어떨 땐 듣도 보도 못한 공간으로 휙 날아가 버리는 내 가슴을 잰다 내 가슴 크기를 나보다 더 잘 안다고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사양해보지만 막무가내, 평생 누군가를 먹이고 입히느라 살가죽에 가까워진 젖가슴으로 당당히 서서 내 가슴 크기를 잰다 당신 가슴은 얼마라고 숫자를 댄다
황송히 그 숫자를 받아들고 아, 내 가슴이 이만하구나 그런데 큰 건지 작은 건지 기준치를 몰라 쩔쩔매다가 생각해보니 가슴 크기의 평균이 뭐가 중요하랴
내게 딱 맞는다며 자신 있게 내미는 브래지어를 웃음으로 받아 들고 돌아서려는데 주변 노점에서 지켜보고 있던 수원 남문시장의 가슴들이 다들 깔깔 웃는다 빈 가슴으로 웃는다 비워서 충만해져서 웃는다
가슴을 재다
bitl.bz
'제2회 생명과문학 작가상', 박상재 아동문학가 박설희 시인 선정 - 문학인신문
계간 생명과문학(발행인 김윤환) 운영위원회는 22일 제2회 생명과문학 작가상에 박상재 아동문학가의 동화집 《꽃이 된 아이》와 평론집 《현대동시문학작품론》, 박설희 시인의 시집 《가슴을 재다》와 산문집 ...
www.munhakin.kr
계간 생명과문학(발행인 김윤환) 운영위원회는 22일 제2회 생명과문학 작가상에 박상재 아동문학가의 동화집 《꽃이 된 아이》와 평론집 《현대동시문학작품론》, 박설희 시인의 시집 《가슴을 재다》와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가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박상재 작가의 수상작인 《꽃이 된 아이》는 고양이, 까치, 동자꽃, 달항아리, 은행나무 등 다섯 가지 동식물을 소재로 생명의 소중함을 그린 단편동화집이다.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한 박작가는 1981년 월간 <아동문예> 신인상과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등단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수상작 외에 《도깨비와 메밀묵》, 《영웅 레클리스》, 평론집 『《한국대표아동문학가 작가작품론》 등 120여권이 있다.
박설희 시인의 수상시집 《가슴을 재다》에 수록된 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두 개의 대비적 세계이다. 세계는 대립하거나 대조적인 것들로 대비되고, 대비되기 위해 연결되며, 연결되면서 변화한다. 양편의 시편들이 포괄하는 저 안쪽에 ‘새’의 무수한 표현이 있을 것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박시인은 2003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하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수상작 외에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산문집 《먼 곳에서부터》 등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9일 오후2시에 시흥시 ABC행복학습타운 으뜸관 갤러리(소래산길 11)에서 2023 <생명시인 30인 초대시화전>과 함께 열리며, 상패와 함께 상금 200만원씩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