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사상을 동양 사상의 정수(精髓. essence)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섭리(도수.度數) 때문이다. 동양 사상에선 무위(無爲. 자연적인 것)의 이법(理法)이 작동되는 것을 도수(度數)라 한다. 도수(度數)는 마치 컴퓨터의 운영체제인 OS와 같은 것이다.
《섭리 = 도수 = OS》
증산은 인류가 도탄에 빠진 이유를 신명계(영계)의 착란에 의한 것으로 말한다. 마치 컴퓨터 OS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리와 같다. 그래서 증산은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통해 도수(度數)를 바로 잡는다.
.
이 도수(度數)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하다. 우주는 이 도수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성서에서도 언급된다.
"사람의 모든 죄와 훼방은 사하심을 얻되 성령을 훼방하는 것은 사하심을 얻지 못하겠고, 또 누구든지 말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거역하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도 사하심을 얻지 못하리라" - 마태 12:31,32
인자(人子. 예수)는 하느님의 외아들이다. 그럼에도 인자(人子)를 훼방하거나 거역하는 것은 용서를 받지만 성령을 훼방하거나 거역하면 용서를 받지 못한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성서에서 언급되는 '성령'은 바로 섭리를 주관하는 힘이자 이법(理法)이기 때문이다.
신(一神)은 섭리적 시간표를 통해 인간사를 주관한다. 즉 하느님이 인간사에 세세히 간섭하지 않아도 섭리(도수)를 통해 무위(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는 것)로 작동되게 시스템화 시켰다. 그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힘이 '성령'이자 '이법(理法)'이다. 그 하위에 영계의 존재들이 시스템을 관장한다. 성령을 훼방하거나 거역하는 것은 섭리를 거역하거나 훼방하는 것이다.
..
그런데 성서는 '사탄'이라 불리우는 뛰어난 영자가 이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지구 안의 인간사는 한시적으로 사탄의 위임 통치 아래 맡겨진다. 이 사건의 시발을 표현한 것이 창세기의 '뱀과 선악과' 사태다. 이 단순해 보이는 사태는 실은 우주적 쟁점을 불러왔다. 이는 이의를 제기한 사탄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증산은 이를 '신명계의 착란'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도수(度數)가 뒤틀렸고 지구와 인간사는 도탄에 빠지게 됐다.
-----
그러나 이는 섭리적 시간표에 의해 순서적 절차를 거쳐 해결돼야 한다.
ㆍ성서의 하느님은 이를 위해, 모세를 통해 실체의 그림자인 율법을 전개하신다. 이스라엘은 장차 올 실체를 '모형'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실시할 예수가 나타나자 '모형'을 거두고 예수의 천적(天的) 왕국의 동역자(同役者)를 모집한다.
그리고 시간표에 따라 예수가 왕으로 임재(파로우시아)해 사탄을 폐하고 천년 왕국을 통해 잃어버린 낙원을 회복한다. 이게 성서의 함의다.
ㆍ증산은 동양의 역(易)을 통해 바로잡힌 도수(度數)를 작동케 한다. 우리는 주역시대를 살고 있는데, 주역시대는 극양(極陽)의 시대로 만물이 확장하는 시대다. 그래서 이에 영향을 받은 인간들도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며 전쟁을 통해 천하의 패권을 다퉜다.
이제 정역시대(正易)의 정음정양(正陰正陽) 도수를 통해 인간사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원시반본이라 일컫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