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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골 → 여의생문봉 → 여의생문안골 → 뒤시랭이문봉 → 덕평문안골 → 곰절문안골' 거리, 소요시간이 예측이 안되는 탐험을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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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구봉팔문
'득도의 문' 구봉팔문(九峰八門)은 단양군 영춘면 남천리와 백자리 사이 2개면 8개리에 걸쳐 있는 소백산 북사면 일대를 말한다. 아곡문봉(我谷門峰), 밤실문봉, 여의생(如意生)문봉, 뒤시랭이문봉, 덕가락(德坪)문봉, 곰절(熊寺)문봉, 배골문봉, 귀기문봉, 새밭(乙田)문봉 등 9개 봉우리와 아골문안골, 밤실문안골, 여의생문안골, 덕가락문안골, 곰절문안골, 배골문안골, 귀기문안골, 새밭문안골 등 8개의 골짜기 끝이 표대봉(1,244m)에 모여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부채꼴을 이룬다는 이곳은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각기 다른 내용의 수양을 쌓는 문을 통과해야만 불교의 득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옛날 여러 스님이 불교에 입문, 득도를 위해 법문(法門)을 오르려고 무수한 세월을 보내다가 끝내 이르지 못했는데 구인사의 중창조사인 상월원각대조사가 9봉 8문을 올라 신선봉과 국망봉 사이의 암봉에 ‘上月佛’이라 새겨 놓았고, 그로 인해 그 암봉을 상월봉이라 불리게 되었다 전해지기도 한다.
아홉 봉우리가 산자락의 각각 다른 지능선에 볼록 솟아 일렬로 도열한 것이 매우 특이한 지형을 보인다. 온달산성에 오르면 이 일대의 산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월간 「산」)
得道之門 九峰八門은 아홉 개의 봉우리와 그 사이에 있는 여덟 개의 계곡을 도식화 하면 아곡문봉, 아곡문안, 밤실문봉, 밤실문안, 여의생문봉, 여의생문안, 뒤시랭이문봉, 덕평문안, 덕평문봉, 곰절문안, 곰절문, 배골문안, 배골문봉, 귀기문안, 귀기문봉, 새발문안, 새발문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뒤시랭이문봉을 제외한 나머지 봉우리는 계곡을 하나씩 거느리고 있는 형상이다.
애초 6월 3주는 소 키우는 친구와 무박 화대 종주를 하기로 했었지만, 그 친구가 참여하는 모임에 일이 생겨 그 산행을 잠정적으로 9월 3주 차로 연기해, 새로운 산행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난 안산 산행에 가고 싶어 했지만, 다른 일정이 생겨 가지 못한 친구에게 안산 못지 않은 산행 맛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 친구가 토요일 업무가 있어 일요일에 가는 거로. 그 전주(6월 2주)에 나는 지리산 왕시루능선[산행기]에 모든 힘을 쏟을 예정인 만큼 야유회와 물놀이를 겸한 가벼운 산행을. 그런 산행지를 찾다 발견한 적임지가 노인봉, 소금강 코스였다. 나도 26~27년 전에 갔었기에 다시 갈 때도 되었다.
해서 산행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코스를 가는 산악회를 발견해 들머리는 산악회를 이용하고 날머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산행을 – 시간 확보를 위해 - 하기로 했다. 참여 인원은 3~4명 최소한으로. 그 산악회에 두 명분의 회비를 입금하고 자리 배정을 받았다. 그게 6월 1일의 일이다. 그런데 이 산행 관련해 소 키우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일이 생겨 동행을 요청했더니, 소백산 구봉팔문을 단독으로 갈 예정이라는 얘기를 했다. 애초 그 친구와 화대종주를 비롯한 몇 가지 종주, 구봉팔문을 비롯한 몇 가지 들개 산행을 2019년에 같이 하기로 했다. 해서 "너, 나를 배신하는 거냐?"라고 했더니, "네가, 먼저 나를 배신했지!"라고.
우리의 6월 무박 화대종주는 그 친구가 소속된 모임 때문에 연기. 내가 먼저 다른 산행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그 모임이 무산되면서 소 키우는 친구도 일정이 허공에 붕 떠 버렸다. 그래서 그 친구는 단독 산행 계획을 세웠다. 어쨌든 내 산행의 우선순위는 구봉팔문이고, 갑자기 발생한 피곤한 해프닝에 노인봉 코스를 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같이 가자고 손 든 친구들을 배신할 수는 없어, 안내 산악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노인봉, 소금강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20여회 넘게 산악회를 이용한 경험에 따르면 저 노인봉, 소금강 연계 산행은 취소될 활들이 99%였다. 해서, 소금강 산행 안내문에 취소될 확률이 높으니, 각자 Plan B를 마련해 두라고 댓글을 달았다. 뭐 내가 꼭 가고자 한다면 애초 생각했던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면 되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취소 공지가 나올 때까지 취소한 게 아니니 투 트랙으로 노인봉과 구봉팔문 등산 준비를 했다.
와중에 소 키우는 친구와 같은 모임에 소속된 동선에게서 토에 어디 가느냐고 연락이 왔다. 길소와 구봉팔문 갈 예정이고, 너만 좋으면 참여 환영이라고 답해주었다. 물론 산행계획도 보내주고. 당연 마다할 동선이 아니라, 길소, 동선, 나 이렇게 어제의 용사가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또 한 친구가 내게 산행 계획에 관해 물어왔지만, 산행 당일 소나기 소식에 포기했다. 우중 산행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기 마련. 그런데 정말 쉽지 않은 기회인데, 아쉽다. 결론적으로 그 친구의 선택이 옳았다.
마침내 6월 14일 금요일 아침에 소금강 산행을 추진하던 안내 산악회에서 성원 미달로 계획을 취소한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바로 카페 산행 안내문에 캡처한 글을 댓글로 올려주고 산행이 취소되었음을 공지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구봉팔문 산행계획을 세웠다. 계획이라고 별거 없지만. 늘 그랬듯이 점심은 내가, 과일이나 비상식 등은 동선이, 길소는 맛있는 물을 준비해 6시 30분 종합운동장역에서 보기로 했다.
참고로, 구봉팔문은 지난 2017년 9월 2일 미옥, 젤라, 길소, 흥수, 나 이렇게 다섯이 구인사를 들머리로 소백산 산행을 할 때 처음 들었고, 갔다. 하긴 내 기준 소백산도 그때가 처음이다. 당시 구봉팔문 중 하나인 덕평문안을 지나 민봉으로 올라 신선봉을 거쳐 날이 어두워져 어의곡리로 하산했었다. 와중에 폭우를 만나 큰 위험을 겪기도 했었다[산행기].
내가 생각하는 구봉팔문 종주라 함은, 처음 아곡문봉에 올라 아곡문안으로 내려온 다음 두 번째 밤실문봉에 오르고 이후 밤실문안으로, 이렇게 순서대로 오르내린 후 최종 새발문봉으로 올라 민봉에서 끝내는 산행이다. 물론 거꾸로 해도.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이 종주를 한 팀이나 산꾼은 없고, 계곡은 버리고 9개 능선을 종주한 산꾼은 있다고 한다. 완벽한 종주를 위해서는 최소 2박 3일 비박을 하며 진행해야 가능한 산행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 이번에 우리는 구봉팔문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답사의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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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시 50분에 기상해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디팩을 꺼내 배낭에 넣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5시 34분 지하철을 타기 위해 5시 17분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6시 25분에 약속 장소인 잠실 종합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때 길소와 동선에게서 좀 늦겠다는 문자가 왔다. 두 친구를 기다리며 한 줄로 길게 서 있는 관광버스를 관찰하고 있었다. 길소와 같이 산에 갈 때 약속 장소로 이용하는 종합운동장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기 중인? 주차 중인? 관광버스가 많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산악회 차량으로 보였는데, 내가 알기로 안내 산악회 중 종합운동장을 출발지로 하는 곳은 없었다.
해서 두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산으로 가는 어느 산악회의 버스인지 끝에서 끝까지 버스의 앞 유리창(산악회와 행선지를 적어 붙여둔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암자 순례를 떠나는 버스 외에는 다 기사도 안내문도 없었다. 그때 든 생각이 '아, 어디를 가기 위해 대기 중인 버스가 아니라, 주차 중인 버스구나!' 7시경 도착한 길소에게 확인해 보니 맞았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다.
성남에서 출발하는 동선이 15분에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해서 15분 이후 계속 지하철역 출구를 보고 있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20분경 동선이 "미안하다. 택시를 타고 종합운동장 했더니 성남 종합운동장에 왔다. 다시 지하철 타고 가는 중이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 순간 길소가 우리가 기다릴 게 아니라 데리러 가자고 했다. 어차피 소백산에 가기 위해서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동선에게 전화해 위치를 묻고 가장 가까운 길목이 복정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선을 태우고 구인사로 향해 가다 대략 30분가량 양평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아침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휴게소를 출발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성골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5분경이다. 펜션과 임도 갈림길 좀 넓은 길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 준비를 했다. 길소는 특별히 정글도와 중등산화를, 나는 군용 칼과 스패츠를 준비했다. 다 초행이라 길을 잘 몰라,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포장된 임도(나중에 확인)를 버리고 패션이 있는 길로 갔다. 그 시각이 10시 38분, 오지 탐험 시작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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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있는 펜션을 오르는 길 주변은 사과, 오디, 호두 등이 끝의 펜션은 앵두가 열려있었다. 사과와 호두는 아니지만, 오디와 앵두를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라 몇 개 따서 맛을 보았다. 새콤하기는 했지만, 먹을만했다. 그런데 끝의 펜션을 지나자 다시 임도와 만났다. 임도는 앞에 보이는 첫 번째 봉우리인 아곡문봉을 향해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라가고 있었다. 선두에 동선이, 그 뒤를 길소가, 내가 후미에 서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임도 좌우에는 산딸기 줄기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좌우의 산딸기를 따 먹으며 올라가는데, 내가 산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초등 3년 여름방학 때의 지리산 2박 3일 단체 산행이 떠올랐다. 당시 벽소령 산장에서 자고 벽소령 군용도로를 따라 음정으로 내려갔는데, 그때 도로 좌우에 산딸기가 잔뜩 열려 있어 그걸 따 먹느라 일행보다 늦어 혼났던 기억.
임도를 따라 급경사의 아곡문봉 능선을 지그재그로 오르며 봉우리 쪽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니, 구봉팔문에 도전하는 산악회가 만든 샛길 두세 개가 보였다. 그중 하나에는 그곳이 들머리임을 알려주는 산악회의 리본까지 달려 있었다. 이번 탐험은 소 키우는 친구에게 전적으로 맡겨둔 상태라 사실 우리가 어디에서 오르기 시작하는지 몰랐고, 구봉팔문의 구조와 명칭에 대해서도 이 글을 쓰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봉우리 쪽에 난 샛길을 보는 순간 우리가 올라야 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선두에 얘기하려고 보니, 뒤에 처져 산딸기를 따 먹으며 따라가느라 선두와는 쾌 떨어져 있었다. 이번 탐험을 기획한 길소가 그냥 간다면 다른 복안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용히 산딸기를 따 먹으며 따라갔다.
아목문봉이 시작되는 7부 능선에 도착한 임도는 더 오르지 않고 큰 오르내림 없이 구봉 팔문 7부 능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임도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산행 후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성골에서 시작해 덕평문봉 아래 덕평마을에서 끝나는 거로 생각된다. 거리는 대략 10km 내외. 아목문봉 7부 능선에 도착한 임도는 5봉 4문을 따라 가파른 오르내림 없이 덕평문봉까지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인적이 거의 없고 주변 환경이나 경치가 좋아 걷기에는 최고의 조건을 가졌다. 그 길을 가며 우리끼리 단풍철이나, 겨울에 눈썰매 하나 들고 오면 최고겠다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강 따라 걷기를 하는 동선에게 그거 끝나면 일행 데리고 임도 걷기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샛길에 대해서는 모든 기록을 남기며 임도를 따라 걷다가 11시 40분에 첫 휴식을 했다. 산행 시작 1시간 정도 후로 동선이 차갑게 만들어 온 방울토마토를 간식으로 먹으며. 다시 임도를 따라 길을 가 첫 번째 계곡인 아목문안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5분이다. 첫 번째라는 의미로 엄지를 세우고 인증을 찍은 후 다음을 향해 갔다. 12시 20분에 두 번째인 밤실문안에 도착해, 이번에 손가락 두 개를 세워 인증을 찍고 다음으로 갔다. 11분 후인 12시 31분에 세 번째인 여의생문안에 도착했다. 그나마 물이 풍부한 계곡은 아래 마을의 상수도로 사용 중이라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굳이 우리도 들어갈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계속 달려 - 동선이 대단히 빨라, 뒤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 죽구종주(죽령~구인사)의 사실상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뒤시랭이문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43분이다. 2017년에는 흥수와 내가 이 능선을 따라 오르자고 주장했었던 일이 있다. 길소의 고집으로 덕평문안으로 올랐지만. 거기에 자리를 펴고 앉아 2차 휴식을 했다. 잠깐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얘기를 하다가 길소가 덕평문안으로 올라 덕평문봉이나 곰절문안으로 하산하려는 생각임을 알았다. 물론 산행 전 내게 얘기했지만, 내가 계획하는 산행이 아니면 계획자의 의사에 전적으로 따르는 내 습성상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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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시랭이문봉 들머리를 떠나 1시 5분경 덕평문안에 도착했다. 처음 점심을 지난번과 같은 장소에서 먹을지 아니면 좀 올라가서 먹을지 판단이 안 서 도착해서 결정하자고 했었다. 그런데 가뭄에 덕평문안도 지난번과는 달리 적은 수량만 졸졸 흐르는 지경이었다. 즉, 2017년과 같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다. 어차피 오를 계곡이라 계곡을 오르다 적당한 장소에서 먹기로 하고 수풀을 헤치고 계곡으로 올랐다. 그리고 들머리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지의 울창한 밀림이라 햇볕도 들어오지 않고 비도 들이치지 않는 곳이다.
들고 간 버너와 코펠을 꺼내 먼저 훈제 오리 한 팩을 볶아, 빨갱이 두 팩과 열무김치, 파김치, 마늘과 마늘종, 고추를 곁들여 먹은 후 두 번째 오리 팩을 마저 먹었다. 그 기름에 볶아 먹기 위해 가져간 볶음밥은 배가 불러 다시 집으로, 지난 왕시루봉 때도 그랬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동선이 얼려온 캔 황도를 먹은 거 같은데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덕평문안 초입에서 인증을 남기지 못해 점심 먹은 자리에 모든 흔적을 깨끗이 없앤 후 그 자리에서 인증을 남기기로 했다. 넷째인지 다섯째인지 명확하지 않아, 각각 찍어 상황에 맞게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난 시각이 2시 7분이니 대략 1시간가량 점심 먹으며 휴식했다.
어느 산이나 깔딱은 힘들지만, 특히 구봉팔문 중 가장 긴 계곡으로 알려진 덕평문안은 우거진 밀림과 너덜에 비록 길이 있어도 쉽지 않은 코스다. 그나마 그동안 많은 산꾼이 다녀서 그런지 길은 2017년 대비 좋아졌지만, 그 기준이 상대적인 거라, 2시 31분 점심 먹고 출발한 지 30분이 채 안 된 시간에 다시 휴식했다. 졸졸 흐르는 개울에 세수도 하고...
3시 44분에 뒤시랭이문봉 능선에 올라섰다. 당연히 거기에 뒤시랭이문봉과 덕평문안 갈림길이 있다. 지난 2017년에 가졌던 의문인데 왜 반대편에 철조망을 쳐놓았는지 궁금했지만, 그쪽이 낭떠러지라 안전을 위해 쳤다고 스스로 답하고 끝냈다. 그 자리에 앉아 동선의 황도 캔 중 나머지 하나를 나눠먹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능선(덕평문안), 계곡(곰절문안) 중 어디로 하산할지 얘기를 나눴다. 2017년 길소와 나는 덕평문안으로 올라 민봉, 신선봉을 거쳐 어의계곡으로 하산한 경험은 있지만, 이번 탐험의 하산 코스로 잡은 두 코스에 대해 하는 바가 전혀 없다. 구글에도 정보가 많지 않고.
나야 뭐 어디로 가든 길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의지만, 나보다는 신중하고 준비가 철저한 길소는 '능선으로 가다 길이 끊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능선을 따라 봉우리로 가다 길이 없으면 계곡으로 내려가면 된다.’였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내가 늘 들개 산행에서 취하는 방법이다. 어쨌든 내 의견에 동의해 1차로 능선으로 가고 길이 사라지면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가 앞서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뒤시랭이문봉 갈림길에서 휴식 후 다시 길을 가 4시 정각 민봉 정상 직전에서 민봉, 덕평문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아니, 갈림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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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산행 중 새로운 갈림길을 발견하면 늘 그랬듯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기록을 남긴 후, 덕평문봉 쪽으로 길을 잡았다. 길 상태가 좋지 않아 길소가 가져온 정글도를 꺼내 앞서 길을 개척하며. 그런데 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평소에 보던 산악회의 리본이 군데군데 나뭇가지에 달려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이런 들개 산행을 할 때는 리본을 단 산악회나 산꾼이 누군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 일일이 어느 산악회인지 확인해 보니 대개 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해서 그중 하나를 잡고 산악회명을 보여주며, 길소에게 "익숙한 애들은 다 있네!"라고 한마디 했다.
트랭글 기준 해발 1,300m에서 해발 800m까지 급경사를 험로로 내려가는 거라 평소 하산이 힘든 친구에게는 더 힘든 코스였다. 해서 30여 분 내려간 다음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길소가 얼려와 거의 슬러쉬가 된 콜라를 나누어 먹으며 원기를 회복했다. 덕평문안을 따라 뒤시랭이문봉 능선으로 올라올 때 8부 능선 즈음에서부터 기상청에서 예보한 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리고 있었지만, 울창한 밀림이 그 비가 통과하는 걸 막아 주어 간혹 비가 오네 하는 정도의 몇 방울만 맞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빗소리가 덕평문봉 능선에 올라서자 더 요란해졌고, 소나기가 아니라 지속해서 내리는 비였다. 그런데도 밀림이 우리가 비를 맞는 건 막아주어, 모자를 벗어 보지 않고,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면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2017년 애초 구인사에서 소백산에 오르기로 했다 늦어져 어의계곡으로 하산하던 중 폭우를 만나, 거의 조난에 가까운 일을 당했던 적이 있어[산행기], 이번에는 일주일 전부터 기상청 산악날씨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 결과 다른 지역은 괜찮은데 소백산 라인의 산들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가랑비 수준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예보가 산행 이틀 전에는 가랑비가 아니라 소나기로 오후 9시까지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만, 강수량은 1~4mm로 변함이 없고. 그리고 마침내 하루 전에는 소나기가 아니라 비로 바뀌었다. 나머지는 동일하고. 처음 가랑비 수준의 비가 온다는 사실은 길소에게 알렸고, 그의 반응은 "소백산에서 비 안 맞은 적이 없는데, 뭐, 그 정도야!"였다. 비를 무서워하면 어디를 갈 수 있겠나?
정상을 200여 미터 남겨둔 지점에서 곰절문안과 덕평문봉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느낌상 하산하기 위해서는 덕평문봉에 올랐다가 다시 이 갈림길로 내려와야 할 거 같았다. 그래도 혹시 정상을 넘어 내려가는 하산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에 배낭을 메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아니면,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 두고 카메라만 들고 올라갔다왓을 거다. 급경사의 덕평문봉 정상을 오르기 시작해 8부 능선 즈음에서 비가 폭우로 변해, 숲이 막아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거기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나마 비를 막아줄 울창한 숲도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비에 대비한 복장을 챙기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복장을 완벽하게 갖춰도 쓸모가 없는 폭우였지만, 이번에도 나는 스패츠까지는 뭐! 그래서 안 했고, 길소의 자작 스패츠도 구경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정상을 20여 미터 남겨두고 내려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라 그 비를 맞으며 정상을 향해 가 5시 23분에 해발 945m인 9봉 중 5봉 덕평문봉에 도착했다. 구인사 너머 저 멀리서 울리던 천둥이 우리 머리 위에서 울리고 비를 막는 유일한 도구가 모자와 바람막이가 다인 상황에서도 할 건 해야 한다는 일념에 삼각대를 세우고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올라온 반대편으로 하산 길을 찾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산을 서둔 이유는 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고, 머리 위에서 울리는 천둥이 무서워서였다. 산 정상에 서 있는데, 바로 위에서 천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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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라오는 길도 좋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내려가는 쪽은 전혀 길 같지 않았다. 그나마 간혹 산악회의 리본이 있어 위안으로 삼으며 길을 만들며 내려갔다. 나중에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이 산악회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이쪽으로 왔다 엄청난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5시 25분에 정상을 떠나 없는 길을 만들며, 낙엽이 쌓인 급경사와 너덜과 관목지대를 지나며 계곡을 향해 길을 잡아갔다. 내가 앞서 길을 찾고 동선이 가운데에서 길소가 후미를 보며 갔다. 그러다 마침내 6시 10분경 산림청?에서 매어 놓은 붉은 노끈이 감긴 나무 군락을 발견했다. 길이 멀지 않다는 얘기고, 인간이 다녔다는 얘기다. 그리고 6시 17분에는 화전민?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6시 19분에 비탐방의 정규코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비는 폭우를 넘어 드럼통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길 확인을 위해 앞서가다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비를 피하기 위해 울창한 나무 밑으로 들어가 봐야 그동안 머금고 있던 비까지 덤으로 쏟아부어 줬다. 이미 속옷까지 다 젖었고, 신발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와중에 카메라는 습기가 찼고, 핸드폰은 수영하고 있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라 움직이지 않고 서있으면, 오한으로 몸이 떨렸다. 메고 있는 배낭의 상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배낭 커버를 씌우지 않은 게 큰 실수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난 길은 지난 소백산 산행에서 우리가 이용했던, 어의계곡의 폭우 때 사용하는 우회로와 비슷했다. 잠깐 실수하면 미끄러져 계곡에 빠지는.
더 난감한 상황은 길이 중간중간 계곡으로 들어간다는 거다. 우천 시에 계곡물이 금방 불어나는 걸 고려하면 대단히 위험한 길이었다. 나중에 우리끼리 한 말이 하늘이 도와 서둘러 내려오는 바람에 계곡이 넘치기 전에 통과했다는 거다. 임도라고 생각한 곳을 향해 내려가다 산사태가 난 지역을 지나자 길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그 길을 따라 백여 미터 올라가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과 봉우리 쪽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봉우리 쪽으로 가는 길을 유심히 보니 그 끝이 임도로 보였다. 당시에는 임도가 성골에서 시작해 구봉팔문을 다 통과한 후 어딘지 모를 마을로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로 계곡 길로 내려가면 그 임도를 다시 만나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위에 보이는 임도는 주 임도에서 덕평문봉으로 조금 올라간 지선 정도로 여겼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 7시경 산딸기가 잔뜩 열린 곳에 도착해 조금 위로 올라가니 임도가 나타났다. 그때까지는 임도라 생각했는데 농로였다. 드럼통으로 쏟아붓는 비를 온몸으로 맞아 오한에 떨며, 일행을 기다리며, 그 산딸기를 따 먹고 있었다. 그리고 동선이 도착해 임도가 멀었냐고 물어 눈짓으로 위를 가리켰다. 몇 걸음 움직여 임도를 확인한 동선도 내려와 길소을 기다리며 같이 산딸기를 따 먹었다. 이후 길소가 도착해 임도(임도로 알고 있었음)에 올라, 그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그 길의 끝은 거대한 배추밭이었다. 그 순간 우리가 찾던 임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도치고는 아스팔트로 포장이 너무 잘되어 있어 처음부터 이상했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는 순간 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 거의 산봉우리 정상 근처 허허벌판에서 천둥과 번개라니. 그렇게 10여분 내려가자 뒷마당에 비닐하우스가 있는 집이 나타났다. 동선이 잠깐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비를 피하자고 했지만, 그 집을 유심히 살펴보니 농가나 가정집이라 하기에는 주차한 차가 너무 많았다. 해서 그 집 쪽으로 좀더 내려가 살펴보니 펜션이었다. 펜션 처마 밑으로 가 비를 피했다. 그렇게 셋이 처량하게 서 있는데 주인장의 딸로 보이는 여성이 우리의 상황을 묻더니 택시를 부르라고 번호가 있는 명함을 건네줬다. 그런데 셋의 폰 상태가 전화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당황하고 있는데 이를 눈치챈 그 여성이 대신 전화 해줬다.
택시를 기다리며 처마 밑 계단에 처량하게 앉아 있는데 그 여성이 커피를 한잔씩 주며 몸을 데우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이 도착해서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우리가 어디 들어갈 상태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 사양하고 계단에 계속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주인장의 딸이 아니라 젊은 귀농 부부였다. 펜션도 운영하며[숲이랑]. 주인장이 물기를 닦으라며 수건까지 줬다. 그 고마움에 지역과 펜션에 대해 조사를 해본 결과 애초 우리 계획인 보발리로 내려온 것이 맞고, 이 펜션이 있는 곳은 보발리 곰절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지난 2017년 어의계곡의 판박이다[산행기]. 해서 길소와 둘이 격년으로 같은 상황이라고... 그럼 다음은 2021년인데.
택시가 도착해 주인장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 몸이 젖어 택시 의자가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양해를 얻은 후 택시에 탔다. 그리고 길소 차가 주차해 있는 들머리인 성골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택시 기사와 얘기를 나누다가 확인한 것은 - 어디까지나 내 추측으로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 곰절문안 하류에서 본 덕평문봉 쪽에 있는 임도는 우리가 아는 그 임도가 맞고, 거기서 임도가 끝이 난다. 임도가 구봉팔문 다 이어져 있을 거라는 내 생각이 틀렸다.
3
성골에 도착한 시각이 몇 시인지는 모른다. 택시에서 내려 모든 짐을 길소 차로 옮긴 후 옷을 갈아입거나 씻을 수 있는 방이 있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내비는 서울로 고정하고 가는 길에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기로. 그런데 구인사까지는 원하는 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 도담삼봉으로 갔지만, 거기는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아무리 토요일이지만, 천둥 번개에 폭우기 내리는 날 누가 유원지 식당을 찾겠는가. 해서 어쩔 수 없이 단양으로 가기로 했다. 마지노선은 2017년에 갔던 오삼집!
단양에 도착해 길소가 주차하는 동안 그 오삼집에 먼저 들어갔지만, 끝났다고. 그리고 주인장이 2017년 그 사람이 아니었다. 해서 옆의 장어구이집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방을 확인한 후 나는 앞에 있는 마트로 가 속칭 "삼디다스"로 불리는 슬리퍼 세 개를 사 왔다. 이것도 2017년 재판이다. 장어구이를 주문하고 갈아입을 옷이 없는 동선과 나는 다 젖은 옷에 슬리퍼만 갈아 신고 씻고, 평소 비상용 옷을 차에 넣고 다니는 길소는 옷도 갈아입었다. 장어가 다 구워져 동선과 나는 빨갱이로 길소는 환타로 오늘 산행의 노고와 사고 없음에 건배했다.
나도 2017년 그 사건을 겪은 후 속옷을 포함 갈아입을 수 있는 티와 반바지를 한 1년 배낭에 넣고 다녔는데, 그동안 짐만 되지 전혀 쓸모가 없어 빼고 나니 이런 상황이 재현되었다는 등, 지난 2017년과 비교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사실 자차나,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 배낭과 별도로 짐을 가져와서 산행 후 갈아입는 것도 방법이지만, 우리 같은 인간은 냄새나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장어를 다 먹을 즈음 동선이 따끈한 국물에 밥을 먹고 싶어 해 된장찌개 되는지 물어보니 마감되어 장어국밖에 안 된다는 여주인의 말씀에 바로 남주인의 "된장찌개 끓여 드릴게요!" 주인장이 손수 끓여 준 따끈하고 얼큰한 된장찌개에 밥을 먹었다. 우리에게는 장어구이보다 된장찌개가 더 좋았다. 해서 된장찌개에 빨갱이 한 병 더.
대략 9시경 식당을 나온 거 같은데,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고, 셋이 삼디다스를 끌고 차에 탄 후 기사 졸음을 쫓기 위해 동선이 가지고 있는 음악을 들으며 서울을 향해 달렸다. 문제는 감수성이 예민한 동선이 보유한 노래 대부분 다, 비에 홀딱 젖은 상태로 산행을 해 피곤한 산꾼에게는 더 졸린 노래라는 거. 그렇게 서울로 달려 동선을 성남에 내려주고 나는 강남역에 내렸다. 그 시각이 12시가 좀 안 된 거로 기억한다.
그 시각에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의외로 빈 택시가 많았다. 그런데 누구도 그 택시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거로 보였다. 대부분은 예약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서 이게 왠 횡재냐 하며 빈 차를 세우면, 행선지를 묻고는 그냥 가버렸다. 대략 20분 동안 예닐곱 대가. 저들이 빈 차가 아니라 예약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빈 차를 잡아봐야 행선지를 묻고는 그냥 가버리니. 옛 성격이었으면, 들고 있던 물에 푹 빠진 등산화를 택시 내에 집어 던졌을 테지만, 이제 싸우는 것도 지쳤다. 택시 기사가 뭔 죄가 있겠나, 정치하는 어르신들이 문제지!
해서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비에 젖은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물에 푹 젖은 등산화를 들고 삼디다스를 끌고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다행히 진관동행 버스는 몇 대가 남아 있었다. 막 도착한 버스를 타고 불광동 동명여고 앞에서 내려 집에까지 걸어갔다. 그 모양이 가관이었을 거 같은데... 인증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니 축구는 1 대 0으로 이기고 있었고 내가 씻고 나오니 1 대 1, 바로 잤다.
결과적으로 '성골 → 아곡문 → 밤실문 → 여의생문 → 뒤시랭이문 → 덕평문안 → 민봉 갈림길 → 덕평문봉 → 골절문안 → 보발리 곰절' 13.2km, 8시간 43분의 오지 탐험이었다. 이동 시간이 5시간 50분이니, 2시간 53분의 휴식을 즐겼다. 다 트랭글 기준이지만, 폰이 비에 젖어 꺼져 있다가 펜션에서 다시 동작했기에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애초 예상한 늑대 산행이었지만, 예상외의 폭우에 더욱 처절한 산행이었다. 그나마 역전의 용사들이라 사고가 없었다.
길소와 둘이 한 얘기지만, 구봉팔문 종주는 시간이 많을 때 목숨 걸고 하는 거다. 우리 같은 산꾼에게는 뒤시랭이문봉이나, 덕평문안이면 충분하다.
이제 남은 건 죽구 또는 구희 비박 종주다.
대단히 만족한 산행이었다. 이런 산행을 다시 할 수 있을까? 2년 후?
<이번 산행의 결과물>
첫댓글 덕평문봉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는 이유를 알았음.
구봉팔문 중 무박으로 구봉을 종주하는 산악회나 산꾼은 1봉이나 9봉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각 봉에 갔다가 다시 주능선으로 돌아가고 다음 봉에 갔다 다시 복귀...
고로 각 봉에서 하산하는 길이 있을 리가. 왔던 길을 돌아가는데...
고생길일수록 더 만족스럽다는 거네
만족이 커지지
그래서 순례도 나서는 거 아닌가?
헬기 타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거 보다는
트래킹이 더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영서와 산간에서는 오후 한때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10㎜ 내외로 쏟아지면서 영월과 평창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오후 8시에 해제됐다.
이날 오후 8시까지 내린 강수량은 영월 73.4㎜를 비롯 평창 56.5㎜, 홍천 내면 37.5㎜, 강릉 왕산 23.0㎜, 정선 20.0㎜, 대관령 19.6㎜, 춘천 10.3㎜, 동해 6.2㎜, 원주 6.0㎜, 삼척 5.5㎜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