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생유행(三生有幸)
■ 삼생(三生)에 (인연이 되는) 행운이 있다. 서로 남다른 인연이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당(唐)나라 때 고승 원택(圓澤)에게는 이원선(李源善)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여행길을 떠났는데, 원택이 만삭이 다 된 어느 부인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장탄식을 했다. 이원선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까닭을 묻자 원택이 대답했다. “저 부인은 임신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지금까지 내가 환생하여 자기의 아들이 되기를 바라고 있지. 지금까지 이를 피해 왔는데 오늘은 도저히 피할 수가 없게 되었네.” 이원선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믿지 않자 원택이 말했다. “오늘 밤에 내가 입적을 하게 될 걸세. 삼일 후에 부인의 집에 가 보게. 아들을 낳을 터인데 만약 갓난아이가 자네를 보고 웃으면 그가 바로 난 줄 알게.” 잠시 후 원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는 아주 좋은 친굴세. 다음 세상에서도 나는 자네를 친구로 삼고 싶어. 13년 후 중추절 밤에 항주(杭州)의 천축사(天竺寺)에서 다시 만나세.” 이원선은 반신반의하면서 대답했다. “좋아. 꼭 약속 장소에 가 보겠네.”
그날 저녁 원택은 입적했고, 그 부인은 사내아이를 낳았다. 삼일 후, 이원선은 원택의 말대로 부인의 집으로 갔는데, 갓난아기가 이원선을 보고는 웃는 것이었다. 이원선은 원택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13년 후 추석에 이원선은 약속대로 항주의 천축사로 원택을 만나러 갔다. 그가 막 절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소 등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목동이 보였다.
삼생석 위에 옛정 서린 영혼이여
달구경 시 읊는 것 말하지 마세
정든 사람 멀리서 찾아오니 부끄러워
몸은 다른 몸이나 마음은 영원하리
三生石上舊情魂
賞月吟風不要論
慚愧情人遠相訪
此身雖異性長存
이원선은 목동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원택공은 건강하신가?” 목동이 대답했다. “이공은 정말 약속을 지켰구려. 그런데 내가 속세의 인연이 끝이 나 더 이상 그대와 가까이할 수가 없게 되었다네. 나는 수행을 해야 한다네. 앞으로 우리 만날 날이 있을 걸세.” 원택은 또다시 노래를 한 수 부르고는 떠나가 버렸다.
살아생전이나 사후의 일 아득하기만 해
인연을 말하려니 창자가 다 끊어지네.
오와 월의 산천 다 돌아보았으니
뱃머리 돌려 구당협으로 가려네.
身前身後事茫茫
欲話因緣恐斷腸
吳越山川尋已遍
却回烟棹上瞿塘
3년 후, 대신 이덕유(李德裕)가 이원선이 충신의 아들이며 효순하므로 벼슬을 내릴 것을 황제에게 주청하였다. 황제는 이원선에게 간의대부(諫議大夫)를 제수했으나 이원선은 받아들이지 않고 80세까지 살다가 절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이야기는 소식(蘇軾)의 《승원택전(僧圓澤傳)》에 나오는데, 여기에서 ‘삼생유행’이 나왔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삼생석(三生石)은 항주 천축사에 있다. 불가에서 말하는 삼생은 전생(前生), 금생(今生), 내생(來生)이다.
출처 : 고사성어 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