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교칼럼 ›
熱心(열심)
우리나라 말을 들여다보면 한의학적인 세계를 볼 수가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열심히’라는 말이 있다. 열심을 한자로 바꾸면 熱心이 된다. 熱心(열심)이라는 말은 심장에 열이 생겼다는 말이다. 심장에 열이 생겼다는 표현은 서양의학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말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심장에 열이 생기면 피로감과 함께 답답함, 그리고 어깨결림, 소화장애 등등의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심장에 열이 생기는 현상이 지속되면 당뇨라든지 고지혈증 고혈압, 저혈압 등의 문제가 노정하게 된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열(熱)은 寒(한)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지나치게 활성화될 때 생기는 문제를 지칭한다. 단순히 뜨겁고 찬 것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훨씬 광의의 해석을 하게 된다.
심장과 더불어 인체의 열을 관리하는 기운을 소음군화라고 한다. 소음 군화는 경락에서는 심장과 신장을 의미한다. ‘열심’하게 되면 열을 관리하는 심장과 신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심장은 열이 활성화되는 것과 더 관련이 깊고 신장은 열을 진정시키는 것과 더 관련된다고 본다. 그러니 ‘뭔가를 열심히 하게 되’면 열이 활성화 되고 열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신장에 무리가 오게 된다. 이는 경락으로 보면 신장유와 심장유에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열심의 결과는 심장과 관련된 반응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심장의 ‘열’반응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혈자리는 심유와 심포유가 대표적인 자리이다. 특히 예로부터 ‘고황’이라는 혈자리는 심장에 열이 생긴 것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대표적인 자리로 알려져 있다. 심장에 열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황에 통증이 나타난다. 약간의 스트레스뿐 아니라 고도의 스트레스 등등의 문제도 반응한다.
정신적으로 열심히 했든지 육체적으로 열심히 했든지 상관없이 열심히 했다면 그 결과 인체는 심장의 열이 생기고 열은 고황에 반응한다. 우리말에서 사용하는 심장은 가슴에 심장의 혈액을 보내는 기관을 포함한 인체의 한열을 조절하는 정신적인 부분을 포함하며 수족으로 뻗어 있는 심장과 신장 경락의 모든 문제도 반영한다. 열심히 하면 심장에만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소음군화경락이 지나는 모든 부위, 그리고 소음군화에 영향을 주는 모든 기운이 지나는 경락전체에 영향을 준다. 몸에 나타나는 증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심장에 열이 생겼다는 것은 동양의학적인 진단 방에 의해서 알 수가 있다. 맥을 본다든지 경혈을 압진한다든지 증상을 물어본다든지 해 보면 심장에 열이 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있고 심장에 열이 생기면 또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마사지, 지압, 침뜸, 한약, 휴식 등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치료, 치유 할 수 있다.
또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정신적인 에너지를 집중하여 어떤 일을 할 때 ‘심혈(心血)을 기울인다’는 표현을 한다. 이 말은 혈액이 심장으로 많이 집중적이고도 지속적으로 가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심장으로 혈액이 집중적으로 지속적으로 많이 간다는 것은 동양의학에서 정신적인 활동이 매우 높아졌음을 뜻한다. 심장은 정신활동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정신(精神)이라고 할 때 정(精)은 소음군화의 기운이 지배하는 장부인 신장을 뜻하고 신(神)은 심장을 뜻한다.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은 심장과 신장으로 각각 혈액이 가야하는데 심장으로 더 많이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심장으로는 혈액이 많이 가고 신장으로는 좀 더 적게 가게 됨으로 몸은 불균형하게 된다. 이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는 휴식만으로도 피로가 회복되지만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 많아지면 심장의 혈이 많아지고 신장의 혈액은 줄어든 결과 기혈운행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병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혈(血)은 기(氣)가 끌고 다닌다. 서양의학에서는 기(氣)라는 개념은 없지만 동양의학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다. 심혈(心血)을 많이 기울이게 되면 심기(心氣)를 소모하게 된다. 심기(心氣)를 과다하게 소모하면 심기(心氣)가 불편해진다. 심기의 과다소모는 만성피로, 우울감, 불안, 초조, 분노,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되거나 상기증, 얼굴이 붉어지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심장의 기운을 소모한 결과 신체적으로는 심장은 박동에 영향을 주게 되어 심장의 두근거림, 부정맥, 심장의 지배를 받는 혈관 이상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심장의 문제는 같은 소음군화의 기운을 지닌 신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신장은 기를 생성하는 근원으로 보는데 과도한 심혈은 신장에는 혈액의 부족을 초래한다. 신장의 기운은 약화되고 신장으로 보내져야할 혈액의 량도 부족해진다. 소변이 짧고 붉으며 소변 줄기가 힘이 없어지고 배뇨에 문제가 생긴다. 신장의 혈액이 어체되거나 순환되지 못하는 등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부종, 만성피로, 단기, 숨쉬기 어려움, 의욕상실, 기면, 저혈압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동양의학에서 정리해낸 인간 증상의 연관성은 실로 대단하다. 서양의학에서는 전혀 상상도 못하는 증후에 대한 해석과 치료는 서양의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적 방법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하여 동양의학을 폄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동양의학은 인간을 해석한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연관지어 생각하고 생활과정 중에 일어나는 여러활동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며 기후와 날씨가 또한 내 몸과 어떻게 상호반응하는지 설명한다. 내 몸을 둘러싼 세계와 몸이 서로 관계하고 있으며 상호반응한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관계를 분석하여 치료해낸다. 더욱더 큰 장점은 인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가감없이 해석됨으로써 내 몸의 문제 전체를 이해하는 안목을 제시한다. 그리고 내 몸의 문제 전체가 내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나의 생활방식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자연과 기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첫댓글 출전도 알려주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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