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궁 용어
정진명(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제가 활에 관해서는 많은 글을 쓰고 책으로도 여러 권 냈는데, 하나 깜빡 하고 잊은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것을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목소’라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 말의 뜻을 잘 몰라서 그런 면도 있습니다.
‘목소’의 원래 형태는 ‘목속’입니다. 그런데 끝의 기역이 불편하니까 떨어버리고 ‘목소’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두에 들어가는 속을 우리는 ‘만두소’라고 하죠. 여기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음운현상은 목소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소’도 있죠. 대소는 ‘대나무 속’을 뜻합니다. 대소와 목소를 결합한 것을 ‘연소’라고 합니다. ‘연’은 한자말 ‘連’이죠. 목소와 대소를 이었다는 뜻입니다. ‘연소=대소+목소’.
목소의 ‘목’은 한자 말 ‘木’입니다. 대와 달리 이곳은 산뽕나무를 씁니다. 산뽕나무를 구하기 힘들게 된 1970년대부터는 아까시나무를 대신 썼죠. 산뽕나무로 만든 각궁과 아까시나무를 쓴 각궁을 써보면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아까시나무가 산뽕나무보다 조금 더 무릅니다. 그래서 산뽕나무 각궁이 더 짱짱하다는 느낌이 나죠.
고자목은 휘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심고가 얹히는 곳을 고잣닢이라고 하는데, 마치 잎사귀를 닮아서 그렇게 붙은 것입니다. 그 끝에는 동전 같은 것이 붙어서 심고 매듭이 누르는데, 그것을 ‘도고자, 동고자’라고 합니다. 이 도고자 뒤편을 ‘정탈목’이라고 합니다. ‘정탈’이 무슨 말인지는 어원을 전공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자 말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옛말 같은데,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한 번 연구해 주십시오.
정탈목은 다른 말로 ‘머구리턱’이라고 합니다. 예천 궁장 권영구 접장님이 알려준 말입니다. 경상도에서는 개구리를 ‘머구리’라고 했으니, 개구리의 턱을 닮았다는 뜻입니다. 개구리들은 정면에서 보면 턱을 계속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침을 삼키듯이 꼴딱꼴딱 움직이죠. 고자 끝에서 고자 아래쪽을 보면 모양이 똑같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안 하지만 전에는 거기에다가 심을 젓가락 굵기로 도도록하게 높여서 옛날 각궁을 보면 정말 개구리 턱과 똑같은 모양입니다. 심을 도도록하게 모아서 높인 것을 ‘골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골치입니다. 이걸 또 ‘용골’이라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용골은 배 용어입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원주의 권영우 접장님이 그랬다고 합니다. 권영우 궁장은 예천 궁장입니다. 제가 예천 궁장을 10명 넘게 만나서 물어봤지만, ‘용골’이라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골격’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권영우 궁장이 한 말인지, 아니면 권영우 궁장을 핑계로 누군가 만들어낸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각궁에‘용골’이라는 용어는 없습니다.(언제까지 이런 피곤한 말을 해야 할까요?)
정탈목 바로 아래쪽을 ‘창밑’이라고 합니다. 시위 아래쪽에 얇은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깔창, 신발창’ 같은 말에서 볼 수 있죠. 그런데 오해하기 딱 좋은 말입니다. 요즘 각궁은 이곳이 얇은 게 아니라 아주 두껍습니다. 옛날에는 아주 얇았죠. 그래서 활을 얹을 때 불로 보이고 발로 꾹 누르면 푹 주저앉아서 심을 새로 놓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잘 주저앉으니까 궁장들이 고치기 귀찮아서 아예 발로 밟아도 주저앉지 않을 만큼 두툼하게 만든 겁니다. 그게 요새 각궁이죠. 요즘 새 각궁이 오면 이곳이 잘 안 펴져서 이걸 펴느라고 저는 진땀을 뺍니다. 밟아도 주저앉지 않도록 뒤에서 버티게 심을 모아준 것이 바로 ‘골격’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2007년에 입산한 권영구 궁장이 마지막까지 그렇게 활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시늉으로만 그렇게 하거나, 아예 민짜로 만들었죠. 궁장 권영구와 함께 골격도 사라진 셈입니다. 골격의 굵기와 두께는 쇠젓가락과 같습니다. 권영구 접장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첫댓글 쏙쏙 들어옵니다. 마치 초등학생 산수 풀이 처럼
또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탈목, 창밑, 목소. 묻고 들어도 선명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두루뭉실 내버려둔 부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속이 시원합니다.
늘 창밑쪽을 밟으면서 오금 대비 두껍게 만들면 버들잎 효과가 나지 않는게 아닌가 했는데..역시나 이유가 있었네요.
활채의 마지막 챔이 어라? 싶은게 그것 때문이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