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글, 신슬기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8.3.20, 10000원
오늘은 찌질한 초딩이지만, 내일은 괜찮은 어른을 꿈꾸는
열세 살 우리들의 거침없는 이야기들
《블랙아웃》(박효미 장편동화), 《플레이 볼》(이현 장편동화) 등 완성도 높은 어린이문학으로 관심을 모아 온 한겨레아이들 ‘높은 학년 동화’ 시리즈가 신간을 출간했다. 베스트셀러 《로봇 친구 앤디》 《동생을 데리고 미술관에 갔어요》 등의 작가인 박현경 동화집 《또마의 그네》이다.
《또마의 그네》에는 모두 다섯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악마, 카자흐스탄 여행, 생으로부터 탈출하는 특급열차, 가상현실 롤플레이 게임 등 기존 어린이문학에서 다뤄지지 않은 독특한 소재가 우선 눈길을 끈다.
동화는 독특한 소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 ‘초딩’들의 속내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지긋지긋한 외로움, 벼랑 끝에 서 있는 위태로운 방황, 마지막 페이지를 써야 하는 쓸쓸한 사랑은 비단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절실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갈등하고 방황하며 자기만의 성장 곡선을 찾아가는 모습이 어른들 세계 못지않게 치열하다.
《또마의 그네》는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다섯 작품 모두 탄탄한 구성력과 연출력이 돋보인다. 또 아이들의 마음 밑바닥을 파고든 작가 특유의 집요함과 현실의 밀착성도 갖추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의 행동 특성이나 대사는 최근 발표된 그 어떤 동화보다도 현실적이다.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어린이의 깊은 내면이다. 평범한 아이가 벌이는 소소한 나쁜 짓들, 낯선 나라에 홀로 남겨지는 예측 못했던 상황, 완벽해 보이는 친구 엄마의 비밀, 남부러울 것 없던 아이가 생과 사의 경계에 다가서는 일들은, 우리가 그동안 밝고 씩씩하다고 믿었던 어린이
의 평온한 일상을 어그러뜨리며 낯설고도 절박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목소리는 ‘우리, 여기서, 이렇게 아프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보잘것없는 일상을 하루하루 위태롭게 방황하지만, 이 아이들이 꿈꾸는 내일은 결코 ‘찌질’하지 않다. 현실을 헤쳐나가는 건강한 지혜는 어른들은 넘보지 못할 그들만의 특권이라는 걸 이 동화집은 잘 보여 준다.
또마의 그네
아줌마
샤슬릭
국경 특급열차
숲에서 날 구해 줘
지은이의 말
수록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또마의 그네
바쁜 엄마 아빠와 공부 잘하는 모범생 형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나는 어느 날부터 ‘또마’라는 작은 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놀이터에 홀로 앉아 그네를 밀어 달라는 또마에게 이상하게 마음을 빼앗기며 이런 저런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또마를 만나는 건 주은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거나 편의점에서 이어폰을 슬쩍하는 나쁜 짓을 할 때이다. 어느 날 또마를 단호히 떠나보내지만,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된 나는 또다시 또마를 만나게 된다.
샤슬릭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 그리고 나까지 셋. 이상한 조합으로 떠난 카자흐스탄 여행 중 나는 우연한 사고로 휴게소에서 미아가 된다. 엄마도 가족도 필요 없던 나였지만 영어도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 낯선 공간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 버린다.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빠, 나 때문에 행복해질 수 없었던 엄마, 그리고 이제 나를 버린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한다. 엄마는 거짓말처럼 앞에 나타나고, 나는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아줌마
돌아가신 엄마, 해외에서 일하는 아빠 대신 할머니의...수록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또마의 그네
바쁜 엄마 아빠와 공부 잘하는 모범생 형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나는 어느 날부터 ‘또마’라는 작은 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놀이터에 홀로 앉아 그네를 밀어 달라는 또마에게 이상하게 마음을 빼앗기며 이런 저런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또마를 만나는 건 주은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거나 편의점에서 이어폰을 슬쩍하는 나쁜 짓을 할 때이다. 어느 날 또마를 단호히 떠나보내지만,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된 나는 또다시 또마를 만나게 된다.
샤슬릭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 그리고 나까지 셋. 이상한 조합으로 떠난 카자흐스탄 여행 중 나는 우연한 사고로 휴게소에서 미아가 된다. 엄마도 가족도 필요 없던 나였지만 영어도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 낯선 공간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 버린다.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빠, 나 때문에 행복해질 수 없었던 엄마, 그리고 이제 나를 버린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한다. 엄마는 거짓말처럼 앞에 나타나고, 나는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아줌마
돌아가신 엄마, 해외에서 일하는 아빠 대신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나에게 친구 유나의 엄마는 선망의 대상이다. 예쁘고, 세련된 옷을 입고, 언제나 상냥하고 교양 있는 유나 엄마는 할머니와는 너무나 다른, 내가 바라는 ‘엄마’의 이상이다. 어느 날 유나네 집에서 없어진 목걸이를 둘러싸고 오해가 생기고 유나 엄마는 나를 의심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데…. 결국 모든 일은 유나 엄마가 앓고 있는 마음의 병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국경 특급열차
이혼한 엄마, 외할머니와 살고 있는 나는 부족함 없이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졌지만 사는 게 시시하기만 하다. 어느 날 특급열차를 타고 국경으로 가는 여행 상품 광고를 보고 열차에 오르게 되는데, 열차 안에서 나는 국경 너머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고 그 세상에서는 완전히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열차에 오른 여행객들은 국경을 넘을지, 되돌아올지 선택하게 되고 나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때 국경 너머에서 살고 있는 또래 윤도로부터 강한 유혹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다.
숲에서 날 구해 줘
우연히 VR 게임방에 입장하게 된 나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하빈이와 마주친다. 마음 깊이 좋아했고, 사귀었지만 한 달 전에 헤어진 아이 하빈이를 나는 아직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욕도 하고 분풀이도 했지만 아직 나를 포위하고 있는 아이 하빈이. 그런데 하빈이가 다른 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게임 속에서 알게 된다. 위험에 처한 하빈이를 돕느라 탈출 시간까지 놓친 나는 탈출을 포기하고 하빈이와이 추억을 하나하나 아프게 곱씹는다. 그리고 드디어 목을 조르는 듯한 아픔에서 벗어나며 탈출에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