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663 술회述懷 66 병중언지病中言志 병중에 뜻을 말한다
세미다단아자여世味多端我自如 세상 맛은 다단하지만 나는 그대로 있어
차신천지일거저此身天地一籧篨 이 몸은 천지간의 하나의 병신이네.
산당일오적무사山堂日午寂無事 산당山堂에 해가 한낮인데 적연히 일 없어서
와폭복중천권서臥曝腹中千卷書 누워서 뱃속의 일천 권 책을 볕에 말린다.
칠척환구영욕외七尺幻軀榮辱外 일곱 자 헛된 몸이 영욕榮辱의 밖에 있어
백년인세소담중百年人世笑談中 백년의 사람 세상 담소談笑 속에 보낸다.
단지차물비타물但知此物非他物 다만 아는 것은 이 물건이 다른 물건 아닌데
소살서암호주공笑殺瑞巖呼主公 서암瑞岩이 주인이라 부른 것을 웃어대네.
병중언지病中言志 병중에 하는 말
세상사는 맛이 다양하다지만 난 언제나 나였고
천지간 이 몸은 대자리에 누운 천상바라기였소.
대낮의 산사에선 할 일없어 적적하니
양지바른 곳에 누워 뱃속에 넣어놓은 서책 천권을 말려야겠네.
일곱 척 내 몸은 속세의 영욕이 없는 곳에서
백년 인생살이를 담소하듯 살아간다오.
이 물건이 다른 물건 아님만 아나니
스스로 주인이라는 서암이 우스워 죽을 지경이라네.
►거저籧篨 대자리. 대오리로 엮어 만든 자리.
대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봄. 천상바라기.
►산당山堂 산사山寺.
►‘사나울 폭/쬘 폭曝’ 사나움. (볕을) 쬠
►환구幻軀 덧없는 껍데기(몸). 병들어 초췌한 몸
►서암瑞岩 당대唐代 유명한 선승禪僧.
종일 너럭바위에 멍청히 앉아서“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 외치며 修行했다.
●<무문관無門關> 제12칙 암환주인巖喚主人
서암언화상瑞巖彦和尚 서암 언(850~910) 선사는
매일자환주인공毎日自喚主人公 매일 스스로 "주인공!" 하고 부르고
부자응낙復自應諾 "네" 하고 응낙하고
내운乃云 이내 말하길
성성착惺惺着 "깨고 깨어 있는가?" 하고
시是 낙諾 "네" 하고 대답했다.
타시이일他時異日 다른 때 다른 날에도
막수인만莫受人瞞 “남에게 속지 말라." 하고 자문자답 했다.
無門曰 무문이 말했다.
서암로자瑞巖老子 서암언 늙은이가
자매자매自買自賣 자신이 팔고 자신이 산다
롱출허다弄出許多 신두귀면神頭鬼面 마치 도깨비장난처럼
하고何故 무슨 까닭인가?
개환저箇喚底 하나는 부르고
개응저箇應底 하나는 대답하고
개성성저箇惺惺底 하나는 깨어 있으라고 하고
개불수인만저箇不受人瞞底 하나는 남에게 속지 말라고 했다.
인착의전환불시認着依前還不是 그러나 이러한 구별에 잘못 알아 집착해서는 안 된다.
약야효타若也傚他 만약 서암 언선사를 모방하면
총시야호견해惣是野狐見解 이는 모두 여우의 견해이다.
송왈頌曰 무문선사가 송했다
학도지인불식진學道之人不識眞 도를 닦는다는 사람들도 진실을 모른다.
지위종전인식신只爲從前認識神 다만 본래의 신령함을 識으로 삼은 것이
무량겁래생사본無量劫來生死本 무량겁으로 나고 죽음의 근본이 되었거늘
치인환작본래인癡人喚作本來人 어리석은 이는 사람에게 본래 생사가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