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4월 18일 토요일 소백산 야생화 탐방
고인돌, 사니조은 님과 함께
기차이용 : 청량리 06:40 무궁화 – 희방사 역 09:13 – 죽령옛길 (2.1 km) – 죽령 – 연화봉 – 천동계곡 시내버스 (18:50 ) – 단양시내 (저녁식사) – 단양역 (20:40) – 청량리 (22:52)
산행거리 : 약 12 km 산행시간 : 약 5 시간
희방사역 – 죽령 : 약 3.4 km / 1 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2028404
죽령 – 다리안 : 약 21 km / 8 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2028384
거리 21 km
소요 시간 8h 23m 54s
이동 시간 6h 5m 56s
휴식 시간 2h 17m 58s
평균 속도 3.4 km/h
최고점 1,421 m
총 획득고도 793 m
난이도 보통
먼 훗날
양산박
먼 훗날 어느날 불쑥 누군가
내 안부를 물어 왔을 때
더 이상 이생에 없음을 알고
아쉬움에 흘리는 눈물 한 방울
그 눈물 한 방울이
내 영혼을 구제하리라
먼 훗날 어느날 불쑥 누군가
악몽을 꾸고 나 식은 땀 흘리며
꿈에서 본 얼굴을 떠올리다가
더 이상 이생에 없음을 알고
안도하며 들이 쉰 긴 한숨이
내 영혼을 불태우리라
천국과 지옥은 본래
이생에 사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있나니
많은 이에게 베푼 좋은 일들은
영혼이 쉬어갈 그늘이 되어주고
악한 일 하고 떠난 사람의 영혼은
쉬어갈 곳 없는 사막길을 헤맨다
9시 13분 희방사 역에 도착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방역당국의 철저한 조치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이제는 며칠간 하루 감염자수가 20명 안팎으로 진정세가 뚜렷하다. 그 동안 국회의원 선거도 무사히 마쳤고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줄면서 국내에서는 안심하는 분위기이지만 아직도 학교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고 있으며, 교회 등 많은 사람이 모일 만한 행사는 자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집단적인 감염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 숫자는 지난 번에 비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역사 안은 한산하다.
기차에도 자리에 여유가 많다. 객실 좌석의 삼분지 이는 비어 있다. 모두 조심하는 편이라 대부분 사람들은 열차 안에서 따로 떨어져 앉으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분위기다.
죽령 옛길
청량리역에서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하여 희방사역에 9시 13분에 도착했다. 고인돌 형님과 대구에서 올라오는 야생화 탐방팀은 10시경 풍기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죽령으로 온다고 하였기에 우리는 죽령까지 죽령옛길을 걸어서 가기로 했다.
죽령 옛길은 옛날 경상도에서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걸어서 죽령고개를 넘던 길이다. 희방사역에서 3.4 km 꾸준한 오름길이다. 복숭아와 사과꽃이 만발한 과수농가를 지나고 낙엽송 숲을 지난다. 어제 내린 봄비로 숲이 촉촉하게 젖었다. 맞은편 산에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나뭇잎이 연두빛 비단을 덮어쓴 모습이다. 어디선가 새 소리가 초롱초롱 울린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한다는 그 봄이다.
죽령(竹嶺 689 m)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과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을 이어주는 고개다. 소백산 국립공원에 속한 도솔봉(1314m)과 연화봉(1394m) 사이의 안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미 신라 8 대 아달라 니사금 5년 ( 158 년) 에 도로를 개설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동국여지승람). 죽령 옛길은 1941년 철도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어 많은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침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데도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옷에 땀이 찬다. 겉옷을 벗고 잠시 쉬어가는데 고인돌 형님이 전화하여 죽령 휴게소에 도착하여 천천히 올라가겠다고 하신다. 예정보다 좀 빨리 도착한 모양이다. 우리는 길 가에 핀 꽃을 감상하면서도 발걸음을 좀 더 재게 움직여 희방사 역을 출발한지 한 시간만에 죽령에 도착했다.
죽령 휴게소가 공사중이다. 작년 이맘때 백두대간을 뛰면서 들렀을 때는 그나마 산나물과 약초를 판매하는 상점이 많이 있었는데 그 상점들이 들어 있던 건물과 그 옆에 있던 편의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는 모양이다. 중앙 고속도로가 지하 터널로 연결되어 더 이상 이 고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소백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뜸하게 왕래하니 이전처럼 큰 휴게소가 소용없어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궁금해진다.
죽령 옛길은 중앙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다. 갓 피어난 신록이 아름답다.
사과 과수원
복숭아 과수원을 지난다.
한적하고 걷기에 편한 길이다.
죽령루 (竹嶺樓)
죽령에서 연화봉으로
소백산으로 오르는 등산객이 뜸하다. 연화봉까지 오르는 동안 다 합쳐서 열 명 정도 등산객을 보았다. 봄은왔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겨울인가보다. 오늘은 비예보가 없으나 어제 비가 내린 탓인가? 아직 철쭉꽃이 피는 시기가 안되었기 때문인가?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사람들이 모이는걸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안개가 자욱하다. 길 가에 노랑제비꽃 몇 송이 피어 있을 뿐 여기는 아직 봄의 여신 플로라의 입김이 와 닿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 5월 말 철쭉 꽃 필 때는 온 산이 꽃밭이었다. 아마 지금 낙엽 속에서 그리고 땅 속에서 조물조물 봄 기운이 솟아 조만간 열릴 꽃 잔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처녀치마꽃이 예쁘게 피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축 늘어뜨린 모습이 치마처럼 보여 처녀치마라고 부르는 꽃이다. 산괴불주머니와 큰개별꽃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 다른 꽃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엄두를 못내고 있을 때 먼저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이만하면 살겠다고 꽃을 피우면 그 뒤를 따라서 다른 꽃들도 일제히 피어나는 것이다.
죽령 탐방소를 출발한지 3 km 지점에서 고인돌 형님과 대구에서 올라온 야생화 탐방팀을 만났다. 김병지 회장님은 작년 모데미풀을 보러 청태산 휴양림에 갔을 때 만났었고 이번에 동행한 여성 회원 세 분은 초면이다. 모두 명랑하게 인사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연화봉을 향해 오른다.
윗쪽으로 오를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지난번처럼 멋진 조망을 기대하기는 틀린 것 같다. 어짜피 야생화를 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주 목적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도 떨어지는지 몸에 배인 땀이 식는다. 제2연화봉에 도착하니 정오가 가까워진다. 뒤에 오는 고인돌 형님에게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제안했다. 몸이 차가와지면 어디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것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연화봉 대피소는 지은지 얼마 안되어 시설이 깨끗하고 편리하다. 취사장도 다른 대피소에 비해 널찍하고 깨끗하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내 놓고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이면 먹는 음식도 다양하다. 떡과 빵, 커피와 막걸리, 그리고 밥과 과일이 펼쳐진다. 대피소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음주가 금지되어 있다. 작년부터 국립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었으나 옛날 신선들이 하던 양 등산과 음주는 늘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사니조은 하대감이 배낭에 넣어 온 막걸리를 조금씩 나눠마신다.
야생화 탐방에 정신이 팔린 대구팀을 뒤에 두고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연화봉에 오른다. 연화봉으로 가는 길에도 꽃은 아직 이르다. 길 가에 미나리냉이가 제법 많이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2주쯤 뒤에 활짝 펴서 이 길을 환하게 비출 것이다. 처녀치마는 많이 보이는데 꽃을 피운 것은 서너 개쯤 있으나 그나마도 상태가 좋지 않다. 얼마전에 늦추위가 와서 꽃들이 다 움추리고 있다.
연화봉 정상도 한산하다. 단체 산행객들이 없고 대부분 두 세 명씩 친구들과 바람쐬러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이 연화봉에서 다시 내려갈 사람들이다. 날씨가 좋으면 사방으로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겠으나 오늘은 안개만 가득하다.
휴게소가 있던 건물이 헐리고 새로운 시설 공사가 진행중이다.
분주하던 산행길이 이렇게 한산한 것은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닐 터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탓이다.
죽령(689 m)에서 이미 고도를 높인 때문인지 조금 올랐는데 벌서 노랑제비꽃이 피어있다.
처녀치마
조금 오르자 서서이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요즘 개별꽃이 대세다. 이렇게 모여서 피면 여느 꽃 안부럽다.
산괴불주머니
기상 관측소가 있는 제2연화봉. 죽령 -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 상월봉 - 고치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이다.
길 가 배전함에 붙여진 사진이 황홀하다. 소백산의 일몰이 아름답다.
옛날에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할미꽃도 이제는 발품 팔면서 찾아다녀야 한다.
새로 지은 제2연화봉 대피소 취사장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간다.
모데미풀
오늘 소백산을 찾은 주 목적은 소백산의 깃대종인 모데미풀 꽃을 보기 위함이다. 1931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식물학자인 오이 지사부로(Ohwi)가 지리산 자락에 있는 모데미골에서 처음으로 발견하여 학명 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로 등록하였다. 너도바람꽃(Eranthis) 같이 생겼으면서 꽃이 더 크다(megas)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 한다. 미나라아재비과 모데미풀속에 속하는 모데미풀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우리 고유의 식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소백산, 덕유산 및 설악산 등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높은 지역에서 자라며 수분이 많고 거름진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연화봉 정상을 들리지 않고 우회하여 먼저 모데미풀 군락지에 도착한 고인돌 형님은 벌써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여간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 그리 좋지 않다는 표시다.
“늦추위가 와서 그런지 아직 덜 나왔어.” 정말 한 송이 두 송이 아주 작은 모데미풀이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다. 이미 여러 번 이곳에 와서 모데미풀을 본 적이 있는 고인돌 형님은 어디가 군락지인지 다 알고 있다. 하대감과 나는 배고픈 군인이 건빵 한 조각도 맛있게 먹듯이 몇 개 안되는 모데미풀 앞에 무릎을 꿇고 정성껏 사진에 담는다.
“어이 이리 와봐!” 고인돌 형님은 그새 저 아래를 구석구석 뒤지신 모양이다. 뭔가 발견한 모양이다. 불과 100 미터도 안되는 고도차(高度差)에 식생(植生)도 차이가 난다. 아래쪽에는 군데군데 무더기로 핀 모데미풀이 많이 보인다.
“이만하면 욕은 안먹겠어.” 고인돌 형님은 대구에서 올라온 회원들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소백산표 모데미풀이라는 것을 확인만 해도 좋을텐데 혹여 꽃이 올라오지 않았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구석구석 다니면서 꽃을 확인하고 나서 대구팀이 올라왔다. 길 가에 피어난 몇 안되는 개체를 보고 탄성을 지른다. 꽃을 보는 마음은 모두 같은 모양이다. 오늘 여기에 피어 있는 꽃만 담아도 두 어깨가 묵직할 것이다.
대구팀은 죽령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왔기에 여기서 모데미풀 탐방을 마치면 다시 내려갈 예정이다. 우리는 대구팀과 작별하고 반대방향으로 연화 1봉쪽으로 간다. 꽃 탐방과 산행을 겸해서 하는 ‘꽃산행’을 한다. 그러나 오늘은 짙은 안개 때문에 산행의 묘미는 반감될 것 같다.
석송(石松)
처녀치마 - 도로 변 사면에 처녀치마가 많이 자라는데 꽃은 드물다. 기후탓인지 환경탓인지.
솔이끼
소백산 천문대
연화봉
죽령에서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까지 각 행성을 배치해놓았다. 자연공부하는데 좋겠다.
소백산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
연화 1봉을 지나 비로봉으로
오후 3시가 가까워지면서 안개가 점점 걷히는 느낌이 든다. 연화 1 봉을 오르면서 되돌아보니 연화봉과 연화2봉 정상만 안개에 싸여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윤곽이 제법 뚜렷하게 보인다.
연화1봉을 넘어서니 비로봉 정상 부위는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는데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바람이 부니 몸이 서늘하다. 겨울 칼바람으로 이름이 나 있는 소백산이다. 봄이 되었다고 다른 산들처럼 맨숭맨숭 넘어갈 턱이 없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마른 풀들이 지난 겨울 칼바람이 얼마나 매서웠던지 잘 보여주는 듯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고 천동계곡 갈림길인 천동삼거리에 이를 때쯤 안개가 걷혀 마침내 비로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쪽으로는 비록 희미하나마 제2연화봉과 더 멀리 도솔봉까지 보인다.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치레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온 산을 통틀어 우리 셋이 소백산을 차지하고 있으니 저 정도 손님대접에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천동삼거리에서 우리는 결정을 해야한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는 비로봉을 거쳐 국망봉 그리고 상월봉을 넘어 늦은맥이에서 새밭으로 내려가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그 계획을 수정해야한다. 새밭에서 오후 6시에 막차가 떠나기 때문에 앞으로 두 시간 안에 늦은맥이를 거쳐 새밭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스레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다. 거제수와 혼동되는 나무다.
이 높은 산 숲속에서도 는쟁이냉이는 피어난다.
반가운 모데미풀 - 근래 맞은 늦추위에 꽃이 무척 힘들어한다.
선괭이눈
제1연화봉 아래 참빗살나무 군락이 있다.
안개가 짙어 제1연화봉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구름을 타고 소백산을 주유하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제1연화봉을 오르는 그 짧은 시간에 안개가 서서이 걷히고 있다. 연화봉 방향
제1연화봉에서 비로봉가지 2.5 km 남았다.
동.식물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로서 생태계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백두대간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비로봉 방향으로도 안개가 안개가 서서이 걷혀가고 있다.
삼가동 방향
연황봉 방향 - 멀리 흐릿하지만 도솔봉도 보인다.
천동 계곡
그래도 소백산에 왔으니 비로봉 정상을 보고 어의곡으로 내려가면 좋으련만 고인돌 형님은 천동계곡으로 방향을 잡는다. 나도 마음은 어의곡쪽을 생각하고 있으나 2시간 안에 어의곡을 통해 새밭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안다. 이제는 서둘러 버스시간에 맞게 산을 내려가야 한다.
천동삼거리에서 천동계곡으로 내려가는 초입은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질척거린다. 그 윗쪽에 형성된 모데미풀 군락에도 아주 작은 것들 몇 개만 보이고 그나마도 얼었다가 녹았는지 꽃잎이 많이 상했다. 며칠전까지 생생했을 법한 너도바람꽃은 아직도 추위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듯 시퍼렇게 얼어있다.
아무리 추워도 천년 만년 끄떡없이 살아가는 나무는 주목이다. 주목은 오히려 차가운 겨울을 더 즐기는 편인 것 같다. 그런 주목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건지 주목 나무 아래에는 냉해를 입지 않고 예쁘게 피어난 모데미풀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자기를 봐달라고 보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얘네들을 봐줄건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와중에 이 산에 올라와 모데미풀을 찾아줄 이도 많지 않을 성싶다. 우리는 짧은 가을 햇살 아래 마지막 이삭을 줍는 농부의 심정으로 하나 하나 정성껏 사진에 담았다.
다리안에서 출발하는 막차는 6시 50분에 있다. 단양역에서 8시 40분에 떠나는 열차를 타려면 이 막지막 버스를 타야 한다. 천동 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지 6.2 km이니 시간은 넉넉하다. 지난 번에 이곳을 올라와 본적이 있기 때문에 길도 익숙하다. 대부분의 길에는 야자수 나무 껍질로 짠 매트를 깔아놓아 무릎에 부담도 없다.
우리는 여유롭게 이야기하며 걷는다.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돌길 위에는 금괭이눈이 노란 눈을 번뜩이며 노려본다. 그냥 지나가려다가도 해코지할까봐 무릎꿇고 앉아 눈맞춤을 해준다. 얼마나 사람들의 눈길이 그리웠으면 이렇게 길 바닥에 앉아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겠나 싶다. 모든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동의나물 꽃이 피었는지 살펴보지만 아직 꽃봉오리만 부풀어 있고 2주 정도는 더 있어야 꽃을 활짝 피울 것 같다. 능선에서는 이제 고개를 빼꼼히 내밀던 박새가 아래쪽에는 배추만큼이나 자랐다. 식물조차 이렇게 작은 온도차에 민감하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여름날 박새 꽃이 피면 정말 장관이겠다.
산을 내려오다 보니 날씨가 맑게 개인다. 조금만 더 일찍 개였으면 하는 아쉬움, 그런 아쉬움은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비가 조금만 더 늦게 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말 그대로 아쉬움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고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그런 시간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을 스쳐가는 순간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계곡 너머로 스러져가는 마지막 햇살이 눈부시다. 노을은 새로 피어나는 나뭇잎 그리고 발갛게 피어나는 진달래 꽃잎을 단풍잎처럼 물들인다. 우리는 햇빛이 연출하는 황홀한 풍경에 취해 피곤한 줄도 모른채 길을 걷는다. 그리고 오후 6시 40분 천동계곡 마지막 다리를 건너 다리안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우고 갈 마지막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희방사역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여정이 끝났다. 버스는 달랑 우리 세 명만 태우고 단양을 향한다. 오늘 하루 소백산을 전세 낸 듯이 독차지했다. 이만하면 왠만한 정원 딸린 별장 부럽지 않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철 새로운 꽃을 피우고 새가 노니는 그런 정원이다. 이제 5월에 다시 찾아오마고 소백산과 작별한다.
오후 4시 천동 삼거리에 도착한다. 비로봉을 600 미터 앞에다 두고 천동주차장으로 향한다.
주목 군락 나무 밑에는 모데미풀 자생지가 있다.
밀레의 이삭줍기 장면을 연상시킨다. 모데미풀의 아름다운 자태를 사진에 담는다.
천수를 누리려면 아직 좀 남았지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의 소식을 후손들에게 전해주세요.
주목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지나는 산객을 물끄러미 바라며 묻는다. 뭐가 그리 급해서 뛰어다니냐고
동의나물은 좀 이르다. 2주즘 지나면 활짝 피겠다.
돌 길 위에 이렇게 예쁜 금괭이눈이 피었다.
나무 밑둥이 명당자리다. 동의나물이 자리잡고 곧 꽃을 피울 자세를 갖추고 있다.
천동계곡에 흐르는 물은 청량한 소리를 낸다.
서서이 날이 저물어간다. 노을에 비친 계곡의 초록은 황금색으로 변한다.
고도를 낮추자 계절은 다시 봄이 한창이다.
오후 6시 40분 천동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단양의 순대국
버스 종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역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시장에 들러 이 곳 특산 음식인 통마늘 순대국으로 저녁을 먹고 8시 40분에 출발하는 기차시간에 맞춰 택시로 이동했다. 새벽에 집을 나서 자정이 되기 전에 집에 들어가니 오늘 하루를 알뜰하게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