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때문에 못살겠어요. 물고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이 수달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동물원 조련사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안동·임하호 주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수달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어민들이 생계 수단으로 쳐놓은 그물 훼손 사례가 잇따르자 어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어민들은 안동·임하호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수달의 개체수는 ㎢당 15마리로, 전체 1천마리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동호(1976)·임하호(1992) 건설 이후 호수내 어종이 풍부해지면서 물고기가 주식인 수달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그후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그물속의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그물을 물어 뜯어 훼손하고 있으나, 수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안동·임하호·반변천 등지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내수면어업허가자들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수달 배설물이 바위 등지에서 가끔 발견될 정도였으나 2003년부터 야간에 두세 마리씩 무리지어 호수를 헤엄치는 광경을쉽게 볼 수 있다는 것.
수달은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 뜯고 들어가 쏘가리·뱀장어·붕어 등 고급어종만 골라 잡아먹고 있다. 수달에 쫓긴 물고기는 터진 그물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 아침이면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망가진 빈 그물만 남아 어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어민들은 매일 파손된 그물을 보수하고 덧그물을 씌우지만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되풀이되지만 어민들은 처벌이 두려워 수달을 잡지 못하고 있고, 당국 역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하댐어업허가자 이모씨(54·임동면 중평리)는 "고기가 많이 잡히길 기대하고 그물을 올리면 그물은 다 찢겨지고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어 허탈하기 그지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수달 때문에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이씨는 요즘 고기잡이를 아예 중단하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수달 피해를 하소연하는 어민들의 신고가 날로 늘어나지만 수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차원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