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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3. [피아노 연쇄 토막살인 사건 - 마지막 회]
S# 72. 경북 안동 어느 마을의 폐가 마당.
오후 눈발이 약하게 내리는 가운데, 박 형사가 김 팀장과 차에서 내린다.
10 여 명의 현장감식 요원들도 차에서 내린다.
박 형사 팀장님. 여기가 나상은이 말한 곳이 맞습니다.
강력 팀장 교활한 년이 이 집만 얘기하고,
어떻게 죽였는지, 묻었으면 어디에 묻었는지
그 이상 아무 것도 얘기하지를 않고 있으니.
기가 막히는군
어디 한 번 엿 먹어 보라는 거야 뭐야.
박 형사 이 넓은 데를 어느 세월에 다
(한숨을 내쉰다) 휴~
감식 반장 (주위를 둘러 보고)
최악의 감식현장 입니다.
경우의 수가 셀 수 없이 확장되는 장소!
현장감식 요원들이 집 안과 밖을 각자 흩어져, 감식을 시작한다.
김 팀장과 박 형사도 경찰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심정으로
달라 붙어 감식을 한다.
S# 73. 폐가 부엌.
김 팀장과 이 검시관이 문짝이 떨어진 맨 왼쪽 입구, 부엌을 맡아 감식 중이다.
만약 시신을 화장했다면, 그 곳일 가능성이 컸다.
직경 1m 남짓한 오른쪽 아궁이에서 시작된 그을음이 천장까지 묻어 있었다.
이 검시관은 붓을 들고 아궁이 바닥을 조심스럽게 파내려 갔다.
불에 탄, 작게는 새끼손톱 절반만한 탄화물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검시관 (핀셋으로 조각을 들어 보이며)
손톱 같은데요.
강력 팀장 응. 내 눈에도 사람 손톱으로 보여.
천운(天運) 이군.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아궁이와 부엌, 구석구석을 조심스럽게 감식하지만,
더 이상의 뼛조각은 나오지 않는다.
이 검시관 (마스크를 벗고)
팀장님. 아무래도 범인들이 시신을 화장을 한 후에
깨끗이 쓸어 모아서
다른 곳에 매장한 것 같습니다.
강력 팀장 응. 확실히. 더 이상 발견되는 것이 없는 걸 봐서는.
김 팀장이 저린 다리를 주무르며, 마당으로 나온다.
김 팀장의 눈에 마당 구석에 놓인, 수레가 눈에 들어 온다.
강력 팀장 (다급한 큰 목소리로)
박 형사! 박 형사!
박 형사 (방에 있다가)
예! 팀장님.
강력 팀장 (다그치는 목소리로)
그 영화 제목이 뭐였지?
박 형사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무슨 영화요?
강력 팀장 (말 길을 못 알아 듣는 박 형사를 답답하다는 듯이 보며)
아. 왜 그 영화.
여자가 사람들을 속이고, 자기 약혼자도 속인다는 영화 전에
박 형사 (얼굴이 풀어지며)
아~ 화차(火車)요. 화차(火車)!
근데 갑자기 무슨 영화 얘기를 하고 그러세요?
강력 팀장 (손가락으로 수레를 가리키며)
야! 저기 화차(火車). 저기 수레.
S# 73. 폐가 마당 수레 밑.
감식 요원들이 수레 밑을 조심스레 파내려 간다.
40cm를 파내려 가자, 포대 자루가 나온다.
포대 자루를 열자, 불에 시커멓게 탄 뼛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S# 74. 조사실.
나상은 됐지. 이젠 너 차례야
권 경사 너를 알면 알수록 정말 흥미로워.
결혼 세 번. 아이 둘.
성남대학교 재학 중일 때 결혼 한 번, 아이 하나.
최홍덕 씨에게도 이 사실만큼은 숨겼고.
미국 유학 중, 또 한 번의 결혼, 아이 하나.
두 아이는 미국에 있는 엄마가 키우고 있고.
그리고, 최홍덕 씨.
남성편력!
나상은 별로 궁금한 이야기가 아닌데.
내가 흥미 있어하는 얘기를 하라니깐!
권 경사 들어 봐. 재밌어.
너가 왜 ‘브레스 컨트롤’을 하는 줄 알아?
나상은 별로 생각 안 해 봤는데.
권 경사 생각할 필요 없어. 내가 얘기해 줄게.
너는 어려서부터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지 못 하면
기분이 많이 우울해져,
사람들이 너를 떠받들어야 하지.
그런데,
너의 아버지의 직업이 문제야.
매년 1, 2년 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직업 군인! 그지?
너가 반 아이들을 수족처럼 부릴 만 해지면, 이사를 가.
새로 전학을 간 반에서는 아무도 너에게 관심이 없어.
그 아이들을 지배해야 하는데.
그래서,
개발해 낸 게 ‘브레스 컨트롤’이야.
단박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심을 사로 잡을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원 플러스 원.
끊임없는 거!짓!말!
비어 있는 너를 끝도 없이 남자로 채워야만 하는 굴절된 욕구.
나상은 (하품을 하며)
아이 재미 없다.
심심한 이야기 그만하시고
내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해!
권 경사 좋아.
최홍덕 씨의 시신을 방금 찾았어.
나상은 (심드렁하게)
그래?
용케도 찾아 냈네.
권 경사 김태수 살해를 모의한 후에
서로 연락을 은밀하게 주고받기 위해
너는 두 대의 대포폰을 구입해,
안희태는 친구에게 대포폰을 사면서,
일부러, 복제폰을 만들 수 있는
2004년식 구형 대포폰으로 사서, 너의 복제폰을 보관하지.
왜?
너를 믿을 수 없으니깐.
나상은 하지만, 내가 오래 전에 버렸는데.
권 경사 그렇지. 김태수, 이지윤, 우영은, 최홍덕
이들 네 사람을 죽이고,
너가 강원도 양구 군으로 가는 도로에 버리지.
미국에 있는 엄마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그 마지막 통화한 위치가 복제폰에 남겨 진 거야.
나상은 그런데?
권 경사 그리고 너는 양구 군에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
피트니스 클럽에서 훔친 주민등록증의.사람으로
하지만,
우리가 너의 학창시절을 탐문하니깐,
이구동성으로 너가 리스트의 광팬이라 하는 거야.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곡만을 편식하는.
김 형사와 장 순경이
양구 군에 있는 모든 피아노 학원을 돌며,
리스트의 피아노 곡이 연주되어 흘러 나오는 피아노 학원을 찾아 다녔지.
결국,
양구 읍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너를 발견해 낸 거고.
나상은 한국 POLICE들 보기 보다 수준 있네.
S# 75. 3월 23일 오전 11시.
최홍덕이 집 인근의 카페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두 사람이 카페로 들어와, 최홍덕 씨에게.
흥신소 이씨 혹시, 최홍덕 감독님?
최홍덕 아. 예. 제가 최홍덕 입니다.
흥신소 이씨 어제 통화한 이호근 입니다.
두 사람이 앉는다.
명함을 주고 받으며 통성명을 한다.
흥신소 정씨 어제 간략하게 말씀 드린 데로 저희 대흥 문화기획사가,
대전광역시 주관으로 동남아 5개국과 중국, 일본 등 8개국이
참여하는 ‘제6회 대전 국제 예술 비엔날레’의 주간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최홍덕 예.
흥신소 이씨 최 감독님을 예술 총감독으로 위촉하려고
만나 뵙자고 한 겁니다.
흥신소 정씨 우리 측에서는 시간이 촉박해서,
괜찮으시면 최 감독님이 대전시의 공연장과 시설들을 직접 보시고,
결정과 다음 스텝을 진행하였으면 합니다.
최홍덕 예. 저도 한 번 공연장을 둘러 보고
맡을 수 있으면, 바로 결정토록 하겠습니다.
S# 76. 대전으로 가는 차 안.
조수석에 앉은 흥신소 정이 드링크를 건네며,
흥신소 정씨 감독님. 대전까지 적어도 두세 시간 걸리니깐요.
우리 이거 하나씩 마시고 힘내서 가시죠.
최홍덕 예.
세 사람은 드링크를 마신다.
S# 77. 경북 안동 어느 마을의 폐가 부엌.
결박된 최홍덕의 눈과 입을 흥신소 정이 풀어 준다.
손과 발이 묶인 최홍덕이 서서히 주위를 둘러 보다 서있는 나상은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최홍덕 당신이 어떻게?
나상은 (최홍덕의 흐트러진 머리를 넘겨주며)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됐지?
최홍덕이 주위를 둘러 보고 자신 옆에 서있는 흥신소 두 사람을 본다.
나상은 이 분들이 당신을 내게 데리고 오신 분들이야.
최홍덕이 자신을 죽이려는 나상은과 흥신소 사람들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다.
최홍덕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
나상은 (얼굴을 최홍덕 얼굴에 가까이 들이 밀고, 분노한 목소리로)
당신이 모든 걸 자초한 거잖아!
그러게 왜?
남의 뒷조사를 하고 다녀?
어련히 알아서 집에 들어 갈까.
최홍덕 당신은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최홍덕 (울먹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은아.
나 죽일 거니?
나상은 (시니컬 하게 웃으며)
나 당신이랑 여기 놀러 온 거 아닌데.
아이. 괜히 미안해지려 하네.
최홍덕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힘을 내어)
부탁이 있는데.
나상은 뭔데?
최홍덕 저 바깥, 수레 밑에 나 묻어주면 안 되겠니?
나상은 (박수를 치며 깔깔 웃으며)
나도 방금 그 생각했는데.
‘태양수레를 모는 파에톤’ !
그지?
전부터 느낀 거지만, 우린 정말 인연(因緣)인 거 같아.
좋았는데.
아쉽다.
끝.
사건자료 참고에 도움을 주신 곳:
‘정락인 기자의 사건 추적’ 채홍덕 살해사건에 해당되는 글 30건.
http://www.sns-justice.org/category/%EC%B1%84%ED%99%8D%EB%8D%95%EC%82%B4%ED%95%B4%EC%82%AC%EA%B1%B4
유라준
http://yurajun.tistory.com/1370
rainmaker님의 블로그: 영화 같은 이야기 – 화차 실화 고 채홍덕님 이야기.
조선일보 "여긴 껄떡쇠들 많다. 몸 조심해라" 24시간 여성 노숙자 체험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4/09/28/2004092870005.html
오마이뉴스 ‘영등포역 대합실과 노숙인 쉼터 노숙 취재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29866
한국일보[범인잡는과학] 붓으로 조심조심 바닥 파내자, 폐가 부엌서 그을린 뼛조각이…
http://www.hankookilbo.com/v/3453ae366f614d668cadd71b030cbf02
≪작가 후기≫
자비로운 부처님의 곁으로 가신 공연예술가 故 채홍덕 감독님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도 없이 너무 일찍
황망하게 이생에서의 인연을 마무리하여
원통해 하시며 하루하루를 살고 계시는 유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합니다.
故 채홍덕 님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며 많은 수고를 하시는
정락인 기자님께 글을 빌어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범죄수사 드라마【강력범죄 수사팀 시리즈1-(4)】
‘에피소드 4’ 를 조속한 시일 내에 올리겠습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드라마 작가
유형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