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군사시설 규제개선조치가 우려되는 이유
: 접경지역 역사·문화유산과 생태환경 보전 논의 함께해야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정부가 접경지역에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상과 군사시설 규제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하여 국방부는 “굳건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권익을 증진하고 지역에 활력을 더할 수 있도록 보호구역의 해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접경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지역주민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군사시설 규제개선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 다만 정부의 조치가 지역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접경지역의 역사·문화유산과 생태환경 보전을 등한시한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국방부의 군사시설 규제개선조치, 무엇이 담겼나?
국방부는 지난 6월 17일 군사시설 규제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 국토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은 8.240㎢으로 전체면적의 8.2%에 달하며 이 중 접경지역의 보호구역 면적은 48.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이번 규제개선조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민통선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평균 6km 정도로 조정해 여의도 90배 면적의 통제보호구역을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민통초소 이전, 경계펜스와 CCTV 설치 등 통제 수단을 보완해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민통선을 조정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군사분계선 이남 제한보호구역을 최적화해 여의도 150배 면적의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관련하여 국방부는 지난 7월 22일 국방부 고시를 통해 우선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경기도 평택시와 고양시, 그리고 서울시 용산구 일대 8,627,856㎡를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하고 세종시 조치원읍 일대 695,080㎡를 비행안전구역에서 해제하며 경기도 시흥시 일대 통제보호구역 17,356㎡를 제한보호구역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23개소의 군사장애물을 우선 철거하고 지방정부와 협의해 존치 장애물에 대한 정비도 추진한다. 또한 인터넷·모바일 앱 기반의 출입 신청을 통해 출입 절차를 간소화 및 표준화하고 간편 인증을 통해 신원확인 및 출입 조치 시간을 최소화하는 민통선 출입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무장 해제된 접경지역의 딜레마
접경지역은 분단 고통을 온전히 감내해 온 지역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남북 갈등으로 인한 생활 피해, 군사시설 입지와 군사 활동에 따른 피해, 그리고 중복규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으로 고통받아 왔다(관련기사: 접경지역 주민의 분단 고통,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https://omn.kr/2facd). 특히 접경지역은 분단의 시간만큼 오랜 기간 수많은 규제로 통제되어 왔다. 강민조 등의 연구(2025)에 따르면, 접경지역 관련 규제 법령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등 15개에 달한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감내한 분단 고통을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접경지역에서 군사시설 규제개선조치는 접경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문화유산과 생태환경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접경지역 지원을 위해 제정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의 균형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군사시설 규제개선조치는 지역개발에 치우친 나머지 역사·문화유산과 생태환경의 보전에 대한 논의를 도외시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민통선의 북상과 군사시설 규제개선은 환영할 일이지만 무장 해제된 접경지역에서 역사·문화유산과 생태환경이 훼손되는 퇴행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역사·문화유산과 생태환경 보전의 가치 되새겨야
접경지역은 분단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역사의 현장이며 그 상처 위로 새살이 돋아난 생태환경의 보고이다. 우리는 접경지역에서 군사시설 규제를 해제하고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저 접경지역을 또 하나의 개발지구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접경지역의 발전은 단순히 지역개발의 논리를 넘어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환경 보전의 관점에서 논의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지금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민통선 마을을 찾는 것은 이곳의 역사와 생태환경의 가치를 체험하기 위함일 것이다.
관련하여 독일이 접경지역을 보존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독일 또한 통일 이전 동서독의 접경지역이 군사지역으로 통제되었고 통일 이후 접경지역을 개발하려는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그뤼네스반트(Grünes Band, 녹색 띠)라는 생태·평화 보전지역을 구축해 접경지역을 자연보호와 독일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로 보존해 왔다.
관련하여 정부(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접경지역의 시·도지사가 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연도별 사업계획안을 수립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2011년에 수립된 20개년 계획은 현재의 남북관계와 접경지역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유명무실해진 종합계획에 따라 매년 시도지사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접경지역에서 군사시설 규제를 해제하는 일은 해제 작업 이상의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동반해야 한다. 정부는 접경지역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접경지역의 진정한 가치를 어떻게 지역발전과 함께 보전할 것인지 시민사회와 논의해야 한다. 또한 접경지역 지자체와 주민, 관련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정일영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