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배 포토에세이 제4집 _ 두물머리 해돋이
두물머리 해돋이
2020년 1월 1일에 한국사진작가협회 제29대 김○○ 이사장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새해 해맞이와 단합대회를 위해 두물머리에서 모이기로 했다. 새벽 4시에 일행과 함께 두물머리로 갔다. 눈발이 조금 날리고 해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 몇 컷 찍고 양수리 갈빗집에서 왕갈비탕으로 아침을 먹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필승을 다짐했다.
그 카페 최○○ 사장이 한국드론사관학교 선생이란 걸 알았다. 전부터 드론에 관심은 있었지만 배울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중에 한국사진작가협회 송파구 지부 김○○ 부지부장이 나에게 드론을 배우자고 했다. 그리하여 최 선생에게서 조○○ 회원과 셋이서 2월 1일부터 드론을 배웠다.
세미원 운동장에서 야외 실습도 했다. 드론이 하늘로 30m만 올라가도 보이지 않았다. “저게 안 보이세요?” “네, 안 보이는데요.” 선생이 안과에 가 보라고 해서 공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했다. 2월 한 달 교육 받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하여 교육이 중단되었다. 4개월여 동안 쉬다가 7월 중순부터 다시 시작했다. 2월 한 달 배운 건 다 잊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4시에 집 앞으로 나가 김 부지부장 차를 타고 두물머리로 달려갔다. 4시 30분인데 벌써 두 분이 나와서 긴 장화 차림으로 물에 들어가 트라이포드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은 두물머리의 상징인 느티나무와 그 반영, 일출을 찍기 위해 꼭두새벽에 나와서 자리를 잡고 계속 찍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개근한다. 그렇게 해야만 멋진 일출 사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의 대가 독○○○ 씨는 광주시에 살고 있으며, 박○○(여) 씨는 서울에서 살았는데 두물머리의 경관에 반해서 아예 양수리로 이사 왔단다. 사진에 그 정도로 빠져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는 조그만 차에 커피 등 각종 차를 준비해 와 사진가들에게 대접하며 촬영한다.
드론을 500m까지 하늘로 올려 촬영하면 지상에서 볼 수 없는 구름바다 위로 뜨는 해의 장관은 황홀감에 희열을 느끼게 한다.
두물머리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있는 수령 400년, 둘레 8.4m, 높이 26m의 느티나무가 있는 곳을 말한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한자로는 兩水里라고 쓰는데, 이곳은 양수리에서도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 장소를 가리킨다. 느티나무는 세 그루가 마치 한 나무처럼 우산형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만 봐도 사진가들은 ‘두물머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산책하기도 좋고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연잎 가루를 넣어 만든다는 연핫도그집도 유명하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여기 와서 이 음식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참새들도 모여들어 사람들이 먹으며 떨어뜨린 부스러기를 주워 먹느라 다른 것은 먹을 생각도 않고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으며 주위에서 맴돈다.
두물머리라 하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는 곳을 말하고, 정작 북한강과 남한강 물이 만나는 곳은 두물경(兩江景]이라 한다. 커다란 바위에 “남한강 북한강 하나 된 두물머리 겨레의 기적이 숨 쉬는 우리의 한강 두물경”이라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두물경 주위에 의자도 여러 개 있어 연인이나 가족끼리 앉아 정담을 나눌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이곳의 해넘이가 아름답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하늘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 낮과 밤이 교대하는 시간의 하늘을 ‘이내’라고 하는데 순우리말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는 프랑스어 표현이 있다.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뜻으로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의 시간을 이른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하면 거리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된다. 길어야 20여 분 동안이다.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나오는 시간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는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일반 사람들은 두물머리는 잘 알지만, 두물경은 거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양수리의 명물인 세미원(洗美苑)은 고전의 “관수세심(觀水洗心)하고 관화미심(觀花美心)하라”에서 따왔다. “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옛 선조들의 정신을 담았고, 그 정신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세미원에는 세계 유일의 “연꽃박물관”이 있고, 자연과 사람은 둘이 아니라는 “불이문(不二門)”이 있다. 나라를 마음에 담는다는 “국사원(國思園)”이 있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장독대 분수”가 있다. 삼대의 효가 이어진다는 “페리기념연못”이 있고, 검은 잉어와 노닌다는 “백련지(白蓮池)”가 있다. 꽃을 보면 절로 미소와 탄성이 나온다는 “홍련지(紅蓮池)”가 있다.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로(洗心路)”가 있고, 흐르는 물에 선비의 풍류를 띄운다는 “유상곡수(流觴曲水)”가 있다.
신비로움에 취한다는 “열대수련정원”이 있고, 아마존의 강인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빅토리아연못”이 있다. 물빛에서 우주를 본다는 “사랑의 연못”이 있고, 믿음과 지지로 삶의 의지를 세운다는 “세한정(歲寒庭)”이 있고, 정조 임금의 효성과 정약용 선생의 지혜로 놓인 다리 “열수주교(洌水舟橋)”가 있다. 늘 봄과 같이 설렌다는 “상춘원(賞春園)”도 있으며 온갖 연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나는 그렇게 새벽에 나가다 보니 생활 리듬이 깨지고 견디기 어려웠다. 한 달이 지났건만 장마철이라선지 두물머리의 일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계속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두물머리의 일출 사진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로 다녔다. 그물이 열 코면 한 코라도 걸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두물머리의 해돋이를 멋지게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을 안고 카메라와 드론을 가지고 새벽잠을 설치며 두물머리로 향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촬영 두어 달 만인 9월 25일 드디어 두물머리의 일출 사진을 카메라와 드론에 담았다. 야호, 쾌재라! 그렇게도 갈망했던 두물머리 해돋이 사진을 찍었으니, 나의 작은 소망 하나는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