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탐욕스러운 돼지 귀신(게송 281)²²⁾ 어느 날 마하목갈라나 테라는 락카나 테라와 함께 깃자꾸따(영축산)를 내려오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러 혼자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락카나 테라가 마하목갈라나 테라에게 “테라여, 왜 혼자 미소를 지으시오?” 하고 묻자, 마하목갈라나 테라는 “지금 이런 곳에서 그런 질문하시는 것은 때가 적당치 않으니 나중에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다시 물어 주기 바라오.” 하는 것이었다. 두 테라는 탁발을 끝내고 웰루와나 수도원으로 돌아와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 뒤 부처님 옆에 앉았다. 이때 락카나 테라는 다시 마하목갈라나 테라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마하목갈라나 테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제여, 나는 아까 한 귀신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 귀신은 엄청나게 몸이 컸고, 몸은 인간이었지만 머리는 돼지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꼬리가 자라나고 있었으며, 꼬리 끝에는 구더기가 우글대고 있었습니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참으로 저와 같은 중생은 과거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흉악한 귀신을 보고 혼자 웃은 것입니다.” 그러자 테라의 이야기를 들으신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이제야 여래의 제자가 그 귀신을 보게 되었구나. 비구들이여, 여래 또한 지난날 보리수 아래의 정각보좌에 앉아 그 흉악한 중생을 보았느니라. 그러나 여래는 그 이야기를 해주더라도 사람들이 여래와 말을 믿으려 하지 않으리라 판단했느니라. 왜냐하면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물이니라. 그렇기 때문에 여래는 그 같은 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았으나, 이제 마하목갈라나가 그 중생을 보았으니 여래는 그 욕심 많은 돼지 귀신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도다. 비구들이여, 마하목갈라나는 진실을 보고 말한 것이니라.” 그러자 비구들이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렇다면 그 귀신은 과거 생에 어떤 행동을 했기에 그런 과보를 받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여래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아라.” 하시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시었다. ◊과거 이야기◊ 까싸빠 부처님 당시 두 테라가 조그만 마을의 한 수도원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그중 한 테라의 나이는 예순이었고, 다른 테라의 나이는 쉰아홉이었다. 쉰아홉 살인 테라는 나이가 한 살 아래에 불과했지만 한 살 위인 테라를 선배로 깍듯이 대접하여 언제나 그의 가사와 바루를 받아 들고 탁발을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손아래 테라는 마치 자기가 나이 많은 테라의 사마네라인 듯이 선배의 모든 잔심부름까지 해드렸다. 그래서 그들은 마치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와도 같이 아주 화목하게 서로 도우며 수행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교에 능숙한 법사 비구 하나가 이들 두 테라가 살고 있는 곳에 왔다. 두 테라는 그에게 날짜를 정해 자기들을 위해 설법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법사 비구는 흔쾌히 승낙하고 약속된 날 그들에게 설법을 해주었다. 이들 두 테라는 단둘이서만 살다가 법사 비구를 만나서 설법까지 듣게 되었으므로 매우 기뻐서 아주 융숭하게 법사 비구를 대접했다. 그리고 이튼날은 세 사람이 함께 이웃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 탁발이 끝났을 때 이웃 마을 사람들은 법사 비구에게 내일도 공양을 올리겠으니 함께 와서 받아 가 주십사고 청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틀에 걸쳐 이웃 마을에 가서 공양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법사 비구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들 두 테라는 참으로 마음이 여리고 나약한 사람들이다. 내가 이들을 수도원에서 쫓아내 버리고 수도원을 차지해야겠다.’ 그래서 그는 저녁때 수도원으로 가서 손위 테라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에게 다가가서 “테라님, 제가 테라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형제여, 말하시오.” 이에 법사 비구는 일부러 머뭇머뭇하는 태도로 “존경하는 테라님, 제가 진실을 말씀드리면 테라께서는 아주 진노하실 텐데요.” 그는 이처럼 자기가 하겠다는 이야기의 핵심은 말하지 않고, 다음에는 손아래 테라에게 가서 같은 식으로 행동했다. 그는 이 같은 행동을 다음 날도 했는데, 이때에도 핵심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째가 되자 이제는 두 테라 사이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요되어 있었다. 그를 안 법사 비구는 손위 테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꼭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마 테라님께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테라는 어서 이야기해 보라고 독촉했다. “형제여, 상관없소. 할 말이 있으면 지금 해보시오.” “테라님, 테라님은 손아래 테라와 어떤 관계십니까?” “어떤 관계냐구요? 우리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것관도 같아서 한 형제라 해도 좋을 정도요. 나는 지금까지 그가 나에게 극히 작은 잘못도 저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소.” “아, 그렇습니까?” “형제여, 참으로 그러하오.” “그렇지만 테라님, 손아래 테라가 제게 이렇게 말하던데요. ‘여보, 당신은 좋은 집안 태생이신 것 겉으데,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만약 당신이 저 테라와 함께 생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가 겸손한 사람이라고 믿어서는 안 되며, 그를 경계하는 것이 좋을 거요.’ 저는 이 말을 이곳에 도착할 때 부터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손위 테라는 이 같은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화가 잔뜩 치밀어 지팡이로 옆에 있는 질그릇을 내리쳤고, 그러자 그 질그릇은 부서졌다. 그리고 그 질그릇이 부서지듯이 그의 마음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렇게 해놓고 법사 비구는 이번에는 손아래 테라를 찾아갔다. 그는 그에게도 손위 테라에게 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부숴 놓았다. 이렇게 하여 여러 해를 두고 형제처럼 니내던 두 테라는 다음날 아침 탁발 때부터는 함께 마을에 가지 않고 따로따로 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손아래 테라가 먼저 마을로 나갔다가 손위 테라보다 먼저 돌아와 법당 앞에 서 있었는데, 그때 손위 테라가 들어왔다. 손아래 테라는 손위 테라가 직접 바루를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 저분은 나의 선배신데, 내가 저 바루를 받아들어 드려야 하는가,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 하고 번민하다가 끝내 ‘나는 지금 바루를 받아줄 수 없다.’ 고 마음을 먹었는데, 다음 순간 그에게는 다시 착한 마음이 일어나서 “잠깐만요! 저는 과거에 제가 할 일을 한 번도 빠뜨리거나 소홀히 한 적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손위 테라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형님, 가사와 바루를 제게 주세요.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그렇지만 손위 테라는 화가 난 채 “비켜! 이 버릇없는 놈! 너 같은 놈은 내 가사와 바루를 받아들 자격도 없어!” 하면서 그의 손을 밀어 버렸다. 그러자 손아래 테라도지지 않고 “그러시다면 형님의 가사와 바루를 받지 않겠소.” 했다. 손위 테라가 말했다. “아우여, 너는 내가 이 수도원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형님, 그렇다면 제가 이 수도원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는 겁니까, 뭡니까?” 이런 다툼 끝에 그들은 두 다 수도원을 버리고 각기 다른 길로 떠나가 버렸다. 손위 테라는 수도원의 서문으로 나갔고, 손아래 테라는 동문으로 나가 각각 제 갈 길로 가버렸던 것이다. 이때 법사 테라는 짐짓 “제발 이러지들 말아요.” 하고 말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손위 테라가 “당신이나 이곳에 있구려.” 하고 말했다. 그래서 법사 비구는 제 목적을 이루고 혼자 수도원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다음날 법사 비구는 혼자서 가까운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 그랬더니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테라님, 다른 테라님들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신자님들, 나에게 묻지 마시오. 그 비구들은 어제 서로 다투더니 수도원을 떠나 버렸소.” 그러자 마을 사람들 가운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 비구들이 정말 그랬나보다고 생각하여 아무 말이 없었지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듣지 않고 ‘지난 여러 해 동안 두 테라 사이에는 다툼이 없었다. 만약 그분들이 이곳을 떠났다면 그것은 새로온 법사 비구 때문일 것이다.’ 하고 생각하면서 떠난 테라들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가졌다. 한편 수도원을 떠난 손위 테라는 어디를 가도 마음이 편안치 못했다. 그는 ‘동생은 참으로 나에게 너무했어. 법사 비구를 보자마자 나와는 상종도 못할 사람이라고 말했다니.’ 하면서 울적해 했고, 손아래 테라는 테라대로 ‘이건 전적으로 형님 잘못이야. 찾아온 손님에게 내가 상종할 수도 없는 자라고 말하다니.’ 하며 불쾌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경을 욀 때나 그 밖의 경우에도 도저히 마음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그들은 각기 다른 곳으로부터 서부지역의 한 수도원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게 되었다. 그래서 손위 테라가 가사와 바루를 들고 방으로 들어와 침상에 앉아 있는데 손아래 테라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에 손위테라는 즉시 손아래 테라를 알아보고 눈물이 핑돌아 주루루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손아래 테라도 손위 테라를 보는 순간 눈물이 가득한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혹은 하지 않아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지난날의 일은 이제 문제 삼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손위 테라에게 인사를 올리고 이렇게 말했다. “형님, 우리가 함께 생활하던 지난날 내가 형님의 가사와 바루를 받아들고 형님을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행동이나 언어로써 형님에게 단 한 가지라도 잘못한 일이 있었습니까?” “아우님,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네.” “그렇다면 형님은 왜 그 법사에게 나와는 상종도 못할 사람이라고 비방하셨습니까?” “무슨 소리! 아우님.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네. 법사 비구가 내게 말하기로는 아우님이 나를 두고 그렇게 말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두 사람은 자기들은 둘 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법사 비구가 자기들을 이간시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동안 서로 간 잘못 생각하고 행동했던 일을 모두 고백하고 화해했다. 그리하여 지난 십년 동안 마음을 평화롭게 지내지 못했던 그들은 다시 극적으로 예전의 친밀한 사이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가 법사 비구를 쫓아내기로 하고 옛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들이 수도원에 도착하자 법사 비구는 두 테라가 나란히 오는 것을 보고 달려 나와 가사와 바루를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위 테라는 그의 손을 밀면서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이 수도원에 머물 자격이 없소.” 그러자 법사 비구는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즉시 수도원에서 도망치듯 떠나 버렸다. 그 뒤 법사 비구는 여러 생에 걸쳐 이만 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좌선 수행을 했지만 단 한마디의 꾸중도 참지 못하는 참을성 없는 사람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다음 생에 아위찌니라야에 태어났고, 거기서 고따마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기까지 이루 형언키 어려운 갖은 고통을 겪었으며, 이제 깃자꾸따 위에 마하목갈라나 테라가 묘사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같은 법사 비구의 과거 생을 이야기해 주신 다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비구는 마땅히 생각과 언어와 행동에 있어 청정하고 고요해야만 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20-9-281 마땅히 언어와 생각에 있어 조심하고 경계하며 몸으로 악을 범하지 말라. 누구든 간에 이 세 가지²₃⁾를 청정히 실천하면서 여래의 의해 밝혀진 팔정성도를 성취해야만 한다. 22) 설법장소 : 웨루와나 수도원 23) 신구의 삼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