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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맛은 일코 이날개 삼살?]
홍어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사장 : 그러면, 홍어 맛을 따질 때 [1-코] [2-날개] [3-살]이라고 하잖아요? 그것은 왜 그런 거예요?
용하 : 홍어가 뼈 속에 지방분이 많아서 세꼬시가 고소하다고 말했잖아요?
사장 : 아! 그래서 [1-코] [2-날개] [3-살]이 되는 것이네!
용하 : 그리고 홍어 맛을 이야기할 때는 크게 냄새하고 고소한 맛으로 이야기 하는데....... 홍어 냄새가 주로 암모니아 휘발성 냄새란 것 정도는 아시잖아요?
사장 : 그 정도는 알지요. 암모니아 냄새!
용하 : 홍어에서 올라오는 휘발성 기체들 중에서 암모니아는 25% 정도밖에 안 되고 75% 정도의 다른 기체들도 같이 날아오른다는 얘긴데, 암모니아가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암모니아 위주로 냄새가 나고, 숙성과정에도 암모니아의 강알칼리성이 ‘세균들이 번식하지 못하게’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도 이야기를 했고요?
사장 : 예.
용하 : 그리고 홍어에서 암모니아는 요소가 분해돼서 생성되는 것인데, 상어나 홍어 같은 연골어류에는 삼투압작용을 위해서 피(혈액) 속에 요소가 일반 물고기(경골어류)보다 백(100)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는 것도 이야기 했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피는 동물의 몸속에서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고 노폐물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큰 핏줄은 뼈 바로 밑에 붙어 있습니다.
형님 : 아.......
용하 : 모세혈관은 살 속 근육으로 퍼지는 것이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피는 근육뿐만 아니라 신경을 많이 쓰는 뇌에도 많이 필요한데, 가오리나 홍어는 코라고 하는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사실은 코가 아니라 대가리입니다.
사장 : 아!.......
용하 : 그러니까 홍어 코라고 하는 부분이 홍어 두개골 즉 대갈통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레이더 역할을 하는 신경이 밀집되어 있고요. 홍어 코는 같은 물렁뼈라도 다른 데 물렁뼈보다 훨씬 물렁물렁하잖아요?
형님 : 그러네, 홍어코는 같은 물렁뼈라도 많이 부드럽네.
용하 : 신경이 몰려있어서 물렁물렁한 것 같아요. 판단을 해야 하니까!
사장 : 아아!........?.......
용하 : 그래서 내 생각에는, ‘홍어를 잡으면 피를 빼기는 하는데’ 뼈 바로 옆에 큰 핏줄(혈관) 속에 남아있는 요소 성분이 암모니아로 변하면서 향을 진하게 내고, 그 암모니아 향이 물렁뼈 속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지방분의 고소한 맛하고 융합되어서.......
형님 :.......
용하 : 홍어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진한 맛이 뼈 부분에 많이 들어있는 것 같고요.
사장 : 아-
용하 : 그러니까 신경을 많이 써서 핏줄이 많이 들어가는 코라고 하는 대갈통 부분하고 날개 부분에 진한 맛이 고여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장 : 아-
용하 : 또, 홍어 날개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옆 지느러미가 변화된 것이거든요. 그 옆 지느러미 안에 뼈들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사장 : 아아!
용하 : 정리하면,
형님 :.......
용하 : 홍어의 혈액 속에 요소가 일반 물고기보다 백배는 많이 들어있는데, 남아있는 피 성분이 암모니아로 변하면서 다른 휘발성 향들과 합해져서 홍어 특유의 상큼한 향을 내고, 그 핏줄들이 뼈에 붙어 있어서 뼈를 씹으면 뼈 속에 고소한 지방분들하고 합해져서 강렬한 홍어의 맛을 내는데.......
사장 :.......
용하 : 그런 구조가 [1-코] [2-날개] [3-살]이란 것입니다. 살 속에도 물렁뼈가 들어 있고!....... 세꼬시니까!....... 오케이?
사장 : 아하, 오케이!
용하 : 그래도 치아가 약한 손님들한테는 날개보다는 살이 나을 것입니다. 코는 많이 물렁물렁해서 이가 약해도 별 무리 없이 씹을 수 있는데, 날개는 부담이 많이 되지요. 더더구나 수입산 같은 경우에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홍어회의 찰진 질감을 많이 강조했는데, 살이 찰지지 날개는 씹을 때 맛과 향이 강해기는 해도 찰진 느낌은 없잖아요?
사장 : 오케이!
용하 : 그리고 홍어 살 속에도 요소가 남아 있어서 홍어 특유의 맛이 있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요소가 삼투압작용을 하는 이유는 [등장액] 상태로 홍어의 몸속에서 세포와 세포벽 사이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인데, 홍어의 살 속에도 요소가 남았다가 숙성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변한단 말이잖아요?....... 지금 막 느끼셨고요?
사장 : 오케이, 인정!
[홍어 맛을 찾아다니다]
홍어집 사장이 홍어 상차림도 구색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나는 처음부터 상차림이 간결하면서도 알차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노하우가 들어있는 상차림이었다.
용하 : 그래도 노하우가 많이 들어간 상차림인데요?
사장 :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고요.
용하 : 빈말이 아니고요, 딸려 나온 반찬들 궁합이나 홍어 맛을 봐서는 홍어를 잘 아시는 분이 만들어낸 상차림인데요?.......
형님 : 니가 볼 때 그러냐?
용하 : 상차림 한 가지 한 가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궁합도 잘 맞고, 알차게 나왔잖아요? 밑반찬을 최대한 줄이고 홍어 양을 최대로 하고!
형님 :....... 그래?
용하 : 사장님, [식객-순라길] 여러 번 보셨다고 했지요?
사장 : 예.
용하 : 그럼, 순라길 가보셨겠네요?
형님 :.......?
사장 :........ 예, 순라길 가봤습니다.ㅎㅎㅎㅎ
형님 : 허영만 만화에 나오는 서울에 있는 순라길?
용하 : 예. 그 홍어집!
형님 : 이야, 원장님 3년 동안 따라다녔는데....... 혼자 다닌 데도 있네?
사장 : 아, 이러면 김사장님한테 미안한데!....... 김사장님, 부산경남 벗어나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이야기 못한 것이라고! ㅎㅎㅎㅎ-
형님 : 하기야!....... 잘했어!
용하 : 그럼, 순라길 말고도 전국에 유명한 홍어집은 다 다녀보셨겠네요?
형님 :.......?
용하 : 홍어집 어디어디 다녀보셨어요?
사장 : 아....... 우리 김사장님한테는 비밀로 했는데, 오늘 너무 많이 들통나버리는데.ㅎㅎㅎㅎ........
형님 : 이야!....... ㅎㅎㅎㅎ-
사장 : 인터넷 보고 괜찮다고 하는 집들은 다녀봤는데, 서울하고 경기도 쪽하고 광주하고 목포도 몇 집 가보고요.......ㅎㅎㅎㅎ-
형님 :........그럼, 그렇지. 우리 원장님이 바로 시작했을 리가 없지!
용하 : 형님, 이 정도 신경 써서 장사하는 집에서 메뉴 하나 내놓으려면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지금 나와 있는 상차림은 홍어장사를 잘 하는 누가 가르쳐줬거나 배우신 것이라고!
사장 : 히야!.......
용하 : 그래 다녀보니까 홍어 맛들이 어떻든가요?
사장 : 홍어집들이 생각보다 영세했고....... 인터넷에 나와 있는 이름 좀 있다는 집들을 다녀봤는데....... 솔직히 전에는 홍어를 아예 안 먹어봐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정확히 홍어 맛을 평가를 못하겠어요.
용하 : 그래도 이름이 있는 집들을 찾아다니셨을 것인데, 그런 집들은 좋은 홍어가 나올 것이고....... 차이가 있었을 것인데요?
사장 : 서울은 홍어가 전라도식하고 서울식이 있던데, 전라도식은 많이 삭혀서 많이 세고 서울식은 덜 세고요. 그리고 [순라길]은 그 어머님이 전라도 분이시라 그러신지 서울식을 많이 따른다고 하는데도 부산서 장사하기에는 너무 세게 삭힌 것 같았고....... 인천이나 시흥-부천-안양 같은 데도 전라도 분들이 많이 살아서인지 홍어 맛이 많이 강하고.......
용하 : 예에!.......?.......
사장 : 광주 목포도 대부분 부산서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강했어요.
용하 : 그래도 경험도 없으신 분이 홍어를 상품으로 내놓으셨으면 모델이 되는 집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사장 : 모델로 삼았다기보다는.......
형님 :.......?
사장 : 여기저기서 좋은 점을 따다가 내 나름대로 만들어 본 것인데....... 그래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홍어집이 숙성 정도가 부산사람인 내 입맛에 제일 맞는 것 같데요. 그 집이 서울식으로 한다는 집이었거든요.
용하 : 그래서 처음에는 서울식 숙성 정도로 홍어를 받았던 것이네요?
사장 : 예. 그랬더니, 부산 사람들 입맛에는 서울식도 아직까지 센가 봐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덜 삭힌 것으로 보내주라’고 해서 오늘 받은 것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이 ‘삭힌 홍어’입니다.
용하 : 그럼, 오늘 먹은 홍어 중에서 싱싱하게 삭혀진 홍어는요?
사장 : 목포에서 유명한 홍어집 한군데를 갔는데, 덜 삭힌 홍어라고 상당히 싱싱한 홍어가 나왔는데....... ‘목포식으로 먹는 싱싱한 홍어도 보내주라’고 해서 같이 받은 것이고.
용하 : 그럼 이 집 홍어는 [덜 삭힌 홍어]는 ‘목포에서 덜 삭힌 홍어’정도로 맞추고, [삭힌 홍어]는 ‘서울식으로 삭힌 홍어’보다 약간 덜 삭힌 홍어에 맞추고 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사장 : 예.
형님 : 오늘 임자 만났네.ㅎㅎㅎㅎ-
사장 : 진짜로!ㅎㅎㅎㅎ-
[홍어삼합을 맛보다]
이제는 홍어삼합을 먹어볼 차례였다.
사장 : 홍어삼합인데 진짜로 막걸리 안 가져와도 되겠습니까?
용하 : 막걸리는 입안 깨끗할 때, 다음에 더 와서 막걸리로만 먹지요 뭐.ㅎㅎㅎㅎ-
사장 : 그럼, 그럽시다. 언제든지요.ㅎㅎㅎㅎ-
삼합이란 설명을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용하 : [홍탁삼합=홍어+막걸리+돼지고기+김치]라는 정도는 아실 것이고요?
형님 : 그 정도야 알지.
용하 : 그럼, [삼합]이란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사장 :....... 느낌은 있는데....... 설명이 안 되네요
형님 :....... 나도 느낌은 있는데, 설명을 못하겠네!
용하 : [삼합]이란 말은 역학에서 나온 말입니다. 역학에는 음양오행이 있는데, 음양은 상대적인 개념이고, 오행은 [목(나무)-화(불)-토(흙)-금(쇠)-수(물)]라는 5가지 근본 (물질)이 돌고 돌면서 운행한다는 뜻인데, 이 5행에 상극과 상생이 있어요.
사장 :.......
용하 : 상극과 상생은 아실 것 아시지요?
형님 :.......
용하 : 여기서 [상생]은 오행 중에서 2가지가 ‘잘 맞다’는 뜻이 있는데, [상생]을 [합]이라고도 합니다. [합]을 [궁합]이라고도 하고요.
형님 :.......
용하 : 그리고 오행 중에서 3가지가 만나서 ‘잘 어울리는 것’을 [3합=삼합]이라고 하는데, [3합]은 ‘세 가지가 잘 어울려서, 두 가지가 어울리는 상생의 [(2)합]보다 그 기운이 훨씬 강해지고 영향력이 커진다.’는 뜻이 있어요.
사장 :.......
용하 : 무슨 말씀 드리려고 한 줄 아시겠어요?
형님 : 그래서, [홍어+돼지고기]+[묵은김치]가 잘 어울린다는 말 아니냐? 같이 먹으면 맛이 더 세지고! 김치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고!
사장 : 이야 멋지네! 두 분이 척척 맞네!
형님 : 악수 한 번씩 더해!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악수를 끝내고, 두 사람은 접시 안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형님 : 돼지고기 깔고, 홍어 올리고, 그 위에 김치 올리고!
사장 : 돼지고기 깔고, 홍어 올리고, 또 김치 올리고!
용하 : 참, 촌티들을 내시네, 촌티들을 내요!ㅎㅎㅎㅎ-
형님 : 삼합을 이렇게 먹는 것 아니냐?
용하 : 뭐 공식이 어딨다고? 먹고 싶은 데로 먹는 것이지!ㅎㅎㅎㅎ-
형님 :.......?
사장 :.......?
용하 : 자, 봐 봐요!
그러면서 나는 홍어를 먼저 넣어서 씹었다. 두 사람은 뜨다 말고 또 지켜보고.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기 위해서!....... 씹다가 홍어 맛이 강하다 싶을 때 돼지고기를 넣고 씹었다. 지방분이 많은 부드러운 삼겹살에서 ‘고급 도로(참치뱃살)를 씹을 때처럼’ 육즙이 술술 새어나왔다.
그러면서 삼겹살 고유의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홍어 맛에 섞이는데, 홍어 맛이 돼지고기 기름 때문에 홍어 맛 자체가 엄청 풍부해지면서 돼지고기 맛이 쌈빡해지고....... 홍어 맛은 홍어 맛대로 있고, 돼지고기 맛은 돼지고기 맛대로 있으면서....... 홍어 맛하고 돼지고기 맛하고 짬뽕되는데....... 홍어 향과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엄청 많아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맛과 향은 지금까지 어떤 고기에서도 느낄 수 없었을 만큼 진하고 고소하고 상큼했다........ 계속 씹었다. 계속 더 진하고 고소해졌다........ 그리고 돼지고기 맛이 더 우세해지려고 할 때 김치를 입에 넣고는 같이 씹었다. 아주 쌈빡해지고 개운해졌다........마지막에는 삼켰다.
용하 : 아아!....... 감동적이네!
형님 : 무슨 맛인데?
사장 : 맛이 어떻습니까?
용하 : 감동적이어요.ㅎㅎㅎㅎ....... 두 분도 드셔보세요.
두 사람이 3단으로 쌓아놓은 것들을 놔두고 따라했다. 그 사람들 먹을 때 나는 또 먹었고!
사장 : 으음, 괜찮네!
형님 : 이렇게 먹어도 먹을 만하네!........
용하 : 그럼, 지금까지 3단으로 먹었단 말이에요?
형님 : 삼합은 그렇게 먹는다고 해서 그 맛을 알려고?ㅎㅎㅎㅎ-
용하 : 하하하하- 한 번 더 그렇게들 드셔보세요
세 명이서 같이, 홍어를 먼저 넣고 씹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씹다가....... 마지막에는 김치를 넣고 씹었다.
용하 : 어때요? 형님도 광고쟁이니까 형님이 표현해 봐요
형님 : 이렇게 먹으니까!....... 홍어 맛은 홍어 맛대로 있고, 돼지고기 맛은 돼지고기 맛대로 있고, 김치가 들어가니까 더 상큼해지는 것 같네.
용하 : 더요!
형님 :그러면서도, 홍어를 씹다가 돼지고기도 같이 씹으니까 돼지고기 본래의 맛이 홍어 맛으로 되는 것 같으면서 맛이 엄청 풍부해지고....... 고소해져버리네. 홍어의 암모니아 향 때문에 시원해지고!........ 그러다가 묵은 김치가 들어가니까 더 쌈빡해지는데.......
사장 : 예에!.......?.......
형님 :....... 따로 논 것 같은 홍어 맛하고 돼지고기 맛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돼지고기의 기름기들이 홍어 맛을 받아들여서 아주 쌈빡하게 진하고, 쌈빡하게 고소해지네!
용하 : 예에!........?
형님 :....... 그러면서 돼지고기의 느끼함이 싹 없어져버리고!......... 맞아! 마지막에 김치가 들어가니까 쌈빡한 것을 더 쌈빡하게 해서, 끝나는 것도 쌈빡하게 끝나게 만들어버리네!....... 야아, 이제 홍어삼합의 맛을 알겠다!
사장 : 우리 김사장님도 표현이 보통 분이 아니시라니까! 그러니까 내가 오시라고 하는 것이지........
형님 : 나도 보통은 아니라니까.ㅎㅎㅎㅎ-
사장 : 이렇게 따로따로 먹어보니까 맛을 분간할 수 있겠네. 합쳐졌을 때 맛도 알 수 있고. 김사장님, 나도 이제 삼합 맛을 알겠네!
그렇게 한번 씩 더 먹어보라고 했다. 고기는 많이 씹을수록 맛을 잘 알 수 있다.
용하 : 그럼, 이제 공식대로 3단씩 한꺼번에 넣고 씹어들 보세요.
나도 ‘돼지고기 놓고, 홍어 올리고, 김치 올려서’ 한 입에 홍어삼합을 넣고는 씹었다.
용하 : 다시, 3단으로 홍어삼합을 씹어보세요
나도 다시 3단을 쌓아서 입에 넣었다. 세 명이서 계속 씹어 삼키면서, 느껴지는 홍어삼합의 맛을 누구랄 것도 없이 나오는 대로 바로바로 표현해보자고 했다.
“같이 씹어도 각자 덩어리들은 본래 각자의 맛을 씹힐 때마다 내보내는데....... 돼지고기 육즙이 가장 풍부하고, 그 돼지고기 육즙이 홍어하고 섞이면 느끼한 맛이 전혀 없어져버리고....... 거기에 김치가 전체 맛을 쌈빡하게 하네!”
“돼지고기 맛이 시원해지고, 엄청 고소해지면서도 느끼한 맛이 전혀 없네!”
“홍어도 홍어만 먹을 때보다 엄청 고소해지고, 돼지고기 기름기 때문에 고소한 맛이 엄청 풍부해지네!”
“홍어는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면서 고소한 맛을 시원하고 진하게 해주고....... 돼지고기는 홍어의 강한 맛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엄청 진하고 많게 만들어버리네!”
“돼지고기 육즙에 홍어가 섞였을 때 김치를 만나면 단 맛이 생기네!”
“맛과 향이 독특하면서도 강하고, 고소한 맛이 시원하면서도 진하고....... 전체 맛은 깊고 쌈빡하네. 뒤끝은 상큼하고!”
“돼지고기 맛이 이렇게 진하고 쌈빡해질 수 있나?”
“홍어 맛이 이렇게 진하고 고소해질 수 있나?”
“김치는....... 돼지고기의 풍부한 기름기하고 홍어의 강한 맛이 만나서 쌈빡해진 것을....... 더 쌈빡하게 해서, 전체 맛에서 묵은 김치 특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네!....... 뒤끝도 상큼하게 하고! 목구멍을 타고 허파 속까지 시원해지네!
세 명이서 씹어 돌려 삼키면서 홍어삼합을 예찬했다.
용하 : 돼지고기도 보쌈집 치고는 상급을 쓰시네요?
사장 : 그것도 알 수 있습니까?
용하 : 그거야 보쌈집 좀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알지요!
형님 :.......?
용하 : 질감, 육즙, 향, 맛, 색깔만 봐도....... 정육점 사장 아니라도 요새 아줌마들도 고기 부위별 등급 보면서 사는 사람들 많은데, 고기 좀 먹어본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어요. 손님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사장 : 사람들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
용하 : 삶아서 썰어놔도 기름기들이 여러 층으로 골고루 잘 분포되어 있어서 부드럽고, 나이 먹은 돼지 아니라서 안 뻣세고....... 고기가 식어도 근육 조직이 안 갈라지잖아요?.......
사장 : 그리고요?
용하 : 육수가 많아서 계속 촉촉하고! 고기가 계속 촉촉한 것은 삶은 것이 아니라 찐 것 같은데, 육즙이 많이 안 빠져나가게 한 덕분인 것 같아요.
사장 : 이야, 보쌈집에서 중요한 것인데....... 잘 보시네!
많이 삭힌 홍어로 [홍어삼합]을 먹어봤으니, 이제 덜 삭힌 홍어로 [홍어삼합]을 먹어보자고 해서, 그렇게 먹었다. 또, 느낀 대로들 말해보자고 했다.
“음, 덜 삭힌 것은 삼합을 해도 확실히 진한 맛이 덜하네!”
“확실히 맛이 싱겁다는 느낌이네!”
“돼지고기 느끼한 맛도 남아있는 것 같고.......”
“깊은 맛도 덜하고....... 김치도 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이래서 삼합은 삭힌 홍어에 먹는 것이구나!”
“덜 삭힌 홍어삼합도 먹어보고, 삭힌 홍어삼합도 먹어보니까........ 먹어본 사람은 확실히 삭힌 홍어를 찾게 될 것 같네!”
“그러면서 점점 진한 홍어를 찾게 될 것 도 같고!”
“점점 이해가 되네.......”
[홍어와 묵은 김치의 궁합, 그리고 물맛]
묵은 김치 이야기로 돌렸다.
사장 : 홍어 집들을 다녀보니까 홍어삼합에서 이 묵은김치가 아주 중요하더라고요.
형님 : 방금도 먹어보니까 궁합이 그렀네!
사장 : 이 김치 평 좀 해주실래요?
용하 : 삭힌 홍어하고 궁합이 맞춰져 있는데, 전라남도에서 온 김치 맛이네요?
사장 : 예!....... 순천에서요!
용하 : 가족 분들 중에 전라도 분들이 계십니까?
사장 : 아니요, 우리는 부산 토박이들입니다.
용하 : 그러면 어떻게 이 김치를 구하시는데요?
그랬더니, 홍어집 사장이 홍어 맛보러 다니다가 마지막에 ‘김치가 가장 맛있게 나오는 집’에 찾아가서 사정사정을 했더니 자기들도 “전라도 순천에서 받는다.”고 하여....... 순천까지 찾아가서, 또 사정사정해서 어렵게 거래를 터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택배로 받는다는 것이었다.
사장 : 그런데, 윤사장님은 이 김치가 전라남도 김치 맛이란 것을 바로 아시네요!
용하 : 어릴 때 먹으면서 큰 맛이니까요!ㅎㅎㅎㅎ........ 내가 고향이 그쪽이거든요.
사장 : 부산해양고등학교 나오셨다 안 그랬어요?.......
용하 : 낳기는 해남서 나서, 3살 때 부산 왔다가, 7살 때 다시 강진 월출산 밑으로 갔다가 거기서 초등학교 중학교 나오고, 고등학교 때부터 부산으로 왔습니다.
사장 : 아, 그러셨구나.
용하 :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때 별명 중에 하나가 ‘배추장사 아들’이었거든요!
형님 : 배추장사 아들?ㅎㅎㅎㅎ-
용하 : 내가 초등학교1학년 때부터 우리 집에서 배추농사를 지었는데, 그때가....... 1973년도였으니까 배추가 특용작물이었어요.
형님 : 또 나온다!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다른 집들은 벼 심고 보리 심을 때 우리 집에서는 거의 해년마다 배추를 심고, 철 따라서 수박 참외 양파 담배 같은 특용작물들도 많이 했는데....... 배추는 해년마다 심어서 학교 가면 위에 누나들이 배추장사 아들이라고 했어요. 배추장사 아들!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배추가 밭작물치고는 물을 많이 먹는 편인데, 날만 가물어지면 학교가기 전이나 학교 갔다 와서 조로 가지고 배추밭에 물 줬거든요. 그래서 내가 배추하고 배추김치도 좀 압니다. 배추김치의 역사에 대해서도.ㅎㅎㅎㅎ-
사장 : 해양고등학교에, 전라도 홍어에, 배추장사 아들 배추김치까지....... 아아! 우리 김사장님, 딱 맞는 전문가 모시고 오셨네!
형님 : 너 나한테, 배추장사 아들 이야기는 안했잖아?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그만하고, 홍어이야기 합시다.
사장 : 아, 묵은 김치 이야기?
또 소주 한잔 씩 넘기고.
용하 : 이 김치는 2년 정도 묵은 김치인데, 아직까지 물러지지 않고 물도 나오지 않으면서 아삭아삭한 질감이 있고, 짜지도 않고, 시지도 않고, 묵은내(군동내)도 안 나고 전라도 김치 맛이 살아있습니다.
사장 : 예에!.......?.......
용하 : 2년이 되도록 배추대가 물러지지 않은 것은 초겨울에 수분이 많이 없는 여문 배추를 쓰고....... 소금을 많이 치지도 않아서 짜지도 않은데, 아삭아삭한 질감이 남아있는 것은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거의 일정한 온도로 숙성을 시켜서 그렇고.......
사장 : 예에!.......?.......
용하 : 오래됐어도 시지 않은 것은 ‘김치가 오랜 기간 중’ 어느 단계가 지나면 신맛 나는 성분이 없어져서 그렇고.......
사장 : 예에!.......?.......
용하 : 묵은내가 안 나는 것은 김치 윗부분에 곰팡이가 생기지 못하도록 항아리 윗부분을 거의 밀폐시켜서 공기를 차단시켜서 그렇고.......
사장 : 예에!.......?.......
용하 : 뒷맛이 쓴맛이 안 남고 단 맛이 남는 것은 배추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소금을 좋은 소금으로 써서도 그렇고.......
사장 : 예에!.......?.......
용하 : 옛날 전라도 김치 맛이 나는 것은 김치를 담글 때 (불소가 들어있는 수돗물로 담근 것이 아니라 화학약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자연 상태의 물로 담가서 그렇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 생각에요!
사장 : 아!.......
여기서 물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했다.
용하 : 사람들이 김치를 담글 때 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나도 어쩌다 한번 씩 강진 월출산 밑에 [안운리]란 마을에 가서 김치를 먹어보면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다른 김치 종류에서도 쎄에-한 이 맛이 나요.
사장 :.......
용하 : 그런데, 광주 같은 도시에 가서 먹어보면 그 맛이 안 나거든요. 부산 우리 집에 와서 먹어봐도 그 맛이 안 나고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어머님이 만드신 반찬인데?
사장 : 예에!........?........
용하 : 그래서 어머니한테 ‘왜, 옛날 그 맛이 안 나냐’고 하면 ‘그것이 물맛 때문인 것 같다’고 하시네요. 서울 사시는 작은아버님들도 ‘거기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소독 안하고 바로 먹기 때문에 김치가 옛날 맛이 난다’고 말씀들 하시고.
형님 : 아!
용하 : 그래서 서울 작은아버지들은 지금도 시골에서 김장해서 갖다가 드시는데, 서울 작은아버지 집에 가서 김치를 먹으면 또 그 맛이 나요. 지금 바로 앞에 있는 김치하고 비슷한 쎄에-한 맛이!
사장 : 아!.......
용하 :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 집은 김장철에 그쪽 배추하고 마늘하고 고춧가루 같은 것들을 그대로 갖다가 김치를 담그는데....... 그 맛이 안 난 것을 보면, 수돗물 속에 들어있는 불소가 ‘자연수로 김치를 담아서 숙성될 때 만들어 내는 그 향’을 억제시킨 것 같아요. 아니면, 유익한 유산균의 증식을 못하게 한다든지.........
사장 : 그럴 수도 있겠네.......
용하 : 내가 음식을 안 가리고 먹으면서도 미각이 있는 편인데, 부산-서울-광주....... 지금은 웬만큼 하는 식당에 들어가 보면 김치 맛 차이 없습니다. 어차피 서울이나 부산 광주 다 김치 담그는 재료들 거의 같고 똑 같은 방법으로 정수된 수자원관리 수돗물 받아써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돗물로 담은 김치에서는 쎄에-한 맛이 안 납니다.
형님 : 아아!.......
용하 : 그런데, 산 밑에 있는 마을에서 자연수로 담은 김치는 익으려고 할 때부터 쎄에-한 맛이 납니다.
사장 : 아아!.......
물맛의 중요성은 김치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는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좋은 차라도 수돗물에 우려내면 자연수에 끓인 차 맛이 안 난다. 일상적으로 끓여먹는 보리차도 마찬가지다. 약수터에서 떠온 물에 끓이면 보리차 맛이 풍부한데 수돗물로 끓이면 그 풍부한 맛이 많이 죽어 없어진다.
내가 물맛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은 초등학교 때이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전라도 강진에서 부산 외갓집으로 일주일 정도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처음 3일 정도는 도저히 물을 먹을 수가 없었다.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가 때문에! 시골에서 펌프질해서 퍼 올린 자연수만 마시다가 도시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내가 어찌나 비위가 상하고 넘어오려고 했던지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수돗물뿐만 아니라 모든 반찬에서도 수돗물의 소독 냄새가 났다. 수돗물 소독내에 한번 비위가 상하자 밥에서도 그 냄새가 났다. 소독 냄새 때문에 밥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경험은 나이 좀 드신 분들이라면 시골에서 도시에 처음 나왔을 때 누구나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은 워낙 중독이 되어서 크게 못 느끼는 것일 뿐이고.
용하 : 이 김치를 추가로 설명하면- 뒷맛이 개운한 것은 젓갈을 안 넣거나 조금 밖에 안 넣어서 그렇고.......
사장 : 예에!.......?.......
용하 : 오래된 김치가 원래의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소금 말고도 양념으로 들어간 고춧가루, 마늘, 생강 같은 것들이 방부제 역할을 하기도 해서 그렇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래서 이 김치를 담그신 분은 배추선정, 양념재료, 김치담기, 숙성보관 까지 전 과정을 통달하고 있는 분일 것 같네요. 맞는지 몰라도 내 느낌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장 : 그럼, 이 묵은김치는 다른 손님들 입에도 맞을 것 같습니까?
용하 : 예. 홍어가 강한 알칼리성이고, 이 김치는 묵은 김치지만 신맛이 거의 나지 않아서 홍어 좋아하시는 분들이 홍어하고 드실 때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네요.
형님 : 나도 옛날에는 달고 신 것을 엄청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입에 잘 받게 되더라고?
사장 : 나도 그렇던데, 사람이 나이 들면 입맛이 바뀌는 게 맞는가 봐요?
용하 : 나이가 들면 신 것이 잘 안 받게 되는데, 특히 술 먹고 담배 피는 사람들한테는 알칼리성 음식이 당기게 되지요.
사장 : 그럼, 사람들 입맛이 바뀔 때가 보통 언제부터지요?
용하 : 내가 알기로 20대 중반부터요. 남자나 여자나 24~25세 때부터 노화의 시기로 접어든다고 하거든요. 더 이상의 육체적인 성장이 없다는 것이지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사람의 몸은 항시 pH 7.4 정도의 약칼리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고 성장기인 24~25세까지는 알칼리성 체질을 띠어서 시고 단맛이 나는 산성의 음식이 땡기고, 24~25세 이상이 넘어가면 산성 체질을 띠어서 약칼리성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장기와는 반대로 알칼리성 음식이 땡기는 것 같아요.
사장 : 아.......
용하 : 남자들 같은 경우에 군대 갔다 온 이후로 입맛이 바뀌잖아요?
형님 : 그래 맞아. 군대 마치고부터 점점 입맛이 바뀌었네.
용하 : 군복무 기간은 보통 22세 때부터 시작되는데, 신체적인 성장이 끝나고 체력이 가장 왕성하고 피로를 덜 느낄 때 잡아놔서 그렇습니다.
사장 :.......
용하 : 군 제대할 때쯤부터는 사람(남자)이 노화의 과정에 들어가게 되지요. 그래서 입맛도 그때부터 바뀌는 것 같아요.
사장 : 아!.......
형님 : 이해되네.
[전라도에서도 귀했던 홍어]
시간이 저녁 10시가 되어가자 여자 실장이 들어와 “직원들 퇴근시간 돼간다”고 해서, 사장이 “퇴근들 하시고, 주방장보고는 마치기 전에 홍어하고 돼지고기 남은 것 있으면 썰어서 갖다 주고 가라”고 해서, 또 한 번 주방장이 홍어하고 돼지고기를 가져왔다.
사장 : 윤사장님은 홍어에 대해서 잘 아시는데, 어릴 때부터 홍어를 많이 드셨는가 보지요? 전라도 분들은 어릴 때부터 홍어를 드셔서 그렇게 많이 아시는 것인가요?
용하 : ㅎㅎㅎㅎ- 안 그래요!
사장 : 안 그래요?
용하 : 우리도 어릴 때 냄새도 맡기 싫었다니까요. 썩은 냄새라고! 나도 홍어 맛을 안 것은 군대 갔다 와서부터이고요!
사장 :.......
용하 : 중학교 3학년 때 국어선생님이 담임이셨는데 국어시간에 홍어이야기기 나와서, 선생님이 ‘홍어 먹을 줄 아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니까 이홍기라는 친구 딱 한 명 손들었거든요. 5일장 시장에서 생선 장사하신 쪼깐이 아줌마 아들! ㅎㅎㅎㅎ-
형님 : 쪼깐이 아줌마?ㅎㅎㅎㅎ-
사장 : 참, 기억력 좋다!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애들이 ‘우우- 그 냄새나는 것을 어떻게 먹느냐’고 야유를 해서 홍기라는 친구가 ‘니그들은 고기를 아직 많이 안 먹어봐서 그 맛을 모른다.’고 맞서는 것을....... 선생님이 ‘남 먹는 것 가지고 비난하면 안 되고, 보통 사람들은 홍어를 어른이 돼봐야 그 맛을 안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전라도 쪽에서도 나이 안 찬 사람들은 홍어를 못 먹었어요.
형님 : 아.......
용하 : 어른이 돼서도 젊은 새댁들은 못 먹은 사람이 많았고, 나이 먹고도 험한 일 안하고 깔끔 떠는 분들은 안 드신 분들이 계셨고요. 지금이야 홍어가 유명해져서 ‘홍어, 홍어!”하는 것이지....... 옛날에 전라도 쪽에서도 홍어를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장 : 그럼, 확실히 전라도 분들이 다 홍어를 좋아하신 것은 아니네요?
용하 : ㅎㅎㅎㅎ- 그렇지요. 홍어는 힘들고 천한 일 하는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었으니까요!
사장 : 그런데, 왜 전라도하면 홍어가 그렇게 유명하지요?
용하 :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있었으니까요. 한 번 맛을 보고 먹다보면 맛을 들이게 되니까!
사장 : 그럼, 옛날에는 전라도 분들은 홍어를 어느 정도 드셨지요? 전라도에서는 잔칫날에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하던데?
용하 : 거의 못 먹었지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사장 : 예에?
용하 : 더 못 먹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형님 :.......?
용하 : 그 맛이 워낙 강하고 진하니까 기억을 쉽게 하고 또 홍어이야기가 한번 나오면 한번이라도 맛을 본 사람들이 이야기들을 많이 하니까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를 많이 먹는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 것이겠지요
사장 : 그래요?
용하 : 내가 알기로 그래요.
사장: 그래도 잔칫날 빠지면 안 될 정도 같으면, 자주 드셨을 것 같은데?........
용하 : 안 그랬어요. 전라도에서 잔칫날 홍어 빠지면 잔치가 안 됐다는 그 잔칫날은 부잣집 잔칫날을 말하는 것이었지요.
형님 :.......
용하 : 시집 장가가는 결혼식 날이나 어른들 환갑날 정도?.......
사장 :.......
용하 : 그 당시에는 마을 단위로 생활해서 마을 밖을 벗어나기가 힘들었는데, 한 마을에서 결혼식이나 환갑 같은 잔치가 얼마나 있었겠어요?.......
사장 :.......
용하 : 그리고 그 당시에는 마을에서 몇 집 말고는 쌀밥 못 먹고 다 보리밥 먹을 때인데,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집들이 거의 없었지요. 그때는 전라도에서도 홍어가 지금보다 더 귀했습니다.
사장 : 옛날이 지금보다 홍어가 더 귀했다고요?
용하 : 그렇지요. 지금은 수입산이 들어와서 너도나도 홍어 맛을 볼 수 있는 것이고! 옛날에는 시골에 돈이란 자체가 귀했잖아요?
사장 :.......
용하 : 우리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 1년에 과자를 운동회하고 소풍날 같은 몇 칠 정도만 맛볼 수 있었는데.......
형님 : 인정!
용하 : 그 당시에는 돈 자체가 워낙 귀해서,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때 줄 돈이 없으니까 품앗이로 했잖아요?....... 그리고 없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 집에 가서 일해주고 나면 돈 대신 쌀하고 보리쌀로 받아오고. 남자는 하루 일해주고 받아오는 품삯이 쌀 한 되! 여자는 보리쌀 한 되!
사장 : 어른들 일당이 그것 밖에 안 되었어요?
용하 : 그 당시에는 먹고사는 것이 급했으니까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돈 필요한데 돈 없을 때 ‘쌀 팔아서 돈 사온다!’는 말이 있었던 것이고요.
형님 : 아, 쌀 팔아서 돈 사온다는 말이 그 말이었구나!
용하 : 그런데, 그 당시에 홍어 한 마리 값이 쌀 반가마니 값이었단 말입니다!
사장 : 쌀 반가마니면 몇 되지요?
용하 : 쌀 한 되가 1.8리터 정도 되는데, 열 되가 한 말, 열 말이 한 가마!........ 백 되가 한 가마니니까, 쌀 50되가 반가마니인데....... 홍어 한 마리를 사오려면 쌀 50되 값을 주고 사와야 하는데, 50일 일당인데........ 돈이 없고, 쌀 떨어져서 하루 일해주고 쌀 한 되 받아오는 사람들이 웬만한 잔칫날이라고 홍어를 사올 수 있었겠어요?
사장 : 이해되네!........
지금도, 흑산도 현지 수협경매장에서도 ‘암 놈 8~9kg 정도’ 홍어 좋은 것 한 마리가 시세에 따라 30~60만 원 정도 한다. 바다에서 잡아오는 것이라 많이 날 때는 가격이 덜하고 적게 날 때는 값이 올라가는 것이다. 홍어 좋은 것 한 마리에 평균 40만원 한다고 할 때, 요새 쌀 반 가마에 5만 원 정도 하니까....... 요새도 생 홍어 한 마리가 쌀 4가마 값이란 뜻이다.
다만, 옛날하고 지금하고 달라진 것은 쌀이 그만큼 풍부해지고 사람들 인건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마운 것은 먹고 살 쌀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풍족해졌다는 것이고. 우리는 이 고마움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항시 고맙고 또 고맙게 여겨야 한다.
용하 : 마을 사람들이 홍어 나올 집 못 나올 집을 알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부잣집 잔칫날을 기다리는 것이고요. 부잣집 잔칫날에는 홍어가 나오니까. 누구 결혼한다거나 어느 분 환갑 때 되어 가면....... 홍어 먹을 수 있겠네 하고. 그래서 전라도에서는 잔칫날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이지, 전라도 사람들이 홍어를 수시로 먹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다 보릿고개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잖아요? 쌀 아낀다고 겨울방학 때는 점심을 고구마로 떼우고, 저녁에는 서숙밥(조밥)을 해먹었고?
이 정도까지 솔직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숙연해졌다.
사장 : 인정!.......
형님 : 인정!.......
용하 : 그런데, 그런 잔칫날 홍어가 나와야 할 만한 집에서 홍어가 안 나오면 뒤에 말들이 많았지요. 홍어를 먹어보고 맛을 아는 사람들이 남의 집 잔칫날이지만 홍어 한번 먹을 것이라고 기다렸는데, 자기 돈 맡겨놓은 것은 아니지만 홍어가 안 나오면 스트레스 받을 것 아니예요? ㅎㅎㅎㅎ-
사장 : 아!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전라도에서는 부잣집들 잔칫날 홍어 나오는 것 보고 ‘인심을 얻기도 하고 인심을 잃기도 하고’는 그랬어요.
사장 :...... 전라도 분들이라고 해서 홍어를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이 실감이 되네.
용하 : 거기다가 잔칫날 홍어 안 나왔는데, 돼지고기 먹고 설사라도 돈 날에는........ 뒷말들이 말도 못하게 많아지고.ㅎㅎㅎㅎ-
형님 : 홍어 먹고 돼지고기 먹으면 탈이 안 난다는 것이 확실한 거냐?
용하 : 예. 실험으로도 밝혀진 것인데, 홍어의 암모니아가 부패 세균들을 죽이고 발육을 못하게 만들어요.
사장 : 또, 홍어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용하 : 예. 먹어보면, 돼지고기를 먹을 때 홍어가 새우젓보다 소화가 훨씬 잘 돼는 것 같고요!
[홍어 숙성]
이번에는 홍어집 사장이 홍어숙성에 대해서 물었다.
사장 : 그리고 인터넷에 두엄더미 속에 홍어를 삭힌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용하 : 그것은 급할 때요!
사장 : 급할 때요?
용하 : 결혼식이나 환갑은 날을 잡으니까 그 날에 맞춰서 미리서 홍어를 사와서 독아지(옹기 항아리) 안에 천천히 익히는데.......
사장 : 홍어를 ‘삭힌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익힌다’고 합니까?
용하 : 김치도 삭힌다고 안하고 익힌다고 하잖아요?.......익은 김치라고 하지 삭힌 김치라고는 안하고!....... 홍어도 ‘삭훈다.’고도 하고 ‘익훈다’고도 하는데, 우리 할머니는 “팍 잔 익훠라(익혀라)”란 말씀을 쓰셨어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런데, 사람이 죽어서 초상이 날 때는 거름 두엄 속에 묻었지요!
사장 : 빨리 익으라고?
용하 : 예, 보통 초상을 3일장으로 치르는데....... 생이 나가고 묘 쌓을 때 사람들 오라고 하려면 홍어를 사와서 빨리 홍어를 삭혀야 될 것 아닙니까?
형님 : 아.......
용하 : 장보고 오면 이틀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또 그때는 5일장 시절이라 장이 안 선 날은 목포까지 갔다 와야 했고.
형님 :.......
용하 : 덜 있는 사람 집이라도 초상날 때는 홍어가 나와야했는데, 초상나면 그 집에 사람이 없어도........동네가 나서서 홍어 사러가는 사람이 있었어.
사장 : 옛날에는 정으로 통했으니까!......
용하 : 일하다가도 누구 돌아가셨다고 하면, 젊은 사람 중에서 홍어 아는 사람이 옷 갈아입고 홍어 사러가서, 홍어 사와서........돌아오는 대로 비료포대에 넣고 공기 못 통하게 주둥이 말아서 두엄 속에 묻었지요.
형님 : 그래서 두엄 속에 홍어를 묻은 것이었구나. 두엄 속 열기에 홍어가 빨리 익으라고. 여름에 김치 빨리 익은 것처럼!
사장 : 그럼, 잔칫날 쓰는 홍어는 사와서 어떻게 했는지 좀 가르쳐주실래요?
형님 : 전라도에서도 홍어가 귀했다면서, 그래도 너는 제법 홍어를 본 것 같아?
용하 : 그때 마을에 저희 친척 분들이 여러 집 모여 살았는데, 그런 데로 사는 편이었고, 우리 집도 아주 대가족이 모여 살았는데....... 삼촌 분들이 많았거든요. 고모도 계셨고요. 10분도 넘었는데, 결혼식 때마다 홍어를 잡았으니까요.ㅎㅎㅎㅎ-
사장 : 그래서 잘 아시는구나. 잘 됐네요.ㅎㅎㅎㅎ
용하 : 실제로, 전라도 사람 중에서도 홍어 얼굴도 모른 사람들 많아요.
형님 : 이해된다.
사장 : 다시....... 잔칫날 홍어이야기! 홍어를 사오면요?
용하 : 사람을 부르지요. 귀한 홍어 조지면 안 된다고 홍어 만질 줄 아는 사람을! 촌에 가면 돼지 같은 것 잡을 때 솜씨 좋게 잘 잡고 부위별로 잘 나누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형님 : 어, 마을마다 있었지!
용하 : 그 당시 전라도에서도 홍어는 워낙 귀해서 다뤄본 사람이 거의 없었고....... 징그럽게 생겨서 아무나 쉽게 안 만지려고 하고! 그리고 삭히기 전에 먼저 내장을 빼내야 하는데 그것을 해본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사장 : 아.......
용하 : 그래서 우리 할머니 같은 경우는 막걸리 한 병 받아놓으시고 ‘택호가 내동양반이라는’ 홍어 만질 줄 아는 분을 오시라고 해서....... 내동양반이 오셔서는 홍어에서 내장들 꺼내고는, 곳간 그늘에 있는 큰 항아리 바닥에 짚을 깔고, 그 위에 홍어를 깔고는 뚜껑을 덮었지요.
사장 : 그 다음에는 요?
용하 : 일단은 처리했고.......우리 할머니하고 홍어 잡으신 그 분하고 희벌건 홍어 간(애)을 소금에 참기름 넣고 찍어서 잡숴요, 두 분만. 어떨 때는 우리 할머니가 주위에 몇 분 불러서 같이 드시려고 애를 나눠서 따로 보관해놓기도 하시고.
사장 : 할머님이 홍어 애를 잡수셨어요?
용하 : 예. 당시에도 홍어 애가 귀했고 느글느글해서 다른 사람들도 술 안 드신 분들은 애를 거의 못 드셨는데, 우리 할머니는 술도 안 드셨으면서 홍어 애는 많이 잡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할머니가 홍어 애 맛을 잘 아셨다는 거예요.
형님 :.......
용하 : 그러면서 우리 할머니 “이상 꼬스름한 것 같은디, 으짜요?”하시면, 내동양반 “꼬스름하구만이뢀!....... 존 년으로 사온 것 같소야, 살도 토실토실 도톰하고!”하시고.......!ㅎㅎㅎㅎ-
사장 : ‘이상 꼬스름하다’는 말이 ‘제법 꼬시다’는 뜻인가요?
용하 : 그렇지요. 고소하다는 말!....... 그래도 고소하다는 말보다는 ‘꼬스름하다’ ‘꼬시다’가 더 꼬소한 것 안 같아요?
사장 : 그렀네.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그럼, ‘존 년’이 ‘도톰’하다는 뭔데?
용하 : 홍어가 암 놈이 수놈보다 더 맛있거든. 존 년은 좋은 암치, 암놈! 그리고 도톰하다는 살이 많아 두꺼우면서도 탱탱하니 튼실튼실하다는 말이고!
형님 : 그 말이었네.ㅎㅎㅎㅎ-
사장 : 그러면 그 홍어를 언제 꺼내요?
용하 : 홍어 쓸 날 이삼일 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그 분 다시 오시라고 해서, 독아지에서 홍어 꺼내서 가마니 위에다 홍어 깔고, 수건은 귀했으니까 ‘농 안에 기저귀 두어 장 가져오라’고 해서 홍어 피부에 끈끈한 ‘곱’ 닦아내고........
사장 :.......
용하 : 이때 ‘곱’은 ‘눈곱(눈꼽)’ 할 때 같은 ‘곱’으로 끈끈하고 찐덕찐덕한 점액질이에요........ 기저귀로 곱을 닦아내고는.......
형님 :.......
용하 : 홍어 앞대가리 따로 잘라내고! 앞대가리가 홍어 코입니다........ 그리고는 가운데로 길게 등뼈를 짜개서, 그것들을 다시 옆으로 동가리를 내서........ 다시 항아리에 넣어놓는데.......
사장 : 아!......
용하 : 이번에는 크기가 작은 오가리(작은 옹기) 바닥에 깨끗한 짚 썰어서 깔고 그 위에다가 도막난 홍어 덩어리들을 차곡차곡 쌓아요. 그리고는 깨끗한 기저귀 한 장을 홍어 위에 덮고, 오가리 입구를 밀봉해서 뚜껑을 덮어놓고!.........
형님 :.......
용하 : 그때 우리 할머니가 홍어 코는 따로 빼지요. 살 한 덩어리하고!
사장 : 홍어 코하고 살 한 덩어리는 왜 빼요?
용하 : 바로 드시면서 맛보시려고요. 홍어 코는 양도 작고 두께도 얇아서 수분이 쉽게 빠져버리는데, 홍어 코가 말라버리면 맛 떨어지니까....... 누구 코에 붙일 것도 없이 할머니하고 그 분하고 두 분이서 바로 잡숴버리지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러면서 두 분이, 우리 할머니가 “잘 익었는가 홍어 코부터 맛 좀 봐보실뢀?”하시면, 그 분이 홍어 코부터 맛을 보시고 “콱 쏨시로 얼큰달큰하구만이뢀!”하셨다가....... 살도 한 점 썰어서 드시고는 “살은 아직 맛이 쪼깐 덜 찬 것 같은디, 홍애는 코가 더 빨리 익은께 이삼일 뒤에는 살도 마치 맞게 잘 익겄소! 상에 올라갈 때는 맛도 지대로 들고 무지하게 쏘아가꼬 좋아라들 하겄구만이뢀!”하시면.......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우리 할머니 “내동양반 짐작에도 이삼일 지나면 제대로 익것지롸잉?’ 확인하시고, 내동양반 ‘홍어는 정동댁이 젤 잘 아심시로 물어보고 그라시오? 존 년이 잘 익어서 좋아라들 하겄소!”하시고!........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그렇게 확인이 되면, 우리 할머니 “나중에 되면 천신도 못 하신께, 나는 술도 안 묵고 맛만 봤으면 된께....... 남은 코 내동양반이 마저 드시고 살은 더 이상 썰지 말고 집에 가지고가서 잡수시씨오”해서....... 홍어가 제대로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잔치 2~3일 전에 미리서 숙성정도를 보는 것이었지요.
형님 : ㅎㅎㅎㅎ....... 실감나네!
사장 : 배우면서도 재밌네!ㅎㅎㅎㅎ-
또 술 한 잔씩을 돌렸다.
사장 : ㅎㅎㅎㅎ....... 그런데, 전라도 말 중에서 “홍어가 콱 쏨시로도 얼큰달큰하구만이뢀!”....... 이말 좀 풀어주실래요? 느낌은 오는데 혹시 잘못 알면 안 되니까?
용하 : 그 말은....... 코가 뻥 뚫리고 눈물이 날 정도로 홍어 냄새가 강하게 쏘면서도 혓바닥이 얼얼하게 마비가 올 정도로 홍어 맛이 맵고, 단맛도 달달하게 많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형님 : 말이 참 걸죽하네!ㅎㅎㅎㅎ-
용아 : 껄적지근하지요?
사장 : 아아! 껄적지근하다는 말이 걸리적거린단 뜻만이 아니라 걸죽하다는 뜻도 있구나!ㅎㅎㅎㅎ-
사장 : 그리고는 2~3일 후에 잔칫날 꺼내서 썰어서 손님상에 내놓는다는 말이죠?
용하 : 그렇지요. 홍어 다듬어놓은 다음부터는 감시도 잘해야 하고!
사장 : 감시를 해야 한다니요?
용하 : 술 좋아하는 삼촌들이 못 참고 한 동가리씩 빼돌리니까.ㅎㅎㅎㅎ-
형님 : 못 참고?....... 아- 그럴 수 있겠네! 중독성 때문에!
용하 : 그리고 그때부터는 나한테도 동네 나이 먹은 형님들한테서 유혹이 들어오지요. 그때만 해도 어릴 때부터 일 배워서 막걸리 먹는 형님들 있었잖아요?.......
형님 : 그때는 국민학교(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집안에서 농사일 거드는 친구들이 많았지. 그러다 보면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에 막걸리 맛 알게 되고!.......
사장 : 유혹이 어떻게 들어오는데요?
용하 : 그 형님들이 뽀빠이 열 봉 값 백(100)원 줄 테니까, 홍어 한 덩어리만 가져오라고.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그래 그것을 했네?
용하 : 100원 먼저 받고!ㅎㅎㅎㅎ........ 10원도 얻기 힘든 때였는데, 100원이면 컸잖아요?ㅎㅎㅎㅎ
형님 : 컸지!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백원 먼저 받고, 곳간에 몰래 들어가서....... 뚜껑 열고 고무줄 튕겨놓은 비니루를 벗기는데....... 죽는 줄 알았지!
사장 :.......?
형님 :.......?
용하 : 갑자기 냄새가 콰악-올라와서!....... 머리통을 갑자기 한 대 얻어맞은 줄 알았다가 콧물 눈물 흘리면서....... 바로 도망쳐 나왔지! 냄새가 너무너무 독해서! 그때 내가 독한 암모니아 냄새를 처음 맡아봤다고........
사장 : 아아! 그만큼 독한가 뵈?
용하 : 그래도 100원 안 돌려줄라고....... 사람 있는가 없는가 보고는....... 곳간 문을 살짝 열어놨다가....... 얼른 홍어 한 덩어리 집어 들고는....... 돈 도로 뺏길까봐 감춰두고, 한 동가리를 갖다 줬지!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그래가지고?
용하 : 그날 밤에 난리가 났지? “어뜬 썩을 놈의 쇡기가 벌써부터 홍어 손댔냐?”고. 홍어 다듬어놓은 다음부터는 우리 할머니가 홍어 동가리 체크를 하시거든.ㅎㅎㅎㅎ........
형님 : 그래가지고?
용하 : 나는 모른 척하고.......어른들이 설마 거기까지 생각 못하잖아?....... 우리 할머니가 보통 분이 아니신데, 술 드시는 우리 삼촌들만 죽어났지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그러다가 나중에 삼촌친구들이 삼촌들한테도 말해 가지고.......
형님 : 이야기를 해부렀네?
용하 : 어, 놀다가 자기들끼리는 재미로!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그래가지고........ “너 이 쇡끼 이리 와봐!....... 이 싹-아지 없는 쇡기야! 뽀빠이 열 봉 얻어쳐묵었음시로도 끝까지 가만 있어부러?....... 그라고 이 모지란 놈아! 쌀 반가마니짜리 홍어하고 뽀빠이하고 바까 묵어? 이 쇡기야!....... 앞으로도 그런 모지란 짓거리 하고 댕기믄 떼레 죽애부러이!”해서.......얻어터지고.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그래가지고?
용하 : 또 “뽀빠이 값 먼저 줄 테니까 홍어 한번만 더 가져오라”고 해도 안 했지. 사람들이 의리가 있어야지!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삼촌 한 명한테만 터진 것이 아니었거든.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그래, 홍어가 한번 먹어보면 확실히 중독성이 있어. 생각나면 안 먹으면 안 되고.ㅎㅎㅎㅎ.......
사장 : 이렇게 들으니까 홍어에 대한 개념이 잡히고, 이야기도 재밌네!ㅎㅎㅎㅎ
[전라도 잔칫날 홍어]
부산 해운대 도원보쌈 홍어집 사장이 옛날 전라도의 현장감 있는 홍어 이야기를 더 듣기를 원했다.
사장 : 그럼, 전라도에서는 잔칫날 홍어가 어떻게 나왔는가요?
용하 : 전라도에서도 다른 지방은 모르겠는데....... 우리 집에서는 우리 어머님이 홍어를 관리했지요.
사장 : 또 홍어를 관리를 한단 말이지요?
용하 : 예, 사람들이 홍어만 계속 찾으니까! 홍어 자체가 안 물리고, 홍어하고 같이 먹으면 돼지고기도 안 질리니까 계속 홍어를 주문하는데....... 손님들 다 들어오기도 전에 홍어가 떨어져버리면 안 되잖아요? 홍어가 먼저 떨어지면 안 되니까....... 홍어 오가리는 보통 그 집에 맏며느리가 통제를 하지요. 곳간에서 상차림을 총괄하면서.
사장 : 그럼, 오가리하고 하는 작은 옹기 항아리에서 삭힌 홍어를 꺼낼 때도 한꺼번에 다 꺼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양만큼만 꺼내서 쓴다는 이야기네요?
용하 : 그렇지요. 상에 바로 올라갈 몇 동가리씩만 꺼내놓고 써는데....... 그것이 홍어 양을 조절하기 쉽게 하려는 것도 있고, “홍어는 냄새 날아가면 맛 떨어지니까 쓸 것만 꺼내놓고 써라”는 말이 있었던 것 보면 홍어 냄새가 한꺼번에 안 빠져나가게 하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홍어는 상 차릴 때도 맨 늦게 나가는데, 사람들 들어와서 앉으면 그때 썰어서 나가지요.
사장 : 그런데 나도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라도 분들 행사 날에 가보면 홍어가 썰어져 상차림이 되어 있던데....... 옛날에는 안 그랬단 말이지요!
사장 : 요새하고 옛날하고는 천지 차이지요. 옛날에는 홍어가 ‘찰떡 굳기 전에 썰어놓은 것처럼’ 쫀득쫀득 찰기가 있었는데, 요새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에 나오는 홍어들은 꼭 물 빠진 옥수수 대....... 스펀지 씹어 먹는 느낌이잖아요? 수입산에 해동도 잘못되고 숙성도 잘못되고 김 다 빠진 것들!........옛날에 전라도 잔칫날 홍어는 들어온 손님들 자리 앉는 것 보고 그 자리에 사람 수에 맞춰서 그 양만큼만 바로 썰어 나갔어요!
사장 : 그럼, 사람들이 맨 먼저 홍어에 손이 갑니까?
용하 : 당연하지요.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니까? 어른들이 앉자마자 체면 불구하고 홍어를 몇 점씩 연달아서 집어먹어요. 그리고는 옆 사람 눈치 봐가면서 돼지고기하고 같이 씹어 먹다가....... 막걸리 마시고.......김치로 입가심 하고!
형님 : 그럼, 홍어가 금방 떨어졌겠네?
용하 : 그렇지요. 한 상에 사람 둘러앉아서 막걸리 몇 잔 마신 다음에는 바로 떨어지지요. 그리고는 ‘홍어 좀 더 갖다 주라’고 주문 내고. 사람들이 홍어 떨어지기 전에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면 있는 것 먼저 먹고 두 접시 받아야 기본이라는 것을 알아. 일 년에 한두 번 먹어볼까 말까하는 귀한 것인데!....... 상 차리는 쪽에서도 거기에 맞춰서 홍어를 내고!
사장 : 상 차리는 쪽에서도 그것을 안단 말이지요?
용하 : 알지요. 야박하다는 소리 안 들으려면 대개 한 자리에서 두세 번까지는 주문 들어올 줄 알고 거기에 홍어 양을 맞춰서 준비를 하는데....... 그때부터는 먼저 태클을 걸지요. “아직 안 오신 분들 계시니까, 홍어 부족할 것 같으니까....... 인자부터 술은 돼지고기에 드시라”고.
사장 : 그럼, 그것으로 끝나요?
용하 : 그때부터는 곳간에서 음식 장만하는 여자들한테 직접적으로는 주문을 못하고 로비가 들어오지요. 집안 남자들한테요. “아야! 여그 막걸리하고 돼지고기는 있는디 홍어가 떨어져부렀단마다! 우리가 더 주라고 하믄 염치없다고 한께 니가 가서 홍어 조깐만 더 얻어온나이! 이참에 홍어는 좋다야!”하고........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그럼, 그렇게 합니까?
용하 : 층마다 끼리끼리 친구들이나 자기 편한 사람 불러서 “홍어 좀 더 가져오라”고 하면....... 그때 아니면 언제 또 홍어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사장 : 아!.......
용하 : 삼촌들이나 작은아버지들이 곳간으로 오지요. 와서는 우리 고모한테는 말 못하고 ‘형수, 많이 묵고잡허들 한디 이 시동생 체면 봐서라도 쪼깐만 썰어주쑈이’하면.......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옆에서 우리고모가 “아직 안온 사람들 땜시 부족하단마다! 니그만 입이냐?”해도....... 안가고 있다가 살짝 오가리 뚜껑 열어보고는 “아직, 많이 있구만 그라네이?”하면서 어거지로 한 덩어리 꺼내면....... 우리 고모 “아야! 니가 뭐시라고 홍어 오가리를 열어보고 그라냐? 나도 못 보고 있구만. 콱 도로 안 넣어 놓냐?”해도....... “형수가 좀 썰어주쇼이!” 우기면........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우리 어머니 “마지막이여이!” 하면....... 우리 고모가 짐짓 못 이긴 척 “이리 내!”하고 뺏는 것처럼 해서는 썰어서 접시에 홍어 먼저 깔고 안 보이게 그 위로 돼지고기 덮어주면서 “진짜로 마지막이여이!....... 가서 또 모지라게 홍어 남었다고 나불기래라이!”해서.......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한 명 한 명 떨쳐내고......... 그렇게 하면서 홍어가 떨어져요. 그래도, 그렇게 아껴도 홍어가 제일 먼저 떨어지고!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야아! 현장감이 막 느껴지네!
형님 : ㅎㅎㅎㅎ- 비디오 돌아가는 것 같다!
사장 : 그럼, 홍어가 떨어지면요?
용하 : 꼬막 까먹으면서 혹시나 하고 기다려보는 거예요.
형님 : 남는 홍어 한 번 더 나올까봐?
용하 : 예. 그리고 꼬막도 안 질리고 짭짜름하니 막걸리에 술안주로 좋거든!
그랬다. 꼬막 그것이 까먹는 재미도 있고, 배부를 때 먹어도 배도 안 부르고 술 취했을 때 입가심으로도 좋은 것이었다.
용하 : 그러다가 사람들 일어나는 시간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홍어가 안 나올 때쯤부터고요. 자기 자리에 더 이상 확실히 홍어 안 나온다고 확신이 들 때쯤부터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장 : 아아....... 상황이 이해가 되네!
형님 : 이야, 홍어가 그렇게 중독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네.
용하 : 그리고 홍어를 많이 준비하면 돼지고기도 많이 준비해야 하고요!
사장 : 홍어하고 먹으면 돼지고기가 안 질려서 돼지고기도 많이 먹어지니까!
용하 : 예. 바로 그것입니다.
형님 : 홍어가 안 나오면 다른 고기를 더 많이 먹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구나!
용하 : 그러니까 전라도 잔칫날 홍어가 빠지면 잔치가 안 된다는 말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지요.
사장 : 아아, 그 말 속에 더 깊은 뜻이 있었네!
형님 : 이제 전라도에서 잔칫날 홍어가 빠지면 잔치가 안됐다는 말이 확실히 이해가 되네!
사장 : 그럼, 그 당시 전라도 잔칫날에도 홍어는 거의 남자들만 먹은 것 같네요?
용하 : 거의 그랬었지요. 상이 나가도 술 먹을 나이 지난 남자들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많이 드신 여자 분들한테까지만 상이 차려져 나갔으니까! 이 분들만 홍어를 드실 줄 아는 분들이었는데, 바로 막걸리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장 : 아아!.......
형님 : 그랬었네!.......
사장 : 그럼, 젊은 여자들은요?
용하 : 그때는 시대가 시대라 젊은 여자들은 잔칫날이라도 방 하나 잡아서 앉아있기도 힘들었지요. 방이라고 서너 개밖에 안 되는데 노인 분들이 다 차지하시니까. 남자들도 하얀 천막 친 아래에다 덕석 깔아놓은 자리에서 상 받았는데, 여자들이 덕석에 앉아있기도 그렇잖아요?
사장 : 아.......
용하 :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잔칫집에 오면 곳간에 와서 일이나 도와줬을까?ㅎㅎㅎㅎ........ 술도 못 마셔서 홍어도 먹을 줄 몰랐고!
형님 : 맞네!.......
사장 : 그럼, 애들은?
용하 : 애들은 뭐 떡이나 얻어먹었지요. 시루떡! 잘 하면 배하고 사과 깎아놓은 것 한 조각 더 얻어먹었고!.......
형님 : 아아!........ㅎㅎㅎㅎ-
용하 : 그러다가 어쩌다가 돼지고기 한 번 나오면 그것 좀 먹었다고 속에서 놀래가꼬 설사해버리고!ㅎㅎㅎㅎ-
그랬다. 우리 어릴 때는 돼지고기 좀 먹었다 싶으면 그날은 설사를 했다.
사장 : ㅎㅎㅎㅎ- 아아, 그때는 다 그랬지요.........
용하 : 극히 짧은 시간에 세상 어마어마하게 좋아진 거예요!
형님 : ㅎㅎㅎㅎ- 하아!....... 맞아! 좋아졌어.
사장 : 참, 세상 많이 좋아졌어요.
세 명이서 정도 통했다.
사장 : 그럼, 윤사장님도 어릴 때는 홍어를 거의 안 드셔봤겠네요?
용하 : 어릴 때는 못 먹었지요. 어른들이 하도 맛있게 드셔서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몇 번을 먹어보려고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그때마다 패밭아버렸지요.
사장 : 뱉어내버려요?
용하 : 예. 쐐에-한 냄새하고 입안이 말도 못하게 이상해져서!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예. 그래도 그 당시 홍어 맛이 남았어요. 엄청 매웠어요.
사장 :.......?
용하 : 붉은 적갓으로 갓동지(갓김치) 막 담아놓은 것 매운지 모르고 처음으로 콱콱 씹어 먹다가 패뱉어내버릴 때처럼 코를 확 쑤시고 올라오면서 눈물이 팡! 날 정도로....... 엄청 매웠어요!
사장 : 아아!....... 흑산도 홍어가 삭혀놓으면 맵다는 말이 그 말이었네!
용하 : 그렇지요. 진짜 좋은 홍어에는 콱 쏘는 맛 속에 매운 맛이 있어요!
[홍어와 빨간 김치의 대중화]
홍어집 사장이 삼합에 대해서 다시 물었다.
사장 : 윤사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옛날 전라도에서도 실제로는 홍어삼합이란 개념이 크게 없었다. 그렇지요?
용하 : 그렇지요. 홍어삼합이란 개념은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나온 말이고, 우리 어릴 때 전라도에서도 그냥 홍어 먹다가 돼지고기 집어먹는다는 정도에 한번 씩 김치도 집어먹는다는 정도였지요.
사장 : 그럼, 옛날에는 홍어삼합을 먹을 때 김치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용하 : 아니지요!
형님 :.......
용하 : 그때도 김치가 중요했지요. 돼지고기 느끼한 맛을 김치가 씻어주니까. 이것은 우리 집 자랑이 아니고, 다른 집에서 잔치할 때 홍어 사오면 우리 집으로 김치 얻으러 오고했어요. 김치가 맛있어야 귀한 홍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사장 : 아.......
용하 : 우리 집에서 배추농사를 지었다고 했잖아요?
형님 : ㅎㅎㅎㅎ-
그 당시에 우리 집에서는 배추농사를 지으면서 아버지가 상추씨, 무씨, 당근씨, 양파씨, 고추씨, 가지씨, 오이씨, 호박씨, 부추, 생강, 파, 마늘 같은 다른 채소 종자들도 [중앙종묘] 같은 곳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들여오셨는데,....... 그래서 마당 앞 채전에 채소들 상태도 다른 집들보다 일찍 상태가 월등했고 양념도 풍부한 편이었다.
사장 : 옛날부터 전라도 분들은 김치를 다 맛있게 담아 드시는 것 아닙니까?
용하 :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내 기억에 전라도에서도 빨간색 김치가 보편화 된 것이 80년대 들어서서부터입니다.
형님 : 그럼, 그 전에는?
용하 : 퍼런 배추로 김치를 담으면 검어졌지요?
사장 : 그게 무슨 뜻이지요?
용하 : 늦가을에 배추김치를 담글 때 ‘노랗게 속이 든 결구된 배추’로 담지 못하고 ‘속까지도 퍼런 납작한 배추’로 김장을 할 수밖에 없어서 그래요
사장 :....... 아, 이해된다. 옛날에 다 그랬지.......
형님 :........ 나도 이해가 되네. 불과 얼마 전이네!.......
용하 :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오후 수업을 처음 받았는데, 그때 도시락을 싸갔는데....... 친구들이 도시락(밴또) 반찬으로 다 김치를 싸왔는데, 내 김치만 빼고 다 검은 거야! 김치 색깔이!
형님 :.......
용하 : 우리 집이 배추농사를 지어서, 그리고 우리 할머니집이 그런 데로 사는 편이라 속이 든 배추에 고춧가루도 많이 뿌리고 무, 당근, 마늘, 파, 생강, 파래, 젓갈, 청각, 굴 같은 양념도 많이 넣어서 김치는 원래 빨간색으로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 김치는 거의 다 검은 색이었어요
사장 : 그랬지.......
형님 : 그랬네!.......
용하 : 그래서 내 친구들이 우리 집 김치가 맛있다고 그랬는데.......
사장 :.......
용하 : 우리 집은 거의 해년마다 배추농사를 지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집은 계속 빨간 김장김치를 먹었는데, 우리 동네부터 김치가 빨개지기 시작했는데....... 학교에 도시락을 싸 가면 5학년 때까지도 친구들 김치는 거의 안 변했어요.
사장 :!.......?.......
용하 : 그러다가 6학년 때 되니까 다른 친구들 김치도 조금 빨개지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1977년 가을에 통일벼가 완전 풍년 든 다음 해부터라고.
형님 : 아- 통일벼!
사장 : 아하!.......
통일벼는 박정희 대통령 때 우리나라의 전략적인 식량자급자족 해결차원에서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농과대학과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가 공동연구 개발한 것으로, 1972년에 첫 재배를 시작했는데 실패를 봤고, 2년 후인 1974년도에는 처음으로 전국의 쌀 생산량이 3천만 섬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다시 3년 후인 1977년에는 쌀 생산량 4천만 섬을 돌파하였다.
이때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다닐 때 농번기 철에는 4학년 때부터 ‘학교에서도 공부 안하고’ 보리 수확기에는 보리 베러 다녔는데, 나락은 5학년 때부터 베러 다녔다. 나락은 벼 알갱이가 떨어지면 아깝다고 해서 낫질을 더 잘하는 5학년 때부터 다닌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이때서야, 우리나라가 한반도에서 사람이 살게 된 이후로 한반도의 남쪽에서만이라도 비로소 처음으로 쌀 생산의 자급자족을 해결하고, 보릿고개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5천년 역사에서 불과 30년 전이다.
용하 : 1977년 통일벼가 4천만 섬 넘게 생산되면서, 통일벼가 완전히 성공한 이후로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그러면서 다른 곡식이나 채소들 수확량들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모든 곡식이 풍년이 들었는데....... 그 다음해부터 친구들 도시락에 김치 색깔이 빨개지기 시작한 거예요.
형님 : 아!.......?.......
용하 : 쌀이 조금 넉넉해지니까....... 그때서야 시골 사람들이 고추농사 지은 것 덜 내다 팔아서 자기 집 김치에 고춧가루를 좀 더 뿌린 것이라고.
사장 : 아하!.......?.......
용하 : 그 전까지는 시골 사람들이 온전히 빨간 고추는 다 팔고 ‘노랗거나 반쯤은 하얀’ 찌끄레기 고추들만 남겼다가 ‘빨간 고춧가루’가 아니라 ‘누런 고춧가루’를 자기 김치에 뿌려먹었는데?.......
형님 :.......인정.......
용하 : 전라도뿐 아니라 그 당시에는 모든 시골에서 그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장 : 부산서도 많이들 그랬어요. 친구들 도시락 기억해 보면.......
용하 : 그리고 중학교 들어가니까 친구들 도시락에 납작 보리쌀이 보편화 되었어요! 그리고 친구들 도시락에서 꽁보리밥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형님 : 아아!ㅎㅎㅎㅎ....... 납작 보리쌀!
사장 : 아아! 갈수록 새롭네. 인정, 인정!
용하 : 납작 보리쌀이....... 밥을 할 때 보리하고 쌀하고 섞어서 바로 밥을 하면 쌀은 익어도 보리는 안 익어서 같이 익으라고 보리를 납작하게 눌러서....... 쌀하고 섞어서 정부미로 나온 것이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한민족이 역사 이래로 거의 전 국민이 비로소 쌀 7하고 보리 3 정도 섞은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니까........
형님 :.......
용하 : 우리나라가 5천년 역사 이래로 쌀이 많은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1978년에서 1980년도 정도밖에 안 됐단 말입니다. 언제 또 흉년 들지 불안해서 쌀을 아껴야 했고!
사장 : 아아!........
용하 : 그 전까지는 흥부전에 나오는 놀부 마누라가 밥주걱으로 시동생인 흥부 싸데기를 갈겨서 흥부가 뺨에 붙은 쌀밥을 떼먹었다고....... 쌀밥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이 ‘이밥(쌀밥)에 고깃국’이 평생소원이었단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역사 이래로 우리 바로 윗대 분들까지 만해도 쌀밥에 한이 맺혀서 사셨다고!
사장 :....... 인정! 인정!
형님 : 인정!....... 감회가 새롭네!
용하 : 그래 내가 (1979년도에) 중학교 들어가서, 납작 보리쌀이 보편화 되면서....... 친구들이 납작 보리쌀 대신에 쌀밥만 싸오는 친구들이 몇 명으로 늘어났는데....... 그때 내가 중학교 다니는 3년 사이에, 1980년을 지나면서부터 친구들 반찬이 더 많이 빨개졌어요.......
사장 : 아아! 조금 더 살만해지니까!
형님 : 히야!....... 정말로 느낌이 온다!
용하 : 그래도, 중학교 때도 친구들이 내 도시락에 김치가 맛있다고 했는데.......
형님 :.......
용하 : 내가 배추 농사를 지으니까, 알지!.......
사장 :.......
용하 : 그때도 친구들 싸온 김치에 배추들이 우리 집에서 배추를 팔 때 제일 하품 정도의 배추였어요. 우리도 그때 배추를 팔 때 상품은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로 빼고....... 마지막에 남은 떠리미들만 (전남 강진군 성전면) 성전 5일장으로 내갔으니까.
형님 : 아.......
사장 : 아아!.......
형님 :....... 그래도 이제, 홍어 김치 이야기 나올 때 안 됐냐?
용하 : 형님, 알았어. 정리할께!.......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그리고 내가 1982년도에 부산해양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즈음에 부산에 오니까 친구들 도시락 싸오는 것 보면, 중학교 때 김치 수준이었고!
사장 :........
용하 : 우리학교는 그 당시에 1학년들은 부산시내 사는 애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는데, 부산 친구들 도시락에 싸온 김치들을 보면 전라도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배추는 좋은데, 고춧가루도 더 좋은 것을 뿌렸는데.......
형님 :.......
용하 : 상대적으로 양념도 많이 안 넣고 고춧가루도 많이 안 치데. 우리학교가 부산서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애들이 많이 왔는데, 전라도 김치하고 부산 김치를 그때 처음 차이를 알았어요. 내가 배추장사 아들이라고 했잖아요?
사장 : 아하! ㅎㅎㅎㅎ-
형님 : 어릴 때부터 배추농사를 지었으면 그런 것도 봤겠다.ㅎㅎㅎㅎ-
용하 : 그 이후로 영농기술도 가파르게 발전하면서 계속 풍년이 들면서, 나라가 발전하면서 전라도나 부산이나 노랗게 속이 든 결구 포기 배추에 고춧가루를 많이 뿌리기 시작하면서 빨간 김치가 대중화 된 것이라고!........
형님 : 아........
용하 : 그러니까 전라도 쪽에서도 속이 든 노란 배추에 고춧가루를 충분히 쳐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보편화 된 것이 1980년대 초반 이후에 일어난 일이란 말입니다!
내가 부산해양고등학교에 입학한 1982년도 연말에 TV에 동원참치의 참치광고가 나왔다. 중학교 때도 멸치가 도시락 반찬으로 대중화 되고 소세지를 싸오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1982년도에 동원산업(당시 동원수산)에서 참치광고를 하여 참치가 도시락 반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식문화에 있어서 또 한 번의 혁명이다. 통일벼가 성공하면서 탄수화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면, 참치 통조림이 대량생산되면서 단백질과 지방 공급이 비로소 대중화된 것이니까.
내가 부산해양고등학교 다닐 때 2학년부터 3학년까지 2년 과정으로 [수산업]이라는 수업과목이 있었는데, 이때 [수산업] 선생님이 최씨 성을 가지신 원양어선 선장 출신으로 지금 동원그룹 회장이 되신 김재철 회장이 원양어선 선장일 때 그 분 밑에서 1등 항해사로 같이 참치 배를 탔노라고 자랑을 많이 하신 분이셨다.
그리고 우리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태평양]에서라는 제목으로 참치 잡이 원양어선 선장이 자기 아들에게 보내온 ‘옐로우핀, 다랑어, 바다의 닭고기’ 같은 내용의 편지글이 국어책에 실렸었고,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라는 제목의 글이 또 국어책에 실렸었는데, [거센 파도를 헤치고]는 원양어선 조업일지를 기행문 형식으로 써놓은 글이었는데....... 이 글들은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님이 젊어서 원양어선 선장 시절에 쓰신 글들이다.
용하 : 전라도에서도 속 들고 빨갛고 맛있는 포기김치가 1980년대 초중반에야 보편화됐다는 것이 홍어삼합에 있어서 무슨 뜻인 줄 아시겠어요?
형님 : 아, 이해되네.......
사장 : 그러니까 전라도 쪽에서도 1980년 초반 이후로 맛있는 김치가 보편화됐으니까,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홍어삼합이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용하 : 그렇지요.
형님 : 아!
용하 : 홍어를 먼저 먹다가....... 홍어하고 돼지고기를 같이 씹고, 김치하고 막걸리로는 입가심을 하고!....... 지금처럼 ‘돼지고기 깔고, 홍어 올리고, 김치 올리고’ 같은 공식 개념은 보편화되지 않았지요.
사장 : 아.......
용하 : 간혹 그렇게 젊잖게 싸 드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희귀한 경우였고....... 지금처럼, ‘돼지고기 깔고, 홍어 올리고, 김치 올리고’....... 이것은 시절이 좋아지고 먹고 살만 하니까 장사하는 분들이 ‘상품으로 개발해서 보편화시켰다’고 보는 쪽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네요
사장 : 그래도 홍어삼합은 전라도가 원조겠지요?
용하 : 그렇지요. 홍어를 삭혀 먹은 습성은 전라남도 서남해안 지역 목폭-해남-강진-영암-나주-영산포 같은 곳에서 시작됐고, 홍어하고 돼지고기에 김장김치를 합쳐먹기 시작한 곳이 그쪽이니까! 음식은 먹어봐야 그 맛을 아는데, 전라도 사람들만큼 홍어삼합 맛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 없잖아요?
형님 : 맞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많이 먹어봤으니까 그 맛을 알겠지.
사장 : 인정! 음식장사를 해보니까....... 무슨 음식이던지 많이 먹어본 사람들보다 그 맛을 잘 알 수는 없어요. 또 많이 먹을수록 그 맛을 못 있는 것이고!
또, 한잔씩 넘겼다. 안주도 좋지만 이야기가 잘 통하니까 세 명 다 술도 안 취하고 말짱말짱했다.
참고로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1592년) 때이다. 고추는 잉카제국 남미가 원산지인데, 스페인 사람들이 남미에 들어간 이후로 유럽으로 전해졌고, 이후에 포루투갈 네덜란드 상선들이 일본에 들락거리면서 일본으로 전했고,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김치에 고춧가루를 뿌려먹은 지가 그리 오래돼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늘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단군신화에도 나오니까.
그리고 우리나라에 빨간 김치가 대중화 보편화 된 것은 30년 안팎이다. 그 전까지는 김장김치가 익으면 가느다란 줄기의 배추들이 시컴시컴 햇고, 절구통에 찧어서 빻아서 김치에 뿌려놓은 고춧가루들이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40대 중반을 넘기신 분들이라면 유년시절을 생각해보시면 기억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도시화가 되기 전이라 대부분 시골 초가지붕 아래 흙담벽 안에서 모여 살았고, 그때는 대부분 다 같이 가난했으니까!...... 시절 참 많이 좋아진 것이다!
[홍어집 사장은 피아노 영업사원 출신]
시간이 12시에 가까워졌다. 그래도 홍어집 사장이 홍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서 이야기 듣기를 더 원했다.
사장 : 두 분 내일 일하십니까?
형님 : 아니, 휴일이라 나는 내일 쉬어!
용하 : 나도 쉽니다.......그런데, 술 떨어지네요!
사장 : 아?.......아!ㅎㅎㅎㅎ-
위층에도 냉장고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다 퇴근한 뒤라 홍어집 사장이 직접 술을 가지러 갔다.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격식 같은 것을 크게 안 따지고 가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금방 소주 두 병을 가지고 왔다. 또 맘에 들었다.
사장 : 나도 오래 전부터 식당을 하나 잘 해보고 싶었는데, 홍어는 공부를 하려고 해도 정말로 어렵더라고요!
용하 : 그래도 사장님은 이 정도 규모의 가게를 시작하셔서 이만큼 하신 것 보니까, 음식이나 식당에 대해서 상당히 아시는 분 같은데요? 직원들 조직 관리도 그렇고! 직원들이 편하면서도 능률이 높아 보여요.
사장 : 아니, 정말로 식당 쪽에 일은 전혀 안 해봤어요.
용하 : 그럼, 영어학원 하시기 전에 뭐하셨는데요?
사장 : 피아노 영업이요!
형님 : (형님도 몰랐다는 듯) 피아노 영업?
사장 : 예, 군대 갔다 와서 바로 시작한 일이 피아노 영업입니다. 그리고 피아노 영업 그만 두고 한 일이 영어학습지였고요! 그러다가 영어학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용하 : ㅎㅎㅎㅎ........ 햐아-, 피아노 영업에 영어학습지 영어학원 하시는 분이 보쌈집사장에 홍어장사를 한다고 하시네?ㅎㅎㅎㅎ.......
사장 : 서른다섯 살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는데, 제대하고부터 부산 내려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피아노영업을 했어요.
형님 :.......?
사장 : 윤사장님도 영업을 잘하시는 분이시라는데, 안 믿으셔도 괜찮은데....... 나는 피아노 영업을 하는 동안 거의 내내 피아노영업에서만큼은 전국에서 거의 톱이었어요.
용하 : 예에!.......?.......
사장 : 그런데, 영업이란 것이 외롭잖아요? 자기 관리 못하면 무너지는 것이 순식간이고!
용하 :.......
사장 : 그래서 안 무너지기 위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하다 보니까 경력이 쌓이면서 성과가 그렇게 나온 것 같은데........ 안정이 됐다 싶으니까, 회사가 부도가 나버린 거예요. 피아노 본사 자체가!
용하 :.......96년도 00피아노! 알겠네.
사장 : 예. 그래서 하루아침에 붕 떴잖아요? 그래도 피아노영업 쪽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하고 생활도 안정됐다 싶었는데.......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것이어요. 부도가 나면 맨 먼저 영업사원들부터 자르잖아요?.......
형님 :.......
사장 : 그래서 더 이상은 서울에 있기 싫어서 부산으로 내려왔는데, 막상 내려오니까 할 게 없잖아요? 군대 갔다 와서 배운 것이라고는 피아노 영업밖에 없는데?.......
용하 : 그래서요?
사장 : 나이는 벌써 30대 중반인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을 해봤어요. 그때 식당을 시작할까 생각도 했어요.
용하 : 그때 식당을 하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셨어요?
사장 : 아니, 그 이전부터!
용하 : 그 이전부터?
사장 : 예. 영업을 하면 생활자체가 외식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피아노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중산층 정도는 되니까, 고객들을 만나서 밥을 먹어도 그 사람들 수준에 맞는 곳에 가서 먹게 되고!
형님 : 그건 그렇지.
사장 : 그래서 서울에서 피아노 영업만 10년 넘게 하면서 외식을 많이 하게 됐는데, 같은 값이면 맛있는 집을 찾아가게 되고.......
용하 :.......
사장 : 영업 자체가 워낙 힘든 일인 줄 아니까....... 나도 나이 먹어서는 저런 식당을 하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괜찮은 식당을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된 거예요.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는 잘되는 식당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형님 : 잘되는 식당 하나 갖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 많지!
용하 : 그럼, 식당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 됐네요!
사장 : 시간적으로는 그렇지요. 서울서 피아노 영업을 하면서도 장사 잘 되는 집들은 관심을 갖고 일부러 찾아가서 밥을 먹고....... 그러다 보니까, 메뉴를 정해야 하는데....... 보쌈집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용하 : 그때부터 보쌈집에 관심을 가지셨다고?
사장 : 예.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보쌈이라는 음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돼지고기하면 그냥 수육 개념에 질리면 김치 하나 집어먹는 그 정도 개념밖에 없었는데, 보쌈이란 요리가 있는 거예요. 먹어보니까 너무너무 맛있고.
나도 군대 제대 후 서울 명동에서 보쌈을 처음 먹어봤는데, 돼지고기의 질과 보쌈김치의 맛에 놀라고 말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집도 반찬을 잘 해먹는다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그날 처음 맛을 본 보쌈김치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분명 막 담은 배추김치인데, 어떻게 된 것이 비린내(풋내))가 전혀 안 나고 아삭아삭 씹히면서 감칠맛이 돌면서 달착지근했다. 내 상식으로는 김치에 단 맛이 돌면 김치가 맛이 없는 것인데, 어떻게 된 것이 달착지근하면서도 맛있었다.
그래서 양념을 봤더니, 그 당시로는 생각도 못했던 배가 들어 있었는데 단 맛을 내는 것이 배 맛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김치를 씹을 때 야무지게 씹어 먹을 수 있어서 그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질감을 기분 좋게 경험했는데, 그것은 양념 속에 채 썰어 넣은 밤 때문이었다. 또, 더 놀라운 것은 김치 위에 잣을 뿌려놓았는데 하나씩 집어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소나무 향이 감돌았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김치에 그 비싼 잣을 뿌려먹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야 김치에서 단맛을 내면서도 질리는 맛이 없이 뒷맛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그 재료가 감 홍시라는 것을 알았다. 우연히 [대장금]을 보다가! 장금이의 어린 시절에 ‘내가 궁금했던 그 분위기에서’ 장금이가 그 단맛의 재료를 맞춰내는 것을 보고서........ 김치에 들어가서 단맛을 내면서도 질리지 않게 하는 그 재료는 물엿도 아니고 배도 아니고 감 홍시였다.
사장 : 처음 먹어보는 보쌈김치란 김치가 너무너무 맛있는 거예요! 감동을 했지. 보쌈고기도 같은 돼지고기인데도 수육하고는 질이 틀리고!....... 그때 돼지고기하고 김치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용하 : 예에!.......?.......
사장 : 그때부터 서울에서 잘한다는 보쌈집은 찾아다녔지요!
형님 : 먹으러?
사장 : 맛을 알아야 하니까!
형님 : 그러니까?
사장 : 다 잘해! 다 맛있고! 그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에도 보쌈집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오래된 역사가 있는 집들이 몇 집 있었어.
용하 : 그래서 계속 다녔어요?
사장 : 계속은 못 다니고, 한꺼번에 너무 연달아 먹으면 질리니까.ㅎㅎㅎㅎ....... 그래도 기회 있으면 보쌈집에 갔지요. 맛을 깊이 알아야 비교를 할 수 있으니까요.
용하 : 그러니까요?
사장 : 집마다 약간씩 있는 차이를 느끼겠더라고!........ 그러다가 또 한참 있다 가보면 그 차이들이 더 확실히 느껴지고. 서울에 있는 유명한 보쌈집들은 오래된 집들이라 시간이 지나도 맛이 기복이 적고 그 맛이 잘 지켜지는 편이거든요.
형님 : 그게 전통이지!
용하 : 그래서 보쌈집이 할 만하게 보이던가요?
사장 : 예. 나이 좀 들어서는! 맛을 볼 줄 안다고 생각이 되니까, 맛을 알면 그 맛을 찾아서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용하 : 음식장사를 하려면 맛의 주제를 정하고, 그 맛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지요. 그 전에 맛부터 배워야 하고!
사장 : 그리고 내가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 사업성을 생각해봐도....... 보쌈김치 하나만 잘 만들어도 장사가 될 것 같더라고요. 돼지고기 좋은 것 사서 잘 삶으면 손님 더 많을 것 같고!.........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유행을 안 탈 것 같아서요.
형님 : 돼지고기 보쌈이 유행을 안탄다고?
사장 : 서울 오래된 집들도 수십 년씩 계속 잘 되고 있는 것을 봤고.......
형님 :.......
사장 : 옛날부터 돼지고기하고 김치를 먹어왔으니까 앞으로도 돼지고기하고 김치만큼은 유행을 안타고 계속 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용하 :.......
사장 : 거기다가 살기 좋아질수록 사람들이 건강을 챙길 것인데, 보쌈김치가 메뉴로는 한가지지만 그 안에는 파 마늘 생강 참깨 감 밤 잣 같은 수많은 영양소들이 양념으로 들어가니까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기고.
용하 :....... 그때부터? 히야.......
형님 :....... 성공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사장 : 결론은 돼지고기 좋은 것 사서 쓰고 보쌈김치 하나만 잘 만들면 되니까, 나이 들어서도 힘 덜 들이고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홍어와 군대 이야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홍어집 사장이 고생을 크게 모르고 편한 생활만 해온 사람으로 느끼고 있었다.
용하 : 그럼, 사장님 군대는 어디 갔다 오셨는데요?
사장 : 해병대요!
용하 : 진짜로 해병대 나왔어요?
사장 : 예. 연평도요!
형님 : 전에 남북한 군함끼리 연평해전 벌인데?
사장 : 어. 거기!
용하 : 이야, 보기하고 틀린 분이시네! 악수 한 번 합시다! ㅎㅎㅎㅎ-
사장 : 내가 보기에 어때서요?
용하 : 솔직히, 젊었을 때 좀 뺀들뺀들했을 것 같이 보여요!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뺀들뺀들?........ 해병대 특기가 놀 땐 놀고, 할 땐 하는 것 아닙니까?ㅎㅎㅎㅎ.......
용하 : 해병대 100% 자원이잖아요?
사장 : 그렇지요.
용하 : 이야........ 정말로 다시 보이네요!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그럼 윤사장님은?
용하 : 일빵빵!
사장 : 김사장님은?
형님 : UDT
사장 : 아, 유디티는 들은 것 같네.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내 고향 친구 중에 태권도 7단에 마라톤에 철인3종 경기 하면서 지금 대구 사는 놈이 있는데, 그 놈이 UDT를 나왔다고 해서, “유디티 훈련 이야기 좀 해주라”고 했더니 [우리동네특공대]를 유디티라고 한다고 하데.ㅎㅎㅎㅎ....... 앞머리만 따서! 알고 보니까 방위 나왔어. 향토방위!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어! 우리끼리는 우리 동네 특공대를 [UDT]라고 불러!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홍어집 사장 인상이 젊었을 때 뺀질뺀질했을 인상인데, 해병대를 갔다 왔다니....... 확실히 사람을 겉모습만 가지고 선입견을 가질게 못 됐다.
용하 : 아니, 해병대 간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해병대 가요?
사장 :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젊어서 고생도 좀 해보고.......
용하 :.......
사장 : 내가 키가 작은 편이잖아요? 학교 다닐 때 맞고 다녀서, 그래서 깡도 좀 키워서 나올라고!ㅎㅎㅎㅎ-
형님: 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사장 : 사실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잡아놓고 물어보면 해병대 온 애들이 거의 다 그래. 해병대 나온 애들 보면 쫄망쫄망한 애들이 많잖아?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아 재밌네!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재밌어!........
남자 셋이 모여서 다를 20년도 넘은 군대 얘기를 하니 재미도 있었다. (정확히 하면 나는 19년째.)
용하 : 사장님, 연평도에서 해병대 생활하셨다면서 홍어 안 드셔보셨어요?
사장 : 연평도 해병대하고 홍어하고 관련이 있습니까?
용하 : 친구 중에 백령도에서 해병대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홍어 많이 먹었다던데요?
사장 : 그래요? 우리는 홍어를 보지도 못했는데?.......
형님 : 정확히 연평도하고 백령도가 어디 쯤 돼?
사장 : 연평도는 북한 해주만 바로 입구에 있고, 백령도는 더 서쪽으로 북한 장산곶 곶부리 바로 앞에 있고!
형님 : 장산곶이란 데가 우리가 민요 부를 때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할 때 거긴가?
사장 : 그래 바로 거기!
장산곶 할 때 [곶]이란 [곶부리]란 뜻인데, 곶부리는 육지가 ‘새의 부리같이’ 바다로 튀어나간 부분을 뜻한다. 낚시꾼들은 곶부리란 말을 자주 쓴다. 곶부리가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니까. 또, 곶부리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이기도 하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고 곶부리에 비교해서 [반도]라는 말은 육지의 큰 땅이 바다로 튀어나간 것을 말한다.
사장 : 그럼, 흑산도 말고 백령도 쪽에서도 홍어가 나오기는 나옵니까?
용하 : 나오지요. 대청도 홍어라고!
형님 : 흑산도 말고도 홍어가 나오는구나!
용하 : 그쪽으로 섬들 많잖아요?
사장 : 섬들 많지요. 백령도-대청도-소청도가 붙어 있고, 대연평도-소연평도가 붙어있는데....... 백령도하고 연평도 사이에 북한 쪽으로는 남해안 다도해 같은 섬들이 널려있지요.
용하 : 그 앞바다에서 꽃게만 많이 나는 것이 아니라 조기나 홍어 같은 고급어종도 많이 나오는 황금어장입니다.
사장 : 거기가 황금어장은 맞지요!
용하 : 그리고 백령도 앞바다가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빠져죽은 인당수고!
형님 : 아!.......
용하 : 그런데 이야기 속에 심청이를 공양미 삼백석(=섬, 1섬은 2가마)에 산 사람들이 청나라 상인들이었는데, 청나라 사람들이 배타고 왔다 갔다 하는데 인당수 앞바다에 조류하고 파도가 세고 풍랑이 자주 일어서 ‘사고 좀 안 나게 해 달라’고 심청이를 바다 속 용왕님한테 제물로 바친 것이었거든!
형님 : 그러니까, 그쪽이 섬도 많고 조류도 세서 물고기들이 많은 황금어장이 된다 그 말이지?
용하 : 그렇지요.
사장 : 그럼, 연평도 쪽은 수심이 낮아서 홍어가 안 나왔나?.......
용하 : 연평도 쪽으로는 수심이 낮아요?
사장 : 아무래도 해주만 바로 입구에 있으니까요. 백령도는 장산곶 모퉁이 앞쪽에 있어서 물살이 센 것이고!....... 수심하고 홍어하고 연관이 있을까요?
용하 : 있을 것 같네요. 흑산도나 홍도도 수심 70~80미터에서 홍어가 나온다고 하니까.
형님 : 그럴 수도 있겠네.
사장 : 그럼, 백령도에서는 어떻게 해서 홍어를 먹을 수 있었다고 하던가요?
용하 : 어선들 북한 쪽으로 못 넘어가게 감시도 하고, 북한 군함들 못 달라붙게 보호도 해주고.......
사장 :.......
용하 : 한번 씩 [대민지원] 나갔다가 [대대 체육대회] 할 때는 그쪽에 선장이나 선주들이 홍어를 광어나 우럭 같은 것들하고 같이 리어카나 경운기에 싣고 온다는데, 홍어만 해도 리어카에 수대씩 싣고 온다고 그래요.
사장 : 거기서도 홍어를 삭혀 먹었다고 합니까?
용하 : 아니요. 흑산도처럼 홍어를 안 삭히고 싱싱할 때 바로 회로 먹는다고 하네요. 짠밥 좀 먹은 고참들은 홍어만 먹지 돼지고기나 광어 우럭 같은 회들은 쳐다보지도 안 할 정도라고 하고.
사장 : 우와! 그럴 수가?
형님 : 신입들은 처음에는 회를 못 먹었어도....... 그쪽에서 생활을 하면서는 먹게 됐다는 이야기네?
용하 : 그렇지요.
사장 : 돼지고기를 쳐다보지도 안 했다는 이야기는 삼합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고.
용하 : 그래 그 친구가 홍어는 싱싱할 때 먹어야 더 맛있다고 자랑을 많이 했다니까요.
사장 : 그럼, 그쪽에서도 옛날부터 홍어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까?
용하 : 있지요. 옛날에는 흑산도 홍어보다 대청도 홍어가 더 유명했다고 그래요.
사장 : 그래요?
형님 : 그것은 또 처음 듣는 소리네?
용하 : 물류나 교통 흐름으로 봐도 그렇잖아요?
사장 :.......
용하 : 옛날에는 흑산도 홍어배가 한양 한번 올라가는 것이 꿈도 꾸기 어려웠을 것인데.......
형님 :.......
용하 : 백령도나 대청도는 한양하고 평양하고 개성 해주 사이의 길목에 있는데, 왔다 갔다 하는 배들이 수시로 있었거든. 청나라 상인들 심청이 공양한 이야기도 있잖아? 물류나 교통이 빈번했다는 이야기라고! 그러니 대청도산 홍어가 흑산도산 홍어보다 서울에서 유명했을 수밖에요?
사장 : 장사 이치로 봐도 그게 그렀네!
용하 : 그리고 대청도 홍어는 ‘담백한 맛의 홍어’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옛날부터 대청도 홍어는 안 삭히거나 덜 삭혀서 싱싱할 때 먹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보통 물고기들은 근육조직에 5~15% 가까이 지방질이 들어있는데, 홍어는 지방질이 0.5~0.9% 정도 밖에 안 들어 있다고 했잖아요? 홍어에는 지방질이 거의 안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사장 : 아아!.......
용하 : 그리고 홍어가 잡혀 죽으면서부터 요소가 암소니아를 발생시켜서 비린내도 안 나고 식중독 위험도 없고.......회가 아주 꼬실꼬실하니까 회를 못 먹는 사람이나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옛날부터 싱싱한 홍어회는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장 : 그래서 백령도 해병대들이 쉽게 홍어를 좋아하게 된 것이고!
형님 : 무슨 말인지 이해되네.
용하 : 옛날에는 냉장시설도 없던 시대라....... 흑산도에서 홍어배가 육지로 나오면 목포나 나주-영산포에 도착할 때쯤이면 벌써 홍어가 많이 삭혀져버려서 한양까지 올라갈 가치가 없어져버렸을 것인데.......
사장 :.......
용하 : 호남평야에서 한양으로 볏짐 싣고 올라가는 배들이 한양에 도착하면 썩은 냄새가 풍기게 됐을 것인데....... 서울 사람들이 그 홍어를 사먹었겠어요?
사장 : 아아!.......
형님 : 무슨 말인지 이해되네.
용하 : 그런데, 백령도나 대청도 연평도 해주는 한양하고 거리도 가까웠고, 대도시들 간에 왕래라 배들도 자주 있고, 배도 크고 빨랐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홍어가 서울에 도착해서도 싱싱하고 냄새도 덜 났을 테니까....... 대청도 홍어는 옛날에도 한양에서 팔릴 수 있었겠지요.
사장 : 아!.......
용하 : 그래서 대청도산 홍어는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고........
형님 : 아.......
용하 : 그래서 지금, 서울에서 홍어가 [서울식]하고 [전라도식]이 있는 것이........ 그 [서울식]이라고 하는 것이 옛날부터 대청도산 홍어를 먹는 습성에서 유래된 것 같아요.
사장 : 아아, 무슨 뜻인지 알겠다.
형님 : 그럼, 흑산도 홍어라고 불리는 전라도식이 언제부터 유명해졌지?
용하 : 흑산도 홍어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남북이 분단되고, 산업화가 되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서울로 이주를 많이 한 이후의 일입니다.
사장 : 오케이.
용하 : 실제로 홍어삼합이란 것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TV가 보급된 이후의 일이지, 그 이전까지는 ‘전라도에 가면 홍어라는 것을 썩혀 먹는다고 한다.’고 전설 속에 이야기 수준에 머무른 정도밖에 안 됐었다고?
형님 :.......그랬었네.
사장 : 맞아!
용아 : TV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전설로만 듣던 썩은(삭힌) 홍어를 알게 됐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농현상으로 전라도 서남해안 사람들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대거 이동한 이후로 홍어삼합도 같이 퍼진 것입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흑산도 홍어가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사장 : 휴전선이 고착화되면서, 남북한에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민주화되기 전까지는 백령도 대청도 그쪽 해역에 분위기가 살벌해서....... 고기 잡기도 힘들고, 수십 년 동안 홍어도 서울로 들어오기가 힘들게 돼버린 것이고! 내가 연평도에서 해병대를 나와서 80년대 초반까지 그쪽 분위기를 몸으로 알거든.
형님 : 그런 이유가 있었네.
사장 : 그럼, 백령도 해병대들은 한번 먹을 때 홍어를 충분히 먹었다고 그래요?
용하 : 예. 체육대회 할 때쯤 되면 대민지원 나갔다가....... 체육대회 할 때면 홍어만도 리어카로 몇 대를 싣고 왔다고 그러니까, 대대병력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형님 : 하기야 대대병력이 반만 나가서 한나절만 공짜로 일을 해줘도 그것을 인건비로 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니까! 오고가고 손해날 것 없겠네.ㅎㅎㅎㅎ-
용하 : 체육대회를 봄가을로 1년에 한두 번 한다고 하는데, 그날 하루는 원 없이 홍어를 먹는다고 하네. 먹어도-먹어도 안 질리니까!
사장 : 그럼, 그때만 해도 홍어가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용하 : 그랬다는 이야기죠. 백령도 그쪽은 군인들 감시가 심해서 밤에 몰래 고대구리도 하기 힘들고, 그때까지만 해도 백령도 쪽에는 분위기가 살벌해서 남북한 경계지역에는 어선들이 못 들어가서 어족자원이 제대로 보존이 되었으니까. 중국 어선들도 나타나기 전이었고.
형님 : 아하!.......
사장 : 아....... 인정!
홍어 먹으러 가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군대 이야기로까지 빠지게 되었다.
[홍어골 홍어알]
혼자서 공부한 것들을 관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이날 죽이 잘 맞았다. 그리고 한번 더 설명하면 이 홍어집 사장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이해를 했으니 더 이야기를 해보라’는 뜻으로 “예에!.......?.......”하는 습성이 있었다.
사장 : 인공어초바다목장을 연구하셨다면, 홍어가 왜 흑산도에서만 일방적으로 많이 나오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 대청도에서 많이 나오는 이유도 곁들여서요.
형님 : 나도 지금까지는 흑산도에서만 홍어가 나오고 흑산도에서만 홍어를 잡는 줄 알았는데, 대청도에서도 홍어가 나오고 홍어를 잡는다고 하니까....... 거기에 맞은 이유들이 있을 것 같은데?
용하 : 몇 가지 예를 들려면 약간 복잡해질 것 같은데, 추측해서 추론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사장 : 예에!.......?.......
용하 : 일단 우리나라 흑산도나 대청도에서 잡히는 홍어는 비교적 찬물을 좋아하는 한해성 어류입니다.
형님 : 한해성어류하고 한류성어류하고 틀리냐?
용하 : 한류성은 남극 같은 극지방의 추운 해류에서 사는 어류이고, 한해성은 우리나라 같이 온대성 기후 안에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물을 좋아하는 어류!
사장 : 예에!.......?.......
용하 : 연구결과, 우리가 ‘흑산도 홍어’라고 하는 참홍어는 전체적인 분포지역이 황해, 시베리아 연해, 일본 북부 연해에 걸쳐 있다고 하는데, 이들 지역이 극지방은 아니잖아요?
사장 : 그렇지요. 황해도 올라가다 보면 막히고, 시베리아 연안이나 일본 북부 연근해도 위도가 함경북도 나진보다 조금 위쪽이고.
용하 : 그렇다고 해서 흑산도에서 잡히는 참홍어가 저렇게 넓은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것은 아니고, 제주도 해역에서부터 발해만까지 주로 분포한다고 그래요.
형님 : 발해만이라고 하면 옛날에는 우리 땅! 만주벌판 입구 해안 쪽으로 바닷가?
용하 : 그렇지요. 그리고 제주도 해역에서부터 발해만 해역까지도 홍어 어장이 형성될 만큼 홍어가 많이 살지는 않고....... 실제적으로 홍어어장은 [흑산도-홍도]하고 [백령도-대청도] 해역에서 주로 형성됩니다.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홍어는 알을 낳는 난생입니다.
형님 : 홍어가 알로 낳는다고?
용하 : 예. 홍어가 한번 산란을 할 때 4~5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
동물이 개나 소처럼 새끼를 낳으면 [태생]이라고 하고, 닭처럼 알을 낳으면 [난생]이라고 하고, 망상어나 볼락처럼 암컷의 몸속에 알을 낳아서 그 알이 어미 뱃속에서 깨어나 새끼로 밖으로 빠져나오면 [난태생]이라고 한다. 홍어는 몸 밖으로 알을 낳는 [난생]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물렁뼈집안이라도 홍어류를 제외한 상어류와 가오리류는 [난태생]이다.
용하 : 홍어 알은 달걀처럼 둥근 게 아니라 납작하고 길쭉한 사각형 모양이고요!
형님 : 알이 사각형 모양?
용하 : 예. 그리고 네모난 알들은 모서리 부분마다 각자 튀어나와 있고!
형님 : 그것은 왜 그렇지?
용하 : 어디에 달라붙기 좋도록 하기 위해서!
사장 : 아아!.......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ysriver21?Redirect=Log&logNo=30002428585
용하 : 또 홍어 알은 ‘달걀처럼 깨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옛날에 사먹던 납작한 찐덕이처럼 질기면서도 유연성이 있는데, 홍어 알을 [홍어알집]이라고도 하고 [난각]이라고도 해요. 흑산도나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알집]을 [쌈지][삐깨][삐끼]라고 한다고 하고.
형님 : 또?
용하 : 그러니까 [홍어알]이라고 하는 것은 알집 통째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에 보니까 일본에서는 실험실의 홍어알집 속에서 홍어새끼가 나오는 것을 촬영했더구만요.
사장 : 예에!.......?.......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ysriver21?Redirect=Log&logNo=30002428585
홍어는 깊은 수심에서 산란을 하여, 아직까지 자연 상태에서는 홍어 치어가 알 속에서 나오는 것을 촬영하지 못했는데, 일본(후쿠이대학)에서 실험실 수족관 촬영에서는 성공했다고 한다.
용하 : 또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알집을 가위로 자르니까 그 안에서 ‘달걀 깨서 그릇에 담아놓은 것처럼’ 동그란 알들이 2개 나온 사진이 있는데....... 이것은 한 개의 [홍어알(집)] 속에서 2개의 알이 생겨서 2마리 이상의 홍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홍어알집, 홍어알 자세히 보러가기]
http://blog.empas.com/jihooniya/19672734
http://blog.naver.com/anakin24?Redirect=Log&logNo=80027327016
용하 : 그리고 홍어 조시 두 개인 것은 알지요?
형님 : 그렇다고 하데.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암컷도 보오-지가 2개여요!
형님 : 진짜 그래?ㅎㅎㅎㅎ-
용하 : 상어나 가오리도 암수 각각 두개씩이고!
사장 : 아- 그렇구나.
용하 : 그 중에서도 홍어 조시 좋고!
형님 : 어떻게 좋은데?
용하 : 눈으로만 봐도 홍어 조슨 기다랗고 가시까지 박혀있거든.
사장 : 가시가 박혀있는 것은 왜 그래요?
용하 : 암놈하고 대 붙을 때 안 빠지라고 그러겠지요.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흑산도 풍년호 강택영 선장이 어부생활 20년 만에 잡았다는 19kg 암놈 대물 홍어.
홍어는 8~9kg까지를 1번치, 7~8kg 짜리를 2번치, 6~7kg 짜리를 3번치, 5~6kg 짜리를 4번치, 그 이하를 폴랭이라고 하고, 9kg이 넘어가면 특대라고 하는데....... 19kg이라면 얼마나 큰 년인지 생각해보시라. 참고로 풍년호 강택영 선장은 홍어를 직접 잡기도 하고, 가게를 하면서 직접 팔기도 한단다.
용하 : 그리고 홍어를 연구해서 발표해 놓은 논문들을 보니까 산란기가 되면 홍어의 난소(생식소)가 달아오른다고 발표를 해놨던데....... 하나의 보오-지 속에 2개의 생식소가 생기거나 2개의 알집(난각)이 들어찬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2개의 보오-지 속에 각각 하나씩의 알집이 생겨서....... 때가 되면 2개의 보오-지마다 하나씩의 알을 낳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그 하나의 알집 속마다 2~3개의 알로 분열되어, 홍어가 한번 산란을 할 때 4~5알을 낳는다는 말이 나온 것 같고!
형님 : 홍어 조슨 봤는데....... 홍어 보오-지는 어디에 달라붙어 있는데? 인터넷에 사진들 봐도 홍어 보오-지는 안 보이던데?....... 구멍이 배 아랫부분에 하나인 것도 같고?
용하 : 하나 크게 보이는 그것은 똔구녘이고, 홍어 암놈도 ‘홍어 조까치’ 꼬리 양쪽으로 약간 튀어나온 것이 있는데.......
사장 : 그래, 홍어 암놈도 수놈처럼 꼬리 양쪽으로 짧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갈수록 말이 껄적지근해지는 것 같아?ㅎㅎㅎㅎ-
용하 : 좋은 말 할 때도 우리말 쓰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씨블 씨비라고 하면 상스럽고 씨블 색-스라고 하면 품격 있어 보인다는 그 생각은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에요.
사장 : 그런가?
용하 : 미국애들 영국애들은 자기 나라 말로 씨블 씨비라고 하는데,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그것들 다 상놈들이게?....... 보오-지나 자아-지나 조시나 다 좋은 말입니다.
사장 : 예에!.......?.......ㅎㅎㅎㅎ-
형님 :ㅎㅎㅎㅎ-
용하 : 자아-지(子枝)나 보오-지(寶枝)는 (인터넷 사전을 찾아봐도 없고) 내가 볼 때 한자어에서 온 말 같은데.......
사장 :.......
용하 : 풀어보면, 자아-지는 ‘자손이라는 씨를 뿌리는 가지’라는 뜻이고, 보오-지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씨를 받아 보살피고 키워내는 가지’라는 뜻으로 자손 번식에 대한 깊은 뜻이 들어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에요.
형님 :.......
용하 : 子枝나 寶枝는 성적쾌감도 빼놓을 수 없지만 생물학적으로도 한번 잘못 사용하면 ‘남의 마누라 배 속에 씨 뿌리고’ ‘남의 남자 씨 밸 수 있으니까’ 가정이 붕괴되고 사회질서에 문란이 올 수밖에 없어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약속이 숨어 있는 것이라고!
형님 :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사장 : 아....... 보오-지(寶枝) 자아-지(子枝)는 말 자체도 고결한 뜻이네!
용하 : 그리고 유교문화가 500년을 지배하면서 공개적으로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도록 음탕한 말을 대표하게 돼버렸고.
사장 : 아........
형님 : 그런가?.......
용하 : 그런데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조슬 페-니-스라고 하면 안 부끄럽고 보오-지를 클리-토-리스라고 하면 안 부끄럽게 여기면 자아를 상실한 것이지!....... 꼴사납잖아요? 말은 그 풍토와 그 문화에서 나온 유산인데!
형님 :....... 인정할까?
사장 : 인정!
용하 : 그리고 조시란 말은 순수한 우리말이라 자아-지라는 말보다 먼저 나왔을 것인데....... 순수한 우리말들이 한자어나 영어에 밀려들어가서 사멸되는 것은 문화적으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보오-지(寶枝)나 자아-지(子枝)나 껄쩍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야기를 합시다.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출판사 사장인 내가 들어도 맞는 말들이다!
원장 : 영어학원 원장인 나도 인정!ㅎㅎㅎㅎ-
상어나 홍어나 가오리는 정말로 암수 모두 교미기가 두 개씩 달렸다. 그리고 홍어는 정상 체위로 한다고 한다. 진화가 그냥 진화가 아닌 것이다.
형님 : 그럼, 홍어 암놈에 ‘홍어 조까치 생긴’ 튀어나온 부위가 홍어 보오-지면 보오-지 구멍은 어디에 있는데?
용하 : 홍어 보오-지 끄터머리에!
사장 : 홍어 보오-지 끝터머리에? 안 보이는 것 같던데.......
용하 : 사람 좋-대가리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처럼, 홍어 보오-지에도 구멍이 있는데.......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사람 좋-대가리에 구멍처럼 작은 것이 아니라 홍어 보오-지 구멍은 커요. 가죽으로 덮여있는데, 평소에 오므리고 있으니까 구멍이 잘 안 보이는 것이지.
형님 : 그럼, 쓸 때는?
용하 : 쓸 때는 그것이 실린더처럼 홍어 조슬 피스톤같이 받아들이겠지. 홍어 암놈도 숫놈이 맘에 들면 열어 줄 테니까!....... 그러면 튀어나온 암놈 둔덕은 짧고 수놈 짝대기는 많이 기니까 앞부분은 실린더 입구 같은 보오-지 구멍을 찾아들어가겠지!....... 그리고는 둘이서 궁합이 맞으면 수놈이 조슬 살 속으로 더 깊이 박아 넣고는 난소에 정액을 쏘아 줄 것이고!
형님 : 그럼, 물총을 쏠 때도 양쪽에서 쏘겠네?
용하 : 한쪽이 고자 아니면 그러겠지!...... 그런 것은 홍어한테 물어봐!
원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그렇게 대붙어서 교미가 끝나면 홍어 암놈 몸속에서 난자하고 정자하고 만나서, 홍어의 보오-지 속 난소에서 홍어 알이 생기는데....... 만삭이 돼서는 홍어 암놈이 2개의 알(하나의 알 속에서 2~3개의 수정란이 생길 것으로 추정)을 낳으면서, 그 알들이 조류에 안 떠내려가게 안전한 곳에 붙일 것인데.......
사장 :!.......?.......
용하 : 홍어가 몸통은 넓적하고, 몸통이 펄렁펄렁 잘 구부러지니까, 몸통을 안쪽으로 오므려서는 보오-지를 쭉 내밀어서....... 알을 낳아놓아도 안 떠내려가고 다른 물고기들이 못 건들게 암초나 바위의 좁은 틈새에 붙여놓을 것이란 뜻이지요. 불가사리 비슷하게 바위에 바짝 달라붙게!
형님 : 아아! 그림이 나온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하니까 이렇게 쉽네!
사장 : 그러게! 재미도 있으니까 관심도 집중돼서 잘 배워지고.ㅎㅎㅎㅎ
용하 : 사장님! 허영만 만화 [순라길]에서 ‘홍어길이 있다’고 한 것 보신 것 기억나지요?
사장 : 홍어가 다닌 길로만 다닌다고 해서 홍어길이라고 하고, 그 길목에 7자 모양의 공갈낚시를 줄줄이 깔아 띄워서 홍어가 걸리게 해서 잡아낸다는 이야기 내용 말이지요?
용하 : 예.
형님 : [홍어길]이 있다는 것은 나도 기억이 나.
용하 : 그럼, [홍어골]이라고 들어본 적은 있습니까?
형님 : 홍어골?....... 홍어골짜기란 뜻인가?
사장 : 홍어골?....... 홍어골짜기란 것이 있어요?
용하 : 예. 서해안에서 배 타고 선상 침선 낚시하는 사람들은 많이들 알고 있는 지명(해역이름, 어장이름)인데, 흑산도-홍도 근처에 [홍어골]이라는 이름이 진짜로 있습니다.
사장 : 이해가 되는 것 같네.
바다낚시는 크게 바닷가 갯바위에서 하는 갯바위낚시와 바다 위에 배 위에서 하는 선상낚시로 나누는데, 선상낚시 중에서도 ‘바다 밑에 가라앉아서 인공어초 역할을 하는’ 침선 위에서 하는 낚시를 선상침선낚시라고 한다.
형님 : 바다 속 밑에 골짜기가 있는데, 거기서 홍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홍어골]인가 뵈?
용하 : 그런 것 같아요. 그 홍어골 수심이 70~80미터 정도라고 하고.
형님 : 깊네!
용하 : 서해 바다에서는 엄청 깊은 곳이지요!
사장 : 그런데 그 깊이를 어떻게 알지요?
용하 : 낚시꾼들이 낚시한다고 줄 내리면 릴에 미터까지 다 나오니까요. 인터넷에 보면 홍어골 어디 침선은 수심 얼마라고 미터까지 다 나옵니다.
형님 : ㅎㅎㅎㅎ- 그렇게 알아보는 방법도 있네.
용하 : 우리가 뉴스에서나 인터넷에서나 홍도 근처에서 팔뚝만한 우럭들 올라오고 열기(볼락같이 생겼는데 빨간 것)가 외줄낚시에 줄줄이 올라와서 대박 터지는 동영상이나 사진들 많이 보잖아요?
형님 : 홍도 선상낚시 한 번씩 나오지.
용하 : 통상 거기가 [홍어골]입니다.
사장 : 아!.......
용하 : 무슨 뜻이냐 하면?
사장 : 예에!.......?......
용하 : 홍어가 많이 잡혀 나와서 [홍어골]이라고 하는데, 홍어골에서 우럭하고 열기 같은 것들이 수시로 대박이 터진다는 것은 그 바다 밑바닥이 모래나 뻘밭이 아니라 암초지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어요. 우럭이나 열기가 암초지대에 사는 물고기들이니까.
사장 : 예에!.......?.......
용하 : 물론 홍어골 중에서도 침선 포인트 위에서 낚시가 잘 되는데, 침선들이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낚싯배들이 낚시꾼들을 싣고 또 오고 또 와서 계속 잡아내고 또 잡아내도’ 계속적으로 우럭이나 열기가 대박을 터트린다는 것은 그 주위에 암초지대도 많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형님 : 아.......?.......
용하 : 더 설명하면, 침선에 자리 잡고 살던 붙박이 대물들이 낚시꾼한테 잡혀 올라가면 그 옆에 다른 놈들이 또 들어온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한정된 침선 포인트에 날씨가 맞아서 들어갈 수만 있으면 대박이 나는 것이라고. 침선 주위에도 암초지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지.
사장 : 뭔 말인지 확실히 이해되네.
용하 : 그리고 서해수산연구소 연인자 박사팀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사장 : 예에!.......?.......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의 연인자 박사는 홍어 연구로 유명한 분인데, 연인자 박사는 1995년 12년부터 1997년 7월까지 백령도 서남방 근해에서 쌍끌이 대형기선저인망에 잡힌 올라온 크기가 다른 564마리의 홍어들 배를 따 보고 홍어의 먹이 습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용하 : 참홍어(예전 책에서는 눈가오리라고 했음)가 어릴 때는 작은 새우만 잡아먹고 크다가, 커서는 큰 새우들하고 작은 물고기들도 많이 잡아먹는다고 하거든요.
사장 :
용하 : 그리고 홍어는 상어나 참치처럼 유선형이 아니라 수영을 빨리 못하니까 물고기들을 잡아먹기 위해서는 모래 속 같은데 눈깔만 내놓고 있다가 지나가는 물고기를 덮쳐야 하는데, 이것은 몰려 사는 물고기들이 있는 곳에서 사냥을 한다는 뜻인데.......
사장 : 예에!.......?.......
용하 : 안정적으로 먹이를 확보할 수 있는 붙박이 물고기들은 암초지대에 몰려 사니까, 암초지대 옆에 있는 모래바닥에 몸을 묻고 눈깔만 내놓고 작은 물고기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장 : 아!.......
형님 : 무슨 뜻인 줄 알겠다.
흑산도에서 홍어 잡이에 지금과 같은 걸낚시(걸림낚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 [대원호]부터라고 하고, 그 이전까지는 낚시에 뽈라구(볼락)나 열기(붉은 볼락) 납세미(가자미,가재미)를 이깝(입갑, 미끼)으로 끼워서 잡았다고 한다.
현재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는 걸낙(걸낚시, 걸림낚시)은 7자 모양의 빈 낚시를 목줄을 짧게 해서 기다란 원줄에 어른 한 뼘 정도의 간격으로 묶어서 주낙(줄낚시)으로 만들고, 그 주낙의 양쪽 끝부분에는 무거운 추를 달고, 중간 중간에는 부표를 달아서 바다 밑에 길게 가라앉혀 놓는다. 그러면 양쪽에 매달아놓은 무거운 추 때문에 주낙이 조류에 떠내려가지 않게 되고, 중간 중간에 달아놓은 부표 때문에 전체적적으로 낚시 원줄이 뜨고, 원줄이 뜨면 원줄에 달아놓은 목줄과 7자 낚시도 같이 떠서........ 다니던 길로 바다 밑을 유영하는 홍어 날개가 7자 낚시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이 흑산도 홍어 잡는 걸림낚시는 허영만의 식객 [순라길]에 잘 묘사되어 있다.
용하 : 그리고 그 홍어골 수심이 70~80미터 정도 된다고 하니까, 그 깊이는 햇볕이 안 들어가서 ‘광합성작용을 해야만 서식할 수 있는’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들이 살 수 없는 깊이인데.......
사장 : 예에!.......?.......
용하 : 그렇다면, 홍어가 어른 손바닥 반 크기 정도의 ‘길쭉하면서도 납작하고 모서리들이 튀어나온 질긴’ 홍어 알을 알집 채로 낳을 때, 해조류보다는 바다 속 암초 틈새에다 갖다 붙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형님 : 아!
사장 : 무슨 말인 줄 이해가 되네!
홍어의 산란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봐도 정확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연구 조사들을 보면 ‘홍어가 해조류에 알을 붙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나는 홍어가 해조류보다도 암초지대에 알을 붙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홍어집 사장이 홍어가 왜 흑산도나 대청도에서만 많이 나오는지 물어서 먼저 홍어의 산란방법과 산란 여건을 추측해서 설명했다. 이제는 황해의 전체적인 바다 속 해저지형과 흑산도와 대청도의 바다 속 해저지형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용하 : 우리나라에서 볼 때 서해 바다는 중국에서 볼 때는 동쪽에 있는데, 그 바닷물 색깔이 누렇다고 해서 양쪽에서 공히 황해라고 하는 것은 알지요?
형님 : 그 정도는 알지.
황해는 제주도를 기점으로 중국의 양자강 하구를 잇는 북쪽 바다를 말하는데 ‘요동반도에서 산동반도 이북의 발해만을 제외하고도’ 그 넓이가 약 40만 km2에 이른다. 우리나라 육지 전체 면적이 22만1336제곱평방미터(=북한 9만9461km2+12만2762km2)이니 발해만을 제외하고라도 황해의 면적이 남북한 면적의 약 2배에 가까운 것이다.
용하 : 그럼, 우리가 서해라고 하는 황해의 평균수심이 얼만 줄 압니까?
사장 :.......
형님 :.......
용하 : 44미터밖에 안됩니다.
형님 : 어이?
사장 : 그럼, 제일 깊은 곳은?
용하 : 103미터 정도!
형님 : 거기는 어딘데?
용하 : 흑산도 밑에 가거도 근처 해역이 제일 깊어요. 가거도도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하고!
형님 : 그럼, 신안군은 서해에서 가장 수심 낮은 바다하고 가장 수심 깊은 바다가 있는 곳이네.
용하 : 그렇지요.
사장 : 신안군이 수심 낮은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
용하 : 염전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하는데, 선입견이지요.
사장 : 그럼, 황해 밑바닥은 흑산도-홍도-가거도 해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전히 바둑판하고 비슷하겠네요?
용하 : 그렇다고 봐야지요.
형님 : 황해 밑바닥 면적은 남북한 땅덩어리의 약 2배나 되는데?
용하 : 황해가 남북길이 1,000㎞, 동서길이 700㎞ 정도라고 하는데, 그 전체가 사실상 평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형님 : 아!.......
용하 : 황해 중해서 발해만 쪽은 평균 수심이 20미터 정도밖에 안 되고.
사장 : 아아!.......
형님 : 부산서 서울 가다보면 산들이 있고, 김제만경평야나 경기평야를 보고 넓다고 느끼는데....... 황해 바다 밑에 비하면 게임도 안 되겠네?
사장 : 수심 44미터 밑에 남북한 합한 땅보다 2배나 큰 땅에 제일 깊은 곳이 103미터라고 하면 야산도 못 되겠네! 말 그대로 바다 밑이 바둑판이겠네.
용하 : 세상에서 이렇게 넓고 평탄한 땅이 없을 것입니다.
사장 : 뭔가 어마어마한 느낌이 오는 것 같은데?........
나는 여기에 세라믹인공어초로 바다목장을 조성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남해바다 동해바다도 물론이고, 세계의 바다에까지!....... 여기에서 그것을 말하면 옆으로 세니까 줄이기로 한다.
형님 : 그래 그것을 흑산도 홍어하고 연관을 시키면?
용하 : 흑산도-홍도 [홍어골] 수심이 평균 몇 미터라고요?
형님 : 70~80미터!
사장 : 그러고 보면 흑산도 해역이 44미터밖에 안 되는 황해 전체 평균 수심에서 볼 때 엄청 깊은 해역이네!
용하 : 흑산도란 이름의 유래를 알지요?
형님 :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서 검푸르다고 해서!
사장 : 그러고 보니까, 누래서 황해라고 하는 바다 가운데 푸르다 못해 검푸른 바다가 있다는 것이네. 주위보다 수심이 깊고 물이 맑아서 검푸른 것이고.
용하 : 홍도가 유명한 관광지인데, 섬들도 많고 섬들의 바위들 생긴 것 때문에 유명하잖아요? 홍도 바위가 어떻게 생겼지요?
형님 : 깎아질렀지!
용하 : 왜 깎아질렀겠어요?
사장 : 그거야 물살이 세서, 물살이 육지의 바위에 붙어있었던 흙들을 다 씻어내 간 때문 아니겠어요?
용하 : 그러면 왜 흑산도나 홍도가 물살이 세겠습니까?
형님 : 아, 평평한 바다 밑바닥에서 거기만 산들이 튀어 올라와서 그런 것이네!
사장 : 흑산도 특히 홍도 쪽에 작은 바위섬들이 수십 개씩 널려 있어서 그 사이로 바닷물들이 지나간다고 바위에 붙어 있었던 흙을 씻어내서 바위들이 몰골만 남은 것이고.......
용하 : 그래서요?
사장 : 그러자 해류나 조류가 좁은 수로를 빠르게 빠져나간다고 바닥까지 쓸어 가버려서 수심이 깊어지고 물골들이 생긴 것이고!
형님 : 그런 곳들이 [홍어골]이란 바다 밑 지형이 형성된 곳이고!
정리가 필요했다.
용하 : 그래서 홍어는 알을 낳을 때 알을 붙여놓을 바위틈들이 많이 필요한데, 서해의 다른 지역들은 바다 밑바닥이 대부분 뻘밭이나 모래밭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홍어 알을 붙여놓을 수가 없는데....... 흑산도하고 홍도해역에는 수십 개의 수십 개의 작은 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그 섬들 밑으로도 암초들이 골짜기를 이루어서....... 흑산도 홍도 해역에는 홍어들이 산란 시에 알 붙여놓을 데가 많아서 몰려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 : 아! 무슨 뜻인 줄 알겠네!
형님 : 나도!
이때, 대청도도 연관시켜 한꺼번에 설명이 필요했다.
용하 : 인당수라고 불렸던 백령도-대청도-소청도 해역도 흑산도-홍도 해역하고 비슷한 경우고.
사장 : 아!.......
형님 : 아!.......
용하 : 흑산도하고 홍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난바다에 있어서 그런 환경이 심하게 조성되어 있는 반면, 대청도-백령도-소청도는 북쪽으로 장산곶이 막고 있고 더 안쪽으로는 해주만이 있어서 ‘흑산도에서도 홍어의 주어장인’ 홍도보다는 덜 깎아지르고....... 수중에도 암초지대가 덜 발달되어 있어서 흑산도-홍도 근해의 [홍어골]보다 홍어가 덜 나오는 것이고!
형님 : 이해가 된다. 이해가 돼!.......
사장 : 이해가 되네! 인정!
용하 : 이것을 뒤집어보면, 홍어는 알을 낳는 개수가 한번에 4~5개 밖에 안 되어서 부화성공률을 최대한 높여야 종족번식이 가능한데....... 흑산도와 대청도를 제외한 황해의 거의 모든 바다 밑바닥이 뻘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일 겁니다.
형님 : 확실해지는 것 같네.
사장 : 그 이유 때문일 것 같네.
용하 : 실제로 흑산도에서도 홍어가 산란철에 많이 잡히는데, 그것은 황해바다에 퍼져 살던 홍어들이 산란기를 앞두고 흑산도로 몰려오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청도도 마찬가지고!
사장 : 아!........
용하 : 연어들이 알 낳을 때 되면 알라스카 계곡 꼭대기로 몰려오잖아요? 그러면 곰이 길목에서 지키고 있다가 잡아먹고.
형님 : 아!.......
사장 : 그럼, 홍어의 산란철은 언제입니까?
용하 : 서해수산연구소 연인자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대청도 서남방에서 잡은 홍어들은’ 홍어가 1년 중에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산란이 가능하고, 산란기가 1년에 2번인데, 주 산란기는 5∼6월과 11∼12월로 추정된다고 그래요.
사장 : 예에!.......?.......
용하 : 흑산도산 홍어하고 대청도산 홍어가 같은 종류의 [참홍어]여서 산란시기가 비슷할 텐데, 흑산도 어민들도 ‘찬바람 나고 바닷물 수온이 내려가야 홍어들이 많이 나기 시작해서, 다음해 3월을 넘어가면 홍어들이 갑자기 많이 안 난다’고 하거든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것은 대청도나 흑산도나 찬바람 나면 홍어들이 몰려들고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산란을 마치고 떠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장 :.......
용하 : 흑산도에서는 4월쯤부터 홍어가 덜 난다고 하는 것은 아래쪽에 있는 관계로 더 일찍 따뜻해져서 먼저 산란을 마치고 흩어지는 이유도 있는 것 같고. 낚시를 다니다보면 감성돔도 위쪽하고 아래쪽하고 산란기가 차이가 있거든요.
사장 : 일리가 있는 것 같네.
형님 : 그래도 흑산도에서는 산란철이 아니라도 다른 지역보다 홍어가 많이 잡히지 않나?
용하 : 산란도 산란이지만 전반적인 서식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좋아서 그러겠지요.
사장 :.......
용하 : 홍어는 어릴 때는 작은 새우들만 잡아먹지만 클수록 큰 새우들도 잡아먹고 물고기들도 잡아먹는데, 홍도나 흑산도 해저에는 뻘이 없고 굵은 모래에 굵은 새우들이 많이 살고 암초지대에 작은 물고기들도 많이 사니까. 아까 했던 말하고 같은 말인 것 같은데?
형님 : 아, 같은 말이네.
사장 : 허영만 식객 [순라길]에 토박이 홍어가 나오던데, 토박이 홍어가 제일 맛있다고 하던 데 그것도 설명을 해주실래요?
용하 : 홍어뿐만 아니라 감성돔이나 전갱이 같은 물고기들도 토박이들이 있습니다. 허영만씨 만화에서는 [토박이]라고 나왔던데,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토박이라는 말 대신에 [붙박이]라는 말을 주로 써요. 이동 안 하고 한 자리에 붙어산다고.
사장 : 예에!........?.......
용하 : 감성돔 같은 경우에는 붙박이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놈들보다 색깔도 더 거무퉤퉤하고 체고(고기 높이)도 높고 빵(고기 두께)도 좋거든요. 그리고 맛도 좋고.
형님 :.......
용하 : 밑자리 잡고 살아서 상대적으로 덜 움직이고, 해조류가 있는 여(바다 속 바위) 옆에서 골고루 잘 먹고 잘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형님 : 그렇구나.
용하 : 메가리(전갱이의 부산 사투리) 같은 경우에도 먼 바다에서 잡은 것은 몸이 전체적으로 푸른빛을 띠는 검은색으로 몸이 말라서 유선형인데, 연안 근교에서 잡은 것들은 몸 색깔이 황금색이 강한 연초록에 빵도 좋아요.
사장 :........
용하 : 연근해 메가리는 회를 쳐놓으면 찰지고 고소해요. 양도 많이 나오고. 회 좀 먹을 줄 아는 사람은 메가리 큰 것 한 마리하고 감성돔 30cm 안 되는 것하고 안 바꾸지요.
형님 : 아........
사장 : 그럼, 붙박이 홍어는?
용하 : 홍어도 마찬가지로 흑산도나 홍도 해역이 근본적으로 홍어 서식 환경에 좋으니까 쌈 잘하는 놈들은 터 지키고 살 것이고, 쌈 못하는 놈들은 쫓겨났다가 알 날 때 되면 다시 찾아와서 그런 것 같아요.
사장 :.......
용하 : 그래도 붙박이 홍어가 귀한 것은 흑산도 근처에 살면 홍어 잡이 배들이 하도 잡아내버리니까 그 수가 안 많아서 그런 것 같고!.......
사장 : 아!.......
용하 : 멀리서 흩어져 살다가 돌아온 놈들은 돌아와서 모였다가 잡히니까 그 쪽수가 많은 것 같고!.......
사장 : 예에!.......?.......
용하 : 그래도 큰 놈들이 있는 것은 고향에 왔다가 안 잡히고 빠져나가서 먹고 살다가 커서 돌아왔다가 잡혀서 그런 것 같고!.......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홍어도 계속 평균 씨알이 작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 : 일리가 있는 것 같네!
사장 : 그럼, 다른 옛날에도 흑산도나 대청도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홍어를 아예 안 잡았습니까?
용하 : 아예 안 잡은 것은 아니고, 서해안 지방에서 조기나 병어 같은 것들을 잡으려고 그물을 쳤다가 혼획어업이나 부수입으로 올린 것들이지요?
형님 : 혼획 어업은 뭐고 부수입은 뭔데?
용하 : 대청도 같이 홍어나 조기나 병어가 한꺼번에 많이 사는 해역에서는 그물로 바닥 밑바닥을 끌어서 감싸 올렸다가 홍어나 광어 병어 조기 같은 돈 될 만한 고기들은 소쿠리에 나누어서 담는 조업방식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처음부터 홍어도 잡고 병어도 잡고 조기도 잡을 요량으로 그물을 쳐서 끌어올리니까 혼획 어업이라고 하고.......
사장 : 아.......
용하 : 고기가 한자리에 안 몰리고 이동하는 중간 해역에서는 조기나 병어같이 몰려가는 그 고기떼를 잡으려고 그물을 쳐서 감싸 올렸다가 의외로 홍어가 올라오면 홍어가 부수입이 되는 것이고!
사장 : 아, 이해되네.
용하 : 그러니까 흑산도에는 홍어만 전문적으로 잡는 홍어잡이 배가 있을 정도로 홍어가 많다는 것이고.......
사장 :.......
용하 : 백령도-대청도 해역에는 그물을 칠 때 병어-조기-홍어를 혼획으로 잡을 정도로 홍어가 있다는 것이고.......
사장 :.......
용하 : 그 밖에 다른 해역들은 혼획어업으로도 홍어를 잡을 계획을 안 세울 만큼 홍어가 드물다는 것이지요.
사장 : 오케이, 이해되네.
용하 : 또, 흑산도나 대청도 쪽을 제외하고는 홍어를 목적으로 잡는 어선이 없다는 것은 홍어가 ‘고등어나 조기 병어 전갱이 갈치 같이 수만 수십만 마리씩 떼로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홍어가 낱마리 또는 소그룹으로 흩어져서 생활한다는 뜻입니다.
형님 : 아아!.......?.......
용하 : 고등어나 조기 병어 전갱이 갈치 같은 것들은 한번 산란을 할 때 한 마리가 수만 마리에서 수십만 개의 알을 낳는데, 홍어는 암놈 한 마리가 한번에 2(4~5)개의 알밖에 못 난다고 했잖아요?
사장 : 아, 확실히 이해되네.
형님 : 그런데 왜 홍어가 그렇게 없어져버렸지? 90년대에는 홍어 잡는 배가 흑산도하고 홍도에도 통 털어서 1척밖에 없다가 근래에 와서 다시 9척으로 되었다면서?
용하 : 고대구리(그물코 작은 그물망으로 바다 밑바닥을 긁어서 싸그리 하는 불법어업)나 혼획 저인망 어업으로 싸그리 긁어 올렸다가 돈 되는 고기는 담고 돈 안 되는 새끼고기들은 죽은 채로 바다로 버렸으니까.
사장 :.......?.......
용하 : 우리나라 3면 바다가 황금어장인데, 특히 남해안하고 서해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급어종 황금어장이었는데, 1970년대 후반부터 일본서 폐기 직전에 있던 저인망 어선들 사와서는 남해안이고 서해안이고 바다란 바다 밑바닥은 싸그리 긁어버린 거예요.
사장 :.......
용하 : 내가 1982년도에 부산해양고등학교 입학한다고 부산에 왔는데, 그때만 해도 자갈치 어항에 녹슬어 있는 어선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고. 지금은 그 배들이 안 보이잖아? 고기들이 없으니까 폐기시킨 것이라고. 그 배들이 우리나라 연근해 어장을 쓸어버린 것이에요.
형님 :.......
용하 : 그리고 80년대 초중반 이후로는 포구의 선착장마다 엔진달린 소형 어선들이 들어차면서 소형 고대구리 저인망으로 자기 집 앞마다 바다 밑들을 쓸어 담아서 돈 되는 고기는 담고 돈 안 되는 고기는 죽은 채로 버렸는데, 그것들이 막 산란되어 나온 씨고기들이었다고.
사장 :.......
용하 : 내만의 바다는 먼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들 산란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산란장 자체를 시도 때도 없이 긁어버렸으니 고기들 씨가 마를 수밖에요.
사장 :.......
형님 :.......
용하 : 흑산도에서도 초창기에는 흑산도어항에 정박하는 배들이 홍어를 그물로 잡았습니다. 싸그리 끌어올려서! 조기는 조기, 병어는 병어, 갈치는 갈치, 홍어는 홍어....... 이렇게 나누어 담는 혼획 어업으로 홍어를 잡았다고.
사장 :........
용하 : 그러다가 고기들 씨가 마르면서 타산이 안 나오니까 흑산도 어항에 그물로 고기 잡는 어선들이 없어져버렸고.......
형님 : 그물질로는 타산이 안 나오니까?
용하 : 예. 그래도 홍어는 한 마리만 잡아도 돈이 되니까 낚시로 잡기 시작했는데(물론 그 전에도 있었을 것임) 처음에는 홍어낚시도 낚시에 볼락이나 열기 같은 미끼를 끼웠다고 그래요.
사장 : 홍어낚시에 미끼를 볼락이나 열기를?
용하 : 그러다가 출어비를 줄이고 더 많은 홍어를 잡으려고 70년대 후반에 지금 같이 미끼 없는 7자 모양의 줄낚시로 지나가는 홍어를 걸리게 해서 잡아 올리는 걸림 낚시가 개발된 것이고.
사장 : 아.......
용하 : 그 와중에,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어자원이 남아 있어서 계속적으로 저인망 어선들이 연근해 바다밑바닥을 싹쓸이해서 돈 되는 고기는 담고 돈 안 되는 치어들은 계속 죽인채로 버리니까....... 그 많던 물고기들이 씨가 말라버릴 수밖에.
사장 :.......
용하 : 홍어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출어를 해도 홍어가 안 잡히니까 90년대 들어서 낚시로 홍어를 잡는 홍어 배들까지도 다 없어져버렸던 것입니다.
형님 : 아!.......
용하 : 그래서 정부에서 홍어 잡이 명맥 유지시키려고 2천만 원인가 지원을 해서 홍어 잡이 배 1척은 남게 했는데....... 그 선장 분이 허영만씨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란 말입니다.
사장 : 아!.......
사장 : 그럼, 중국어선들 때문에 홍어 씨가 마른 게 아니네요?
용하 : 중국어선은 근래에 와서 이야기지요.
형님 :.......
용하 : 8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살만해질 때, 흑산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촌이란 어촌에서는 고대구리 배로 싸그리 긁어 대서 씨까지 말려서 그런 것이지요. 특히 서해안하고 바닷물 잔잔한 남해안 다도해지역에서.
형님 :.......
용하 :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지역에서는 군사지역이라 감시가 심해서 그나마 씨가 남아서 어족자원이 유지가 된 것이고!
사장 : 아아!.......
용하 : 중국어선이 우리나라 바다에 몰려와서 고기 잡아가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 개방화 성공하면서 90년대 후반 이후에 일입니다. 그 전까지는 중국 가까운 바다까지 사실상 우리나라 배들 독무대였고!.......
형님 : 그래?.......
용하 : 자갈치 선원들 다 아는 사실인데? 산동반도 밑에 발해만 쪽으로 가면 그때만 해도 거기서 우럭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고 그래.
사장 : 아........
용하 : 그런데 지금 상황이 바뀌면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배들이 중국 가까이 가서 고기를 잡아올 때는 그래도 그 수가 별로 안 많았는데, 중국은 워낙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아서 어마어마한 배들이 몰려오니까.
형님 :.......
용하 : 내가 95년경부터 충무동 자갈치서 은하수호하고 백조호를 타고 거제 홍도(알섬, 갈매기섬)로 갯바위 낚시를 몇 년째 자주 갔었는데, 하루는 어마어마한 중국 목선(어선)들이 홍도 서편 계단 밑에서 피항하고 있는 거예요. 피항이 아니라 밤에 들어와 쉬는 거였지요.
사장 :.......
용하 : 그때가 97년쯤 됐을 것인데,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바다에 몰려온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지요. 자본주의 바람이 불면서 돈 맛을 보고........
형님 : 아.......
용하 : 그러면서 우리나라 배들이 우리나라 바다 싹쓸이 해놓은 상태에서, 중국 어선들까지 몰려와서 바닥을 긁어버리니 씨가 남아날 수가 없잖아요?
사장 : 그랬네!.......
용하 : 홍어도 중국어선들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입니다.
사장 : 그렇게 된 것이구나.
거제 [홍도]는 일본 쪽의 먼 바다에 떠 있는 바위섬으로 갈매기들의 서식처이자 산란장이다. 5월경 섬에 가면 조금만 올라가도 발에 밟힐 정도로 갈매기 알들이 널려 있는데, 갈매기들이 많아 [갈매기섬]이라고도 하고 알이 많아 [알섬]이라고도 한다. 2001년 3월 문화제보호법으로 갯바위 하선금지로 지정되어 현재는 갯바위 낚시를 할 수 없고 선상낚시만 가능하다.
사장 :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홍어배가 9척이나 됐지요?
용하 :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저인망 배들을 사 들여서 폐기를 시켰지요. 더 이상 허가는 안 내주고. 또 고대구리 하다가 걸리면 벌금을 심하게 물리고!
형님 : 아- 그래서 점차적으로 바다에 물고기들이 늘어난 것이었네?
사장 : 씨 말리는 것만이라도 막으니까!
용하 : 그렇지요.
형님 : 오늘, 이것저것 많이 배운다.
사장 : 그럼, 흑산도 홍어하고 대청도 홍어하고 맛 차이가 납니까?
용하 : 나도 딱히 대청도 홍어라고 안 먹어봐서 모르겠습니다.
사장 : 그럼, 같은 국내산이라도 흑산도 홍어하고 대청도 홍어하고 값 차이가 4~5배나 난다는데 그것은 왜 그럽니까?
용하 : 잘은 몰라도 잡는 방법 차이 같아요.
사장 : 잡는 방법이라니요?
용하 : 흑산도 홍어는 낚시로 잡고, 대청도 홍어는 그물로 다른 고기 잡을 때 같이 올라와서 잡히면 잡는 것이고요.
사장 : 아, 낚시로 잡은 고기가 그물로 잡은 고기보다 많이 비싸다고 한 것은 들었네요.
형님 : 고기도 그물로 잡은 것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맛이 덜하고 낚시로 잡은 것이 덜하다면서?
용하 : 그렇다고 해요. 그리고 흑산도 홍어는 걸낚이라 올라오기 전에 몸에서 피가 거의 빠져버리거든. 고기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피빼기(일본말로는 시메)가 중요한데, 흑산도 홍어는 올라오면서부터 횟감으로 준비가 잘 된다는 뜻이지요.
형님 : 대청도 홍어는 그물에 올라오니까 몸속에 피를 담고 있고!
사장 : 아.......
용하 : 또 하나는 흑산도에는 홍어만 전문적으로 경매하는 수협이 있어서 그날 잡은 홍어는 그날 아침 일찍 바로 팔려나가서 얼음에 덮여져서 냉장되는데, 대청도 홍어는 그게 안 될 것 아니에요?
사장 :.......?
용하 : 대청도 홍어는 홍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매가 없으니까 어떤 부지런한 분이 ‘혼획이나 부수입으로 홍어 올라왔다’고 연락 오면 따로 거둬서 공급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사장 : 아아! 그런 이유도 있구나.
용하 : 또 한 가지는 부산 낚시꾼들이 망상어 회는 잘 안 먹는데, 태종대 앞에 생도(주전자섬) 망상어는 회로 먹습니다.
형님 : 그것은 왜 그래?
용하 : 생도 그쪽이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서, 그쪽 망상어가 씨알도 좋고 빵도 좋고 살이 여물어서!
사장 : 아아, 그래서 흑산도 홍도 그쪽은 수심이 깊고 물살도 세서 홍어가 여물 것이란 그 말씀이지요?
용하 : 낚시꾼 경험으로요.
사장 : 또요....... 왜 흑산도-홍도나 대청도-백령도 같은 황해에만 유독 홍어가 많고 동해에서는 왜 거의 안 나지요?
용하 : 새우 때문에요. 새우는 파도 잔잔한 해저 모래뻘밭이나 모래밭에 사는데, 동해에는 바닥에 뻘이 없잖아요?
사장 : 아, 새우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홍어도 많고 적고가 결정되는구나.
형님 : 커서는 큰 새우도 많고 다른 물고기들도 모여살고 있는 흑산도 홍도 근처에 몰려 사는 것이고.
용하 : 동해에서도 홍어가 소량 나는데 동해에서 나는 홍어를 [물홍어]라고 해요.
사장 : 물 홍어요?
용하 : 썰어놓으면 물이 많이 나와서요. 횟감으로는 안 좋지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동해에서 잡힌 홍어는 뼈도 억세다고 하는데, 그것은 동해안은 바닥 자체도 암초지대로 형성 되서 그런 것 같아요.
사장 :.......
용하 : 무안이나 해남-완도-강진-벌교에서 갯벌에서 잡은 낚지는 씹어도 아주 부드러운데, 낚시하다가 동해안 쪽에서 올라오는 돌낙지들은 문어로 착각할 정도로 질기거든요.
사장 : 아.......
형님 : 그럼, 홍어가 왜 새우를 좋아하지?
용하 : 아-참,ㅎㅎㅎㅎ....... 홍어가 헤엄을 빨리 못 치니까 그렇지요.
형님 :.......?
용하 : 아, 고기는 먹고 싶은데, 농어나 삼치나 고등어나 참치 같이 유선형이 아니라서 그 몸매에 몸이 둔해서 빨리 빨리 헤엄을 못 치니까....... 저보다 헤엄 못치고 기어 다니는 새우들이나 잡아먹겠지요.
사장 :.......?
용하 : 커서는 덩치 때문에 새우만으로는 양이 안 차니까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물고기들도 잡아먹을 것이고! 그런 것도 물어봐?ㅎㅎㅎㅎ-
사장 : 아,ㅎㅎㅎㅎ- 서해안 홍어는 어릴 때 모래뻘밭에서 새우를 잡아먹으면서 크다가, 커서는 암초지대 옆에 모래 속에 숨었다가 물고기들도 잡아먹어서 맛이 그렇게 담백하고 쌈빡한가 뵈?
형님 : ㅎㅎㅎㅎ- 흑산도 홍어는 옛날에 볼라구하고 열기로 미끼를 썼다고 하잖아? 그 비싸고 귀한 볼라구하고 열기로!
용하 : 형님, 원래는 뽈라구하고 열기는 아주 흔한 고기였어!
형님 : 그래?
용하 : 그럼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바다 속 암초지대에서 제일 많고 흔하디흔했던 물고기가 뽈라구였다고. 한 번에 수백 수천마리씩 몰려 살았다고. 조금 수심 깊은 바다 밑 암초지대에서는 열기가 그랬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귀하게 된 것은 맛있다고 해서, ‘젓갈 담아 먹는다’고 해서........젓뽈라구 때부터 너무 잡아내버려서 그런 것이지.
사장 : 볼락이 그렇게 흔했어요?
용하 : 흔했지요. 막 무니까 잡기도 쉽고!....... 그 뽈라구가 크면 ‘신발짝 볼라구’라고 30cm 가까이 커서 500그램(g) 정도는 나가는데, 20그램 30그램 젓볼라구들을 그물로 잡아내서 씨가 마르게 된 것이지요.
형님 : 아아!.......
용하 : 뽈라구뿐만 아니라 한 해 살이 오징어 빼고는 고등어, 전갱이, 삼치, 조기, 병어, 갈치....... 할 것 없이 모든 어종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들도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고 있는데, 내가 안 잡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잡아서 팔까봐 나부터 잡아내서 팔아서 그런 것이라고.
사장 :.......
용하 : 고등어 전갱이 삼치 같은 것들은 성장이 어마어마하게 빨라서 1년만 더 놔뒀다가 잡으면 제대로 커지는데, 크기도 크기지만 맛도 안 든 것들 그물로 쓸어 담아서 시장에 내놓는다는 게 경제적으로도 안 맞는 말이잖아요?....... 이런 것은 일본한테 배워야 돼요.
형님 : 낚시방송 보면 일본은 아직까지 고기가 많데?
용하 : 어족자원을 잘 관리를 하니까요. 잡을 만큼만 잡고 키워서 잡으니까.
사장 :.......
용하 : 우리나라 낚시꾼들이 대마도로 벵에돔 감성돔 낚시를 많이 가는데, 대마도가 부산서 49km 정도밖에 안 떨어져있단 말입니다. 낚시방송 보면 4짜(40cm이상) 5짜(50cm 이상) 벵에돔 감성돔들이 우글우글 하잖아요? 낚시하다가도 법규보다 작은 놈 올라오면 살려줘야 하고.
형님 : 그렇데?
용하 : 그런데,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추자도 쪽으로 감성돔 낚시를 많이 왔단 말입니다. 추자도가 감성돔 낚시 천국이라고!
사장 : 그럼,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고기가 많았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용하 : 그물로 끌어서 잡을 수 없는 고기들이요!
형님 : 그물로 끌어서 잡을 수 없는 고기들?
용하 : 돌돔, 감성돔, 벵에돔, 볼락, 열기, 우럭 같은 것들은 암초지대에 살아서 그물이 오면 돌팎 밑으로 숨어버리면 고기는 못 잡고 그물이 걸리고 찢어지니까 그물을 못 칠 것 아니에요?
사장 : 아........
용하 : 그리고 돌돔이나 벵에돔 감성돔 같은 것들은 머리도 영리하고 눈도 밝아서 그물로 잡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물이 있으면 안 들어가니까!
사장 :.......? 고기가 그물에 안 들어가요?
용하 : 예. 낚시꾼들이 ‘줄 탄다’고 하잖아요?
형님 : 낚시방송 보면 밑줄 이야기를 한 번씩 해.
용하 : 밑줄을 2호를 쓰네, 1.7호를 쓰네, 1.5호를 쓰네 하는데....... 그게 밑줄 굵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요새는 감성돔이나 벵에돔이 하도 낚싯밥을 먹고 영악해져서 전문꾼들을 1.2호를 주로 쓰는데, 1.2호 밑줄이면 거의 머리카락 수준으로 가는 낚싯줄이라고!
형님 : 아!........
용하 : 그래서 조기나 병어 같은 것들은 일찍 씨가 말랐는데, 암초지대에 사는 붙박이들은 어족자원이 유지가 됐단 말입니다.
사장 : 그런데 그것들은 어떻게 잡아내서 귀하게 돼버렸지요?
용하 : 회 먹는 사람들 늘고, 자연산 횟값 올라가니까 뻥치기로 잡아내버리니까 그렇지 된 것이지요.
사장 : 뻥치기가 뭐지요?
용하 : 물고기들도 홍어나 마찬가지로 자기들 다니는 물골이 있는데, 그 동네 어부들은 경험으로 그 자리를 안단 말입니다.
사장 : 예에!.......?.......
용하 : 그럼, 거기다가 어부들이 살짝 가서 특수한 그물로 그 길목을 막아요. 그리고는 반대쪽으로 가서 배위에서 사람 머리통만한 머릿돌들을 물속으로 뻥!-뻥! 떨어트린다고.
형님 : 그래서 뻥치기네.
용하 : 예. 그러면 그 머릿돌들이 바닥 암초에 떨어져서는 쿵!-쿵! 할 때....... 고기들이 놀라서 혼비백산 도망가다가 길목에 쳐놓은 그물망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 아니에요?
형님 : 아하.......
용하 :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돌돔이나 벵에돔 감성돔 볼락 같은 것들이 평소에는 깊은 물속 암초지대에 주로 살아서 뻥치기를 안 당하는데....... 산란철에는 갯바위 쪽으로 나오거든. 해조류가 많으니까.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 나왔을 때 해조류가 있어야 숨어살면서 그 속에서 작은 먹이들을 잡아먹으면서 안전하게 클 것 아니에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때, 어미 물고기들이 산란하러 갯바위 쪽으로 붙을 때 뻥치기를 해서 배속에 든 알까지 쓸어 담아버리니까........ 암초지대에 사는 돌돔, 감성돔, 벵에돔, 볼락 같은 붙박이 고급 어종들도 씨가 말라버릴 것 아니에요?
사장 : 아아!........ 그것도 그렇게 돼버리는 구나.
용하 : 중국어선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부터 먼저 솔선수범을 해야 되요. 일본 같이!....... 정부에서도 못 잡도록 되어 있는 고기 잡는 것은 강력하게 처벌하고 어민 분들도 각성 많이 하셔야 되고. 낚시꾼들도 마찬가지고!
사장 : 인정, 맞는 말씀! 그래야 볼락이나 열기 잡아먹고 사는 홍어도 많이 나올 것이고.ㅎㅎㅎㅎ.......
형님 : 맞는 말씀. 그래야 홍어도 싸게 먹을 수 있을 것이고.ㅎㅎㅎㅎ.......
볼락은 경상남도의 상징 물고기이다. 볼락을 뽈라구, 볼라구, 뽈락, 뽈래기, 볼래기라고도 하고. 그리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낚시를 다녀보니 뽈라구 민장대 낚시보다 재밌는 것이 없다. 뽈라구는 회도 그만이지만 구이만큼은 뽈라구를 따라올 것들이 없다.
[10년도 넘어서 다시 보쌈집을 시작하다]
이쯤해서 다시, 홍어집 사장이 부산으로 내려와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용하 : 그래서, 피아노 본사 부도나고 짤린 다음에 부산에 내려와서요?
사장 : 부산에 내려오니까, 막상 할 일이 없잖아요?....... 1년 동안 아무 일도 못했어요. 나도 일이라고 하면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고, 자리도 잡았다고 생각했었는데....... 30대 중반에 그동안 온 정열을 다 바쳐서 일 해왔던 본사 자체가 부도가 나버리니까 허망하더라고!.......
용하 : 배운 것이라고는 피아노 영업밖에 없는데?
사장 : 예!....... 30대 중반에 새로운 일을 배워서 경쟁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이미 결혼도 해서 가정까지 있는데!....... 거기다가 그때가 IMF(97.12.13) 터지기 1년 전쯤이었는데, 한보사태 터지고 건설사들 부도 막 터지기 시작할 때였는데 어디에 취업도 안 되고.......
형님 : 96년 97년 그랬었지.
사장 : 사람이 역할이 없어져버리니까 중심을 못 잡겠더라고!....... 그래도 뭔가를 하기는 해야 하잖아요?
용하 : 그래서 보쌈집을 생각하게 됐네요? 원래는 나이 좀 먹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장 : 예. 하하하하........ 마침 그때, 해운대 신도시 입주가 막 시작되고 있더라고.
형님 : 해운대 신도시 입주가 96년도부터 시작됐지.
사장 : 그래 우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여러 군데 입사원서를 넣었었는데, 연락도 안 오고 하니까........ 내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용하 : 보쌈집?
사장 : 예. 그때 서울서 10년 넘게 피아노 영업하면서 벌어놓은 돈이 좀 있었는데....... 부산에 내려오니까 아파트 하나하고 40평 정도 가게를 얻을 수 있겠더라고. 그때 경기가 안 좋아져서 부동산 가격이 다운될 때였으니까.
형님 :.......
사장 : 그래서 집사람하고 의논을 해서 식당을 같이 하기로 작정을 하고 해운대 신도시에 들어와서 가게를 구하려고 하니까....... 또 막상 그 돈 가지고는 마음에 드는 가게가 안 보여.
용하 : 그래서요?
사장 : 부동산에 들어가서 부탁을 했지요. 보쌈집을 해보려고 하는데 가게 괜찮은 것 나오면 연락 좀 주라고!
형님 : 연락이 왔네?
사장 : 어! 그때 부도가 나고 경기가 곤두박질을 칠 때였어도 해운대는 신도시 아파트지역이라 그래도 가게 구하기가 힘들 때였는데, 97년도 들어서는 부도들이 너무 심하게 나니까.......
용하 :.......
사장 : 계약을 해놓고도 입주를 안 하고 포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괜찮은 가게 하나 나왔으니까 계약하려면 계약금을 가지고 오라고. 그래서 집사람하고 같이 가서 그 가게를 보고 계약금 4백만 원을 먼저 걸었네.ㅎㅎㅎㅎ-
형님 : 그리고는?
사장 : 계약금을 걸고 막상 계획을 세우려고 하니까.......자신이 없어지는 거예요.......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까 내가 그동안 음식 맛이나 보고 다녔지, 식당 경험이나 음식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거예요. 마음뿐이었고!
형님 : 그래서?
사장 : 집 사람하고 고민 고민하다가 부동산에서 약속한 날짜 됐다고 연락 오는 것을 ‘몇 칠만! 몇 칠만 봐주라’고 시간을 몇 번 끌었지!.......
용하 :.......
형님 :.......
사장 : 계산을 할수록 답이 안 나오고 불안해지는 거야! 40평 정도 식당을 한다고 하면, 나하고 집사람하고 매달린다고 해도 최소한 사람을 두세 명은 써야 하는데....... 장사 안 돼서 월급도 못주면 어떡할 거야?
형님 :........
사장 : 보쌈집이란 것이 장사가 되고 안 되고는 맛에 아주 예민한데, 식당도 한번 안 해본 사람들이....... 맛없다고 소문나서 손님 안 들어오면 적자만 보다가 그동안 피아노 영업해서 벌어놓은 것 다 털어먹을 것 같더라고.ㅎㅎㅎㅎ-
형님 : 그래가지고?
사장 : 안 되겠더라고. 계약금 몇 백만 원 포기하고 날렸지. ㅎㅎㅎㅎ.......
형님 : 그래서, 계약금 날리고 다시 안전빵으로 영업 쪽을 택했네?
사장 : 어. 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사장 : 정신 차리고, 마음 비우고, 자세 낮추고, 다시 일자리 구하려고 했는데........하루는 신문을 보는데, 영어학습지 프렌차이즈 모집광고가 들어오더라고!
용하 : 피아노 영업을 잘했다는 자신감은 있었는데?
사장 : 예.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피아노 영업하고 영어학습지가 연관성이 있는 거예요!
용하 : 무슨 연관성이요?
사장 : 교육산업이요! 알고 보면 피아노도 교육 사업이거든. 사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요.
형님 : 아!.......
사장 : 그래서 몇 칠을 또 고민하다가 자신감이 생기는 거예요. 해운대 신도시가 새로 생겼고, 신도시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젊은 분들이라 어린 학생들이 많잖아요? 그동안 피아노를 팔 때도 대부분 그런 집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왔으니까.
용하 :.......
사장 : 아파트에 들어오실 수 있는 분들도 중산층이고!.......
형님 :.......
사장 : 피아노를 팔아보면 그 집에 교육 수준이나 교육 열정을 느낄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부모 자신들은 고생해도 부모들보다 자식들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하 : 피아노 영업해서 번 돈으로 집 마련하고 40평 가게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버신 거예요?
사장 : 예. 군대 갔다 와서 학교 졸업하고 바로 피아노 회사에 들어갔으니까....... 11년 정도 피아노 영업을 했는데, 2년째부터는 거의 전국에 톱이었으니까 그 정도는 안 벌었겠어요?
용하 :.......
사장 : 어떤 영업이던지 큰 회사 같으면 전국 영업순위가 매달마다 그 순위가 나오잖아요?....... 솔직히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만큼은 최고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지금도 그렇고!
용하 : 이야, 대단하신 분이네.
형님 : 일하는 것 보면 알만 하다니까.
용하 : 나도 피아노 영업을 했던 사람들을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동요 몇 곡은 기본이던데....... 사장님도 피아노 칠 줄 아시겠네요?ㅎㅎㅎㅎ-
사장 :........뚜루루릉-뚜루루릉....... 시범케이스로 몇 곡 정도만!ㅎㅎㅎㅎ.......
용하 : 어느 정도 치시는데요?
사장 : 피아노 영업을 제대로 하려면 조율을 알아야 하는데.......
형님 :.......?
사장 : 동요보다는 조금 위 단계로 몇 곡 합니다.
형님 : 이야, 그런 면도 있었네!
사장 : 쑥쓰럽고로!ㅎㅎㅎㅎ....... 진짜로 시범케이스로만!ㅎㅎㅎㅎ-
용하 : 영업에 기본이 잘 되신 분이시네요.ㅎㅎㅎㅎ-
사장 : 그렇게 하면 돈이 되니까!ㅎㅎㅎㅎ.......
형님 : 그럼, 원장님은 나 처음 만날 때 보쌈집 할 계약금 떼이고.......영어학습지 체인점 받아놓고 막 시작할 때였네!ㅎㅎㅎㅎ-
사장 : 계약금을 떼였다고 하니까 꼭 사람이 바보 된 느낌인데ㅎㅎㅎㅎ....... 꼭 떼인 것은 아니지!
형님 : 무슨 이야긴데?
사장 :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주인이 젊은 사람 돈 돌려준다.”고 하니까, 그동안 자기 수고비 10%만 주고 나머지는 다시 찾아가라고!
용하 : 그래서요?
사장 : 그냥 놔두라고 했어요.
용하 :.......?
사장 : 계약서에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계약이 됐으면 그 사람들이 더 많이 남겼을 것인데....... 나도 영업으로 계약서 작성하고 벌어먹고 살아온 사람인데, 준다고 해서 그 돈 받아오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용하 : 예에!.......?.......
형님 : 그래서 한 푼도 안 받았네?
사장 : 인생 공부한 셈 쳤지요.
용하 : 멋지시네!
사장 : 그 덕분에 이 건물 얻을 때 그 사람 덕 좀 봤어요!ㅎㅎㅎㅎ-
용하 : 그럼, 이 건물 계약할 때 10년 지나서 그 부동산을 다시 찾아갔다는 이야기네요?
사장 : 예. 다시 가게 좀 봐주라고!
용하 : 그러니까요?
사장 : 그동안 돈 많이 벌었다면서 축하한다고 하지요.ㅎㅎㅎㅎ-
형님 : 멋지네!ㅎㅎㅎㅎ-
사장 : 그때 계약금 포기하고 그때 식당 시작 안 한 것이 정말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형님 : 잘했어! 내가 해운대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잖아?
사장 : 정말로 잘했어!
형님 : 그 10년 동안에 식당 하겠다고 해운대신도시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반도 넘게 보따리 싸고 나갔을 걸!
용하 :.......
형님 : 해운대 여기가 시장이 좋은 만큼 경쟁도 심하고, 실력 없으면 못 살아남고 실력이 있어도 조금만 게을러져도 못 살아남아! 장사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이제는 다들 느끼지.
사장 : 그 덕분에 내가 우리 김사장님 만나서 그 이후로 잘 피었는가봐? 정말이지, 나는 김사장님 덕 많이 봤어!
형님 : 원장님이 알기는 아네!ㅎㅎㅎㅎ-
사장 : 김사장님도 아시다시피 10년 넘게 내가 그렇게 고생한 것 없잖아요?
형님 : 잘했지. 시장 대비 전국에서 톱 했으니까?
용하 : 멋지게들 사셨네요. 그럼, 사장님은 학원선생님 출신계열이 아니라 경영주 개념이시네요?
사장 : 그렇게 말씀하시면 민망스럽고, 그냥 원장! 학원원장! 우리 김사장님도 지금까지 ‘원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잖아요?ㅎㅎㅎㅎ.......
[보쌈에 홍어]
용하 : 그런데, 어떻게 홍어장사까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장 : 영어학습지를 하다가 본사에서 영어학원도 시작해서, 신청을 했더니 그동안 실적 덕분에 쉽게 받았어요.
형님 : 선생님들한테 잘 했으니까 잘 된 것이지.
이때 홍어집 사장이 허영만 화백의 [식객] 만화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사장 : 열심히 하다보니까 다시 생활이 안정이 됐는데, 하루는 신문에 [식객] 만화가 연재되고 있더라고요! 그때 그 식객 만화가 너무너무 반가웠어요. 나이 먹어서 식당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서 실제로 이론적인 공부는 해본 적이 없는데, 식객 그 만화만 봐도 맛에 대한 개념들이 잡히데요.
용하 : [식객]이 허영만 화백이나 글쓴이나 옆에서 보조하는 사람들까지 정성을 많이 들여서 만들어내는 만화데요.
형님 : 정성이 그만큼 들어갔으니까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만들어지지.
사장 : 나는 만화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식객을 보니까 토속적인 정서들이 많이 묻어나면서도 소재로 삼는 음식 하나하나의 개성이나 본래의 맛들을 참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게 담고 있는 거예요.
용하 :.......
사장 : 자기가 직접 그 맛을 체험했거나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체험을 해보면서 만화를 그리니까 그런 만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인데, 자기 일에 참 성실한 분 같아서 인간적으로도 감동을 받았어요!
허영만 화백의 [식객] 만화는 2002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되어, 2008년 12월 현재 22권까지 단행본이 나와 있다. 수많은 음식 이야기들과 진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서.
사장 :........그리고 일 때문에 신문연재를 못 볼 수도 있으니까, 단행본 나오면 [식객] 만화를 바로 꼭 사서 보고. 그러면 그동안 못 본 것들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고, 내 머리 속에서 종합적으로 정리를 할 수 있잖아요.
용하 : 그래서 [식객] 만화를 보시면서 음식 맛하고 식당 공부를 하셨네요?
사장 : 예.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못 느낄 줄 몰라도....... 식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나한테는 식객 그 만화가 음식 재료들에 대한 기본 상식을 이해한다거나 음식 맛을 아는데 정말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용하 : 음식장사를 정말로 잘 하려면 주인이 맛에 대해서 잘 알고 맛을 관리할 수 있어야 돼요.
사장 :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실감했어요. 서울서 내려와서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하고 집사람하고 같이 식당을 하려고 했는데.......
형님 :.......
사장 : 어떻게 인연이 되고 운이 좋아서 학원도 웬만큼 해보니까.......
용하 :.......
사장 : 뭐를 자기가 직접 해서 잘하는 것도 잘하는 것이지만.......
형님 :.......
사장 :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그것을 잘하는 사람한테 하게 해서 잘하게 하는 것도 잘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도, 음식장사 같은 경우는 맛을 알아야 되고 그 맛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용하 : 영업사원에서 경영주로 마인드가 옮겨간 것이네요!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사장 : 예. 점점 자신감도 생기면서 보쌈집에 대한 시나리오도 혼자서 상상하게 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시나리오를 짜가면서 상상만 해도 재밌잖아요? 돈도 안 들고!ㅎㅎㅎㅎ-ㅎㅎㅎㅎ.......
시나리오를 짜내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이것은 단지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일들의 현장을 상상하면서 구상을 하고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시나리오 안에 움직이는 동선, 시간, 일의 효율, 떨어지는 이윤까지 다 들어 있다. 시나리오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종합적인 상황들을 미리 계산해낸 계획서이다.
용하 : 그러다가 3년 전에 [순라길] 연재될 때 홍어이야기 보고 홍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고?
사장 : 바로 맞추시네!ㅎㅎㅎㅎ-
용하 : 그리고 형님하고 두 분이 3년 동안 맛보러 다니실 때 사장님은 식객에 나와 있는 같은 음식 소재들 맛보러 다니신 것이고요? 만화에 나와 있는 맛하고 사장님이 느끼시는 맛이 어떤지 비교 확인해보시려고?
사장 : 히야-ㅎㅎㅎㅎ.......
용하 : 사장님이 맛을 얼마나 아는지 스스로 알아보시려고?
사장 : 와아!........
형님 : 그랬었네?.......두 사람이 죽이 척척 맞으시는구만!
용하 : 그리고 인테리어는 홍어장사를 대비해서 이렇게 넓게 잡으신 것이고?
사장 : ㅎㅎㅎㅎ....... 우리 악수 한 번 더 하고 건배도 한 번 더 합시다!
[보쌈집과 홍어의 궁합]
이날 술자리는 궁합이 다들 잘 맞았다. 술도 고기도 사람들까지도.
용하 :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었는데, 다시 사장님 보쌈집 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형님 : 그래, 피아노 영업사원이 보쌈집사장이 되기까지 성공담마저 끝내봐.
사장 : 뭐 성공담이라고까지!ㅎㅎㅎㅎ.......
용하 : 마무리 지어 봐요.
사장 : 그래서 내가 군대 갔다 와서 피아노영업을 시작한 나이가 스물여섯 되던 해부터였는데, 그때부터 보쌈집을 꿈꾸다가 이 보쌈집을 작년 겨울에 마흔여섯에 개업을 했으니까 20년 만에 꿈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꿈을 이루어냈으니까 나는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용하 : 멋지네!
형님 : 멋지고 행복한 사람 맞네!
이 사람은 자기 말대로 정말로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큰 굴곡 없이 살아서인지 눈도 맑고 전체적으로 밝고 성격도 활달했다. 웃는 얼굴에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나이 마흔을 넘기면 그 얼굴에 살아온 인생이 담기게 된다.
용하 : 인테리어를 보니까 오랫동안 준비해서 차분하게 하신 태가 나네요!
사장 : 그런 것도 보입니까?
용하 : 처음 들어올 때부터 보쌈집에서 인테리어를 이렇게 넓게 잡아서 수지타산이 나오겠느냐고 의아했는데, 말씀 들어보니까 답이 나오네요!
사장 : [식객] 만화를 몇 년 동안 단행본이 나오는 대로 사서보고 또 보고 하니까 점점 자신감이 생겼는데, 보쌈집은 이미 정해진 상태고!........ 그런데, 그동안에 부산에도 보쌈집 체인점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용하 : 그렇지요. 놀부보쌈, 할매보쌈, 원할머니보쌈, 베비장보쌈....... 보쌈집들도 체인점들이 생기면서 대중화가 많이 됐지요.
사장 : 경쟁이 심해졌다는 이야긴데.......
형님 :.......
사장 : 나는 처음부터 ‘나이 들어서 음식점을 할 때는 여유 좀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생각한 것이었는데.......
용하 :.......?
사장 : 체인점들하고 똑 같이 경쟁을 한다면, 박리다매로 가면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자리도 빡빡하게 해서 빨리빨리 먹고 나가야 장사가 되게 되어 있으니까!
용하 : 그렇지요.
사장 : 일이 생활이고 생활이 인생인데!
용하 : 일이 바빠지면 인생 자체가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형님 :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인생이라고! 뭐 특별할 것 없어. 주위가 편해야 내 맘이 편한 것이고.
사장 : 그래서 우리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편하고 여유 있게 먹고 쉬었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그렇게 하려면 조용하고 인테리어도 어느 정도 공간이 있어야 했는데....... 보쌈집만 해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요?
용하 : 그렇지요.
사장 : 그렇다고 애초부터 고급 음식점을 추구할 생각은 없었고! 경쟁이란 것이 있는데, 보쌈집을 고급으로 한다고 해봐야 보쌈을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겠어요?
용하 : 그래서 부가가치를 찾아내야 했네요?
사장 : 예.
용하 : 그러다가 식객 [순라길]을 보고 보쌈집에 홍어 궁합을 맞추게 된 것이고?
사장 : 예.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전국적으로 홍어도 먹으러 다녀보신 것이고?
사장 : 예.ㅎㅎㅎㅎ.......
용하 : 하하하하-
사장 : 그렇다고 홍어장사를 서두를 생각는 없습니다.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오랫동안 할 생각이니까요!
순라길 어머니 말씀처럼 식당이 크다고 해서 장사가 다 잘되는 것이 아니다. 손님 떨어지면 현상유지도 못하고 적자 보다가 고스란히 손 떼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 뷔페나 갈비집 같은 경우에 인테리어 비용만도 수억 원이 들어가는데, 손님 없어서 문 닫는 집들은 운영상의 적자말고도 초기비용인 인테리어 집기류 비용을 고스란히 털어먹게 되는 것이다. 만만한 게 먹는장사가 아니다.
형님 : 그럼, 홍어에 걸고 있다는 이야긴가?
용하 : 형님, 이집 인테리어는 애초부터 보쌈을 기본으로 홍어 손님에 맞춰져 있다니까!
사장 : ㅎㅎㅎㅎ........ 히야, 무섭다. 무서워!ㅎㅎㅎㅎ-
메뉴판에도 홍어가 없었고, 둘러봐도 벽에도 홍어 메뉴가 안 붙어 있었다. 이날이 6월 5일 저녁이었다. 12시가 넘었으니까 6월 6일이었네.
용하 : 사장님, 홍어는 광고도 한번 안 하셨다면서요?
사장 : 정확한 맛을 평가할 줄 모르니까!....... 주인이 아직 맛을 모르는데 손님한테 ‘이 홍어 맛있는 홍어다.’ ‘이 홍어 괜찮은데, 홍어 한번 드셔보시라’고 권할 수가 없잖아요? 주인이 자기가 파는 상품에 자신이 없으면 자신 있게 장사를 못하는 것인데!
형님 : 맞아!
사장 : 이미지 한번 나빠지면 일으켜 세우기 더 힘든 것 뻔한데, 착실히 준비해서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요.
형님 : 갈수록 맘에 드네.ㅎㅎㅎㅎ-
사장 : 홍어 마니아들은 일부러 찾아다니시던데, 윤사장님 같은 분 만나면 으짜라고!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맛으로는 전문가들 많아요.
형님 : 니 말이 맞다. 맛으로는 전문가들 많지.
사장 : 음식점 주인은 자기 집 음식이 가격대비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인생의 자존심이라는 것은 해병대 갈 때부터 생각하고 살아왔으니까?
형님 : 해병대 깡다구 멋지네!
용하 : 안 뚜두러 맞고 살라고 해병대 갔다면서, 말씀은 멋지게 하시네!ㅎㅎㅎㅎ-
사장 : 그거나 그건데!ㅎㅎㅎㅎ.......
용하 : 형님, 메뉴는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놨다더니만 벽에도 안 보여?
사장 : 내가 떼버리라 했어요....... 그래도 한두 장은 붙어있을 것인데?ㅎㅎㅎㅎ-
용하 : 그럼, 도원보쌈에서는 올 겨울 찬바람 나고부터 홍어장사 시작하시려고요?
사장 : 예. 홍어는 찬바람 나야 맛있다고 하니까, 반년 정도 실습을 해서 올 겨울부터나 시작해보려고요.
형님 : 오늘 진짜로 임자들끼리 만났네.ㅎㅎㅎㅎ-
시간 간줄 모르고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술은 하나도 안 취하고!
형님 : 그래 어째? 니가 볼 때 홍어장사가 잘 될 것 같으냐?
용하 : 오늘 같이만 좋은 홍어를 확보해서 내놓을 수 있으면?
사장 : ‘홍어장사 뭐!’라고 하는 것 때문에? ㅎㅎㅎㅎ-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ㅎㅎㅎㅎ........
파할 때가 되었다.
형님 : 자, 그만 집에들 가자고. 힘들 좀 써야지!
사장 : 김사장님, 확실히 틀린 것 진짜로 맞지?
형님 : 아아! 홍어 먹은 날은 확실히 틀리다니까!
용하 : 홍어 양껏 먹었으니까 집에 가면 난리들 나겠네!
형님 : 하하하하-하하하하.......
사장 : 하하하하-하하하하.......
용하 :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집에서 홍어를 열두 번이나 공짜로 얻어먹었다. 아니, 얻어먹었다하면 사람이 염치없어 보이니까 시식 후에 평을 해주었다는 말이 덜 염치없어 보일 것 같다. 홍어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일 마치시고 홍어 드시러 오실 수 있냐?”고 연락이 왔는데....... 사양 안하고 가서 한 번씩 코치도 해주고! ㅎㅎㅎㅎ.......
그리고 사실 나도 며칠이 멀다하고 그렇게 연달아서 홍어를 먹어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홍어란 놈은 어떻게 된 놈이 오늘 먹고 나면 내일 또 먹고 싶었는데, 먹을수록....... 맛도 맛이지만 몸으로 느끼는 효과는 정말로 놀라웠다.
힘도 세지고, 창자 속에 붙어 있던 것들이 얼마나 쉽게 쏴악- 빠져버리든지 내장이 개운해지면서 속도 편해지고, 소화도 잘 되고, 목도 깨끗해지고 허파까지 묽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컨디션도 좋아지고!....... 홍어란 놈은 한 마디로 경이로웠다.
그리고 이때 홍어도 중요하지만 돼지고기와 김치와의 궁합도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홍어삼합]이라고 하는가 보다.
=[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여러분들의
바다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이끌고자 준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