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함께 “교리 문해력” 높이기 (5) 하느님 계시의 전달 - “성전(聖傳, Traditio)”
인간에게 먼저 다가오시어 당신 자신을 알려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시는”(계시헌장, 2항) 분이십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자기 계시는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로 완성되었습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인은 바로 이 말씀을 듣고 깨달아 그분의 사랑에 응답하는 가운데 그것을 다른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시는”(1티모 2,4) 하느님께서는 모든 계시 진리가, 곧 그리스도께서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당신 자신의 입으로 말씀하시고, 후에 사도들로 하여금 모든 구원의 진리와 윤리 규범의 원천으로서 모든 피조물들에게 선포하도록 명하신 것들이 “기록된 책들과 기록되지 않은 전승들” 안에 보존되어 있음을 가르쳐 왔습니다(트렌토 공의회, 성경들과 전승들의 수용에 관한 교령).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곤 하나, 하나의 책으로 완성되어 있는 기록된 책 “성경”에 비해 기록되지 않은 전승인 “성전(聖傳, Traditio)”은, 심지어는 하느님의 집인 건물 성전(聖殿)과 헷갈리는 분도 간혹 있을 정도로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오직 성경만” 계시 진리가 담겨 있는 원천으로 여기며 교회의 역사 안에서 기록되지 않은 채 전해 내려온 것들은 하느님께로부터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온 것으로 보고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그래서 성모승천 교리처럼 우리는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지만, 개신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들이 성전(聖傳)의 예시들이 된다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물론 성전(聖傳)은 이보다 폭넓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책의 종교’가 아니며 ‘기록되고 소리 없는 말이 아닌, 강생하시고 살아 계신 말씀’의 종교”(주님의 말씀, 7항)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행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을 선포하셨고, 사도들은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 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가톨릭 교회 교리서, 76항)해 주었습니다. 사도들에게서 전해진 것들은 하느님 백성의 삶을 거룩하게 이끌고, 신앙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모든 것이 포함되며 교회는 가르침과 생활과 예배를 통하여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이를 전달합니다(계시헌장, 8항). 이러한 전달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 교회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성령의 도우심으로 명상과 공부, 신앙 체험과 설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교회 안에서 발전합니다(계시헌장, 8항).
성전은 과거에 얽매여 고정된 죽어 있는 전통이 아니라 살아 있고 생명을 지닌 것으로 교회의 가르침, 성사 생활, 영성과 애덕의 실천, 제도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다만, 사도들로부터 유래하는 사도 전승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교회에서 생겨난 ‘전승들’을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QR코드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이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교리서 66~69쪽, 74~83항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024년 4월 28일(나해) 부활 제5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