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두고 갈리는 서청원과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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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태도가 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자리를 두고 혈투(血鬪)를 벌이고 있다. 김기춘 실장에 대해선 연이은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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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의원은 애초 김 실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지만 최근 들어 직설화법으로 김 실장을 공격하고 있다. 반면 서청원 의원은 인사실패
책임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김 실장에 대해 보호막을 치고 있다. 김 실장에 대한 두 사람의 상반된 태도는 차기 당권 경쟁
구도와도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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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뉴스1
김무성 “김기춘과 몇몇 친박이 나를 모함”…선전포고? 김무성 의원의 김 실장에 대한 비판은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꼭 필요하다면 (김 실장의) 유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김 실장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비서실장이 당에 과하게 간섭하고
지시하고, 자기들끼리만 통화하고 그러지 않느냐”고 했다.
18일 공개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김 실장을 정면
공격했다. 김 의원은 “김기춘 실장은 당(黨)을 청와대 밑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김 실장이 나를 비박(非朴)으로
밀어내고, 당의 인사와 공천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대선의 총괄책임자였고 결국 (박 대통령
당선에) 성공했다”며 “그런데 그 후부터 김 실장과 연락이 안 됐다. 그럴 수 있나 싶었다. 정부가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고 하고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난해서 몇 달간 아예 말을 못하겠더라”고 했다.
김 의원은
김 실장을 향해 “분한 마음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정권이 시작된 후 김 실장과 몇몇 친박 핵심 의원들이 나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를 갈라놨다”며 “서운함을 넘어 분한 마음을 느낀다. 저희끼리만 모여 나를 비박(非朴)으로 밀어냈다. 나를 모함해서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각을 세울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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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뉴스1
김 의원이 이처럼 김 실장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자 ‘김무성이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친박 주류의 결집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김 의원이 전면전을 작심했다는 얘기다. 친박 주류는
7·14 전당대회에서 서청원·홍문종 의원을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미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당권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과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고 김 실장을 비판하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 말 그대로다. 김 실장이 당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이 옳은 소리를 하는 게 건강한 당청(黨靑)관계라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라고 했다.
서청원 “비서실장이 전부 책임지면 대통령 직격탄”…김기춘 살리기? 반
면 서청원 의원은 김기춘 실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인사검증위원장인 김
실장의 책임론이 제기되는데 대해 “그것과는 별도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창극 후보자 논란과 김 실장 인사실패 책임론은 별도의
일이라는 뜻이다.
서 의원은 앞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본 뒤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장이 전부 책임지게 되면 대통령이 직격탄을 맞는다”며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와 이번 경우를 보면서 인사시스템의 총책임을
비서실장이 맡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이어서 잘못하면 전부 비서실장에게 책임을
돌린다”며 “비서실장이 아니라 밑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인데 차제에 외부 인사위원회를 만드는 시스템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이날 발언은 ‘김기춘 책임론’에 대해 일종의 보호막을 친 것이다. 서 의원 측근은 “인사 잘못이 있을때마다 비서실장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게 서 의원의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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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뉴시스
문 후보자 자진사퇴를 촉구했던 서 의원이 김기춘 실장은 보호하려는 형국이다. 서 의원이 ‘문창극 죽이기, 김기춘 살리기’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도 역시 전당대회와 연결짓는 분석이 많다. ‘친박 맏형’ 격인 서 의원이 여론과 친박 당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이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사퇴를 촉구해 여론에
호응하고, 김 실장 옹호를 통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성공을 위해 청와대와 소통할 수 있는 대표감은 나’라는 것을 어필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창극 후보자 논란을 계기로 ‘김기춘 책임론’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실장에 대한 서청원과 김무성의 다른 태도가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