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사는 게 힘들 땐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상인들의 “싸다! 싸다!”, “헐타! 공짜다! 떨이다!” 외치는 소리와 북적대는 인파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삶의 활력을 느낄 때가 많은 것 같다.
지난가을, 이사를 와서 제일 불편한 것이 주변에 좋은 시장이 없는 것이었다. 이전 집 앞엔 작은 재래시장이 있고, 길 건너면 식자재 마트가 있어 장보는 게 여간 수월했었다.
그래서 이사 하고 초창기엔 지하철로 20분 거리인 ‘서남시장’에 가서 채소, 생선과 다른 반찬거리를 구입했다. 여기 주변엔 마트가 두 개나 있지만 생선이나 채소류, 과일 등이 신선도나 가격에서 서남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남시장을 계속 가는 이유는 호객하는 외침에 장터 인심을 더해 내가 좋아하는 찐빵, 집사람이 좋아하는 만두, 딸이 좋아하는 감주도 한 몫한다. 사실 서남시장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족발’이라는데, 우리 처숙부님이 좋아하셔서 숙부님 댁에 갈 때만 필수품으로 산다.
재래시장의 다양한 소리가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때가 많다. 소리 없는 시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북적대는 소리가 생기를 돋우고 시장을 키워온 것 같다. ‘싱싱한 고등어요!’ 하고 외치는 생선 아주머니의 억센 목소리는 삶의 의지이며, 흥정을 하며 밀고 당기는 승강이도 시장을 키워 온 원천의 소리일 것이다.
서남시장은 대구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눈요기 거리가 많아 발걸음을 멈추고 여기서 살까? 저기서 살까? 고민을 하며 눈치를 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런 시장에서도 우리가 만족을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회’다. 서문시장에도 해산물이 있긴 하지만 농수산물 도매시장만 못하다.
우리 식구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회’인데, 처갓집 식구들도 모두 좋아해서 모임이 있을 때면 신선한 회를 한가득 사 간다. 집에서 20분쯤 외곽도로를 타고 나가면 도매시장이 있다. 이 곳은 “신선하다, 종류가 참 다양하다, 맛있다, 친절하다, 가격이 합리적이다”라는 평가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농산물, 수산물 모두 신선함과 다양 성에서 가성비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구매할 종류별로 시장이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최고는 집 가까운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 쯤! 집으로 온 홍보 전단지를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 역에 위치한 ‘로컬푸드 직매장’ 전단지였다. 지역 생산자가 중간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출하하는 말 그대로 직매장 형태라는 것이었다.
얼른 집사람과 함께 달려가서 매장을 둘러보니 농산물은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더구나 축산물도 높은 품질과 함께 저렴한 가격의 판매점이 있어서 농산물, 고기류, 반찬류 등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 것 같다.
상인과 소비자 간에 정(情)을 느끼고 사람 사는 맛을 알게 해주는 곳, 신선한 농수산물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 “아재요! 아지매요! 한번 맛보고 가소!” 정겨운 소리에 지갑을 한 번 더 열 수밖에 없는 곳, 종류와 수량에 놀라는 곳, 넘쳐나는 볼거리 먹거리에,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채울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곳.
서민의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누구나 이웃이 되며, 스스럼없는 부대낌으로 처음 만난 사람과 거리감을 없애 주기도 하는 곳, 밥장사 야채 장사 양말 장사 등 온갖 장꾼들의 생기가 왁작 왁작 펼쳐지는 곳, 그래서 다음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 시장이다.
첫댓글 서남 시장이 대구에서 세번 째로 큰 시장이군요. 시장이 가까우면 편리하지요. 더구나 매일 시장이 가까이 있으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