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밖에 없어! -3- [여름빛깔의 추억]
좋았어!
마음의 준비는 됐겠지? 민하!!
스탠바이, 오케이─?
"푸아아─"
다시 한 번, 심호흡.
쭉, 하고 등을 펴고!
다시 한 번 거울에 자신을 비쳐본다.
…─!
웃.
역시 아냐.
도저히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좀 더, 좀 더 예뻐지지 않으면...
거기에 3kg만 더 빼고 나서...-
아냐. 그게 아니라니깐!
더 이상 우물쭈물 안 하기로 해 놓구선...
고백하는 거야!
더 이상 질질 끌 수 없어.
나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야.
꼭. 꼭. 오늘 해야만 해!
"좋~아!!"
이 기세로 나간다.
현관으로 날듯이 튀어나갔다.
"다녀 오겠습니다-!"
오후에 마시는 홍차보다 달콤 쌉싸르한 그런 사랑이야기가,
콤플렉스 덩어리인 이 신민하에게도 찾아와 줄까나??
17세의 이 가을...
달콤한 예감.
은빈이의 한마디에 깜깜했던 하늘에서 확 햇살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환해지는 느낌-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평범 그 자체에 어디하나 봐줄 데도 없는 여자애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게다가 그 사람은...
내가 줄 곧 좋아해 온 사람-
게다가 너무나 근사한 사람이라구...!
태어나길 잘했어!
좀 심한 것 같지만 난 정말 그렇게 생각산다.
학교 가는 길.
은행나무가 양쪽에 늘어서 있고 납작한 돌이 깔린 보도.
반듯하게─마치 영원으로 통할 것같이 이어져 있따.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
나뭇잎사이로 금빛 햇살이 비집고 들어온다.
9월. 거리는 초가을의 넘실거림─
나는 활기차게 내달린다.
늘어뜨린 머리칼은 목언저리를 간질이고, 올려다본 높디높은 창공이 푸른 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만 같이 맑고 투명하다.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찬다.
틀림없이 잘 될 거야!!
자연스레 웃는 얼굴로 다가서야지─
그리고 확실히 말하는 거야...
죽 좋아했어요-라고─!
이제 짝사랑은 안녕-
중학교 때부터 세면 벌써 3년 이상이나 된 짝사랑.
그래.
치영 오빠에게 다가서고 싶어서 이 고교에 들어온 걸!
그를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중학교 1학년 여름이였다.
아직은 초등학교의 흔적이 채가시지 않았기에 머리는 숏커트에 지금보다 훨씬 어린 얼굴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농구부에 입부.
그때 치영 오빠는 3학년으로 남자 농구부의 주장이었다.
물론 눈에 확 띄었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이니까-
"남자 농구부 주장, 굉장한 킹카구나!"
농구부의 여자애들 사이에 소란이 일었다.
모두들 그를 동경했다.
나 같은 1학년 꼬마에겐 말 걸 찬스조차 없었다.
하지만.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진 기억─…
그건 3년 전 여름방학.
물보라를 일으키는 8월의 풀장-
석양이 저물어 가는 교정-
그 날 학교의 풀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정을 가로질러 가려던 찰나-
선배와 스치게 된 것이다.
시선이 마주쳤다.
꾸벅…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조차 벅찬 느낌...
긴 다리-
섬세한 옆얼굴-
가슴이 떨려왔따.
아아...뭔가 말해야 할 텐데....
이대론 너무 아쉬워.
살짝...-
돌아보니, 마치 나의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듯,
사아 하고 여름바람이 오빠의 목에 감겨 있던 타월을 날려보냈다.
그 순간, 내 손이 그 타월을 잡았다.
그러자,
선배는 살짝 미소를 띄고,
"고마워!"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신민하지?"
"아....네..넷!"
내 이름을 알고 있어!
내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거야!
아아...!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그 때의 바람 내음. 풀의 향기...온도.....
그 어느 것도 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기만 한걸.
놀랍게도 그 때 오빠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민하야."
"넷?"
"사실은 어제 네가 슛 연습하는 걸 봤는데..."
"넷? 보셨어요?"
"응. 어쩌다가...."
거짓말!
몰랐다. 부활동이 끝나고 나 혼자 남아서 프리트로 - 의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다른 1학년 애들에 비해 슛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도무지 실력이 향상되지가 않아서 이대로 부활동을 계속해도 좋을지 갈팡질팡하던 시기였다.
"민하 너 보니까. 손목의 스냅이 안쪽을 향하더군."
"네?"
설마 거기까지 보고 있었을 줄이야!
이런 걸 직업병이라고 하던가?
아, 아닌가?
"잠깐, 슛하는 폼 해볼래?"
"네? 여기서요?"
"응."
난 가슴이 막 콩콩거렸지만 그의 말에 따라 팔을 뻗었다.
"이...이렇게요?"
"으음...그게 아냐!"
"아,.그럼 이렇게요?"
"아냐, 아냐. 이렇게..."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두근!
두근!
심장이 덜컥거렸다.
치영 오빠에게 잡힌 손목이 달아오르는 느낌...
분명 뺨도 붉게 달아올라 있을 거야.
"괜찮니?"
"네...네."
"팔은, 이렇게 공을 위로 솟아 올리는 느낌으로 해!"
"이..이렇게요?"
"응. 응. 솟아 올려. 그렇게 하면 공이 빨려들어가듯 골에 들어가게 되지."
"그...그런가....."
"공을 뗀 후엔, 검지손가락...여기, 직선으로 링쪽을 향하게 해."
"그렇구나...."
"왠지 좀 힘이 들어가 있어. 네 경우엔..."
"아..예..."
"잊지 마라. 부쩍 성장할 테니..."
"아..고맙습니다!"
나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기쁘다...
정말, 정말..진심으로 기뻤다.
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상상도 못했는데....
내 이름을 기억해 주고 내 연습을 봐주고 거기다 이렇게 친절하게 슛 동작까지 가르쳐주다니...!
치영 오빤 이렇게 좋은 사람이였던 거야!
난 두둥실 뜬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상상한 이미지 그대로의 남자.
오빤 외모뿐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너무너무 근사한 사람인 거야.
그리고 우린 잠시 얘길 나누었다.
"민하, 넌 왜 농구부에 들었니?"
"저...만화 <슬램덩크> 를 보고 나서요.."
"헤-네가? 소년만화 같은 걸 읽다니, 의외인걸?"
부드러운 목소리가 너무 좋았따.
초드학교 시절의,
반 남자애들은 모두 짓궂고 장난꾸러기뿐이었는데...
중학생은 좀더 어른스럽구나.
그때 그렇게 생각했따.
친오빠 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금은 어리광피워도 좋은 듯한 느낌...
치영 오빠의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얼룩없는 미소...
눈동자엔 여름의 햇살이 반짝반짝 및나고 있었다.
그래서 난 계속 그의 옆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따.
"그럼 또 보쟈!"
상냥한 미소와 함께 사라져 가는 사얀 셔츠의 등......
결코 잊지 않을 거야..........
운동신경이 둔한 내가 힘든 농구부를 그만두지 않고 중 3학년 때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건...
틀림없이 그 때의 치영 오빠 덕택이었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해봤더니 정말로 부쩍 슛이 향상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뒤론 말을 주고받을 기회가 없었다.
고작 인사수준에서 그친 채...
이듬해 봄...
치영 오빠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녹산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를 만날 수 없었던 2년간,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녹산고등학교에 합격했다.
그리고 농구부에 입부했다.
그리고 중학교 때와 같이 농구부 주장인 그를 발견할 수 있었따.
햇살은 나뭇잎 사이에서 춤추고 심장은 하염없이 고동친다.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 거야.
오빤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리고 나선─?
너 밖에 없어! -3- [여름빛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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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너 밖에 없어! -3- [여름빛깔의 추억]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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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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