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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간
(다이센산 산행 , 돗토리현 여행 )
다이센산 (대산)
사카이미나토항 항구에는 비가 내리지만 산 입구로 접어들자 눈으로 변한다
일본의 허리라고 할수있는 주고쿠 지역의 최고봉으로
높이는 해발 1709미터
화산으로 생긴 산이지만 추가폭발과 침식,붕괴 등으로
다양하고 박력있는 산세를 자랑하며
일본에서는 후지산 ,야리카타케에 이어 일본의명산 3위로 올랐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NHK집계)
정상까지 오르는 여름코스와 중급자를 위한 유토피아 코스가 있다
그 중에도 다이센산은 겨울설경으로 유명하여 한국인들이 즐겨찾는코스
하지만 동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비바람에 의해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정상정복을 장담할수는 없다
보통의 경우 6고메 피난 오두막에서 많이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선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5고메에서 물러 서야만 했다
시야가 확보되질 않아 더 이상의 진행이 불가능하고
잘못하다가는 동태가 되어 봄이 되어서야 내려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1100미터 이정표 사진을 찍은 뒤로는 카메라를 꺼낼수도 없고
속속들이 파고드는 이상 히한한 우리나라와 다른 눈,눈,눈이
거센 바람과 함께 다가와 훗날을 기약하란다
"예전에 어느 겨울날 가,팔,환,초를 하면서
아 ㅡ 여기서 걷지 않으면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함이 온몸을 감돌았던 기억이 번개처럼 스치고 간다
산선배들께 얘기 했더니 그것이 그것이라고 '퉁'을 받은적이 있다
뿌연 눈보라속에서 정상을 향하다가
내 삶의 어떤 처절함이 여기까지 오게 했던가 하고 반문하던
그때의 기억을 스멀스멀 끄집어 내며 뒤돌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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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 보스토크를 출발해 우리나라 동해항을 거쳐
일본의 사카이미나토항을 오가는 크루즈를 타고 돗토리현 다이센산
여행길에 올랐다
늘 그랬듯 빵빵한 가방을 끌고 메고 나선길~~~
산행과 관광을 겸한길이라 설렘이 한발앞서 저만치 가고있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 기대되는건 온천이다
매끈매끈한 온천욕을 할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더없이 즐겁다
전화가 터지지 않는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온천의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오는것을 생각하면
창밖으로 눈 내리는 마을을 바라보는 평화스러운 모습과도 견줄수 있으리
예상은 적중했다
이미 눈은 엄청나게 내렸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산행은 정상은 커녕 5고메에서 되돌아 섰고
들었던 그대로 전화는 불통이 되었다. 호텔로비에 들어섰을때 이미,
제대로 된 힐링을 할수 있는곳이다
저녁만찬을 "하하호호"로 즐긴후
언니들과 함께 온천물을 만났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비단결같은 몸을 만들어 주는 매끈한물이
물이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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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4세때 아버지를 여의고
문구를 살 돈이 없어 어머니가 모래위에 갈대로 글씨를 써서 가르쳤다는
중국 송나라때 문인겸 정치가이자 당,송 8대가의 한사람인
구양수의 "낡은벼루"가 떠오른다
흙벽돌이나 기와가 하찮은 물건이지만
붓과 먹 함께 문구로도 쓰였다네
물건에는 제각기 그 쓰임이 있나니
밉고 곱고를 따지지 않는다네
금이 어찌 보물이 아니고
옥이 어찌 단단하지 않으랴만
먹을 가는데에는
기와조각만 못하다네
그러니 비록 천한 물건이라도
꼭 필요할땐 그 값을 견주기 어려운줄 알겠네
어찌 기왓조각만 그렇겠는가
사람쓰는일 옛날부터 어려웠더라네
이 세상엔 중요하지 않는것이 없고 고귀하지 않는것이 없다
나름 자기위치.입장에서 제빛을 내고 있기에
사람은 사람대로 자연은 자연대로
자기 자리에서 그 자리를 지키며 있기에.....
매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며 오늘은 깨달음을 얻어본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물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가져본다
전통의상 유까타를 이리저리 몸에 견주어 보기도 하고
함께온 언니들과 까르르,깔깔
새를 잡는다는 뜻의 돗토리현의 새가 되어 새소리,웃음소리를 내면서
눈 내리는 마을의 짙어가는 어둠을 맞이하고 깊어가는 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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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른아침
창밖을 바라보니 담장높이 까지 눈이 쌓여있다
도로에는 계속 재설작업을 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
겨우 차가 다닐수 있을 정도의 길
우리는 눈나라 설국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진이나 뉴스에서 집이 푹 파묻히던 것을 봤던 기억이
지금 이시간의 현실,현주소가 되고 말았다
상상이 현실이 된것이 아니라
내가 마치 백설공주가 된것같은 착각속의 믿기 어려운 현실
하루정도는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곳이다
파도가 심하지만 배가 출항할수 있다는 안내자의 소리에
유리구두는 사라지고 말았다 ㅋ.ㅋ.ㅋ
오늘밤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밤새 타야 하는것이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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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을 감고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휴가촌 호텔 설국을 빠져 나왔다
'내가언제'하고 딱잡아 떼듯 딴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파릇파릇한 들판이 보였다 대파를 한창 수확하고 있는 중이란다
지형상 다이센산 인근만 설국이라고 ,,,
시마네현 야스기시에 있는 키요미즈 테라는 천년 삼나무가 울창한
1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태종 사원이다
관세음보살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에서 잠시 두손을 모아도 보고.....
400년 역사의 담장을 자랑하는 마조에성도 구경하고
에도시대 풍경을 가지고 있는 니오미나와테 거리는 일부가 공사중이라
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구경했다
과자의성 고토부키성 "하얀성"
이곳 주차장에서는 후지산을 닮은 작은 후지산이라 불리는
우리를 받아 주지 않았던 "다이센산"이 한눈에 보인다
참을수가 있겠나 한컷 찰칵 하고잉 ,,,
19세기 후반에 사라져 지금은 성터만 남은 요나고성을 본따서 만든 제과점
고토부키조의 건물로 특이한 건물뿐 아니라
과자맛도 유명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곳이다
돗토리현의 특산품인 마로니에(도치노미)열매로 만든 각종제품이
인기이며 유럽풍의 고급 유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유리너머로 일본 전통과자 와가시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나
성의 제일 꼭대기인 천수각으로 올라가 주변 전망을 즐길수도 있으며
한잔 먹으면 10년씩 젊어진다는 물도 마실수 있다
단번에 3잔을 마시고 왔으니
나는 이제 낭랑18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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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거리 미즈키 시게루 거리
주차장 화장실에 들어서면 일본말로 이렇게 말한다
빨간종이줄까? 파란종이줄까?
하지만 우리는 못알아 듣기에 전혀 무섭지 않다 ㅋ.ㅋ.ㅋ
"미즈키 시게루"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중 한사람이다
2007년 프랑스 앙글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즈키 시게루의 이름을 붙인거리
사카이 미나토 역에서 부터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까지 약 800미터에 이르는길
미즈키 시게루의 대표작은 우리나라에도 "요괴인간 타요마"로
소개된바 있는 "게게게 기타로"인데
미즈키 시게루의 로드에는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들을
153개의 청동상으로 만들어 세워 놓았다
뿐만 아니라 거리의 상점 심지어 택시까지 요괴들이 점령하고 있는데
고향 사카이 미나토의 지역경제 활성을 위해
미즈키 시게루씨가 무상으로 케릭터 사용을 허가 했다고 한다
빵도 요괴모양의 빵이다
요괴 덕분에 일본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어
지역 활성화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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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아 ! 이제는 크루즈 바이킹을 타러가야할 시간
주의보가 떨어졌기에 출항한다고 하니 (경보는 출항금지)
거의 초죽음,이라고 생각하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배에 올랐다
김치국과 함께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새벽1시가 넘자 바이킹은 제대로 위력을 과시했고
장장 18시간만에 동해항에 입항했다
오 ! 신이시여 !
눈폭탄을 맞고 바이킹을 타고 동해항에 오니
우리가 없는 몇일 사이에 여기도 곳곳에 눈이며 빙판이다
차가운 바람이 여지없이 볼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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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느책에서 읽은 내용을 몸소 확인하고 돌아온 다이센 여행
일본인들이 일상 회화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크게 세가지다
고맙다;;;아리가토;;;이 자리에 서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은혜를 입었다
죄송하다;;;스미마센;;;전에 입은 은혜로 인한빛을 아직도 다 갚지 못했다
괜찮다;;;다이죠부;;;대장부처럼 의연하니 크게 심려하지말라
이말은 남에게 신세 지는것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인의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다
우리와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싫은건 싫은거고, 나쁜건 나쁜거지만
인정해줄건 인정해주고 배울건 배워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나름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서
국립공원을 통제한다 하지만 일본은 하지 않는다
"알아서 하세요"라고 한다
그러면 일본 사람들은 아예 가지를 않는다
그 와중에 우리의 산행을 도와주기 위해 일본인 구보상이
먼저 산에 올라가 러셀을 해놓고 날씨체크를 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아무런 보수도 없이.....
초입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지만 올라갈수록 눈보라가 심해지면서
시야가 확보되질 않았다 멀리까지 원정을 왔으니
정상정복의 꿈이커서
쉽사리 물러설 틈도 가지질 않는것 같기도 하고 ...
4고메를 지나면서 "알아서 판단 해주세요"한마디를
두번 외쳤지만 내말을 들을 사람은 몇몇에 지나지 않았다
6고메 오두막에 있어야 할 구보상이 5고메로 내려와 있었고
빽을 지시했다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이제는 모두들 살았구나'
줄줄 미끄럼은 탔지만 모두 안전하게 하산했고
너무 고마워 구보상에게 내몫의 발열도시락과 과자를 내밀었더니
그것 마저도 사양을 한다
하나비상이 부연 설명을 덧붙이면서
감사의 뜻이니 받으라고 권하자 그제서야 손을 내민다
그렇게 고생을 하며 고마운 일을 해놓고도
이 작은것 마저도 신세지기 싫어하는 사람들
이런건 정말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이
벌써 가슴에 한가득 차지하고 들어온다
님들의 안전에 신경 쓰느라 끙끙 몸살을 앓으면서도
온몸 가득 흐뭇함을 안고 돌아올수 있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돌아가면 좀더 친절해야 되겠다는 다짐도 여러번 하면서 ......
2017년 1월 23일 22시30분
금비 오명희
첫댓글 정상정복을못한게 쬐끔아쉽지만 설국에다녀온거 축하합니다 부럽소~~^^*ㅋ
여행은 우리를 더 성숙케 한다지요, 힘들수록!..성인들이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듯이.
힘들게 찍은 사진, 맛깔스런 글! 고맙게 감상했습니다. 이담에 체험 기회를 기대하며...
몇년후 스위스 사모니 경유하여 GR5코스 같이 함 가입시더
그것도 16박17일정도로...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