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온라인에서는 특정 한국 선수를 향해 중국으로 귀화하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뜸금없는 소식이기는 하지만 중국인다운 모습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그들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외국선수들을 자국으로 귀화시켜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곤 했습니다. 중국축구에 남미 선수들이 대거 영입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한국처럼 귀화가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수속을 받으면 그냥 귀화가 됩니다. 하지만 외국 축구선수들의 상당수가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런 문화권인 중국이기에 한국 선수에게 귀화하라는 반응이지요. 그 선수는 바로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배트민턴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선수입니다.
물론 안세영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후 한국 배드민턴 협회를 비판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다른 나라로 귀화할 가능성은 정말 1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눈에는 다릅니다. 중국에서 특정 선수가 자신이 포함된 협회를 비판하는 일은 정말 일어나지 않습니다. 타국으로 도망가려고 계획한 인물이 아니고서는 공산독재치하에서 그런 행위는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그러니 작심하고 협회를 비판하는 안세영선수는 이제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감됐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안세영 선수가 자국 선수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본 중국 네티즌들은 안 선수가 탐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동북공정 등 타국의 좋은 점도 모두 중국의 영향 또는 문화 그리고 역사의 일부라고 판단하는 그런 인물들의 눈으로는 높은 기량의 선수를 데려와 중국인으로 둔갑시켜 국제대회를 휩쓸고 싶은 충동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중국으로 귀화한 외국 선수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귀화한 선수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가운데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탁구의 전지희 선수와 이은혜 선수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탁구를 잘 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의 양궁이 세계를 석권하듯이 중국의 탁구는 세계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의 탁구인구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한국 양궁의 경우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한국의 대표선수 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처럼 중국도 중국의 대표선수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기 수준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선수들 가운데 중국 탁구 대표선수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선수로서는 꿈도 못꾸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그 많은 탁구선수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중국의 지방에서 그냥 한때 잘쳤던 선수정도로 남게 됩니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부와 영예를 획득하는 부류는 극히 일부이니까 말입니다.
기량은 출중했지만 최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중국의 탁구 선수인 전지희와 이은혜는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의 행을 결정합니다. 주로 한국에서 대표선수생활을 한 인사와의 접촉과 한국 탁구계 인물과 교류가 있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중국의 높은 기량을 배우는 차원에서도 한국으로 와서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사람을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지희와 이은혜 선수는 한국에 와서 탁구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그 어렵다는 한국귀화시험에도 합격합니다. 그들이 소속된 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그들은 한국 탁구 대표선수로 발탁됩니다. 그리고 이번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토종 신유빈선수와 함께 동메달이라는 정말 값진 성과를 이뤄냅니다. 전지희와 이은혜 선수는 한국으로 귀화해서 그들이 희망한 목표를 이룬 몇 안되는 선수가 됐습니다.
사실 스포츠 선수가운데 국적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타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축구의 손흥민과 이강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그들도 스포츠 노마드입니다. 노마드는 자신의 생활을 위해 타국이나 타향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말입니다. 더욱 나은 환경과 높은 연봉 등을 바라면서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배구에서 김연경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런 스포츠 노마드들을 비난하거나 폄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위을 선양한다며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인기 종목이 아닌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안현수 선수입니다. 한국에서 쇼트트랙에서 금메달도 여러개 땄던 선수아닙니까. 그런데 어느날 그는 러시아로 귀화한다고 발표합니다. 러시아 선수가 되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함에 따라 대표선수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그는 더 달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를 받아주면서 선수생활을 하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러시아 제안에 동의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선수로 활동이 가능했다면 그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스포츠 노마드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온갖 비난과 욕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축구선수와 배구선수와는 너무도 다른 평가입니다. 물론 국적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얻는 불명예이겠지요. 하지만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 이후로 몇몇 선수가 중국 등지로 귀화했다가 영예도 부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스포츠 노마드가 갖는 빛과 그림자로 평가됩니다. 이번에 파리 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한 전지희선수에게 중국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에 귀화해 행복하느냐고 말입니다. 전지희선수는 그 질문의 저의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여러 편의와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 한국 탁구협회와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한국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뭔가 꼬투리를 잡아 망신을 주려한 중국 기자는 뻘쭘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지희선수와 이은혜선수는 스포츠 노마드속에 행복과 보람을 얻었다면 스포츠 노마드속에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물들도 많습니다. 바로 그것이 스포츠 노마드가 지닌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2024년 8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