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黃眞伊)
蕭寥月夜思何事(소요월야사하사)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 하오신지
寢宵轉輾夢似樣(침소전전몽사양) 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問君有時錄忘言(문군유시녹망언) 님이시여 때로는 제가 드린 말도 적어보시는지
此世緣分果信良(차세연분과신량) 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지요.
悠悠憶君疑未盡(유유억군의미진) 멀리 계신 님 생각, 끝없어도 모자란 듯
日日念我幾許量(일일염아기허량) 하루하루 이 몸을 그리워는 하시나요.
忙中要顧煩或喜(망중요고번혹희) 바쁜 중 돌이켜 생각함이라 괴로움일까 즐거움일까.
喧喧如雀情如常(훤훤여작정여상) 참새처럼 지저귀어도 제게 향하신 정은 여전하온지요.
<황진이와 소세양>
소세양은 황진이가 사랑한 유일한 사람이다. 황진이가 잠 못 이루고 마음을 알고 싶었던 사람은 소세양(蘇世讓)이다. 조선전기 문인으로 형조, 호조를 거쳐 이조판서 우찬성까지 역임했다. 뛰어난 문장가로 율시에 뛰어났으며 송설체(宋雪體)의 대가였다고 한다.
소세양과 황진이의 30일간의 사랑은 참으로 애틋하다.
송도의 명기 황진이가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들은 소세양은 황진이가 절색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와 30일만 함께 하고 헤어질 것을 친구들에게 약속한다. 황진이를 만난 소세양은 30일의 약속으로 동거에 들어가고 마침내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소세양은 황진이와 함께 이별의 술잔을 나누었다.
그러자 황진이는 남루에 올라가
“내일 아침 님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
라는 시 한수를 소세양에게 써주었는데 이는 결국 소세양의 마음을 움직였고, 친구들의 약속을 어긴 소세양은 다시 황진이 집에 더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