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문득, 한 지인이 요즘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옛날에 제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살 때(1990년대), 몇 년을 알고 지내던 '조각'을 하는 후배 L이었는데,
언제 한번 만나서 막걸리라도 하고 싶구나...... 하는 생각으로,
'잘 지내시나? 오랜만이네... 문득, 생각이 나 안부 전하네.' 하는 카톡 문자를 보냈지요.
제 문자를 보게 되면 뭔가 답이 올 거고, 혹시 전화라도 걸어준다면, 사는 얘기나 하면서 막걸리 한 잔 하자는 얘기를 할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쁘거나, 너무나 오랜만이어서... (아니면, 그가 문자 같은 거에 신경도 안 쓰고 살 수도 있기에),
언젠간 보겠지. 하고 기다렸답니다.
그래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요즘 같은 세상에, 카톡 문자도 안 (확인해)보고 사냐? 하는 약간의 짜증도 났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직접 전화를 걸거나 뭐라 행동에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간 보겠지...... 하고 또 며칠을 보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가 왔는데, 모니터에 그의 이름이 떠있드라구요. 그래서,
"응!"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남궁 문 선생님이세요?" 하고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그의 처였습니다. 그래서,
"아, 00이 엄마군요? 요즘 잘 지내십니까?" 하고 급하게 인사를 하게 되었고,
"예, 저는..." 하기에,
'뭐 하느라 마누라한테 대신 전화를 시켜?'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애들은 잘 크나요? 아니, 이젠 결혼들을 했을 텐데......" 하는 인사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그러자,
"예, 큰 애는 시집을 갔는데, 작은 애는 아직 안 갔답니다..." 하는 말까지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사람은 뭐 하느라 전화를 안 받고?' 하는 말을 하려던 참에, 그 쪽에서 먼저,
"근데요, 다름이 아니라......" 하는데, 목소리가 안 좋았습니다.
전화 상이라 확실하지는 않았는데, 우는 것 같기도 해서 제가 갑자기 약간 당황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요..." 하기에,
"예!" 하고, 아직도,
'뭐 하고 있는 거야?' 하는 조급증에 그를 나무라기까지 했는데,
"저 세상으로 갔... 답..... " 하고 말을 잇지를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에?"
저는요, 정말... 그럴 줄은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어찌 할 줄을 몰라,
"아! 죄송합니다. 이걸... 어떡해야 하나?" 하고 정말, 쩔쩔매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의 처는 눈물 바람에, 그렇지만 천천히 얘기를 이어서 했는데,
이런 경우를 위해 그의 핸드폰을 없앨 수가 없어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는 한데, 작년(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12월에,
"이제는 작업만 하면서 살 거야!" 하면서(그도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여기저기 돈벌이도 해야 했고, 대학에도 나가는 등 바쁘게 살아왔는데), 자신의 고향인 '포천' 부근에 작업실 하나를 마련해서,
'서울 살이'를 때려치우고(가족이) 그 작업실로 이사하려고 공사를 하던 중, 갑작스런 사로고(무슨 사고인지도 묻질 못했답니다. 저는...) 그만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너무 오랜만에 문자를 띄운 것 자체가 '죄'인 것 같았고, 그가 죽은 지 몇 달이 지나서야 겨우 연락이 닿은 것마저도, 모든 게 제 잘못 같기도 해서,
"아, 미안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말을 몇 번을 해댔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말로,
"우리 모두는 어차피 다 가는데...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힘을 내세요. 그리고, 너무나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쩔쩔매면서 전화를 끊긴 했는데요,
아, 황당했습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는 기분이기도 했답니다.
그 만큼 내 바르셀로나 생활을 잘 아는 사람도 없는데,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졌다는 허무함과,
내가 조금 서둘러서 연락을 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기본이었고,
아, 내 나이도 이제... 이런 꼴을 당하는 때인가 보구나...... 하는 한심한 생각도 들던데,
아담한 체격이기는 하지만 바지런한 행동으로 일을 열심히 하던 그가 왜 그다지 그리워지던지요.
아, 마지막으로... 막걸리 한 잔이라도 했다면(그도 술 한잔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 뒤에 보냈더라면), 이다지 안타깝지는 않겠는데...... 하는 아쉬움과 미련에,
차라리 그리워하지를 말 걸! 그랬다면, 그가 아직도 안 죽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내가 문자를 띄워가지고...... 하는 쓰잘데없는 생각까지를 하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