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날 걸었던 올레 18코스이다. 제주시내에서 출발하는 코스이기에 접근성이 가장 좋고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시비코지 해변이 있어서 아주 인상적인 코스였다.
총 18.8km의 짧지 않은코스였지만 크게 어려운 코스가 없어서 가족과 같이 걷기에도 좋을거 같다. 특히 사라봉과 별도동은 인근주민들이 운동삼아 오르는 오름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내가 제주에 온날 중 가장 센 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걸었던 날의 기록이다.
18코스의 시작은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이다. 이 커다란 중국배를 보고 찾으면 되는데 아침을 못드시고 오신분은 이 근방 해광식당에서 동태찌게를 꼭 드시고 출발하시라고 권해드린다. 저렴한 가격에 정말 맛있는 동태찌게이기도 하고 출발하고 나면 거의 끝날때까지 먹을거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충의 18코스 초입 맵은 이렇다.
좌측으론 제주항이 보인다. 이날 날씨는 구름의 형상만큼이나 변화무쌍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란 하늘이 조금 보인다.
제주시내권에 박혀있는 보석같은 두 오름중 하나인 사라봉에 오른다. 사라봉은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는데 이 계단이 오르기는 더 어려운거 같다.
한겨울이지만 제주의 오름에서는 벌써 노란꽃이 피어있다. 개나리는 아니고 이게 무슨 꽃인지..??
사라봉에 오르면 바다와 제주시내와 한라산이 한꺼번에 조망이 되는데 이날 제주시내는 밝은 곳과 먹구름이 덮은곳의 명암차가 극명해서 무슨일이 일어나기 전의 폭풍전야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사라봉 정상에서 바라본 사라봉의 사봉낙조는 성산일출과 더불어 영주12경중 하나라고 한다.
사라봉을 내려오려고 하니 막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다. 이럴땐 먹을것엔 안 아까워하면서 고어텍스 점퍼하나 안산게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사라봉을 내려오는길의 풍경이 특히 아름다웠다.
정말 한걸음 한걸음 뗄때마다의 경치가 모두 한 절경한다.
이곳은 곤을동이라하여 제주 4.3 당시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마을이란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세찬 눈보라 때문에 걷기는 힘들었지만 큰 파도 때문에 멋진 바닷풍경을 볼수 있었다.
코스에서 간세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특히 혼자 걸을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삼양 검은모래 해변..
700원짜리 목욕탕인데 하절기에만 하는거 같다.
이어서는 원당사가 있는 원당봉으로 이어진다. 역시 나즈막한 오름으로 두개의 사찰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길을 잃기가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사찰을 넘어 완전히 오름을 내려가지 전에 좌회전해야 하는데 무심코 계속 내려가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개들을 만나는데 혼자라면 분명 무서울거다. 어느 여자분은 무서워서 잘못 지나간걸 알았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단다. 불독같은 개들이 얼마나 짓던지..
제주엔 이렇게 밭 한쪽에 묘지가 있는 풍경을 흔히 보게 된다. 언제나 조상을 지근에 두고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런지..
신촌으로 제사먹으러 가던 옛길이라고 한다.
신촌가는 옛길을 지나면 내가 생각하는 18코스의 하이라이트 시비코지에서 닭모루로 이어지는 바당길이 나온다. 정말 숨막힐거 같은 바다 풍경이다.
근데 이런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가..가장 멋진 곳에서 카메라 배터리가 제로가 되었다. 아니 멀쩡한 놈이..알고 보니 이날 강한 찬바람에 배터리 성능이 급 저하된것이었다. 주머니에 배터리를 넣고 따뜻하게 하고 나서야 작동이 되었다.
거센 바람에 갈대밭이 춤을 추고 파도는 넘실거린다.
이곳 바당길만 따로 방문해서 잠깐 걷는 것도 좋을거 같다. 꼭 섭지코지 관광처럼 말이다.
제주올레 공식홈페이지에서도 이 바당길을
숨이 탁 트이는 풍경, 그러나 숨이 멎을 만큼 장대한 풍광이 나를 세운다. 18코스가 주는 가슴 뭉클한 선물이다.
닭모루..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정도의 감동적인 풍경이다.
이제 신천포구를 지나 조천읍으로 들어가면 코스의 막바지가 된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조천읍까지는 식당이 없어서 배고프게 와서 맛있는 중국집을 추천받았는데 헉! 오늘날이 장날이다. 오늘이 휴무라고 한다. 조첩읍분이 맛있다고 하셨으니 드실분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곳은 연북정이다. 연북정은 유배되어 온 사람들이 제주의 관문인 이곳에서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면서 북녁의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 한다.
이제 조천읍을 관통하여 조천만세동산에 이르면 종점이다. 만세동산은 3대 항일운동을 기념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놀멍 쉬멍하며 걷는 올레길이지만 시작점에서 종점까지 완주했다는 것은 언제나 푸듯함으로 다가온다.
신년에 걸었던 17, 18코스 서귀포의 코스들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었다. 어느곳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고 정말 모든 코스들이 제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풍경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17코스와 18코스도 바로 인접하고 있지만 참 다르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코스이다. 이제 봄이 되면 또 찾아갈 많은 올레길이 남아있다는것이 가슴 셀레인다.
제주올레
https://www.jejuolle.org/course/view.do?cs_no=22
첫댓글 올레길 다아 걷고 싶은 길이지만 요 18코스도 넘 걷고 싶은 길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노오란 유채 피는 날에 꼭 가 봐야 겠는걸요!~~~ *^^*
다음에는 같이 가자구
올레길 너무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