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9월 27일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출간
‘침묵의 봄’으로 환경운동의 새 장을 연 레이첼 카슨.
바다 생물학자로 명성을 떨치던 레이첼 카슨(1937~1964)에게 친구가 보낸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 것은 1958년 1월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살충제인 DDT를 대량 살포했는데 이 살충제 때문에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카슨은 친구의 편지가 아니더라도 그전부터 DDT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1945년 DDT의 폐해를 알리는 글을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 몇몇 잡지에 기고했으나 살충제 제조회사의 광고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잡지사들의 거부로 실리지 않았다. 친구로부터 편지가 왔을 때 카슨은 유방암과 십이지장궤양 등의 병마와 싸우는 중이었지만 편지를 계기로 이후 4년 동안 DDT의 해독에 관한 자료 조사와 집필에 매달렸다.
카슨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작가를 꿈꾸며 1925년 펜실베이니아여대(현재는 채텀대) 영문학과에 입학했으나 2학년 때 수강한 생물학 강의를 계기로 전공을 동물학으로 바꿔 1929년 졸업했다. 1932년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서 동물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해양과학연구소의 해양 생물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36년부터는 미국 어업국 소속 공무원으로 해양에 관한 라디오 프로그램 시리즈를 쓰고 어류에 관한 보고서나 소책자를 만들었다.
1949년 어업국이 어류야생동물청으로 승격한 뒤에는 그곳에서 발간하는 모든 출판물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해풍 아래서’(1941)와 ‘우리 주변의 바다’(1951)를 출간했다. 특히 ‘우리 주변의 바다’는 기존의 과학도서와는 달리 해양과학적인 내용을 매혹적으로 묘사해 32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86주 동안 베스트 순위에 오르며 카슨에게 명성과 부를 안겨주었다. 카슨은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1952년 공무원직을 내던지고 1955년 ‘바다의 가장자리’를 출판해 3권의 바다시리즈를 완성했다.
DDT에 대한 집필은 1962년에 완결되었고, 연구 결과를 발췌한 내용은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6월 16일자 ‘뉴요커’지에 실렸다. 2주 동안 연재된 기사에서 카슨은 ‘기적의 화학약품’으로 칭송되던 DDT, 제초제, 살균제가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와 통계수치, 실제의 사례들을 들어 살충제의 피해를 낱낱이 까발렸다.
그러자 농약 제조업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카슨을 가리켜 “살충제보다 더 독한 여자”라고 흥분하는가 하면, 내용을 소개하는 신문·방송사에는 광고를 끊겠다고 협박했다. 농약회사가 “카슨의 글은 부정확하고 또 악의에 찬 것”이라고 출판금지를 요청했으나, ‘침묵의 봄’은 1962년 9월 27일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침묵의 봄’이 불러온 여파는 컸다. 1963년 5월 대통령과학자문위원회가 “정부는 국민에게 농약의 가치와 함께 그 위험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1969년에는 국가환경보호법이 제정되고 미 환경보호청(EPA)이 발족되었다. 1970년 4월 22일에는 미국에 ‘지구의 날’이 제정되었다.
레이첼 카슨은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바닷가의 오두막집에서 화초밭을 가꾸고 새를 관찰하며 저술에만 몰두하다가 ‘침묵의 봄’ 연구에 따른 유방암의 악화로 1964년 봄 세상을 떠났다. 20세기 말 타임지는 그녀를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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