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산’이라는 뜻의 괴산(槐山)은 백두대간에서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져 남한강의 달천과 금강의 보강천이 흐르는 우리 국토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고장이다. 느티나무는 수령이 길고 잎이 무성하며 악귀를 쫓는 나무로 알려져 예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관아와 마을 입구, 그리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개에 많이 심어져 지금까지 많이 남아 있다.
느티나무 ‘괴(槐)’는 존귀함을 뜻하기도 하는 글자라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을 ‘괴신(槐宸)’이라 불렀고, 최고의 행정기관인 의정부(議政府)를 ‘괴부(槐府)’, 외교에 관한 문서를 맡아 보는 왕조의 승문원(承文院)을 ‘괴원(槐院)’으로 불렀다. 또한 의정 대신인 3정승의 자리를 ‘괴위(槐位)’, 3정승의 지위를 ‘괴정(槐鼎)’이라고도 불렀다. 충북 괴산군을 위시, 느티나무 ‘괴’를 지명으로 쓰고 있는 곳은 부산의 사하구 괴정동, 대전의 서구 괴곡동 등이 있다.
‘괴산’이라는 지명은 조선 태종 13년(1413)에 부여받아 이제는 지명 탄생 600주년을 넘겼고 느티나무의 고장에 걸맞게 수령 100년을 넘긴 느티나무가 110그루나 있고, 300년을 넘긴 나무도 50여 그루가 아직 남아 있다.
느티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전국에 19그루가 있는데, 1996년 12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82호로 지정된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의 상괴목(上槐木)과 하괴목(下槐木)은 수령이 900년이나 된 신목(神木)이다.
괴산군은 친환경농업으로 물산이 풍부하고 인정이 후한 데다 도처에 청산(靑山)이 있다. 이 청산들 중 일부는 속리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고 이 청산들을 관통하는 쌍곡구곡, 선유구곡, 화양구곡은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
1957년 우리나라 기술로 처음 만들어진 수력발전소 칠성댐(괴산호) 주변의 경관도 이 구곡들의 절경에 뒤지지 않지만 지명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수도권 낚시꾼들에게 월척 붕어와 쏘가리를 잡아 올릴 수 있는 낚시터로 알려진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1년 11월 11일 괴산군이 칠성면 사은리, 칠성댐 주변의 옛길을 복원해 ‘산막이 옛길’을 조성했고 이 길이 전국에 크게 알려져 지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산막이 옛길이 알려지자 괴산호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해발 400~500m급의 국사봉(477m), 등잔봉(450m), 천장봉(437m), 삼성봉(550m)도 더불어 훌륭한 산행지로 각광 받게 되었다. 이 봉우리들 중 등잔봉은 옛날 한 어머니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 놓고 백일기도를 올렸다는 데서 얻은 이름이라 한다.
산자락 호수의 물가를 따라 나무 데크길로 이어 만든 ‘산막이 옛길’은 명품 산책로가 되어 연간 140여만 명의 외래객을 맞고 있어 괴산의 효자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충청도 양반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화양·선유·쌍곡구곡을 연결하는 9개 코스 85km로 조성되었고 일부 구간은 흙길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산막이 옛길과 충청도 양반길 탐승에서는 괴산호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이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괴산호에는 6척의 유람선이 운항하고 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 한가운데서 주위의 풍광을 둘러보는 것도 산꼭대기에 올라 호수와 그 주변을 조망하는 즐거움 못지않다.
산막이산장
막걸리 한 잔 땡기고 가세유

이 유혹에 끌려 산막이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목마름과 시장기가 도는 찰나, “막걸리 한 잔 땡기고 가셔유”라는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을 손가. 서글서글한 인상의 주인 내외가 금방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상을 차려 내준다. 한 됫박 담긴 막걸리 한 사발을 죽 들이키니 보통 막걸리가 아니다. 자연산 더덕향이 진한 진짜 더덕막걸리였다.
태초에는 천지의 모든 사물에 이름이 없었다. 후에 사람들이 자신의 시각과 감정에 따라 이름을 붙이고 설명을 덧붙였다. 괴산의 명품 산책로인 ‘산막이 옛길’을 조성하면서 이름이 없던 명소에 이름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스토리 메이킹(Story Making)에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다.
산막이 옛길 탐승에 앞서 안내소에 도착하니 오성인 문화관광해설사가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20여 개소의 테마별 풍광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해준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들이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십리길 탐승로의 양념이다.
노루샘, 호랑이굴, 매바위, 여우비바위굴 등 동물에 얽힌 이름이 많다. 앉은뱅이약수에서는 앉은뱅이가 이 약수를 마시고 그 효험으로 걸어서 나갔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40년 된 옷 벗은 미녀 참나무’에서는 이 미녀의 엉덩이를 마음껏 만져도 성희롱이 되지 않는다는 등, 맛깔스런 이야기와 아름다운 경관의 조화에 젖다 보면 금방 산막이 마을에 당도하게 된다.

메뉴 두부김치, 도토리묵무침, 감자전, 녹두빈대떡 각 1만 원. 잔치국수 5,000원. 올갱이해장국 6,000원. 더덕동동주 1만 원
전화 043-832-5553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279
유람선 대운호의 선장 가족
승객들과 함께 나누는 사랑과 행복

유람선을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나가면 산막이 옛길과 괴산호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환벽정(環碧亭)이 눈에 들어온다. 2011년 산막이 옛길 조성 때 세운 이 정자의 이름에는 ‘마음을 깨끗하고 청렴하게 그리고 푸르게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대운호 선장 가족 네 사람은 이 뜻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승객들을 우러러 받들며 사랑과 행복을 함께 나누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대운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 셋을 잘 키운 부모로 주변의 칭송이 자자한데, 특히 둘째 딸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한 교향악단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봉 아래 쪽 ‘굴바위 농원’이 이 가족이 사는 곳인데, 하산 길의 산꾼들 누구나 들러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전화 043-832-6745(굴바위농원), 010-8841-0006(오성인 문화관광해설사)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산막이나루)
우리매운탕
명가명소의 자부심, 손님들에 대한 지극정성

‘우리매운탕’에서는 ‘음식 맛은 장맛이 좌우한다’는 말에 따라 직접 담은 된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 된장에 미나리와 무, 배추, 감자, 마늘, 버섯 등 괴산에서 재배한 채소를 넣어 매운탕을 끓여 낸다는 것이 업소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넓은 마당 한켠에는 큰 느티나무가 서 있고 그 밑에는 넓은 평상을 깔아 놓았다.
메뉴 잡어매운탕 3만5,000~5만5,000원
전화 043-834-0005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강로 느티울길 8-2
중앙삼계탕
대물림 전통음식 계승 삼계탕 전문 업소

산행에서 흘린 땀과 피로를 회복하는 데 적격인 보양음식으로 각 지역의 유명 삼계탕집 한 곳쯤은 알아 두는 것도 좋겠다. 괴산읍내 중심가에 있는 삼계탕전문의 ‘중앙삼계탕’은 ‘대물림 전통음식 계승업소’이자 한국외식업중앙회 이경운 괴산군지부장이 운영하는 업소라 믿을 수 있는 곳이다.
메뉴 삼계탕 1만3,000원
전화 043-833-0414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괴산읍 읍내로 319
괴산주차장식당
귀환길 올갱이국, 뚝배기보다 장맛

메뉴 올갱이국 7,000원
전화 043-832-2673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괴산읍 읍내로 282
서울식당
온전한 음식 제공에 강한 의지

메뉴 올갱이국 7,000원
전화 043-832-2135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괴산읍 읍내로5길 9
묵은지 등갈비찜
한 부부의 별미개발 집념이 꽃을 피우다

먼저 업주 설두환·박정애 내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부인이 공무원 생활을 하던 남편에게 퇴직 후에 식당을 차리도록 설득했다는 것이다. 부부는 깊은 산골 이웃에서 함께 자란 초등학교 동기생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성장해서 독립하자 두 사람이 늘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식당임을 공감하고 ‘묵은지 등갈비찜’을 개점했다고 한다.
부인이 이집 저집 다니면서 먹어 본 음식 중에서 주 메뉴를 선택했는데, ‘묵은 김치와 갈비찜’이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1년 이상 묵혀야 하는 묵은 김치를 확보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토굴 속에 들어가서 작업을 했고 묵은 김치에 적합한 배추를 고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수십 종의 배추를 시식했다고도 한다. 부부는 100년 대계, 건강 100세 시대에 맞는 건강 음식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메뉴 묵은지 등갈비찜 1인분 1만5,000원
전화 043-834-2589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산로 3540
자연밥상
싱싱한 산나물과 더덕구이, 올갱이해장국 명소

올갱이의 표준어는 ‘다슬기’이지만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사투리를 가지고 있다.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나 올뱅이,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경상도에서는 ‘고디’로 부른다.
괴산 칠성초등학교에서 약 400m 지점 길가에 올갱이해장국집 ‘자연밥상(대표 전진영)’이 있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하루에 올갱이해장국 80그릇만 판다고 한다. 해장국을 80그릇 이상을 차려 내자면 당연히 다른 반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싱싱한 산나물 반찬과 더덕구이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바쁘다 보니 80그릇이 한계라 이 방침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메뉴 올갱이해장국 8,000원
전화 043-834-0016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칠성로 87

내 고장의 물로 빚은 술을 마시자
신주불이(身酒不二)라 ‘내 고장에서는 내 고장의 물로 빚은 술을 마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는 말이다. 식량사정이 어려워 술 빚는 것을 제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건이 확 달라졌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주조허가를 받고 술 제조가 가능하다. 술맛은 물맛이 가장 중요하다. 괴산에서 마실 수 있는 술은 대영주조(대표 김정구)에서 만드는 ‘괴산 찰옥수수 생막걸리’다. 군내 식당이나 관광지에서 이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괴산에 대한 애정을 더하게 했고 산막이 옛길에서도 이 막걸리를 마실 수 있어 매우 반가웠다.
전화 043-834-6677
찾아가는 길 충북 괴산군 문광면 문법3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