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구청 홈페이지에는 뜬금없는 재건축 공람공고가 떴다. 대치동 쌍용아파트 1·2차가 연합해 재건축을 준비하니 주민의견을 받겠다는 공고였다. 대치동의 재건축 상징 같던 은마아파트가 10년에 걸쳐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쌍용아파트가 다크호스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금융위기 이전 10억원이 넘었던 대치 쌍용1차 전용면적 96㎡는 부동산 침체기 7억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졌지만 12월 재건축 소식이 알려지면서 단순에 8억원대로 올라섰다. 대치동 A부동산 관계자는 “추진위원장의 직무정지와 정비계획안을 두고 분란이 일어나면서 은마재건축이 차일피일 늦춰져 쌍용이 재건축의 승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강남 재건축의 상징과 같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시중에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로, 재건축 투자보다는 부동산 부양기 교육특수를 노려볼 만한 단지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단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590가구로의 기존 정비계획추진안은 단지 내 15m의 대형도로 신설 문제와 사업성 논란에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file.mk.co.kr%2Fmeet%2Fneds%2F2013%2F09%2Fimage_readmed_2013_799183_13781672011028071.gif)
은마아파트 사업추진 10여년… 동력 잃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단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로 인해 주민 반대가 심해 계획안을 새로 만드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조합원 총회를 여는 대로 직무정지된 추진위원장 문제나 새 설계문제부터 해결할 것”이라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정비안은 최근 현실에 맞지 않아 전면 재수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기존안이 전용 39·83·101㎡ 세 가지 유형으로 수천 가구 대단지에 맞지 않게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장기전세주택이 1000가구가 넘고, 일반분양이 160가구에 그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합원들은 종상향 등으로 일반분양 가구 수를 더 늘려 사업성을 높이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인근 B중개소 관계자는 “은마는 일단 올해 안으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조합원 간 소통을 하는 게 선결 과제다”며 “이미 사업을 추진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재건축 동력을 잃은 시점에 뭔가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보다 수직증축을 시도하는 게 더 빠르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컨설팅사 관계자는 “만약 은마가 빠른 사업을 원한다면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새정부 안에 따라 가구 수와 평수를 늘려 3년 안에 공사에 들어간다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길 건너 대치 쌍용1·2차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구역지정안이 통과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연말 강남구청 공람공고에 이어 8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올 연말까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출범된다면 재건축은 순항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치 쌍용은 가구 수가 994가구에 그치면서 조합원 규모만 4500여명이 되는 은마아파트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기대된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주민들의 반대 민원도 적은 편이다.
1983년 준공돼 30년이 넘어가면서 건물 노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 전망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 994가구가 1706가구로 재건축되면서 향후 설계조정을 거치더라도 일반분양 물량이 500여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가구당 8억원의 분양가만 산정해도 사업비 4000억원이 확보된다. 4424가구가 재건축됨에도 단 160가구만이 일반분양으로 계획됐던 은마보다 훨씬 수익성이 뛰어나다. 재건축 분담금은 적어지고, 개발 후 조합원 초과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팀 관계자는 “쌍용은 은마에 비해 작아보여도 재건축되면 1500가구가 넘는 대형단지”라며 “일부 수요층에서는 너무 큰 단지보다 1000가구 안팎의 알짜단지를 선호하고, 쌍용은 인근 탄천 조망권까지 갖추고 있어 향후 은마보다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file.mk.co.kr%2Fmeet%2Fneds%2F2013%2F09%2Fimage_readbot_2013_799183_13781672021028073.gif)
가격 따라잡은 쌍용, 재건축 정상화 기대 은마아파트와 쌍용아파트는 최근 10년여 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가격 변동을 나란히 겪어오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12억원을 호가하던 두 단지는 7억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선호도가 높은 입지 탓에 떨어지면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며 오뚝이 같은 자존심을 자랑하기도 했다.
연도별로 2010년까지는 은마에 쌍용이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전용 95~96㎡를 기준으로 은마가 8억원인 반면 쌍용은 7억원대 초반이었다. 2009년 은마의 재건축정비안이 가시화되면서 두 단지 모두 가격은 상승했고, 은마는 10억원까지 쌍용은 9억원대 후반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첫 정비안이 주민 반대로 무산되면서 2011년께부터는 쌍용이 되레 주도권을 잡았다. 유사 평형대 가격에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2월 은마아파트 95㎡는 7억4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 반면, 쌍용아파트 96㎡는 7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올해 초 쌍용은 재건축 기대감에 8억원을 연초에 넘어섰고, 은마아파트는 새정부의 4·1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8억원 선을 겨우 회복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쌍용의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 은마도 재건축사업이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분란으로 실망매물이 쏟아졌고, 일부 실거주 가구는 집안을 리모델링하며 재건축을 포기하기도 했다”며 “쌍용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 가격이 상승할 테고 이에 은마가 자극을 받으면서 서로 경쟁하며 재건축에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영태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