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들목의 마지막 가족 공동체 교회 예배에 다녀왔어요.
사람이 꽉꽉 차서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1천 3백명 가량 모인 듯.
내년부터는 나들목 네트워크교회라는 이름으로 5개 권역으로 나눠서 분리해 예배를 드린다고 하네요.
동북부 동행교회
서부 서로교회
중부 더불어함께교회
양평 양평교회
남부 꿈꾸는 교회
1월부터 나들목 네트워크 연합예배 형태로 예배를 드리고 5월부터는 완전히 독립해 나가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형국 목님의, 아마도 마지막 나들목 설교는 지난 18년을 돌아보는 설교였어요. 이제 한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성이나 요새를 쌓지 말고 장막만 가지고 떠나야 한다는게 설교의 요지였는데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교회가 분리되는 건 여러번 보았죠. 한양교회 다닐 때 창일교회도 떨어져 나갔고 호주에서도 재밌게 다니던 제자들교회가 목사들 갈라지며 공중분해 됐고.
근데 교회자체가 스스로 분리를 하려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대형교회 대형교회 욕은 많이 먹지만 스스로 다 커져서 비대한 공룡이 되려는게 인지상정이거든요. 부흥하여 큰 교회가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헌금이나 지명도를 확 떨어뜨리는 길인데.
과연 이 시도가 성공을 할까. 누구나 김목사나 개척의 DNA가 있는 교회 창립 멤버 같지는 않거든요. 문제의식도 덜하고. 엄마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안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기성교회에 빚진 거 하나 없고 이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의 다가 아닌 김목사님과 나들목이 해 볼만한 시도가 아닌가 해요. 새 네트워크 교회가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지역 중심의 목회인걸로 보여요.
호주에서도 우리 교회는 지역 사회에 서비스하기 위해 동네를 파악하려는 노력 많이 하거든요. 인구 구성이나 필요한 프로그램, 지역사회 복지기관과 연계 등등. 메가처치들이 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나들목은, 메가처치는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는 수백명의 사람이 쏟아져 나오는데 서로 잘 모른다는 게 티가 나요. (내눈에만 그런가?) 그래서 가정교회 중심으로 조직하려고 그렇게 애를 써왔던 거고. 김목사님이 가장 그냥 두고 못 보는 게 교회에 마치 콘서트 관람 오듯이 슬며시 왔다 슬며시 가는 거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기 좋은교회기도 해요. 큰교회의 그림자 안에서 만족해하는 게 크리스챤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거겠죠.
여의도 순복음 교회가 여기저기 지성전이 있지만 조용기 목사 설교 비디오 틀어놓고 예배하는 경우가 많죠. 교회의 큰 브랜드네임과 목사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하는 행동일테고. 나들목은 목사가 다 따로 임명된 것 같은데 찾는 이 중심, 변혁사역 같은 기본 정신 가지고 새로 개척을 하도록 밀어내고 있는 거죠. 그동안 충분히 훈련되었다고 믿는 것 같고...18년이면 성년의 나이니까.
좋게 보자면 엄마 아빠가 속한 서울 동북부 동행교회에서 나들목 정신은 지켜가며 그동안 아쉬웠던 거 제안해 볼만 하지 않나 싶어요. 성탄 행사 하는 거, 전통 찬송가 부르는 거, 화음 넣는 성가대 조직하는 거 ㅋㅋㅋ 물론 엄마는 은퇴하신 상황이라 이것저것 의견을 피력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훨씬 가까와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고 가정교회도 같이 옮기니 다행이고.
그러나 내가 이 나이에 왜 도전을 하나 그냥 다니던 신설동으로 가정교회없이 슬슬 다니지 생각할 수도 있고 그냥 가까운 동두천의 어느 교회로 옮길 수도 있겠죠. 지역사회와 더 가까와질테니. 엄마 아빠의 선택과 의지에 달렸겠죠. 교회를 새로 정하는 건 마치 이혼하고 재혼하는 것처럼 힘들더라구요. 마음을 주던 대상이 사라져 눈물이 나는데 남들은 또찾으면 된다며 쉽게 생각하고.
기로에 서계신 거죠. 자식으로선 엄마아빠 마음이 가장 편한 쪽으로 선택하시면 좋겠고 사랑 많이 받으실 곳으로 정하면 좋겠어요.
어제, 반복된 훈련과 예배로 가사를 다 외웠는지 안보고도 절창을 하던 나들목 다음세대 어린이들과 청소년 찬양 중에 인상이 깊은 가사가 있어서 여기 적어 봐요.
우리가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과
우리의 교회가 다르지 않도록
교회인 우리가 다르지 않도록
읊조리듯 낭송하듯 이 가사를 반복해 부르는데 ... 감동적이었어요. 성경에서 배운대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나들목의 사람들이. 우리가 정말 하나님의 뜻으로 이걸 하는 건가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묻고 묻고 또 묻을 지도자들이 경탄스러웠구요.
나도 크리스챤으로 내가 아는 것과 내가 가르치는 것이 교회인 나와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챤트 부르듯이 이 찬송을 나도 앞으로도 자문하며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